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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부산수필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미성(사무국장)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수필(?)
정 은 영 수필가(울산문인협회 고문)
목 차
Ⅰ. 열면서
Ⅱ. 수필 쓰는 법(Ⅰ)/글의 구성
Ⅲ. 결론
Ⅰ. 열면서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수필(?)
결론부터 말하면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이는 수필문학에 대해 폄훼하는 무리들의 비아냥거림일 뿐이다.
김 학은 『좋은 수필의 조건에서』라는 자신의 수필쓰기 교재에서 글의 주제와 내용에 있어서는
. 글의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 주제가 선명해야 한다.
.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 철학이 있어야 한다.
. 감동이 있어야 한다.
글의 짜임새는
. 논지의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 내용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 문장이나 단락이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글의 표현은
. 표현이 정확하고 명료해야 한다.
. 표현이 쉽고 간결해야 한다.
. 수사적 표현이 있어야 한다.
. 솔직하게 쓴다. 라고 밝혔다.
. 그리고 문장이 짧아야 한다.
* 팁 - 단문으로 쓰는 연습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첫 문장이 강한 경우 여운이 오래간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사용하는 「며‧고·대」는 90% 사용하지 않을수록 글이 깔끔해진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별도로 「며‧고·대」에 대해 다시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각자 본인의 작품을 다시 살펴보면 좋은 공부가 된다.
Ⅱ. 수필 쓰는 법(Ⅰ)/글의 구성
수필 작법이란 수필을 쓰는 (짓는)방법을 말하는데 이를 순서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주제설정 - 소재선택 - 서두쓰기 - 본문쓰기 - 결말쓰기 - 제목붙이기 - 퇴고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순서일 뿐 반드시 이와 같은 순서대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 일례로 제목 붙이기만 하더라도 어떤 이는 제목부터 정해 놓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글을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위에 열거한 과정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위의 순서에 따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주제 설정
주제는 글의 중심 생각이며 작자의 인생관으로 이를 흔히 테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제는 글의 겉에 문자로 나타난 외형적 주제도 있고 글의 내용 속에 풀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재적 주제도 있다. 어느 것이든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 주제를 삼아야 한다.
(1) 주제 설정의 유의점
① 자기가 잘 아는 것
글을 쓰는 사람이 잘 아는 주제라야 소재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개성적이고 독창적으로 표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들은 이야기나 추상적인 이야기 혹은 다 아는 이야기로 진부(陳腐)해 질 수밖에 없다.
② 한 작품 속에는 단 하나의 주제여야 할 것
한 작품 속에 두 가지 이상의 주제가 들어가면 작자가 정작 말하려는 것이 어느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협동하며 살아야 한다는 내용을 쓰면서 우정보다는 사랑이 더 고귀한 가치를 가진다고 했다면 무엇을 말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③ 분명해야 할 것
글 속에는 작자가 독자에게 하고자 하는 분명한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 주제가 분명하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글이 되고 만다. 핵심이 없는 글은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설령 주제는 들어있다 하더라도 작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수필이 갖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남녀 공학’이라는 주제만으로는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남녀 공학은 교육상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2) 소주제
한 작품의 글은 여러 개의 작은 문단으로 나누어진다. 그 작은 문단 하나하나에도 주제가 있게 마련인데 이 같은 문단의 주제를 소주제라 한다. 소주제는 단일 개념이어야 하고, 한정된 개념이어야 한다. 그리고 한 문단의 모든 문장은 소주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통일성이라 하며 소주제를 뒷받침하는 문장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연결성이라 한다. 그러니까 문단의 전개 원리는 통일성과 연결성이라 하는 것이다.
(3) 일반적인 주제의 예
정의, 사랑, 희생, 봉사, 진리, 충효, 돈, 명예, 욕망, 성실성, 인생무상 등등
2. 소재 선택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이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필 작품의 소재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성격의 것이어야 한다.
(1) 참신성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남과 달리 나의 눈에 비친 독창적인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여자를 나타낼 때
‘앵두 같은 입술, 샛별 같은 눈동자‘ 등은 진부한 표현이므로 ’안개꽃 같은 미소를 머금은 여인‘ 정도로 표현하면 좋겠다.
이처럼 참신성은 나만의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안목을 필요로 한다.
(2) 확실성
근거가 뚜렷한 소재라야 한다.
(3) 다양하고 풍부한 소재
(4) 흥미성
예) 선비의 강직성을 나타내는 이희승의 ‘딸각발이’ 같이 작품 내용과도 부합되는 소재
3. 서두쓰기
서두의 첫 문장은 사람의 첫 인상과 같아서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급적 서두의 첫 문장은 간결한 것이 좋다.
