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말기 수행자 모습만큼이나 드러나지 않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행이도 그나마 참 오래도 버티어 왔다. 계획하지 않은 삶이었으니 말이다.
임진년 전쟁(1592)이 일어난 해로부터 360년이 지난 6.25전쟁 중에 태어났고, 그로부터 12간지[ 十二支 :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를 6번이나 거쳐왔다.
그리고 내가 속한 세상은 전쟁처럼 갈수록 험난해진다. 전쟁과 기아, 경제불황, 빈부격차, 시기와 탐욕, 자포자기...
'없는 사람은 쳐다만 보아도 서럽다'고 하였다.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며 목청을 돋우던 그들은 소수의 가진자편에 섰다. 가난 구제는 나라가 안하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기다린다. 흔히들 기다림은 그리움이고, 희망이 있고, 기다림엔 설렘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다림이 남아있는 사람은 행복하다지만, 그 기다림은 다가와 보아야 알 수 있는 복권과 같다.
한편으로 기다림은 춥고 외롭다.
때론 불확실하고, 절망적이며 허무하다. 그것은 불안과 공포로 이어진다.
기다림의 대상은 영영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고, 또한 기다림은 전쟁고아의 눈물 같이 서럽고 기약없어 보인다.
옛날 동네 어귀에서 눈여겨 보았던 60년만에야 핀다는 대나무 꽃,
종주등반 중 보았음직한 혹독한 추위를 겪어며 고산에서 피어난 백두산의 하얀 기생 꽃,
킬리만자로 광할한 산자락을 뒤덥고 있던 알프스를 노래하게 하는 에델바이스 꽃,
TV에서 보았던 3,000년만에 피어난다는 전설의 꽃 우담바라의 그 길고 혹독한 기다림의 의미는 또한 무엇을 뜻함일까?
사람들의 기다림의 고도는 무엇일까?
돈, 건강, 행복...아니 한마디로 줄여 세간에 회자되는 꽃길 걷는 것?
저마다 기다림이 다를 수 있을 진대, 어줍잖은 기다림은 오히려 허무함과 야속함으로 변하여 달겨들지도 모른다.
사고가 다르다고 비난하거나, 원하는 방향의 정치를 않는다고 분개해 할 일이 아니다. 속성마다 나름의 기다림에 대한 의미를 품고 있으리라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요즘들어 막연한 기도를 자주해본다. 여기서의 막연함이란 실현을 바라지만,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의 의미다.
떠남의 마지막 단계를 수용이라고 했던가? 부정, 분노, 타협, 우울이라는 피하고 싶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수용하며, 조용히 다가올 운명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다림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숙명적이란 생각이 든다.
창문을 향하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다. 간밤에 지구촌 뉴스를 보며 사람들이 저마다 탐욕을 버리면 머무를 공관과 먹을거리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계절의 시련, 그나마 미국에서 세일가스 생산기술이 발달하여 유가가 안정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갑진년 나의 해, 모두가 푸른 용처럼 행복을 향해 비상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