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의 요새 Les Baux de Provence, 프랑스의 베니스 L'isle Sur La Sorgue, 고흐의 발자취 Arles
아비뇽에서 30km 남쪽으로 주홍빛 개양귀비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길을 달리면 넓은 평원에 우뚝 솟은 바위산에 세워진 도시 레 보 드 프로방스가 나온다.
흰색 석회암 지형인 이곳은 중세 남프랑스에서 가장 세력을 떨쳤으나 지금은 옛 영화를 뒤로 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올리브밭 가운데 부서진 성채와 예배당, 탑 들만 남아 있어 ‘유령의 요새’라 불린다.
릴 쉬르 라 소르그 '주말 골동품시장'
아를로 가는 길에 릴 쉬르 라 소르그란 작은 마을에 들렀다.
‘프랑스의 베니스’란 애칭답게 운하를 사이에 두고 앤티크 숍이 줄지어 서 있고 군데군데 노천카페가 있다.
주말에만 열리는 프랑스 3대 골동품시장에서 고가구, 찻잔, 주전자등 주방기기, 생활용품, 빛바랜 사진, 엽서, 악기 등을 보니 나도 모르게 수백 년 전 옛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를 민속축제에서 만난 소녀들
아를 외곽의 고흐작품 속 도개교
아를은 고흐의 영혼이 쉬고 있는 곳이다.
우울하고 광기 어린 삶을 살던 고흐가 이곳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며 3백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고흐와 관련된 장소는 길바닥에 노란 화살표로 표시돼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그가 자주 들렀다는 ‘밤의 카페’, 귀를 잘라내고 입원했던 병원이 있던 도심을 둘러보고, 작품 속 도개교가 있는 외곽의 평원을 찾아갔다.
일명 ‘고흐 다리’까지 가는 길은 따사로운 햇볕 아래 살랑거리는 미풍과 부드럽게 물결치는 드넓은 밀밭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예술가들 마음을 위로하고 움직여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게 만든 힘은 바로 아름다운 남프랑스의 자연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