(1) 서두 쓰기에서의 유의점
① 차분하게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감탄사를 사용하거나 대화체로 시작하면 경박한 느낌을 줄 수 있다.
② 첫 문장의 주어에 ‘그, 그이, 그녀’등과 같이 3인칭 형식의 글은 삼가 해야 한다.
이는 소설에서 허구의 인물로 인식되어 독자에게 현장감을 주지 못한다. 즉, 독자를 글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③ 추상적인 언어는 배제하고 쉬운 말로 시작한다.
수필은 작자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하여 감명을 주는 글이어야 한다. 만약 독자가 작자와 달리 이해했다면 그런 글은 수필로서 가치를 잃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추상적인 언어는 피해야 한다.
(2) 서두 쓰기의 보기
①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먼저 말한다. 호기심을 유발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예) 볼일이 있어 종로에 나갔다가 종각 근처에서 자그마한 사무실을 내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났다. 나는 그리고 발길을 옮겼다. 출렁이는 인파의 틈바구니에 끼어 길을 건넜다. 그러다가 문득 무얼 좀 사가지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② 때와 장소 및 날씨 등으로 시작한다.
내용의 한계성을 명시하고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예) 9월 중순으로 접어들자 그렇게도 기세등등하던 한 여름의 햇살이 한풀 누그러졌다. 한 걸음 냉큼 뛰어 오른 파란 하늘가엔 살얼음 같은 흰 구름이 넓게 드리우고, 어린이 대공원 정문 앞 넓은 뜰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강물처럼 흐른다.
③ 주제문으로 시작한다.
독자에게 처음부터 명백한 생각을 갖게 한다.
예) 나는 돌을 좋아하고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거실 석장엔 수석이 가득하고 그 아래엔 화초들이 곱게 자릴 잡고 있다. 어쩌다가 친지들이 칩으로 날 찾아오면 그들은 나를 제치고 수석과 화초를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더 부러워하는 건 그 하나하나의 수석이나 화초가 아니라 돌과 꽃이 어우러진 분위기다.
④ 통계적인 사실을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독자의 신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해 외식비로 단순한 세무 자료에 따르더라도 무려 1조 8천 3백 억 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 8천여 원이라면 88올림픽 고속도로 같은 고속도로를 9개나 건설할 수 있는 돈이다. 또 서울 지하철 2호선 공사비보다도 1조원이나 더 많은 액수다.
⑤ 인용구로 시작한다. 명언이나 명구, 권위 있는 사람의 학설로 시작하면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
(예) 인간이 때때로 갈대에 비유될 때가 있다. 사색가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불렀고, 펄벅 여사는 ‘살아있는 갈대’라고 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상한 갈대’라고 했다.
⑥분위기 설명을 먼저 한다.
주제의 방향을 암시해 주고 독자에게 흥미를 주기 때문이다.
(예) 늦은 밤에 옥상에 올라 하늘을 본다.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다. 잿빛 하늘은 이별처럼 슬프다. 그것은 스물다섯 해 고이 품어 온 딸을 시집보내고 돌아오는 아비의 가슴인 양하다.
⑦ 술어에 대한 정의를 먼저 쓴다. 제목이나 중심 술어에 대한 설명으로 오해로 인한 시간 낭비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예) ‘정체성’을 사전적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만물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본 모습”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세월이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나 정체성만은 변하지 않는다.
4. 본문쓰기
(1) 쉽고 친절하게 써야한다.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독자도 알겠거니 하고 쓰지 않으면 불친절한 글이 된다. 그렇다고 앞 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언부언 써 놓으면 군더더기가 되어 지루한감을 준다. 행간行間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독서의 한 즐거움임을 명심하자.
(2) 감정을 억제한다.
‘정말 힘들었다.’와 같은 표현은 누가 힘들지 않다고 했느냐는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억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은 독자에게 거부감을 준다.
(3) 느낌을 직접 쓰지 않는다.
‘아름답다, 훌륭하다.’고 쓸 일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아름답다든지 훌륭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묘사해야 한다.
(4) 진솔하고 소박하게 쓴다.
수식의 목적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려는데 있다. 그러므로 지나친 수식은 오히려 정확한 전달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화장은 자기 얼굴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므로 지나친 화장은 오히려 상대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
(5) 존댓말을 삼가자.
직계 어른이나 사회적 역사적으로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면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지나친 존댓말은 독자를 유리시키기 때문이다.
(6) 문장을 간결하게 쓴다.
