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냉면집 이야기
삼 솥처럼 푹푹 찌는 듯 덥다. 냉방기를 밤새 켜놓고 자도 몸은 무겁고 짜증도 조금 난다. 좁은 장소에 둘이 며칠을 같이 지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러니 아내가 식상하리라는 생각에 어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북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 어디에서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마포 어디에 옥류관 출신 냉면 요리사가 자리 잡고 오는 손님 긴 줄 세우며 성업 중인가 보다. 아침마당에 유명 냉면집 주인들이 출연 했을 때 들어서다.
요즘 주말부부되어 같이 사는 막내가 그랬다. 서울 3대냉면집이 을지면옥, 우래옥, 그리고 뭐, 평양000 ? 라고 했다. "오늘은 을지로 가서 냉면이나 한 그릇 먹을 란다." "아빠 오늘 퇴근시간 맞춰 와. 같이 가자" 내깐에는 좋아서 아내에게 재가를 물으니 "뭔 말을 해요? 그키 몰라요?" 한 방에 나갔다.
을지 냉면은 가본 적이 있고, 그 다음날.
우래옥(대치동에도 있다고 한다.). 5호선 을지로4가역 4번출구로 나와서 바로 우회전하니 좁은 골목길에 승용차가 꼬리를 물었다. 아! 우리가 유명맛집에 오긴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마침 토요일이고 12:30 쯤이다. 대기순번 노트에 적고 물으니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빽빽한 대기실에 준비한 의자가 다 차고 서 있는 이들이 많다. 35분 정도 지날 쯤에 불렀고 물냉면 두 그릇(2x13,000원)을 주문하는데, 사리는 4000원짜리가 있고 7000원짜리가 있단다. 친구에게 물으니 보통을 먹겠다기에 나는 4000원 사리를 하나 추가 했다. (아마 사리 하나는 4000원 둘은 1000원을 빼고 7000원인 것 같다) 보통을 먹은 친구가 양이 적지 않다는데, 나는 사리 하나를 더 먹었으니 배가 뿔룩이다. 혈당이 떨어지는 현상을 몇 번 겪고부터 식사를 조금 늘였더니 배가 많이 나왔는데, 좋아하는 음식에 식탐이 크니 내 배가 둥글빵빵챙피한 기분이었다.
물냉면 평 ; 친구 / 은은한 육수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 나 / 최고였다! ㅡ 개인차가 크다! 상대적이니까 '왜?'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을지냉면은 을지로3가역 5번출구 앞에 있다. 찾아보니 11,000원에 사리가 7,000원이란다. 오늘도 더운데 혼자 빠져나갈까 하다, 혼자 7000원짜리 사리를 더 먹을 수가 있겠나? 하는 생각에 포기했다.
오늘도 그냥 논 스톱으로 지나간다 내일은 누구와 같이 냉면 한 그릇 먹고 싶다. 가까운 친구들이라도 "낼 냉면 무로가까?"하고 선뜻 전화하기가 그렇다. 조금 슬픈 일이지만 어쩌나. 그리고 또, 친구랑 같이 먹고 싶은 걸 어쩌나!
첫댓글 저는 아버지가 초급 장교시절 돌도 안된 저를 안고 다니셨다는 오장동의 흥남집 냉면을 가장 으뜸으로 칩니다.다닌지 65년 맛에는 변함이 없는듯 한데 1만원에 사리는 5천원 그래서 다시는 안가기로 했습니다. 양도 적으면서 가격은 자꾸 올라가서.
어느 여름 엄마랑 두분이 냉면 드시고 나오는데 제가 간지나게 다린 아버지 군복에다 설사를 해서 아버지가 상당히 당황하셨다는 얘길 생전의 엄마께 여러번 들었지요. 이북에서 냉면집을 하셨다는 울 큰고모님 덕에 울 부모님과 저 큰아들 3대가 다 냉면을 좋아합니다만 먹고나면 본전 생각나는 냉면 또 먹고싶네요.
영등포시장 건너편 냉면집은 78년부터 다닌집인데 나름 맛있는 집이죠. 생전의 시아버님 모시고 갔는데 치아가 안 좋아서 잘 드시지 못하던 그때 그 모습이 생각나네요. 너무 멀어 싸달라고 할수도 없고
다 싹ㅡㅡㅡ 비우고,
입술 닦고 있습니다.
이여사님 추억이 남은 곳에서요.
Thanks
냉면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 있네요.
긁어서 신세진 기분이 묘합니다.
어서 갚을 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냉면은 포장이 안되지만 제가 만두도 좋아해서 할배가 포장해왔는데 김치만두네요. 본인은 고기만두라고 생각하고 가져왔다는데 암튼 덕분에 만두 잘 먹었습니다. 날이 너무 뜨거워 나오시기도 힘드셨을텐데 냉면은 맛이 괘안턴가요?
ㅎㅎ
기국장이 섞어서 포장을 주문한 것 같은데... 우짜가이고요! ㅎ
고기만두만 들어있었어요 우리집에는요. ㅎ
저녁에 출장온 막내사위와 함께 식탁에 올려 먹으며
감사한 말씀을 나눴습니다.
나는 생각지 않은 선물에 어리둥절 감사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