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붙으면서 제조업체가 밀집한 부산의 녹산국가산업단지에 공장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운전자금이 부족하거나 불경기로 더 이상 공장 가동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24일 부산 녹산산단 부동산업계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따르면 녹산산단에만 현재 100개가 넘는 공장이 매물 또는 임대로 나와 있다. 이는 녹산산단 전체 입주업체 1250개의 8%에 육박하는 수치다.
녹산산단 내 A공인중개사 출입문에는 20여 장의 공장 매매 또는 임대 공고가 나붙었다. 10t짜리를 포함, 3기의 크레인을 갖춘 1500㎡ 규모의 공장이 20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대지면적만 8000㎡에 이르는 또 다른 공장은 90억 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는 등 매물로 나온 공장들의 규모도 다양했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공장 매매 의뢰가 부쩍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매물이 10건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배 이상이다. 기계 전자 조선기자재 등 업종에 관계없이 매물이 나오고 있다"면서 "운영자금이 급한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을 쪼개 팔려고 내놓은 곳이 많고, 임대하던 부지를 매물로 돌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0㎡ 규모의 공장을 매물로 내놓은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워낙 어려워 임대공장을 우선 매각하려고 내놨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물은 많은 반면 매수세는 없어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물 가운데 30t짜리 크레인이 설치돼 있는 공장의 경우 별다른 투자 없이 곧바로 공장을 돌릴 수 있지만 매물 공고가 나온 지 한 달이 되도록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불경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녹산산단 공장부지 가격은 지난해 말 3.3㎡당 400만 원을 돌파한 이후 가격이 계속 올라 지금은 550만 원까지 치솟았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물은 많고 매수세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인데 아예 매수자가 없어 가격형성조차 안 된다"면서 "아마 가격이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장매물은 경매시장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장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지난 8월 이후 매달 2, 3건씩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인 고고넷의 정두천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 공장매물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공장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사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경기 침체로 업종에 관계없이 공장을 돌려도 수익을 남기기가 힘들어졌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가운데는 타지로 이전하거나 확장을 위해 내놓은 것도 일부 있다. 하지만 현재 추세로 보면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공장 매물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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