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6 중국 마스터즈 결승전을 통해 본 안세영과 왕즈이의 결정적 차이점
여왕 👑 AN Se Young 안세영 vs Tomoka MIYAZAKI | 리닝 차이나 마스터스 2026 배드민턴
왕즈이는 전날 준결승에서 크게 향상된 미야자키의 공격과 수비에 당황하며 경기 내내 랠리의 주도권을 내준 채 고전했던 반면, 안세영은 제1게임 초반에만 당황했을 뿐 이내 랠리의 주도권을 되찾고 미야자키를 압도했다. 결국 이것이 경기 운영 능력의 차이이고, 왕즈이가 기술적·체력적으로는 이제 안세영과 거의 동급으로 올라섰음에도 여전히 그녀를 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리고 이 경기 운영 능력은 상대 코트를 보는 시야 및 매 순간 어떤 샷을 어떤 위치로 보내느냐를 결정하는 창의력과 직결되기에 무턱대고 훈련을 많이 한다고 향상되는 게 아니라 타고난 '배드민턴 지능'과 연계된 영역이라는 점에서 왕즈이가 앞으로도 안세영과의 격차를 좁히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체력과 기술 면에서는 이미 동급이기에 안세영이 훈련을 조금만 게을리해도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2. 안세영이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
9월 20일부터 남녀 단체 16강전을 시작으로 24일까지 5일간 단체전이 먼저 치러지고(16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하는 대한민국은 22일 8강전부터 일정이 시작된다) 이후 휴식일 없이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개인전이 이어진다기에 안세영의 체력적 부담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25일에 있을 개인전 64강전은 부전승으로 통과한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자 단체팀이 8강, 4강을 거쳐 결승까지 갈 경우(3·4위전은 없다) 안세영은 제1 주자로서 최대 3경기를 소화하고 하루 휴식 후 26일 개인전 32강부터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전도 결승까지 간다고 가정하면 총 8일간 중간에 하루만 휴식한 채 모두 8경기를 뛰게 되는데, 보통 말레이시아 오픈과 인도 오픈, 덴마크 오픈과 프랑스 오픈처럼 2주 연속 이어지는 투어 대회의 경우, 예컨대 안세영이 덴마크 오픈에서 일요일에 결승전을 치르면 이틀 휴식 후 수요일에 프랑스 오픈 32강전을 치르는 식으로 스케줄이 짜이는 것과 비교해서 훨씬 체력적 부담이 큰 여정일 수밖에 없다.(단체전이 없는 올림픽이나, 다른 투어 대회보다 1경기 많은 총 6경기를 치러야 하는 세계선수권과 비교해서도 아시안게임은 가장 힘든 스케줄이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 개인전의 경우 이례적으로 32강전과 16강전을 26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하루에 몰아서 치른다고 하니, 단체전 결승까지 올라오는 나라의 단식 제1, 2 주자들로서는 유독 체력 부담이 클 전망이다(그 유력 후보는 안세영, 김가은, 왕즈이, 천위페이, 야마구치 아카네, 미야자키 토모카). 그리고 그 반사 이득을 랭킹이 낮은 의외의 선수들이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진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선, 위 기사에 보이는 북한 선수들과의 대결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상대는 안세영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나오는 반면, 안세영은 상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북한 선수의 경기 영상이 구해질 리 만무하다) 지금 안세영이 아무리 절대 1강의 여왕이라 해도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실력이 전혀 안 되는 선수를 내보낼 리는 없기에, 만에 하나 맞붙게 된다면 각별한 주의를 요할 것이다.(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세계 대회에서 84연승 행진을 달리며 무조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받던 일본의 유도 영웅 타무라 료오코가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얼굴을 내밀어 전력 분석이 전혀 안 된 북한의 계순희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은메달에 머문 일이 있었다...... 타무라는 이후 세 번의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을 따긴 한다. 1992년 올림픽에서도 은메달 획득.)
