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공공기관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스펙초월 소셜 리크루팅’의 일환으로 올해 5월 한국남동발전이 국내 공기업 최초로 고졸청년인턴 1차전형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도입했다. 이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하반기 대졸신입직원 채용에 SNS를 사용했고 SK텔레콤은 채용 전 과정을 SNS로 진행하는 '소셜 매니저’를 이용한다.
전통적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대신 SNS상 표현한 미디어 콘텐츠가 채용의 중요 자원이 되면서 구직자 사이에선 SNS 활동도 중요한 스펙관리로 인식되고 있다. 소셜 리크루팅이 구인자와 구직자 간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인식과 함께, 지원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 위험성 논란도 만만치 않지만 지원자의 SNS를 채용에 활용한다는 기업이 50%가 넘는다는 한 조사 결과를 보듯 시대적 흐름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소셜 리크루팅은 세계적 트렌드
소 셜 리크루팅의 가장 큰 장점은 구인자와 구직자가 수시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구인자 입장에서는 구직자의 정형화되거나 단편적인 정보 이상의 일상적이고 입체적인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반면, 구직자는 스펙 이외의 자신의 개성, 창의성, 잠재력 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미국의 리크루팅 소프트웨어업체 잡바이트는 2012년 기준 약 92%의 미국 기업이 이력서 대신 링크드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고 밝히며, 채용 담당자들이 학력, 수상경력 등의 정형적 지원자 이력보다 개인의 일상 속 인성, 사회성, 각종 습관 등을 엿볼 수 있는 소셜 미디어를 채용 자료로 선호해가는 추세라 소개했다. 또 73%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적인 채용을 했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코리아도 작년 11월 차세대 HCM(인적자원관리 소프트웨어) 전략 설명회에서 HCM이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과 통합돼 있어 채용공고를 내면 자동으로 리쿠르팅 공지에 뜨고 그 곳에서 받아진 인재 데이터가 자동으로 HCM으로 들어오는 시스템을 포춘 기업 상당수가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해외에선 소셜 리크루팅이 채용 방식으로 널리 자리 잡혔음을 시사한 바 있다.
SNS로 기업은 구인광고를 내고 구직자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소셜 리크루팅은 최근 국내서 불고 있는 학력 등의 '스펙 타파’ 채용 요구와 결부돼 탄력을 얻고 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에서 표현되지 못하는 입체적 개성이 이미지, 영상, 멘션 등을 통해 프로필화 됨으로 인해 구직자를 보다 잘 표현할 수 있다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펙타파 소셜리크루팅
정 부가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한 '스펙타파 소셜 리크루팅’은 기업 및 기관이 채용 공고를 SNS에 올릴 뿐만 아니라, 서류전형, 인적성 등의 일부 채용 과정도 페이스북 등 SNS에서 직접 진행한다. 미션 부여 및 수행, 평가 등의 전 과정이 SNS상에서 진행된다. 온라인의 특성상 이미지, 영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으며 SNS의 특성상 타인의 수행물을 다수가 보고 평가해 다면 평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승 건국대 미래지식센터 교수는 “'스펙을 초월’해 열정과 스토리를 가진 정말 좋은 인재를 수직이 아닌 상호관계(소셜)에서 서로 관찰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정말 좋은 인재를 '리크루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기존의 정량적이고 양적인 스펙 기준으로 다수를 걸러내고 소수에게 면접 기회를 주던 방식이 꿈과 끼 있는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보고, 지원자 개개인의 역량과 문제해결능력을 SNS상의 다수에게 검증 밟을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지 금까지 진행된 한국남동발전 고졸청년인턴 채용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졸신입사원에 사용된 스펙타파 소셜 리크루팅은 학벌 등의 단순 스펙 중심이 아닌 창의력, 열정 등의 비인지적인 역량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과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의 서류, 필기전형을 거치는 채용방식과 동시에 일체의 서류 및 필기 전형 없이 SNS로 최종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는 방식 둘을 병행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신입직원 공채 사례
중 진공은 올 6월 행정-기획, 경영지원 및 중소기업 정책자금 심사직을 채용하며 국내 공공기업 최초로 대졸신입사원 채용에 SNS를 활용했다. 6월 24일부터 7월 14일 3주 동안 1주일 단위로 3개씩 총 9가지 미션 수행과 상호 평가를 완료하게 했다.
월 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미션을 수행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복수중복평가가 가능한 참여자 간 상호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다음 스테이지 기간 동안에는 상호평가 결과 상위 10~30%를 대상으로 채용기업의 선배직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30여 명의 소셜 평가단이 주어진 평가지표에 따라 5점 척도로 검증 평가해 최종 면접대상자를 선발하는 순서로 다면평가가 진행된다.
