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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조선화원대전 장 소 : 리움미술관 기 간 : 2011. 10. 13 ~ 2012. 1. 29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요즘 한국미술 전시가 그렇다. 골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상화의 비밀>을 시작으로 일 년에 두 번 문 여는 간송미술관의 가을전시 <풍속인물화대전>, 그리고 오랜만에 고미술 특별전을 개최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등 대규모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고미술 전시가 풍년임을 실감케 한다.
조선시대 화원화가들은 수준 높은 작품들을 남겼음에도 신분적 한계와 더불어 기술만을 내세운 화격 낮은 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 절하되어 왔는데 리움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선화원대전>은 화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들의 업적과 활약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김두량, 김덕하, <사계산수도> 부분, 1744년, 비단에 수묵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화가라고 하면 안견, 김홍도, 장승업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처럼 손꼽히는 화원의 작품을 비롯하여 화원가문을 이룬 김득신․김석신 형제, 김두량․김덕하 부자의 작품, 그리고 여러명의 화원에 의해 그려진 왕실관련 회화가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이명기, <오재순 초상>, 비단에 채색, 152.0x89.6cm
전시는 크게 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화원이 왕실에서 공적으로 그린 그림이고 또 하나는 주문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다. 화원은 도화서에 소속되어 왕실과 조정의 각종 회사를 도맡았는데, 조정의 행사를 기록하는 기록화와 장식화를 비롯하여 왕의 초상인 어진과 공진들의 초상 그리는 일을 담당했다. 어진도사에 참여한 화원은 당대 최고 화가의 명예도 얻고 벼슬의 승급이나 말 지급 같은 포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초상에 뛰어났던 대표적인 화원으로는 이명기를 들 수 있다.
작자미상, <동가반차도> 부분, 19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 31.0x996.0cm.
기록화의 경우 대규모의 행사를 화폭에 옮기다 보니 크기가 크고 각 요소들이 매우 작게 표현되어 있는데 특히 전체 길이가 996cm에 달하는 <동가반차도>의 경우 전체가 펼쳐져 있어 눈길을 끈다. 고종, 명성황후, 순종의 행렬을 그린 이 작품은 정확한 제작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오보마가 붉은 보자기에 싸여 있는 점, 태극기가 그려진 점, 신식군복을 입은 별기군의 모습에서 1883년에서 189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이 작품이 더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관람자가 세부를 상세히 볼 수 있도록 최첨단 미디어 탭(Tab)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시방식은 관람자들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며 미디어의 발전이 전통회화에 접목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한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처음 아이패드, 갤럭시 탭이 출시되었을 때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냐는 듯 손에서 놓을 수없는 일상용품이 되버린 지금. 어떻게 쓰는 물건인고? 하는 궁금증 없이 누구나 자연스레 보고 싶은 부분을 확대하며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 시대의 변화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이인문, <강산무진도>부분, 비단에 수묵담채, 43.8x856.0cm,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보는데 있어 탭이 유용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이다. 총 856cm인 이 작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였는데 탭으로 부분부분 세세하게 보다보면 어떻게 이 그림만으로 한 권의 책이 쓰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만큼 다채롭다.
작자미상, <미원계회도>, 비단에 수묵담채, 95.0x57.5cm.
김홍도, <기로세련계도>, 1804년, 비단에 수묵담채, 137.3x53.2cm, 개인소장.
화원은 공적인 회사 외에 사대부 양반들의 청탁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문인들의 모임을 기념하는 계회도를 그리기도 했으며 자신의 필력을 바탕으로 화단에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기도 했다.
김홍도, 《병진년화첩》중, 1796년, 종이에 수묵담채, 26.7x31.6cm.
김홍도, <군선도>, 1776년, 종이에 수묵담채, 132.8x575.8cm.
화원들이 창안한 업적중 하나인 풍송화의 발전은 조선 후기화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풍으로 김홍도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풍속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풍속화 이외에 다양한 화목에 두루 뛰어났으며 강세황이 극찬할 만큼 도석인물화에도 능한 화가였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19명의 신선을 세 무리로 나누어 그린 <군선도>를 들 수 있는데 김홍도의 신선도 중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이번 전시의 두 번째 테마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득신, <사계풍속도 8폭> 중, 1815년, 비단에 수묵담채, 95.2x35.6cm.
