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K씨는 10년전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폭포 인근에 땅을 매입했다. 가격은 평당 1만 원선이었다.
K씨는 최근 그 땅을 평당 6만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았다. 땅이 있는 마을 사람들이 동네 주민들의 공동 목적으로 매입한다면서 제시한 가격이었다. 마을 이장은 "사실 평당 5만원도 받기 힘든 땅이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해서 비싸게 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그는 얼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많이 오르기도 했고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겠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잔금까지 받은 뒤에야 그 땅을 시세의 반값에 매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고보니 당장이라도 평당 12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 폭포 옆에 붙어있으면서도 개발이 가능한 땅이어서 희소가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K씨가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땅을 넘긴 것은 결국 정확한 가격을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사실 외진 곳에는 중개업소가 없다보니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봐야 시세 파악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배타적인 성향을 가진 시골 사람들은 시세를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외지인이 땅을 사러왔다고 하면 시세보다 턱없이 높게 부르고, 반대로 팔러왔다고 하면 시세가 형편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토지시장에선 동네주민의 말을 무턱대고 믿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지방권 토지시장이 각광받으면서 땅맛을 본 이들이 많아 요즘은 서울 사람 뺨치는 사례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연예기획사 사장인 K씨는 18년전 강원도 홍천강변에 소재한 땅 10만평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땅은 홍천강 조망이 가능해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는 최근 모기획부동산으로부터 땅을 40억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았다.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던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땅값이 크게 오른 것을 알았다.
옛날에는 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해 별 가치가 없는 땅이었는데 전원주택 펜션 바람이 불면서 지금은 전답보다 휠씬 가치가 높아져 있었다. 마침 사업상 돈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기획부동산의 제안에 솔깃했다. 땅값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그것도 일시불로 주겠다고 제시한 점도 매력이었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기 직전 동네 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땅을 팔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장 50억원은 받을 수 있는 땅을 싸게 넘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들은 K사장은 일단 계약 날짜를 뒤로 미뤘다. 그리고 믿을만한 전문가들에게 가치 평가를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50억~6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마터면 10억 원이상 손해볼 뻔 했다는 생각에 K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땅을 파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앞의 두가지 사례에서 봤든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면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값에 땅을 매도하게 된다. 시세 파악이 어렵고 남을 땅을 거져 먹으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제값을 받고 파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시세를 정확하게 조사해 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땅 주변의 동네사람들도 잘 사귀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 방법 밖에 없다.
이 때 가장 좋은 전략은 먼저 베푸는 것이다. 하다못해 음료수라도 사들고 찾아가서 마음을 얻어야 한다. 도무지 시세파악에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컨설팅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속아서 헐값에 파는 것보다 휠씬 낫다. 부자일수록 컨설팅을 잘 활용한다. 반면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비용이 아까워서인지 스스로 해결하려다가 낭패를 보곤한다.
믿을만한 중개업소를 확보해 그에게 중개를 맡기는 것도 좋다.
토지시장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충청권 강원권 경기권 여기저기서 상승세가 멈췄거나 하락세로 반전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또 풍선효과를 노리고 충청권 외곽지역 땅을 선점했던 이들이 후속 매수세가 없어 발목을 잡혔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땅값이 너무 많이 오른데다 2년정도 상승세를 이어간 상황이어서 지칠 때도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토지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공격적으로 매수에 뛰어들었다간 "상투"를 잡기 십상이다. 이럴 때에는 바람에 휩쓸리기보다 길게 보고 저평가된 곳을 찾아다니는 토지 고수들의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두 달동안 4만km 뛴 L씨
10년째 땅 투자를 하는 대전 토박이 L씨는 최근 지난 두 달동안 충북 보은지역을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머리 속엔 신행정수도라는 재료는 없다. 이미 수혜지역은 오를대로 올랐고 수혜지역이 아닌 곳도 풍선효과로 거품이 낀 상황이어서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그는 재료를 쫓아다니면서 치고 빠지는 투자방식을 구사하지도 않는다. 그가 보은에 관심을 둔 것은 청원~상주간 고속도로와 25번국도,19번국도 등의 개통.확장이 다가오면서 교통여건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륙에 위치한 데다 교통여건이 나빠 낙후된 곳이지만 교통여건만 개선되면 대전 청주 등 주변도시에서 차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공략대상으로 삼은 곳은 계곡 옆 경치좋은 땅이다. 속리산이 자리잡고 있는 보은은 산악지형이다. 이런 곳은 도로변보다 경치 좋은 땅이 낫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공단 등으로 개발되기 보단 전원주택이나 펜션 부지 등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투자대상을 찾기 위해 최근 두달동안 자동차로 무려 4만km를 뛰었다. 그 기간동안 속리산 주변 계곡 땅을 1백필지 이상 봤다. 매물로 나온 땅의 거의 다 답사했다. 그중에서 그가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땅은 2개 필지뿐이었다.
그는 두달여의 고생 끝에 겨우 두 필지를 매입했다. 매입한 땅에 끌린 것은 시세보다 싸다는 점때문이었다. 평당 5만원대여서 농업진흥지역의 농지가격밖에 되지 않았다. 땅주인의 자금사정이 급해 시세보다 낮게 나온 물건이었다.
살 때 시세보다 싸게 매입해 매입때부터 먹고 들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투자 철학. 절대가격이 낮다는 점도 구미를 당겼다. 그는 절대가격이 낮은 땅을 선호한다. 평당 5만 원짜리가 10만 원짜리 되기는 쉬워도 50만 원짜리가 1백만원짜리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야트막한 구릉이면서 앞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어 길게 보면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1급수가 흐르는 강이나 계곡 주변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매입한 땅 바로 옆 토지가 입지여건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평당 7만원대에 거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L씨의 투자방식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게 본다는 점,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품을 많이 판다는 점, 투기바람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점 등은 개미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토지 매입 신중하게
땅값이 많이 오른 시점에선 토지 매입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다음 기회를 노리고 매수 타이밍을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 매입을 하고 싶은 투자자는 옥석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너도나도 매입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고평가된 땅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중개업소 선택에 무엇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토지투자의 성패여부는 누구를 통해 땅을 사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요즘은 시세보다 10배까지 높게 땅을 파는 기획부동산이나 주인이 의뢰한 가격보다 높게 땅을 내놓는 중개업소들이 많다. 따라서 공략대상 지역의 가격 동향에 밝으면서 양심적인 중개업소를 확보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발품을 많이 팔면 팔 수록 좋은 땅을 고를 수 있다는 진리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투기바람이 지나가지 않은 지역 가운데 저평가된 땅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료원:한국경제 2004.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