짧은 문장이 전달이 빠르다.
(7) 모순이나 궤변을 배제한다.
(8) 문법에 맞게 쓴다.
5. 결말쓰기
글의 성패가 결말에 달렸다고 할 만큼 결말은 중요하다. 바둑의 성패가 끝내기에 달렸다거나, 사람의 평가는 임종을 보아야 알 수 있다고 하는 것 등이 모두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그러면 글의 끝마무리 즉, 결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1)결말의 요령.
영화의 끝 장면과 같이 깊은 인상과 여운을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과 같이 해보자.
① 그 전체를 요약하고 통괄한다.
② 독자에게 공감을 유도한다.
③ 독자가 자기 나름으로 유추하고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줌으로써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창작자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게 한다.
④ 요망. 반성으로 마무리 한다.
작자의 주장대로 독자가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 결말에서의 유의점
① 서두와 결말의 균형이 맞도록 해야지 시작은 거창하게 하고 끝 부분은 미약하게 해서는 안 된다.
② 여운이 남도록 압축해야지 쓴 말을 또 쓰는 식으로 질질 끌지 말아야 한다.
③ 감정을 지나치게 표현하지 않아야 한다.
④ 지나치게 교훈적인 글귀는 피해야 한다.
⑤ 자기 과시(자랑)는 하지 않아야 한다.
6. 제목 붙이기
제목은 사람의 얼굴과 같다. 홍수처럼 범람하는 작품 중에서 어느 것을 읽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그 선택 기준의 으뜸은 제목이다. 그러므로 제목은 매력적이어야 하고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한다. 제목의 형식은 단어, 구句,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럴 때 주제를 표출 혹은 암시하거나 소재 중 하나를 선택하여 붙일 수도 있다.
(1) 형식으로 나눈 주제
① 1음절 : 봄, 난, 산,…
2음절 : 감자, 가을, 몽돌,…
3음절 : 소나기,…
4음절 : 딸깍발이,…
② 어구로 된 제목 : 노인과 바다, 구름 위의 서정,…
③ 문장으로 된 제목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2) 내용상으로 나눈 제목
① 주제집약 : 사랑, 25시, 이방인,…
② 주제풀이 : 인생은 왜 괴로운 것인가,…
③ 줄거리 압축 : 피서지에서 생긴 일,…
④ 그 외 : 지명, 인명, 계절 등의 이름을 붙인 제목도 있다.
7. 퇴고(推敲)
당나라의 시인 가도(賈島)가 말을 타고 가다가 시 한 구를 지어냈다. 조죽지변수(鳥宿地邊樹)-새들은 연못가 나무에 잠든다, 라고 했는데 그 대구가 생각나지 않다가, 승퇴월하문(僧推月下門)-중이 달밤에 문을 미는구나 이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민다고 한 ‘퇴(推)’자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달리 생각한 것이 두드릴 ‘고(敲)’였다. 말을 타고 가면서 퇴(推)로 할까 고(敲)로 할까 하고 정신을 놓고 가다가 마침 앞에서 오고 있던 경윤(당시의 市長 벼슬) 일행과 만났다. 당연히 비켜서야 할 텐데 정신을 팔고 가다 보니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무엄하다는 호령을 듣고서야 가도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륜의 행차였다 가도는 정중히 사과를 하면서 지금 자기가 고민하고 있는 시구를 말했다. 그러자 경윤은 껄껄 웃으며 “한밤중에 남의 집 대문을 밀고(推) 들어가는 것보다는 두드린다는(敲)게 더 낫겠고”했다. 그 경윤은 당대의 문호인 한유(한퇴지)였다. 이 고사에서 글을 다듬는 것을 퇴고(推敲)라 하게 되었다. 퇴고는 쓴 글을 바르게 다듬고, 고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는 외출하기 전에 거울보기와 같다.
퇴고할 때는 다음에 유의하자.
① 주제와 메시지가 분명한가.
② 문장의 흐름이 바르게 되었는가.
③ 문장이 정확한가.
④ 모순은 없는가.
⑤ 단락의 구분이 제대로 되었는가.
⑥ 단어가 적절히 쓰였는가.
⑦ 문법에 어긋난 것은 없는가.
Ⅲ. 결론
수필은 어느 문학 장르보다 진솔한 문학성을 갖고 있다. 다른 문학 장르들이 허구와 상상 등으로 작품을 생산하는데 비해 수필은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들이 작품으로 재생산 된다는 데 매력이 있다.
최근 들어 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필가들이 양적팽창하고 있음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현상은 수필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 일수도 있고 수필문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