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장애인으로 세상 살아가기 ]
이다은
청각장애인인권연구소에서의 실습을 앞두고, 청각장애인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았다. 여러 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나의 관심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껏 청각장애인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여 본 적이 없었다. 실습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였을 때, 청각장애인의 수가 많다는 것을 듣고 매우 놀랐었다. 내가 생각했던 수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각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어있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한 점이 매우 많은데,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등의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는 것이다.
특히 여러 글들 중에서 지하철에 관한 글은 내가 생각지도 못하였던 부분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가 지하철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서 지하철을 탄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지하철이 도착하는 소리를 듣기 힘들기 때문에, 지하철이 도착할 때까지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 청각장애인이 여러 생활에 있어서 불편하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사소한 부분에서도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점은 그동안 청각장애인의 생활에 대하여 큰 관심이 없었던 내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한다.
또한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으로서, 청각장애 공시생에 대한 글이 내게 크게 와닿았다. 공무원시험이야말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시험 중 가장 공정한 시험일 것이다. 만 18세 이상이라는 연령조건만 충족된다면 학력이나 성별 등의 아무런 제한 없이 공평하게 응시할 수 있는, 매우 평등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공정한 시험이라할지라도, 시험준비에 있어서의 평등성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점인 것이다. 누구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출발선이 공정해야하는데, 실제로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강의가 체계적으로 갖추어져있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수강하고 있는 공무원 강의 사이트나, 학점은행제 강의 사이트에서 자막이나 수화를 제공하는 곳이 없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배려조차 없는 환경에서, 공무원 시험에서의 장애인전형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다.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 의 영어시험 편을 보면, 청각장애인에게 매우 힘든 부분인 영어듣기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고등학교와 수능 영어시험에서는 청각장애인에게는 듣기 대신에 영어지문을 제공한다. 하지만 토익에서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합리한 토익시험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입사에 있어서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기업들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웹툰에서는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듣기 시험 때 영어지문을 제공받을 때, 주변에서 저것은 역차별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는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며 바로잡아야 하는 생각이다. 청각장애인에게 듣기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예 출발선이 다른 경우인데, 작은 배려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것은 정말 각박한 세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는 각 개인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서 이루는 것인데 배려 없이는 화합을 이루어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길에서 청각장애인을 마주쳐도 나는 그 사람이 청각장애인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청각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식당, 카페에서 주문 등을 할 때 등 여러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없도록 여러 지원체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거나,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을 변화시켜서 청각장애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사람으로써 인식되어야 한다. 한 사회 안에서 모든 사람이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을 위한 제도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실습을 통하여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청각장애인에 관하여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으며 특히, 수화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수화를 열심히 배워서 조금이나마 청각장애인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 더 나아가 내가 나중에 사회복지공무원이 되었을 때, 청각장애인이 방문하게 되면 인사나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청각장애인인권연구소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청각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하여 힘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