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이끼>가 흥행 고공행진 중이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현재 200만을 넘었다.
헌데 좀 이상하다. <이끼>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좋은 먹이감(?)인데 까는 평론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강우석이기 때문인가? 김영진은 강우석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고, 김봉석과
듀나는 ‘산업폐기물’ 로 표현한 평론 정도 보인다.
CJ 엔터테인먼트의 독주에 그래도 년 10여 편 한국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이라는 파워에 대한 배려일까? 강우석까지 넘어지면 한국영화는 CJ 독점이 될거라는 염려 때문일까?
그러나 영화는 영화의 완성도로 평가 받아야 하는 법.
오늘은 강우석 감독의 <이끼>이다.
<이끼>는 감독의 전작을 기준으로 조금 독특한 선택이다.
그러나 만든 방식은 강우석 식이다.
그럴듯한 이슈 ;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인간에 대한 규정.
스릴, 미스테리 : 누가 허준호(유목형)을 죽였는가? 200억의 행방
인물의 상관관계 : 최후의 승리자는 누구인가(반전)
누가 가해자이고 칩입자인가?
<이끼>는 인간에 대한 규정에서 출발한다.
전직형사 정재영(천용덕. 이장)과 전과자들은 허준호(유목형)의 입장에서는 교화의 대상이다.
원죄를 씻어야 할 대상이고, 금욕생활을 통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대상이다.
반면, 정재영과 전과자들의 입장에서 허준호는 가해자이고 칩입자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데 자신들을 영원히 원죄의 대상으로
규정짓기 때문이다. 자신의 교화가 실패로 끝났음을 안 허준호는 정재영을 죽이려 하고 그들과 똑같은 살인의 근성이
자신에게도 있음에 절망한다. 결국 허준호는 죽음으로 아들 유해국(박해일)을 부르고 유해국은 그들 입장에서
또 다른 가해자와 칩입자가 된다. 검사(유준상)는 유해국(박해일)을 ‘가해자 관상’이라고 규정짓고, 이장에게는
“난 원래 당신이 싫어 !”라고 규정짓고 출발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외형상 이장, 천용덕(정재영)이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마다 터닝 포인트는 이영지(유선)에게 있다.
그녀는 이장, 천용덕(정재영)에게 몸을 허락하는(합의한 잠자리 같지만 강간과 다를 바 없음) 날, 이런 말을 한다.
“유 선생님은 저를 구원해 주셨고 이장님은 복수해 주셨죠”
영화를 유심히 본 관객은 영지의 대사에서 영화의 줄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천용덕과 유목형의 관계는 구원과 복수, 욕망이다.
유목형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고 구원하는 종교적 권력을 담당했고 천용덕은 세속적인 권력을 담당했다.
이 둘은 마을을 다스리는 두 개의 축이였다.
시간이 흘러 세속권력인 천용덕이 이미 용도 폐기된 유목형을 제거하는 것이다.
영지는 구원과 복수 중 모두를 성취한다.
어린 시절, 삼덕기도원 사람들에게 집단강간을 당했을 때, 성경책을 통해,
유목형과 천용덕을 이용, 구원과 복수 양 쪽을 얻었고, 이제는 유목형의 아들 유해국을 이용,
자신을 능욕한 천용덕과 하수인들에게는 복수를, 그리고 200억의 마을 재산 유일의 공동소유자로 남는다.
그리고 영지의 승리가 이 영화의 반전이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를 미스테리 추리물로 끌고 간다.
누가 유목형을 죽였는가? 200억의 재산은 누구의 소유인가?
천용덕의 정체는 무었인가? 마을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등이다.
이걸로 2시간 40분을 끌고 간다. 헌데 너무 길다. 길다 보니 곁가지가 들어가야 했다.
강우석 식 유머로 시간을 때워야 한 것이다.
