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굵어졌다
우산 속에 거미가 언제 들어와 있었나
제 몸이 아직 덜 무거워 무게를 불리고 있는 물방울같이 대롱대고 있다
종이 다른 두 생물이 비를 피해 있는 작은 우주 안
우산중심으로 살을 타고 들어와 우산살을 엮어
작은 세상 속은 더욱 튼튼하다
머리위에 거미가 친 그물이 점점 넓혀지고 있다
비 오는 날 거미줄에 걸릴 날파리도 없는데 줄을 왜 늘이는 걸까
살 위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거미의 눈
얼굴에 거미줄이 떨어져 끈적거린다
그의 침에 긴장이 녹아내린다
거미의 그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몸이 마취되는 거미의 독기가 그립다
첫댓글 그러니까 우산을 쓰고 가는 어느 날 문득 우산살이 마치 거미줄인 싸인 감정의 발로에서 시작됨이 매우 생경스럽지만 참 산뜻한 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