그 다음으로 신경 쓰이는 존재는 인도의 베테랑 푸싸를라 씬두다. 기존에 보유한 극강의 스매시 능력에 더해, 최근 3~4개월 사이에 크게 향상된 수비력이 필자로 하여금 그녀를 이번 대회 최대 변수로 꼽게끔 만들었다. 지난 일본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와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이었던 왕즈이를 상대로 88분간 대혈투를 벌이며 그녀의 양쪽 허벅지를 박살 냈던 경기력이 다시 발휘될 경우, 안세영을 비롯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그녀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가능성이 크기에 금메달을 향한 집념은 막강할 것이고, 중국 마스터즈도 빠지며 세계선수권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 대회인 만큼 몸 상태는 최상일 것으로 봐야 한다. 평소 투어 대회에서 2주 연속으로는 좋은 경기력을 못 보여주는 그녀라 해도 이번엔 그 지구력 약점이 충분히 커버된 상태라는 뜻이다. 변수가 있다면 그녀가 제1 주자로 뛰는 여자 단체전에서 인도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다. 어차피 메달을 못 딸 바에는 차라리 일찍 탈락해서 개인전을 대비해 체력이라도 아낄 수 있기를 그녀는 내심 바랄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 안세영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왕즈이의 강력한 지구력이기에, 푸싸를라가 다시 한번 16강이나 8강전에서 그녀의 체력을 소진시켜 주는 대진이 최상일 것이다. 반대로, 안세영 자신이 16강이나 8강에서 푸싸를라를 상대하게 된다면 최악의 대진이라 볼 수 있다. 상대 전적 10전 전승인 그녀를 상대로 패할 리는 없겠지만, 상당한 체력 손실 혹은 부상 재발이라는 불운과 마주할 가능성이 커진다.(실제로 지난 5월말 싱가포르 오픈 8강에서 푸싸를라와 상대했던 안세영은 비록 2 대 0 완승을 거두긴 했으나 그녀의 향상된 수비력에 고전하다 오른쪽 무릎 부상이 재발하며 다음 주에 있었던 인도네시아 오픈까지 힘겨운 경기를 이어가야 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좀 더 쉽게 푸싸를라를 요리할 수 있는 전술을 반드시 준비해두어야 하리라.
안세영의 개인전 준결승 상대는 아무래도 야마구치와 천위페이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마구치는 최근 여러 차례의 맞대결을 통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도 했거니와, 주로 속도전을 선호하는 그녀의 플레이 스타일은 긴 랠리 게임을 추구하는 천위페이에 비해 안세영의 체력을 훨씬 덜 소모시킬 것이다.(안세영이 4강에서 야마구치를 만난다는 건, 또 하나의 4강전에서 왕즈이와 천위페이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된다. 두 선수 모두 긴 랠리를 주고받는 지구전 스타일이기에 누가 이기든 큰 체력 손실을 떠안고 결승에 올라오게 되니 안세영 입장에선 최상의 케이스다.)
안세영 입장에서 피곤한 대진은 준결승에서 천위페이를 상대한 후 결승에서 다시 왕즈이를 상대해야 할 경우다.(더 최악은 안세영이 16강이나 8강에서 푸싸를라를 상대한 후 다시 이 둘을 차례로 만나는 경우고.) 이 경우, 안세영은 왕즈이보다 심각한 체력적 열세 속에서 결승전 경기를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진표가 나오기 전에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나, 만에 하나 이런 대진이 짜일 경우엔 평소 야마구치를 상대했을 때처럼 천위페이를 상대로도 빠른 속도전으로 경기를 일찍 끝내는 전술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블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2회씩 우승하는 일)을 넘어, 배드민턴 전 종목 역사상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트리플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3회씩 우승하는 일)까지 목표로 하고 있을 안세영 입장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는 정확하게 그 목표의 반환점을 도는 의미를 갖는다.(이미 올림픽 1회, 세계선수권 2회, 아시아선수권 1회 우승을 했기에)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4년에 한 번 오는 소중한 기회를 꼭 잡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