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고 있는 강재만 씨(55)는 평일이면 축구와 등산을 즐겨하는 운동마니아였다.
평소 건강했던 강씨는 3개월 전부터 산행을 하면 팔이 무거우면서 가슴이 뻐근한 증상이 2~3분간 지속됐지만 쉬면 괜찮아져 담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주말 저녁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차에서 내려 걸어가
는데 갑자기 가슴 통증이 시작되더니 결국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일교차와 기온변화가 큰 요즘 가슴통증을 호소하거나 단풍구경을 위해 산행에 나섰다가 돌연사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 가슴통증이 있다면 심장질환 의심
= 갑자기 찬바람을 접하면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림을 느낀다거나, 야외 나들이와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거나 싸한 느낌, 무거운 것으로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이는 심장 및 심혈관계 이상에서 오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증상은 심장혈관이 좁아졌을 때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심장혈관이 50% 이상 좁아져야 나타나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다가 큰 변을 당할 수 있다.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협심증은 전형적으로는 가슴 중앙에, 뻐근하거나 짓누르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며 때때로 왼쪽 어깨 또는 왼쪽 팔의 안쪽, 윗배 쪽이나 턱 쪽으로 오기도 한다.
협심증 중에서 안정형 협심증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서 육체적으로 쉬고 있을 때는 통증이 없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걸을 때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쉬면 2~3분 이내로 없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안정형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불안정 협심증으로 발전하는데 보통 가슴통증이 5분 안에 사라지지만 10분까지 가기도 한다.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협심증의 정도를 넘어서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급성 심근경색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 막힌 혈관을 즉시 뚫어주지 않으면 심근의 괴사로 인해 돌연사할 수 있다. 따라서 크고 작은 흉통이든 가슴의 통증이 느껴질 때에는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그 밖의 변이형 협심증은 담배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며 관상동맥이 경련을 일으켜 흉통이 발생되는 질환이다.
독특하게 밤이나 이른 새벽에 주로 흉통이 발생되고 특히 술을 마신 다음날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치료는 스트레스, 담배와 같은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6개월 정도 약물치료를 하면 호전된다.
이와 비교되는 통증으로 가장 흔한 것이 심장성 신경증이라는 가슴통증이 있다. 전형적으로 '답답하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불쾌감이 있고 통증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 밖에도 식도 역류, 대동맥 질환, 심외막염, 늑막염와 같은 다양한 질병이 가슴통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정기적인 심장검사 필수
= 돌연사의 위험은 자각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종합검진 결과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운동도 잘하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사람이 종합검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검진에서 행해지는 심장에 대한 일반적인 검사는 심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참고자료일 뿐 심장질환은 물론 돌연사 위험을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돌연사를 예방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검사 외에 혈관의 염증 정도를 알아보는 혈액검사, CT 혈관촬영, MRI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진단기술이 좋아져 CT 혈관 촬영은 10초만 숨을 참고 심장혈관을 촬영하는 검사로서 바로 본인의 돌연사 위험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또 이 검사는 10년에서 20년 동안 돌연사 위험도를 알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나아가 검사 결과에 따라 5년이나 10년, 아주 혈관이 건강한 사람은 20년 후에나 검사를 받으면 되므로 부담이 없다.
◆ 올바른 생활습관만이 좋은 심혈관 유지
= 최근 들어 심장질환자들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흉통클리닉 임도선 교수는 "심장질환은 물론 돌연사 또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30대, 20대와 같이 젊은 층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심장과 관련된 보다 정밀한 검사로 돌연사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기발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통증이라도 무심코 넘기지 말고 심장내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임도선 교수는 "생활습관을 바꾸기만 하더라도 여러 위험인자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며 "금연과 절주, 커피, 홍차와 같은 카페인 음료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복부비만은 심장에는 독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 심한 운동, 흥분, 과식, 무리한 사우나, 갑작스런 추위에 노출을 피해야 한다.
운동을 하더라도 시작 전과 후 반드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통해 강도를 서서히 높였다가 낮춰야 하며 만약 흉통이 생겼다면 즉시 중단하고 안정을 취한 다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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