풍속도를 그린 화원은 비단 김홍도 신윤복 뿐만이 아니었는데 김득신이 그린 풍속화에서도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김석신, <수하일가도>, 종이에 수묵담채, 27.5x33.0cm.
김득신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화원가문인 개성 김씨 집안으로 동생인 김석신과 김양신 또한 화원화가로 활동했다. 개성 김씨 가문의 화업은 김응환을 필두로 김득신의 아들인 김건종과 김하종에 까지 이어졌다.
신한평, <화조도>, 1788년, 종이에 채색, 124.0x54.2cm.
미인도로 잘 알려진 신윤복 또한 아버지에 이어 화원화가로 활동했는데 신윤복의 작품이 잘 알려져 있는데 반해 그 수가 적게 남아있고 잘 볼 수 없었던 신한평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변상벽, <묘작도>, 비단에 수묵담채, 93.7x43.0cm, 국립중앙박물관.
조석진, <어락도>, 1901년, 비단에 수묵담채, 155.4x46.8cm.
김두량, <흑구도>, 종이에 수묵, 23.0x26.3cm, 국립중앙박물관.
'김두량은 윤두서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개 그림을 잘 그렸다' -『동패낙송속(東稗洛誦續)』-
이 외에 특정 주제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려 변고양 또는 변계라는 별명이 있었던 변상벽의 작품과, 할아버지인 조정규의 화풍을 이어 어해화를 즐겨 그렸던 조석진의 작품, 개를 잘 그렸던 김두량의 작품, 선종화를 잘 그렸던 김명국의 달마도가 눈길을 끈다.
김명국, <달마도>, 종이에 수묵, 83.0x58.2cm, 국립중앙박물관.
특히 김명국의 선종화는 조선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갔을 때에도 많은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몇 개의 선만으로 표현했음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의양, <산수도>, 1811년, 종이에 수묵, 131.3x54.5cm, 부산박물관.
화원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그림이 있는가 하면 일본 화가의 작품을 방하여 그린 작품도 전하고 있는데 1811년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다녀왔던 이의양은 일본의 화가 타니분초의 그림을 방해 작품을 남겨 화원의 대외적 활동도 살펴볼 수 있다.
장승업,<영모도 대련>중, 종이에 수묵담채, 135.5x55.0cm. 장승업,<유묘도>, 종이에 수묵담채, 136.0x52.8cm, 도쿄국립박물관
장승업은 고양이를 즐겨그렸으며 변상벽 이래 고양이를 잘 그린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묘도>를 볼 수 있다.
김홍도, <송하맹호도>, 종이에 수묵담채, 90.3x43.8cm.
장승업의 <유묘도> 처럼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에도 눈길이 가지만 전시 중간 중간 눈에 익은 유명한 작품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혹시나 전시의 내용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 쉬는 동안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한국미술에 대한 강의를 볼 수 있으며 전시도록을 먼저 살펴볼 수도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보너스도 준비되어 있는데, 성인에게는 춘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는 도화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체험공간은 탭을 이용한 전시방식과 더불어 전시를 즐겁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된다.
