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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김창균 (시인)
조광태 시인은 강원도 철원 사람이다. 철원에서 출생하여 지금까지 철원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철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본의 모순과 부조리와 싸우는 노동자이며 통일을 간절히 원하는 통일 염원자이다. 철원은 조광태 시인에게뿐만 아니라 분단의 땅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예민한 장소이다. 조광태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철원에 있는 구체적 지명뿐 아니라 철원 이외의 한반도 각 지역의 지명들이 공간이 아닌 장소로써 등장한다.
장소는 모든 것을 위한 토대이며 배경이다. 앨러스테어 보네트는 “장소는 이른바 인간이 된다는 것의 변화무쌍하고도 근본적인 측면이다. 우리는 장소를 만들고 장소를 사랑하는 종이다”. 또 그는 “사람들의 가장 근본적인 관념과 애착은 아무 곳에서나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장소와 맺는 관계 안에서, 그리고 관계를 통해서 발생한다”라고 했다. 조광태 시인은 “멈추어진 침묵의 세월 속에/묻혀 있는 잊힌 이름들/그 이름들도 일으켜 세워서/잊힌 마을 이름을 불러 보는/외촌리 내포리 사요리 강산리/그런 지명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그런 날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절규하듯 말한다. 이와 같이 조광태 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구체적 장소를 통해 자신의 시의 지평을 확장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자 한다. 그리고 그 장소가 기억하는 과거의 평화로운 시절을 복원하고 더 나아가 장소와 장소를 잇는 것을 통해 자신이 간절하게 열망하는 지점인 통일에 이르고자 한다.
조광태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랐으며 현재 살고 있는 분단의 가장 앞자리에 있는 그곳, 철원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 장소는 지금 그 장소가 가지고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잃어가고 잊히고 낡고 훼손된 채 존재한다. 하여 시인은 그 훼손된 장소를 정성스럽게 복원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려서 이루고 싶은 것은/이 땅이 옛 모습으로 돌아가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또한 철조망을 걷어내고 ‘월정역’에서 멈춘 기차를 다시 일으켜 중국과 시베리아를 넘어 유럽으로 가고 싶다는 아니 가야 한다는 통일에의 열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간절한 열망은 마침내 조광태 시인 개인의 꿈을 넘어 “철조망을 넘어서/분단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가는/우리의 꿈”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조광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분단이 초래한 비극적 장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기억 및 과거의 장소에 대한 복원과 철마를 일으켜 북쪽으로 달리고자 하는 소망은 이 시를 읽는 우리를 끝내 장소 저 너머로까지 데리고 갈 것이다. 마침내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간절하고도 격렬한 분단 너머의 그 지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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