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듀이의 흥미위주, 학습자 중심, 경험 중심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교육 방침으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광범위한 주제를 단번에 줄이고 정말 내가 궁금해 하고 부딪칠 수 있는 주제를 5월 3일부터 시작 된 교생 실습 생활에서 찾을 수가 있게 되었다.
내가 교생 실습을 하게 된 학교는 대구상원고등학교로 이 곳의 2, 3학년들은 어느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와는 다르다. 올해에 처음으로 예전의 실업계 고등학교인 대구상업정보고등학교(이하 대구상고)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로 이름과 그 체제를 달리하였으며 2, 3학년은 실업계 학생들인 반면 1학년은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내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은 바로 2, 3학년인 실업계 학생들이다. 이 아이들은 매우 특별하다. 지식 교육에는 아이들의 관심이 전혀 없다. 수업 시간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당연히 시험 점수에도 학생들은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교생실습 첫 날부터가 시험기간이라 감독을 들어갔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지식 위주의 교육, 주입식 교육, 교육자 중심의 교육은 과연 통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아이들을 이 학교로 붙잡아 둘 수 있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아니 단순히 잡아두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게 하고 자라나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듀이는 말하고 있다. 교육목적이 교육 받는 개인의 내부적 활동과 욕구(흥미)를 기초로 해서 세워져야 하며 학생들이 수행하는 여러 가지 활동(경험)과 협동적으로 수행하게끔 설정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과연 듀이라면 대구상고의 이 문제 덩어리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까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학생들의 특성 관찰
학생들은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 시험기간 동안 감독을 들어갔는데 시험 시작 10~20분만에 시험을 끝내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시험에 나올 문제들을 다 가르쳐주고 답까지 다 작성해 주어도 학생들은 그것을 외우지 않는다. 몇몇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기 20분전에 어슬렁 어슬렁 들어오기도 하며 시험을 치다가 나가버리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학생들이 얼마나 성적, 즉 학업에, 수업에 관심이 없는 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수업시간에도 그러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은 수업 50분 중 20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미 선생님들은 말씀하셨고 사실도 그러하다. 선생님은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자기네들끼리 놀고 있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을 주목하는 학생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2. 듀이의 생각
나는 듀이의 이론적인 측면을 많이 다루고 싶지는 않다. 듀이의 사상이 정말 어떻게 내가 마주친 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고 싶다. 듀이의 사상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만 정리해 둘까한다.
첫째, 듀이는 아동 중심의 교육활동과 경험중심의 교육활동의 철학적인 기초를 제공하였다.
둘째, 듀이의 교육 사상과 교육 원리는 경험의 원리, 활동의 원리, 통합의 원리, 아동중심 활동의 원리, 적합성의 원리 및 민주주의 원리로 대표될 수 있다.
셋째, 듀이의 교육 방법은 아동의 경험에 의존하였으며 흥미와 욕구 중시한 자발적인 활동을 강조하였다.
3. 듀이가 대구상고 학생들을 만났다면
일단은 듀이도 이 학생들의 암울한 학교생활에 놀라지 않았을까. 하지만 eb이가 진정 원하는 학생들은 바로 이들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대로 책상에 앉아서 강의하는 대로 받아먹는 주입식 수업에 익숙하고 그런 수업에 만족하는 학생들 보다 오히려 우리 학생들(대구상원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을 이렇게 줄여 말하겠다)이 듀이를 만난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먼저 듀이는 그의 교육방법대로 학생들의 흥미와 욕구를 찾았을 것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학교 수업을 우습게 알고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있으며 또한 자신들의 꿈과 욕망은 가지고 있다. 바로 그 부분을 중심으로 교육을 펼치지 않았을까. ‘흥미’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 볼 때 ‘사이에 있는 것’, 즉, 거리가 있는 두 사물을 관련짓는 것을 뜻한다. 교육의 경우에, 두 사물 사이의 메워야 할 거리는 시간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과정이 성숙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성장의 과정에는 시작하는 단계가 있고 완성 단계가 있으며 그 사이에 밟아야 할 과정, 즉 중간과정이 있는 것이다. 학습의 경우에, 학생이 현재 가지고 있는 힘은 시작 단계이며 교사의 목적은 그 반대 쪽 끝이다. 이 두 가지 사이에 있는 것이 ‘수단’, 즉 ‘중간조건’으로서, 활동을 하고 난관을 극복하고 장비를 쓰고 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수단을 ‘통해서만’ 맨 처음의 활동이 만족스러운 최종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은 완성단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거치는 중간단계에서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흥미가 없이는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이 학업의 내용 그 자체이든 교사의 교수 방법에서의 노력에 의한 것이든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대구상원고등학교에서 만나본 학생들의 관심을 학업과 연관시키기란 참 어려운 일일지도 몰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아이들도 모두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 하나씩은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꿈꾸고 있는 자신의 미래도 있다. 몇 몇 학생의 예를 들자면 직업,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미용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던가,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바로 이러한 학생들의 관심을 수업과 연관을 시켜 그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가령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유아 교육과로 진학을 하여야 하므로 좀 더 성적에 관심을 가지고 학업에 충실하라고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로 지리 시간이나 국사 시간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지리나 각 도시별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할 때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드라마나 영화 속의 유명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특색 있는 도시를 소개 할 수도 있으며 그 곳을 가기 위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소개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분포,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강, 산등을 함께 이야기한다면 학생들은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교사의 창의적인 수업 방법의 창안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수업이 학생들의 자체적인 관심을 유발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교사의 노력은 여기에 필요하다.