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K KOICA NGO 봉사단원으로 지난 6월 초 몽골 바가노르 파견된 정태용 활동가가 청소년 꿈나무센터의
굵직한 두 가지 소식과 함께 현지에서 느끼는 소회를 전합니다.
문해증진 중급반과 기초반으로 운영하는 2기 독서교실
바가노르 취약계층 아동의 수준별 문해력 증진 독서교실(2기 독서교실)이 지난 9월 16일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기초문해증진 파일럿 수업을 듣던 아이들은 어느덧 글을 꽤나 유창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처음엔 몽골어 알파벳 '차강털거이'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30초 이내로 작은 책 한 페이지를
읽을 수있습니다. 자신의 성장을 체감하고 있는 학생들은 더욱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출석률 또한
높습니다.
울찔델게르(중급반 강사), 산닥마(기초반 강사), 나산자르갈(보조강사) 등 3명의 교사가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높은 출석률에도 불구하고 벌써 영하 25도에 육박하는 몽골의 날씨때문에 출석률이 낮아질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11월 중순까지는 평년보다 훨씬 높은 기온으로 학생들이 센터에 오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최근엔 강추위가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에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초반 아이들은 가까운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있으나 중급반의 경우는 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NGO 활동가인 저는 9월 중순 기초반 학생들의 수준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중급반 학생들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이 초급반 학생들은 단어 하나 읽는 것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손가락으로 단어를 가리키며 더듬더듬 읽으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느끼고 있는 답답함이 제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첫 만남 이후 2개월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최근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전보다 몰라보게 서로서로 친해졌고 실력 또한 꽤 향상돼 있었습니다. 이전엔 ‘차강털거이’를 거의 알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선생님이 칠판에 쓰는 단어를 즉각 읽고 의미 또한 대부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차 문장을 읽고 이해하기 위한 수업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보았고, 몇몇 학생들은 문장을 꽤 빠른 속도록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글을 읽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이러한 변화를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특별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NGO 활동가가 지도하는 한국어 수업
바가노르 청소년꿈나무센터는 지난 9월부터 한국어수업을 시작하여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한글 자음과 모음, 받침을 알려 주며 시작한 수업은 현재 동사의 변형과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단계에까지 다다랐습니다. 학생들은 아직 능숙하게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어의 구조를 파악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내는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거의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매 수업에 참석했지만 저의 부족한 실력때문에 아이들에게 즐거운 수업을
만들어주지 못하였고 현재는 20명 조금 넘는 학생들이 센터를 방문하여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많이 가르치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할수록 스스로가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놓치고 있던 한국어를 깨닫고,
학생들과 교감하며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한국어 수업을 하는 것이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전하는 것이 아닌 나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며,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위해 시작한 수업이기에 큰 성과를 기대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목표도 함께
설정하였습니다. 우리의 수업이 끝날 즈음엔 토픽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초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저와 학생들이 함께 하기로 정한 목표이며,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인지 더
즐겁게 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은 활동기간에도 꾸준히 아이들과 한국어를 매개로 하여 유의미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몽골에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이젠 끝이 보이는 것만 같아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피어
오릅니다. 힘든 순간, 즐거운 순간이 넘쳐나기 때문인지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흘렀고 내가 그 시간 들을 너무
많이 놓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3개월은 이곳에 적응하는 데 급급했고, 이후의 3개월은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이 시간들 속에서 많은 생각과 행동을 했지만 과연 내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론 저의 결론은 ‘부족하다’였고 동시에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답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남은 6개월 동안 보여야 하는 태도이고
이 태도가 저의 남은 기간을 더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