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한남동 산동네에서 나고 자랐지요.
그때만해도 동네에 초가도 흔히 볼수 있었고 빈 공터에는 갖가지 채소 농사도
제법하곤 했던 것 같아요.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깨끗했던 강물이 누런 황톳물이 되어 갖가지 부유물을 대동하고
난폭하게 흐르곤 했지요. 각종 가재도구며 소나 돼지가 떠내려 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어린아이들의 사체도.....
지금의 한남대교가 있기전 그러니까 1969년 이전에는 한남동에도 강나루가 있어
나룻배로 강을 건너곤 했지요...당시 뱃삯이 3원이었던가.......
우리들은 뱃삯 대신 빈병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그것도 없으면 왕꿀밤으로 때우기도 했구요....
당시의 강남은 -그러니까 지금 신사동이나 잠원동 쯤 되겠네요- 거의 농사를 짓던 때로
우리는 동네 형들과 어울려 고기도 잡고 칡도 캐고 과일서리도 하러 자주 강을 건너곤 했지요.
또 당시만 해도 바캉스란 개념이 없던 때라 여름이면 한강이 주요한 피서장소가 되였던 거 같네요.
내가 살던 한남동 산동네 밑에는 시장이 있었고 당시 78번(서울여객?) 버스 종점이기도 했지요.
그때만해도 비포장 길이라 여름에는 장화가 필수품이었고 마른날은 흙먼지도 많이 마셨지요.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지만 그때는 소나 말이 끄는 수레도 심심치않게 보이곤 했어요...
우리들은 수레주인의 눈치를 봐가며 마소가 끄는 빈수레에 올라타기도 하면서 놀기도 했구요.
오월에는 단국산(한남동에 있는 단국대학교 뒷산을 그렇게 불렀어요)에 만발한 향긋한 아카시아꽃을
따 먹으며 나름 울창했던 산속에서 자주 놀기도 했지요.
유년시절의 나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는데 주인 몰래 훔쳐보거나 친구들과 바꿔보는 맛도 쏠쏠했지요...
또 그때는 집에 티비가 거의 없어 만화를 보면 저녁에 티비 볼수 있는 표를 줬는데 김일 레스링이라도
하는 날은 그좁은 만화방이 아이들로 꽉 차곤 했어요.
당시 좋아하던 만화가들은 이제 활동을 안하거나 유명을 달리한 분도 많이 계시더라구요...
박부성,김종래,박기정,추동성(고우영),하고명,손의성,이근철,임창,향원, 강철수,김민....
20대 이후까지도 만화를 좋아해서 이상무(독고 탁),이현세(오혜성),박봉성(최강타),고행석(구영탄)의 팬이기도 .....
당시 다니던 한남국민학교는 세 정류장 거리인데 물론 걸어서 학교를 다녔지만
비오는 날에 학교 파하고 정류장에 서 있으면 때로는 맘씨 고운 안내양 누나들 덕에
무임승차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지요(종점이 가까우니까 자주 태워주곤 했어요)
그때 어머니는 시장통에서 호떡을 팔았는데 한개 5원씩 받다가 밤늦은 시간이면 5원에 두개를 주곤 했는데
그것도 안팔리면 우리 형제들 차지였지요. 그덕에 한동안 호떡에 질리기도......
시장통 어둑어둑해지면 카바이트 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포장마차들이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곤 했지요.
가끔 밤 11시가 거의 되서 어머니와 집으로 돌아갈 때면 포장마차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싸우는 소리,
한쪽에서는 술에 못이겨 토악질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10환이라고 적혀있는 1원짜리 빨간 무궁화 그림의 지폐도 그립고 어른들의 손을 잡고 탔던 자전거 보다 느린(?)
전차로 종로를 처음 갔던 때도 그립네요.....땡땡땡 소리를 내며 시내를-그야말로 4대문 안-누비던 전차 소리.....
더운 여름밤에는 등목 후 자리를 깔고 마당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다가 잠이들어 새벽에 방으로 들어가기도 했지요.
그때가 가끔 생각나지만 추억속의 사람도 만날 수 없으니 그리운 것 처럼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더 그리운거겠지요........