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사는 여러 가지 매체를 이용하여야 하며 새로운 수업방법과 학생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곳에서 실재 경험한 수업의 예로는 무역영어라는 과목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단어를 암기토록 하기 위해서 그룹별로 직접 단어장을 만들도록 하고 서로 친구와 게임식으로 단어 외우기를 하는 식의 수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그룹별로 점수판을 만들어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하였고 개인별 스티커 점수제도 운영하고 있었다. 과연 이러한 수업이 아이들에게 먹혀들까라고 의문이 들었다. 수업이 시작하고 선생님이 앞에 있어서 큰 소리로 떠들고 책 준비도 되지 않았던 아이들이 점수판을 나누어주고 잘하는 조에게는 스티커를 나누어주자 교사가 이끄는 대로 수업이 진행이 되었다. 단어장 만들기와 암기 게임 등 비록 떠들고 소란스런 분위기는 여전하였으나 아이들은 교사가 나누어준 암기카드를 작성하였으며 친구와 함께 단어를 외우기도 하였다.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의 흥미는 매우 중요하다. 흥미가 없이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육이 실제적인 활동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활동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자의 흥미 위주의 교육에 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경험 중심의 교육이다. 듀이는 교육이란 경험의 끊임없는 개조이며, 미숙한 경험을 지적인 기술과 습관을 갖춘 경험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 하였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시키거나, 반대로 학생들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면 불충분하므로 여러 가지 경험에 참여시킴으로써 창조력을 발휘시킬 수 있는 계획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듀이의 경험 중심의 교육은 우리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이 배우는 마케팅 과목이나 회계 과목, 문서 실무, 전산 과목 등은 경험적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렇잖아도 학습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경험으로 배워야 하는 과목을 책상에 앉아 이론으로만 학습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능력을 가둬두는 것이며 진정한 교육의 장이라 할 수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마케팅과 같은 과목은 학습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현장을 체험해 보고 설문지도 작성해 보고 광고도 구상해 보는 등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 같이 실제적인 수업이 이루어질 때 진정 교육을 받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서 실무와 전산 과목도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만들어보고 실습해보고 각종 대회에도 참여해 보는 등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해 줄 때에 학생들이 참 배움이 무엇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그러한 학습 환경을 장려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나 시설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언급하고자 한다. 이 곳 학생들의 또 한 가지 숨겨진 공통된 특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의 대다수가 가정이 힘들거나 편부모 가정, 결손 가정에 해당한다. 학생들을 일반계 고교와 구분지어 소위 말해 “노는 아이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 (필자는 이런 말을 부정하지만)로 우리 학생들을 몰아넣은 것은 바로 가정과 사회의 책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학교 교육에서의 인성교육의 중요성이다. 인성교육이란 말 그대로 인성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서 마음의 바탕을 교육하고 사람 됨됨이를 교육하는 것이다. 마음의 바탕을 교육한다는 것은 마음의 구성요소인 지, 정, 의를 교육하는 것이고, 사람 됨됨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바람직하고 보편타당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가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다. 학교 특성상 이 곳의 교사들도 그렇다라고 말을 한다. 가정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을 가정을 대신하여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은 제 2의 가정이 될 수 있는 학교가 그 책임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지, 정, 의를 조화롭게 발달시키기 위한 마음의 교육으로 즉 심성교육은 사람의 마음(정신)을 교육하는 것으로서 지, 정, 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 그리고 군을 포함한 모든 사회조직에서 지식교육과 정서교육, 행동교육(실천교육)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실시된다. 이러한 심성교육이 성과를 발휘하려면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며 특히 지도층과 간부들의 솔선수범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이다. 개인적인 자아실현을 위한 가치교육은 건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여 보람 있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으로서 올바른 가치판단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여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며 특히 타고난 소질과 적성에 따라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아름답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교육이 아닐까한다.
교육은 활동적이어야 하며, 또한 아동의 흥미와 관련되어 있어야하며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학생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결코 교수하기 위하여 만든 교재를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은 어떤 과정을 이수하도록 학생을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충고하는 조력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중시된다. 또한 학교는 경쟁보다 오히려 협동을 장려해야 한다. 교육에는 보편적인 목적이나 궁극적 목적은 있을 수 없으며 계속적인 성장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개개인의 성장·발달을 돕는 특수한(개별적인) 목적을 갖는다.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그의 육체적·지적·도덕적·사회적 발달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기록하여 아동 한사람 한사람의 인간 전체적 발달에 지도의 중점을 두는 전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진보주의 교육사상을 듀이는 말하고 있으며 우리 대구 상고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은 듀이의 교육 사상에 받침 되어 그들의 흥미를 이해하며, 그 흥미를 중심으로 경험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하고 또한 이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교육의 현장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