조선화원대전은 앞 서 언급한 한국미술전시 세 가지 중 가장 긴 기간 동안 진행되며 중간에 교체 전시가 이루어진다. 내년에 이 전시의 자리를 대신 할만큼 '아주 괜찮은' 한국미술전시가 진행되기까지 한국미술전시에 솔솔 부는 바람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시정보 관람료 : 어른 7000원 / 어린이 4000원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 오전 10시30분~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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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회화가 가장 크게 발달했던 시대였다. 많은 작품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준도 매우 뛰어났으며,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여러 화가들이 등장하여 화단을 풍미하였다. 그 가운데에'화원 (畵員)'이라 불리는 화가들이 있다. 이들은 도화서(圖畵署)에 소속되어 화원, 화사(畵師), 화사(畵士), 화사(畵史), 화공(畵工) 등으로 불렸으며, 뛰어난 필력을 가지고 국가의 회사(繪事, 그림을 그리는 작업)를 담당하였다. 또한 사적으로는 사대부나 후원자들의 청탁을 받아 감상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원은 신분적 한계와 기술직 천시 풍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안견(安堅), 김홍도(金弘道, 1745~1806년 이후), 장승업(張承業, 1843~1897) 등과 같이 대가로 인정받던 몇몇 화가들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화원들의 작품은 기술만 뛰어나며 화격(畵格)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편견은 최근까지 이어져 화원들을 조명한 전시도 없었으며, 일부 유명한 화가나 제도, 활동상 등에 대한 지엽적인 연구 외에 화원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연구 성과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 『조선화원대전』은 뛰어난 필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와 공간에서 활동했던 화원화가들의 모습을 조명한 전시이다. 특히 연대기적 구성이나 특정 화가에 집중된 전시 방식을 지양하고, 화원화가들이 공사(公私)의 영역에 남긴 활동상을 왕실과 조선화단으로 나누어 살핌으로써 그들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왕실회화'에서는 왕실의 행렬, 행사, 궁중 장식, 어진, 지도, 불화, 출판, 청화백자의 그림 장식 등 다종다양한 분야에 걸친 화원의 공적 업무를 다루고,'일반회화'에서는 화원들이 필력을 바탕으로 조선 화단에서 이루어낸 업적을 대표작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가들의 작품은 물론 필력을 바탕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던 화원화가들의 활동상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조선 최고의 예술가 집단이었던 화원화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했던 미의식과 작품세계를 살펴 보고자 한다.
□ 왕실회화 - 화원의 붓, 왕실의 권위를 세우다 1) 화원, 황실 행렬을 따르다 ○ 대표작 : 「화성능행도 8곡병」(보물 1430호), 「동가반차도」, 「환어행렬도」 2) 화원, 궁중 행사를 그려 장식하다 ○ 대표작 : 「일월오악도」, 傳 김홍도 「금계도8곡병」 3) 화원, 조정을 기록하다 ○ 대표작 : 「오재순 초상」(보물 1493호),「강원도지도」(보물 1598호,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 소장) 화원들은 도화서에 소속되어 왕실과 조정의 각종 繪事를 도맡아 하였다. 이들은 일종의 시험인 취재(取才)를 통해 선발되었으며, 승진이나 녹(祿)도 시험을 통해 결정되었다. 화원제도는 대략 15세기 경 기본 틀이 잡혔다고 추정되며, 그 모습은 화원의 직제(職制)를 규정한『경국대전(經國大典)』의 내용에서 잘 나타난다. 한편 조선 중기 이후에는 화원 가문이 형성되어, 대대로 화업(畵業)의 전통을 계승하기도 하였다. ● 화원들이 왕실과 조정을 위하여 제작한 회화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조정의 행사를 기록하는 기록화는 물론, 장식화, 어진(御眞)과 공신의 초상 등을 비롯하여 지도, 인쇄물의 밑그림, 도자기의 문양, 심지어 책에 줄을 치는 것까지 그림과 관련된 모든 일을 담당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진 및 공신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과 왕실의 행사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어진은 화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만이 그릴 수 있었으므로, 어진도사(御眞圖寫)에 참여한 화원들은 당대 최고 화가의 명예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기록화는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기록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통해 왕실이 국가 통치의 주체로서 수행한 의식을 기념하고 전파하기 위한 목적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화원들은 국가의 정통성과 신성한 왕권의 모습을 시각화하였다. ● 화원들은 궁궐을 장식하기 위한 여러 주제의 그림을 그렸다. 장식화 역시 단순한 장식의 목적 외에 왕권을 상징하기 위한 요소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일월오악과 같은 주제는 왕권의 신성함을 표현한 『시경(詩經)』「천보(天保)」의 시를 도해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왕실 혼례에 자주 쓰였던 모란대병 역시 모란이 꽃 중의 왕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화원들은 왕실과 조정에서 사용되었던 지도, 판화, 도자기의 장식에도 참여하여 여러 작품들을 남기기도 하였다. ● 화원들의 공적인 활동상은 기획전시장 내 블랙박스(B1층)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왕실의 행차도를 그린'왕실 행렬을 따르다'와 궁중 연회를 기록하고 장식했던 그림들을 모은'궁중행사를 그려 장식하다', 마지막으로 조정의 업무를 위한 각종 실용적 그림들을 보여 주는'조정을 기록 하다'로 나누었다. 이 기회를 통해 관람객들은 화원이 궁중에서 활동했던 양상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다.
