국민 노후자금 97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10년 수익률이 연평균 4.9%에 그쳐 글로벌 연기금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지배구조 탓이 크다.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자산배분 비율 등을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가 결정하는데,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는 정부 인사 6명, 사용자 단체 3명, 노동계 3명, 지역가입자 단체 6명 등으로 구성된다. 역대 정권은 이런 지배구조에 근거해 국민연금을 자주 정치 도구로 활용해 왔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은 오로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만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투자 행태로 기금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 계속 발생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에 대해 공모주가 상장된 직후에 개인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높은 가격에 엄청난 수량을 매수하고, 이러한 틈새를 노려 외국인 투자자는 고가에 매도하여 수익을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 국민들의 피땀어린 돈으로 ATM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 중이다. 이렇게 매수했던 종목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공모가 또는 초기에 집중 매수했던 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상장 종목 중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있는데 주가를 보면 매우 낮은 가격이어서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더구나 이들 종목의 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된 우량주를 무차별적으로 매도함에 따라 주식시장을 일시적으로 교란시키기도 했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을 후퇴시키고 있는 것으로, 이들의 투자 행태 이면에 불합리한 관행이나 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작동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국민들의 소중한 돈을 지키고 증권시장의 건실한 투자문화 조성을 위해 국민연금의 관리 및 비상식적인 투자 행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