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지혜 7,7-11. 제2독서 : 히브 4,12-13. 복 음 : 마르 10,17-30.
한 주간동안 잘 지내셨나요? 주일 미사 때마다 나누는 이 인사가 오늘은 더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지난주일 미사 때, 제가 없어서 많이 당황하셨죠? 본당 미사에 참석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싶으시겠지만 저에게는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더 이상 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김인호 신부님의 “거룩한 독서” 특강이 있는 날이라 강론 대신에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이렇게 글로 전하려 합니다. 며칠을 병원에서 푹 쉬며 뒤돌아보니 제가 프랑스를 다녀온 뒤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봅니다. 모임 때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해미와 공세리 성지를 다녀오며 무리를 해서 그저 술병이 난줄 알았습니다. 금요일 밤에 자려는데 헛구역질만 하다 그치기를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구토를 심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피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누워 있다가 간신히 어린이 미사와 학생 미사를 봉헌하고 밤 9시에 박주환 신부님 차로 대전성모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여러 증상을 설명하고 피검사를 했는데 글쎄 심근경색이 의심스러우니 시술을 받아야한답니다. 그러나 당시 성모병원은 수술실 공사 중이라 가까운 건양대학교병원으로 옮겨야했습니다. 그래서 응급차를 타고 이송했습니다.
다시 건양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가서 피검사와 사진을 찍고 기다리는 중에 왼쪽 가슴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숨 쉴 때마다 심장을 쪼이는 느낌이 들면서 가슴과 등이 아팠습니다. 처음에는 온몸이 아파서 그냥 어깨가 결린 줄만 알았던 것입니다. 결국 심근경색으로 판명이 나면서 시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마침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심근경색으로 95세 할머니가 시술을 받으러 이송해 오셔서 바로 뒤이어 제가 스텐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부분 마취를 하고 오른 손목의 혈관에 넣어 시술을 했는데 30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나중에 박주환 신부님이 보호자 자격으로 영상을 확인했는데요.
3개의 큰 동맥 혈관 중에 1개가 100% 막혔었다고 합니다. 다시 응급실로 내려와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점심 때 퇴원을 하고 대전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주일 오후에 일반병실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쟁을 치루고 지친 몸을 침실에 눕혀 하루 쉬면서 회복하고 나니 다음 날 아침 너무나 멀쩡해졌습니다. 언제 그랬나는 듯이 말이죠. 하지만 처음에 구토할 때 피가 나왔다고 한 게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전날 제가 와인을 먹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와인이 피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쉬면서 몸을 회복한 다음 퇴원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월요일 저녁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당뇨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2년 전 종합검진 때도 당뇨가 의심되니 경계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게 여지없이 무너지고 나니 지금은 당장 약으로 당 조절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목요일 퇴원할 때까지 책도 읽고 제 삶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2005년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난 후에 얻은 제2의 인생은 제가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려고 노력했었는데요. 이제 스텐트 시술로 얻은 제3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했지만 먹는 것과 운동을 빼면 그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시는 하느님께서는 “내가 기도하자” 그리고 “간청을 올리자”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셨습니다. 때로는 제 마음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움직이셨습니다. 그저 술병인줄 알고 쉬려고만 했던 저를 박주환 신부님을 통해 대전성모병원 응급실로 갈 수 있도록 해주셨고, 건양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도 여의도 선생님을 통해 명의가 스텐트 시술을 집도하도록 해주셨고, 95세 할머니가 이송되면서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또한 그 시간에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 덕분에 하느님께서 제 생명을 살려주셨습니다.
반면에 오늘 복음을 보면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달려와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와서 나를 따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습니다. 어쩌면 제가 움켜쥔 재물은 제 생각과 의지를 비롯한 모든 욕구를 내세우는 삶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움켜쥔 재물을 모두 내려놓고 예수님을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술과 음식은 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이제와 돌이켜보니 너무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여러분이 본 제 모습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면 여러분에게 저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었을까요? 그런데 복수동 성당에서 여러분에게 기억되고 싶은 제 모습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고 떠난 뒤에도 그리운 사람입니다. 몸을 추스르고 제일 먼저 고해성사의 은총 속에 새사람이 되었고 병원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으니 이제 다시 복수동 성당에서 기쁘게 살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세요. 그리고 제 병원비는 모두 교구에서 제공되기에 비록 그에 상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 작은 정성을 모아 성전건립기금을 봉헌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랑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라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