□ 일반회화 - 화원의 붓, 조선을 그리다 1) 화원의 길 : 조선의 화원들 ○ 대표작 : 이인문 「강산무진도권」(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장승업 「영모도대련」, 장승업 「유묘도」(동경국립박물관 소장) 2) 붓으로 펼친 조선의 모습 ○ 대표작 : 김홍도 「삼공불환도」, 변상벽 「묘작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3) 조선 화단을 빛낸 화원 ○ 대표작 : 김홍도 「군선도」(국보 139호),「팔인수묵산수도」 화원들은 단순히 왕실과 조정을 위해서만 일했던 것은 아니었다. 화원들은 공적인 업무와 별도로, 사가(私家)의 주문을 받아 감상화들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들은 당대 최고의 필력을 가진 사람들로 평가받았기에 이들에게 들어오는 그림 요청이 상당했다. 화원들은 그림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어 당대 유행하던 주제나 화풍의 그림을 그렸으나, 한편으로 자신들의 필력을 바탕으로 화단에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기도 하였다. ● 화원들이 창안한 업적은 18세기 후반 이후 조선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풍속화'에서 나타난다. 풍속화는 조선 초기부터 궁중 세화(歲畵-새해를 축하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그린 그림)로 제작된 무일도(無逸圖-주공이 성왕에게 임금은 안일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한『서경(書經)』무일편의 내용을 표현한 풍속화), 빈풍도(風圖-통치자에게 백성들의 생업의 어려움을 일깨워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한『시경(詩經)』빈풍칠월편의 내용을 그린 그림), 경직도(耕織圖-백성들이 농작, 방직하는 장면을 통해 통치자가 근검절약하고 바른 정치를 하도록 일깨움)와 같이 감계적 의미를 지닌 그림들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들이 대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그림에 뛰어났던 화가가 김홍도, 김득신(金得臣, 1754~1822) 등으로, 이들은 모두 화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 내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조선 후기 풍속화가 본격 등장하였으며 일반에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 채색화도 화원들의 업적에서 빼놓을 수 없다. 화원화가들은 당대 화단과 교류하면서 왕실의 여러 주제와 기법을 화단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채색기법이다. 진채(眞彩-짙고 불투명한 채색)를 사용하여 그리는 채색화는 기본적으로 고식(古式)을 의미하여, 보통 궁중 회화에서 왕권의 유구함과 정통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기법이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 민화의 발달과 더불어 채색화가 일반 화단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매개자 역할을 한 사람들이 화원들이었다. ● 한편 화원들 가운데는 한 분야에서 유난히 뛰어난 재주를 보이는 인물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조선 중기 활동했던 연담 김명국(金明國, 1600년경~1662년 이후)은, 인물화와 신선 그림이 특히 뛰어났으며, 허주 이징(李澄, 1581-1645년 이후)은 산수에 일가견이 있었다. 조선 후기에는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어 각각의 분야에 뛰어난 대가가 많이 나타났다. 변상벽 (卞相璧)의 경우 변고양이[卞猫]라 불릴 정도로 고양이 그림이 뛰어났으며, 이명기(李命基)는 조선 최고의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또한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의 풍속화, 장승업의 화조화(花鳥畵) 등도 당대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이들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그림들이 조선의 회화를 풍요롭게 하였음은 물론 화단을 선두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 선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같은 화원들의 사적인 활동에 대한 전시는 그라운드 갤러리(B2층)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조선 대표 화원들과 그들의 대표작들을 살펴보는'화원의 길: 조선의 화원들'에서는 이들의 활동상과 남겨진 작품들의 양상을 조명하였다. 또한'붓으로 펼친 조선의 모습'에서는 화원들이 조선 화단에서 이룬 대표적인 업적인 풍속화와 채색화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조선화단을 빛낸 화원'에서는 화원화가들이 조선시대 화단과 교류하면서 이룬 예술적 성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리움에서 6년 만의 고미술 기획전을 개최하면서 현대적인 미디어에 익숙한 관람객들이 전통회화를 쉽고 편안하게 감상하여 오늘에도 빛 바래지 않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디지털 장비 활용, 전시 개념에 맞는 개성있는 공간 연출, 그리고 역동적이고 입체감 있는 작품 배치 등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였다. ● 우선 왕실회화를 조명한 블랙박스는 화원이 공적으로 행한 업무들을 나타내는 행렬, 궁궐의 개념으로 작품을 구성하였다. 