정재영은 간혹 <월컴 투 동막골>의 애드립이 나오고, 유해진, 김상호도 그들만의
감초 애드립이 나온다. 결국 장르의 몰입을 방해하고 만다. 긴장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누가 죽였는가 하는 범인은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돈의 행방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이끼>가 2시간 40분 동안 지켜야 했던 것은 긴장감과 온갖 상상이 가져다주는 음산한 분위기이다.
오래된 영화지만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1974>를 보라.
영화 끝까지 지속되는 더럽고 지저분한 분위기, 그것이 <이끼>에는 없다.
감독은 분위기보다는 스토리를 택했다.
진석만(김상호)는 공기총으로 친구를 네 방이나 쏴 죽인 놈이고,
하성재(김준배)는 사창가 여자들을 불 태워 죽인 놈이고 천용덕(정재영)은 형사의 탈을 쓴
짐승 같은 놈이고 라는 설명으로 영화 전반부를 소비한다.
이영지(유선)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이 중요한 인물을 숨겨두지 않고 그냥 내러티브에서 드러내는 우를 범한다.
허니 마지막 승리자인 영지의 반전이 관객에게는 기냥 시큰둥이다.
그게 무신 반전인가 ? 관객 대부분은 영지에게서 반전의 느낌을 가지고 갔을 것이다.
그것도 영화 시작 1시간 안에.......
그리고 <이끼>에서 박 검사(유준상)를 굳이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유해국(박해일)과 박 검사를 묶는 것이 미스테리 추리물의 장르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끼>에서 박 검사는 빠져야 했다. 관객이 검사하면 되지 않나?
<이끼>는 너무 지루하다.
폐쇄된 천용덕의 마을에 관객을 가둬두지 못한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감독의 잘못된 영화만들기 접근으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
만일,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줄이고 이야기 구조에서 필림 느와르 식으로
만들었다면 연기자들의 연기는 빛을 발했을 것이다.
물론 캐스팅의 변화는 조금 있어야 겠지만...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너무 고민 없이 편하게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고 만든 것 같다.
마치 뷔페 음식점에서 접시에 가득 담긴 맛 나는 음식을 수북이 쌓아두고 먹지 못하고 식혜만 마시고
나온 느낌이다. 그럴듯한 이슈, 인간의 욕망, 복수, 구원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냄새만 피우고,
뭘 하나 제대로 건들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린다.
蛇足) 1. 하성규(김준배)이 유해국(박해일)을 죽이려는 장면
하성규 : 한 방에 죽이는 것은 낫이 최곤데 낫이 어 딧더라
(낫을 가지러 30m 정도 떨어진 창고로 낫을 가지러 간다)
유해국 :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집에 불을 지른다)
낫 가지고 오는 그 짧은 시간에 집은 완전히 타 버린다.
아무리 영화에 축약, 생략이 있다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2.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이 <이끼>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들은 필림 느와르(Film Noir)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흥행은 강우석보다 못할 것이다. 그게 강우석의 힘 ??
첫댓글 그렇군요. 지호락님 덕분에 영화한편 끝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잘 지내시는지요?
잘 봤습니다.
휴가는 다녀 오셨는지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영화에 대한 잣대는 결국 감독이 짊어져야 하므로, 강우석 이라는 이름이 자유로울수는 없겠지만.. 밥값은 한 영화로 생각됨.... 으음
따지자면 그 냥반보다는 윤태호라는 웹툰작가에게 먼저 향해져야 할듯..
원작을 그토록 충실히 그려낸 영화도 본적이 없거늘, 그럼에도 그 만화의 느낌과 영화의 느낌이 다른건 왜인지 모르겠더군요..
어찌됐건.. 뛰어난 수작은 아니더라도,
나두 蛇足 : 거반 3시간 가까이 돌아가게 편집된 필름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 바람에 나는 이중고의 악전고투를 참아내야 했다는..... 오줌과
박찬욱 감독이었다면 퀄리티가 좀더 나아졌을거란데에 동의함..
