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같이 찾아온 필연 : 중국어
중국어 기초반 자치회장 서형진
니~ 하오! ( 你 好! )
어느날 나에게 닥아온 아름다운 인사말.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만나지고.그 인연들을 엮어서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만들어 가는가?
나에게는 지금 가족을 이룬 구성원들보다 더 오래된 한 인연이 있다.
약 40여년전 시골에서 자라며 그냥 좋아서 올라 다녔던 고향 뒷산 오르기가
내가 성년이 되고, 기초 학력을 마치면서, 또 다른 큰 산을 찾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시절 열악한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경제사정은 산을 찾는 준비물로 미군 군용물품
흘러나온 것으로 옷. 배낭. 탠트. 심지어 식기 까지도 일색을 갖추어야할 지경이었으니....
그렇게 시작한 산행길이 어언 많은 세월이 지나고, 제법 이름난 산들을 찾으며,
급기야는 우리민족의 뿌리. 우리 겨레 최고의 영산이라는 이름으로 백두산이 다가왔고,
때마침 여건이 되어 백두산 장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하여 이제는 몇 번에 걸친 백두산 산행을 했지만, 5~6년 전 처음으로 백두산을 찾는
여정의 설래임은 정말 잠을 못 이루는 기대감의 연속이었다.
그 여정이 바로 북으로 가는 우리의 땅이 아니라, 산도 물도 낯 설은 중국 땅을 거쳐야 됨에랴....
민족의 영산!
그 설래임과 광활한 대지의 압도하는 힘을 떨치고라도, 평소 우리나라 생활에서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던 한문실력이 졸지에 앞이 막막한 느낌으로 눈앞에 닥쳐왔다.
심양 시내의 은행 간판이 ' 农业银行(농업은행) '으로 내 눈을 당황하게 만들고,
청태종 황태극의 왕릉인 북릉에서는 현지 가이드로 온 역사 상식이 모자라 보이는
앳된 우리동포 여자대학생의 설명이 재미없어서, 한문과 영문으로 된 설명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한문 문맥마다 막아서는 현대 중국어의 간자체를 만난 당혹스러움은 아무리
그 부분을 어슬프나마 영어 설명의 힘을 빌린다해도 가슴이 갑갑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머릿속을 휘젖는 현대 중국어에 대한 아쉬움은 우리 선열의 발자취가 어린 연길. 용정. 도문. 두만강으로
이어져 갈수록 더욱 심해져 갔다.
옛 선열들의 유적을 찾는 여정에서 현지 조선족 가이드로 온 노련한 노처녀의 입담으로
"이따꺼 쓰팔너마( 李大哥 吃饭了吗 : 이형 식사 하셨습니까? )"라는 아리송한 중국어 재담과 동북 3성에서 가장 크다는
과수원을 소개하며 '핑구아리'라는 과일이라 소개할 때, 정말 외국에서 외국 풍물을 듣고 보는구나 했었다.
내가 보기에는 크기가 좀 작은 산골사과 같은데 말이다.
한국인을 위한 재담식 중국어 발음을 접해보고 그래 이제 집에 돌아가면 방법을 찾아보리라!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만남은 하늘이 만들고, 관계는 사람이 만든다 했든가.
평소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라 간혹 책을 빌리곤 했었던 '구 효목도서관' 현관 안내판에서
바로 그 해결책을 만날 줄이야.
사람의 만남 중에서 애타게 갈증을 느끼던 만남이 문득 우연같이 눈앞에 찾아오는 그 감동을 느낀적이 있는가?
그 떨림과 흥분은 가슴을 치고, 이 인연의 만남은 꼭 의미 있는 관계로 만들리라 다짐하며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바라던 시기에 좋은 느낌으로 시작한 멋진 교육 기회!
이제는 모든 하던 일거리에서 은퇴의 수순을 밟는 시기에 찾아온 이 좋은 만남이 어찌 대견스럽지 않겠는가.
좋은 교수법과 해박한 지식을 겸비하신 강사님은 또 무료봉사라고 하시니....
그렇게 맺은 인연이 어언 몇 년. 그 동안 시작은 했지만 중도에서 끝내지못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우리 기초반에서 닦은 실력으로 다른 중급반으로 진출하여 더 많은 능력을 쌓아가는 학생들도
많이 있는것을 볼 때, 이 교육과정을 만난 행운은 정말 보람있는 것이었다.
기초과정이지만 나이 들어서 다시해보는 공부가 쉬울 리가 있겠는가.
우선 눈에 익은 한자들의 새로운 발음들이 반갑고, 생경하게 들리던 중국어 발음이 점차
체계적으로 귀에 들리고 내 입으로 발음이 되는 그 황홀함은....
아-! 이 글자였구나. 하고 반가웠던 간자체와 진짜 중국어로 서투러나마 인사도 나누어보고,
짧은 대화도 시도해보는 그 기쁨은 대단한 성취감으로 찾아왔다.
수강을 시작한 후 약 1년만에 다시 찾은 요령성 무순시. 유명한 중화요리 식당에서 현지 가이드는 자기일로 자리를 비우고,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큰소리로 고함만 지르는 동료 여행객들의 주문에 깜짝 놀라 당황하며,
눈만 동그랗게 굴리고 있는 여종업원을 불러 아는데로 중국어로 통역 해주었고,
그 통역이 통했을 때의 감격스러움이란!
제법 화기애애하게 써비스를 받고는, 그 동안 내 눈치만 살피며 수고 많이한 아가씨를 불러서,
그냥 즐겁게 떠드는 동료들의 한국말을 통역하는체
'저 사람들이 아가씨가 굉장히 예쁘다고 말한다'라 말해주며, 빨간색 旗袍
(치빠오: 중국 여인의 종아리가 터진 원피스 옷)가 아름답게 어울린다고 칭찬하여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최상의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을 때!
상상이 되는가? 그 장면이....
그 뒤에의 중국 여행 시에는 제법 여유가 생긴 대화도 시도해 보았고....
우리가 일반인으로 살아가면서, 꼭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전 세계가 같은 생활권으로 연결되는 이 시대에
조금 시간을 내고, 또 노력하여 필요한 외국어는 최소한이라도 생활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멋진 일들을 준비하고, 뜻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 수성도서관 및 공공도서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찬사를 보내며, 더 많은 이들이 그 기회에 동참했으면 한다.
谢谢(감사합니다).
첫댓글 이렇게 좋은 글에 댓글이 없다니 ?형님의 학구열에 크게 감동 하였습니다.
다만 바람님이 부러울뿐~~~그열정에 ㅉㅉㅉㅉㅉ
위글을 읽어면서 부끄러워 얼굴 빨게 지고 저 자신을 또한번 돌아보게 합니다,마음이 뭉클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