먼저 도입부에 나오는 「동가반차도」는 궁중의 긴 성곽을 따라 행차하는 개념으로 배치하였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왕의 행렬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 작품과 정조의 화성 행차를 그린 작품 중 하나인 「환어행렬도」에는 작품의 세부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갤럭시탭과 DID 고해상도 모니터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장비를 설치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실제 행사에 참여하는 듯한 생생함을 주고자 하였다. 블랙박스 중앙에는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악도 8곡병」을 중심에 두고, 주변의 넓은 공간에 각종 행사를 기록한 기록화와 장식화를 배치하여 관람객들이 왕실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보는 듯한 공간을 꾸몄다. 특히 전시장 한가운데에 「동궐도」 이미지를 전시장 바닥에 투사하여 관람객들이 그림 속의 장소를 찾아보며 직접 궁궐 안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 한편 일반회화를 조명한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조선 화단에서 활동한 화원들의 사적 활동을 조명하였다. 사가(私家)에서 감상되었던 작품들을 보여 주는 공간이므로, 공간을 모두 직사각형으로 분할하여 전통 한옥을 형상화하였다.'화원의 길: 조선의 화원들'에서는 장르와 상관없이 조선 시대 화원들과 그들의 작품을 조명하였는데, 길고 구불구불한 공간을 구획하여 마치 화원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길을 거니는 것처럼 구성 하였다. 반면 화원들이 창안한 새로운 회화 세계를 보여 주는'붓으로 펼친 조선의 모습'에서는, 화원들의 명작을 쾌적한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탁 트인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특히 전통 한옥과 정원 안에서 화원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전통 정원과 정자를 형상화한 휴게 공간을 만들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 또한 휴게 공간에는 전시 도록을 디지털화한 e-book과 조선 회화사의 권위자들이 조선 화원의 중요 개념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상영하여 관람객들이 심도 깊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삼성미술관 Leeum은 2011년 10월 13일부터 2012년 1월 29일까지 리움 개관 7주년 기념『조선화원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6년의 『조선말기회화전』이후 5년 만에 리움에서 열리는 고미술 기획전으로,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문인화와 함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는 화원화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전시이다. ● '화원'은 국가에 소속된 전통시대의 직업화가를 일컫는다. 화원들은 궁중에 근무하며 왕실에서 쓰이는 각종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참여하여 왕실의 권위와 통치 이념을 시각화하는 한편, 당대의 여러 화가, 후원자들과 교류하며 가장 속된 그림부터 문인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관념산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또한 18세기 후반에는 탁월한 필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풍속화'와 같은 새로운 장르를 창안하여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원들은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몇몇 대가들을 제외하고는 문인화에 비해 제대로 조명되거나 평가받지 못했다. ●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가별, 연대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화원화가들의 업적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조선 최고의 예술가 집단이었던 화원화가들의 정체성을 부각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화성능행도」(보물1430호), 김홍도의 「군선도」(국보139호), 장승업의 「영모도 대련」 등 국내외에 산재되어 있는 화원화가의 대표작 110여 점이 출품되어 화원의 예술적 성취를 한 눈에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전시 연출에 있어서도 갤럭시탭 등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고 역동적이고 입체감 있는 공간 구성을 시도하여,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회화에 관람객들이 한 걸음 다가가 그 속에 담긴 놀라움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되는 「동가반차도」는 조선 말기 왕실의 위용과 이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화원들의 필력을 동시에 느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또한 국내 조선회화사 권위자들이 대거 참여, 집필한 전시 도록을 비롯, 『도화서 체험』 프로그램, 청소년과 중고등학교 교사를 위한 『틴즈 워크북』과 『교사 초청행사』, 전시와 관련한 심화 주제를 강의하는 『기획강좌Ⅰ,Ⅱ』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전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이번 전시가 조선 화원들의 예술혼과 업적을 재평가함과 동시에 화원의 붓에 투영된 조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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