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요한 6:35, 41-51)
김완술 레오 신부 / 인후동교회
‘나는 생명의 빵이다’
오늘 예수께서 군중들에게 선언하신 말씀이다. 이 생명의 빵을 먹으면 영원히 죽지않을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덩이로 수천 명을 먹이신 다음의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말씀을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시려는 것이구나라고 받아들인다.
‘물고기를 잡아서 가난한 이에게 주면 한 끼 배부를 것이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배부를 것이다’는 이야기가 나돌던 시절이 있었다. 대를 잇는 가난을 물리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활센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이야기였다. 그때는 꽤 유용한 이야기였다.
지금은 그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불러오지 못하는 시대. 지구환경의 지속 불가능성을 절감하는 시대에 당장의 분배요구를 폄하하고 노동과 생산에서 탈빈곤의 해법을 찾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내년(2025년)은 1945년으로부터 80년을 맞는 해다. ‘광복’ 80년을 맞는 해라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으로 분단된지 77년을 헤아리는 해를 맞이하게 된다. 남북의 분단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미국과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 협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속에서 대한민국 번영의 기록은 세계적이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현대세계가 이룩한 인간적 기적이자 인류사적 성취의 기록이다.
가난한 약소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이제 선진국과 선도국을 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산업화를 시작할 시점의 1인당 지디피 94달러에서 2021년 3만4998달러, 300배를 넘어 400배에 가깝게 늘었다. 굶주리고 가난했던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를 앞뒤로 오르내리는 경제규모에 도달했다.
그러나, 한국은 나라의 갈등지표에서 오랫동안 OECD 선두를 지키고 있다. 종교와 인종갈등이 없는 나라로서는 단연 갈등 선두국가이다. 세계 최고의 갈등국가인 것이다.
더구나 한국경제는 빛의 밝기만큼이나 어둠도 깊다. 대한민국은 지금 두 개의 현실, 두 개의 한국과 마주하고 있다. 사회의 전 영역, 전 부문, 전 세대, 전 계층, 전 지역에 걸쳐 불평등이 악화일로에 있다.
2022년 현재 월평균 근로소득은 전체평균 312만910원일 때, 하위 10%의 평균은 9만4887원이고 상위 10%의 평균은 883만3642원으로 거의 10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북의 분단에 이어 남한 내의 분열이 심각하다.
한국은 위로는 국가의 공적역할 실종에 아래로는 인간관계가 해체됐다. 국가의 공적 역할과 관련해서논의를 줄인다 하더라도, 오늘 우리사회에서 이웃은 없거나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삶의 가치에서 건강과 가족, 이웃과 공동체보다 물질이 우선하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 믿는자여!
예수 안에서 생명의 빵이되어 이웃을 섬기는 것이 오늘 한국을 살리는 길이요, 통일을 만들어가는 길이라 믿는다.
우리는 지금 정치·사회혁명과 정신·인간혁명이 절실하다. 그것을 싹틔우지 못하면 한국은 살아남자 못할 것이다.
오늘도 예수께서 생명의 빵으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