9가지 미션은 정해진 일자에 공개되며 개인의 꿈, 비전, 취업 혹은 창업에 임하는 태도, 조직 적응도 등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돼 있고 각 스테이지마다 약 4~8시간 정도 소요되는 수준이다. 각 미션은 미션 지시문, 미션 수행을 위한 조건문, 미션 수행을 위한 참고이미지 등으로 구성되고, 미션 수행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으로 첨부해야 한다.
미션은 크게 스토리 방식과 오디션 방식으로 나뉘는데, 스토리 방식은 특정 시간 제한 없이 자신이 살아온 과거 중 자신에게 잠재된 경험치, 능력치를 찾아내 스토리로 풀어내는 방식인데 반해, 오디션 방식은 3주 중 특정 시간을 제한해 그 시간 동안 순발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찾아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상호평가는 지원자 그룹을 A, B로 나누고 서로 경쟁 중이 아닌 다른 그룹의 참여자들이 미션제출물을 5점 척도(형편없음, 부족함, 평범함, 훌륭한, 정말 탁월함)로 평가하게 했는데, 평가 태도도 미션에 포함돼 이를 하지 않으면 미션 미수행으로 간주했다.
올해 4월 한국남동발전은 전기와 기계 두 부문을 대상으로 고졸사원을 채용하며 기존의 서류 실기 전형과 함께 SNS를 통해 인적성 검사와 최종면접자를 가르는 방식을 병행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중기공과 달리 오디션은 소셜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진행하고 서바일벌 방식을 사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 외에는 1주일 단위의 미션수행, 상호평가, 70명 규모의 전문 소셜평가단 검증 등의 순서는 중기공과 동일하다. 5개월의 인턴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전환율은 90%에 이른다고 남동발전측은 밝히고 있다.
'스펙초월 소셜리크루트’ 방식은 기존의 채용에 비해 지원자가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많고, 30~70명 정도의 전문 평가단의 검증, 상호 평가가 이뤄지는 다면 평가 방식이 이뤄진다. 단기간에 소수에 의해 평가되는 방식에 비해 평가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며 스스로 비전과 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한다. 스펙초월 소셜리크루팅 프로그램을 만든 차후 미래인재연구소는 한국남동발전 채용 응시자 중 30%가 '나의 꿈, 나의 비전’이 가장 유익한 미션으로 꼽았다고 소개했다.
민간기업 가운데는 SK텔레콤이 인턴사원 채용의 전과정에 SNS를 활용하는 소셜매니저를 사용하고 있다. 작년 550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소셜 매니저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소셜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하며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인턴사원이다. 채용과정 자체에 SNS를 활용한 사례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원접수부터 각 단계별 미션 수행, 최종 선발에 이르기까지 채용의 전 과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며 최종합격자는 6월말부터 6주간 SK텔레콤 본사에서 근무하며 소셜 마케팅 실무 경험을 쌓으며 업무에 참여하게 된다. 합격자는 SK텔레콤 하반기 공채에 서류전형 특전을 받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효과적 활용 전략 구축 필요해
소 셜 리크루팅에서 우리보다 앞선 미국은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 논란도 겪고 있다. SNS상에서 제3자가 볼 수 없도록 설정한 내용도 보기 위해 일부기업은 지원자에게 SNS 이름 및 암호를 요구하거나 면접 자리에서 직접 SNS에 로그인을 하도록 해 개인정보보호법과 고용차별법 위반 문제로 확대된 바 있다. 소셜 리크루팅을 사칭한 스팸메일의 증가, 온라인 평판 관리를 신경 쓰는 구직자를 겨냥한 사기, 자기검열 된 SNS 등도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소셜 리크루팅은 기존의 채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며,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 7월 23일부터 25일간 열린 '소셜 리크루팅 전략 컨퍼런스 (http://www.socialrecruitingstrategies.com) 에서는 GM, HP, 그루폰 등의 글로벌 기업, 에이온휴잇 등의 글로벌 HR컨설팅사가 모여 사례 및 전략을 모색하는 장을 가졌다. 이곳에선 ▲소셜 미디어를 통한 기업 브랜드 전략 ▲링크드인 전략 ▲데이터 활용 전략 등이 보다 발전적으로 모색됐다.
소셜 리쿠르팅이 채용 과정에 직접적으로 들어온 사례는 아직 많지 않고, 그 효과도 아직 검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등 소셜 리크루팅을 미리 도입한 나라에서는 부작용과 효과적인 활용 전략이 지속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주류이기에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 의도적인 평판 관리 등 선행 국가에서 나타난 단점에 주목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지원자를 합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필자 : 이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