휴가중 사무실서 한담(閑談)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첫댓글 靑也님! 안녕하세요?
제 예감되로 글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네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서울의 옛 풍경을 모릅니다.
덕분에 예전에 한남동 모습이 어렴푸시 떠오르네요. 2001년도 가? 한남동 제일기획 본사 기계실에 보일러 ,가스 안전관리자로
근무한적이 있지요. 어릴적 시골에서 만화방에서 동생이랑 오뎅치기 사과치기를 하면서 내기도 했었고 집에 TV가 없어서 전파사
에서 "여로" 연속국을 보고 했지요... 아이스케기 2원인데 병 하나주면 먹을 수가 있었지요. 그 때 그 시절이 그립네요.
휴가중이신데 사무실에서 閑談하시다니... 동해 바다로 떠나 보심이 어떻런지요?
가까운 곳이 바다랍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제일기획 겁나 큰회사 .ㅎㅎ
@재규어 삼성계열 광고기획사...
@청야(靑也) 그러게 엘지에드랑 쌍벽?
고향이그리운 한때의 추엌이지요 한남동 산꼭대기가 산15번지지요 ㅎㅎ 지금은 큰교회종탑이 멀리서도 보이지만
네~맞아요
산 15번지 ..거기서 살으셨나보네요~
산위의 큰교회는 한광교회이고
천막교회 부터 시작했었죠~
저는 85년부터 88년까지 한남동 에서 살았었어요 어린 시절 만화방 들락거리던 일이 꿈만 같네요 만화도 열심히 그렸는데 ᆢ추억은 아름답습니다
한남동에 살았다니 반갑습니다~ㅎ
저도 한남동에는 많은 추억이 있답니다.....
칭구가 한남초 출신이야 ..
면허장 뒤쪽에 집이였고
난 거기면허장서 면허땄고 오다가다 만났었겠네..
ㅎ~
한남초 49회 ....
면허장 동네는 한남2동 이었지....
나도 83년부터 한남 2동으로 이사와서 4-5년 살다가
신림동으로 이사 했지만 추억은 한남동이 많지....ㅎ
@청야(靑也) 한남동벙개 ..풀향기 ? 아마도
아직 있을걸..한남동서 모임합시다
온유언냐 다음에
@재규어 가을에 설에 올라가면...ㅎ
@청야(靑也) 정모 가을정모때 보자구 꿀꿀꿀
@재규어 가능하면 시간봐서리.....
참고로 요즘엔 금호동 꼭대기에 일출보러들 가더라고
예전 금호동 꼭대기 겨울은 엄청 추웠는데....
방 안에서 그릇의 물이 살얼음이 얼정도로.....
@청야(靑也) 지금도 금호동사는 칭구 ..
처녀다 쌩처녀 ㅋ
@재규어 ㅋ~
안물안궁.....
@청야(靑也) ㅋ
@재규어 ㅎㅎ
@청야(靑也) 이쁘다 늙었어도 처녀는처녀..
안물안궁 ㅋ
@재규어 낄끼빠빠를 잘해야...ㅎ
@재규어 근데 아직도 버진이면 문제있는거 아니?~ㅎ
눈이 높다거나 독신주의이거나 ...ㅋ
@청야(靑也) 97세 노모를 모시고 살다보니 ...
그냥 그렇게 겁나 외롭다고요즘..
감귤농사 ? 카페 ? 어부? ㅎㅎ
@재규어 땡~
나중에 커피 마시러 사무실 들리면 알게 됨...ㅎ
@청야(靑也) ㅋㅋ 미모의 여인이 삼실은 무리고..
제주가서 잼나게 놀수있는 정보정도 공유하면 땡큐지 맛집등등
@재규어 ㅋ~
맛집도 좋고....
노는곳도.... 정보정도야~ㅎㅎ
@청야(靑也) 고마워 무리한부탁은 안하지~~~ㅋ
운동할때 한자리부타하지 ㅎㅎ
@재규어 어디 출마하나?~ㅎㅎ
59 돼지 방장?..ㅎ
나중에 제주 오면 연락하삼...
@청야(靑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