<이끼>는 운제 봤데요 ! 상영시간을 2시간으로 줄여도 원작의 느낌은 살리기 힘들꺼라는...,,. 영화는 좀 스피디 하겠지만... 뭐 <한반도>보다야 낫것지유.. 더운데 건강 조심 하삼.
작은 딸랑구는 '이끼' 보고와서 잼있다 하고...이라 카고..
큰 딸랑구는 'Inception' 보고와서
윤정희씨 주연한 '시'라는 영화에 대한 평은 어떤가요
이창동 감독의 <시> 같은 영화는 마음이 좀 편안 할 때 봐야 하는데 지호락이 요즘 그렇지 못하여 안즉 보지 못했삼. <인셉션>은 진짜로 볼 만 함. 근자에 보기드문 수작임.,
윤정희 영화 시를 상영합니다. 제 극장으로 오세요. 날 정하시고...오늘은 <하녀>를 봅니다. 만화를 그 정도로 축약한것이면 2시간 40분도 좋은 축약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스릴러형식을 만든다고 설정한 동굴은 전혀 쓸모가 없어 탈이지만...시사회때 보고 관객의 반응을 살피건데 평론가들이 말을 할 기력을 놓치더이다. 참고하세요. 아마도 고수님이 지적하신 웹툰 만화를 본 분이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실듯 하네요.
모든 관객이 웹툰 만화를 먼저 보고 영화를 보지는 않습니다. 원작이 있더라도 영화는 또 다른 창작이 아닐런지요. 그리고 엔터김 님의 극장에서 <시>를 상영하는군요. 저는 넘 멀어서 못 가지만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네요.. 무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길...,
이끼 봤는데 오랫만에 극장에서 보는한국영화라 그것도 자리 없어 맨앞에서...의외로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왔어요...좀 길긴 하더군요실해 진다는 그나저나 우리나라도 분장술이 참 좋아 졌더라구요..
역시 지호락님 정리해 주시니 뭐가 더
헐리우드에 버금가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분장술이 많이 발전 했지요. 매스컴에서는 바위 밑에 착 달라 붙어 사는 이끼를 영화 <이끼> 제목으로 규정하는데 영화 내용 상, 꼭 그렇게 사전적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볼만한 영화 한편 보는 것이 왜이리 어려운지... 영화제 가면 혼자서도 뽈뽈.. 하루 다섯 편 씩 소화하던 나였는데.. 요즘은 봐야될 영화도 계속 미적거리고 있으니..
그림비님~~ 저도 영화관에서 2시간이상 보낼 자신이 없답니다.
땀이 무진장 나는 갱년기를 겪고 있는 힘든 아줌마거든요.
그림비 님 ! 요즘 한국영화 보시는 성적(?)이 저조 하시다는....,ㅎㅎ 더운 여름 영화 속에 파 묻혀 지내는 거 많이 해 보셨잖아요..., 하나또하나 님 ! 나중에 DVD로 보셔도 된다는..., 아 ! 엔터 김 님 영화관을 이용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강우석 감독의 작품은로 신뢰를 하지 않습니다.^^
하시죠
보고나면 뭔가가 허술하고 허접하단 느낌이 ....
아직 '이끼'를 보지 않았으나 지호락님의 이 글을 읽고나니 정말 시원합니다.
감독으로서의 작품마다 평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한국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운 공덕은 싸이더스의 차승재 사장과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길...,.,
"이끼"는 내가 선호 하지 않는 장르중에 하나이죠 영화 현실적 대세도 있고 또 한국 영화도 영악스러운대가 있고 뭐 강우석 이라고 안되는걸 되게하는 전지전능함이 있는것도 아니고 ㅎㅎ 영화를 사랑하는입장에서 꼭 실패한 영화라고 규정하기엔 ..~쬐메만 인심 더 써 주시지요...유익한 정보와 평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