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는 백운산
별빛이 길을 내었나 보다
자고 나면 색깔이 바뀐
나뭇잎의 행렬이
산을 기어오르고 있다
--- 강민,「편지 1, 남산을 바라보며」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4월 23일(토), 맑음, 찬바람 세게 붐
▶ 산행인원 : 14명(버들, 스틸영, 숙이, 드류, 감악산, 대간거사, 더산, 화은, 신가이버, 해마,
인샬라, 도자,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15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3.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28 - 정선군 동면 건천리(乾川里) 소일, 산행시작
09 : 51 - 지능선 진입
10 : 17 - 1,124m봉
10 : 41 - 시계 진입, 1,117m봉(삿갓봉)
10 : 52 - △1,208m봉(역둔산, 풍악산)
12 : 17 ~ 12 : 58 - 정승골 입구 정승교, 점심식사
13 : 47 - 926m봉, 송전탑
13 : 57 - 임도 지나는 안부
14 : 59 - 1,037m봉, 헬기장
15 : 37 - 노목산(櫓木山, △1,148.3m)
16 : 22 - 1,104m봉
16 : 58 - 1,135m봉
17 : 30 - △1,062.4m봉(물레봉)
17 : 53 - 정선군 사북읍 직전리(稷田里) 펜션 달빛마을, 산행종료
18 : 40 ~ 20 : 30 - 영월, 목욕, 저녁식사
22 : 4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단풍나무 새잎
▶ △1,208m봉(역둔산, 풍악산)
오랜만에 마차재를 넘는다. 마차재는 38번 국도 타고 정선 신동읍에서 남면으로 넘는 고개
다. 그간 공사 중인 것만 보아왔는데 춘향이 머리 앞가르마 탄 것처럼 미끈하게 단장하였다.
벽암산에서 죽렴산 가는 도중의 안부인 마차재 고갯마루는 깊은 절개지로 싹둑 잘라내었어
도 표고 700m다. ‘마차령’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재에서 령으로 승격했다.
국어표준대사전에 의하면 ‘재’는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 높은 산
의 마루를 이룬 곳을, ‘고개’는 산이나 언덕을 넘어 다니도록 길이 나 있는 비탈진 곳을,
‘령’(嶺)은 재나 산마루의 이름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를 말하지만 일상에서는 표고로 나
누어 서로 구분하기도 한다. 표고 200m에서 399m까지는 재, 400m에서 599m까지는 고개,
600m 이상은 령으로.
그러나 너무 임의적이어서 틀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서울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남태
령은 표고 183m에 불과하고 경부고속도로의 충북 영동 추풍령은 221m다. 이에 비해 함백산
가는 만항재는 1,330m, 그 아래 화방재는 950m다.
그리운 남면을 지난다. 아리랑식당 도토리아줌마는 잘 있는지 궁금하다. 음식 담아주던 아줌
마의 손이 무척 컸다. 증산역에서 좌회전하여 민둥산 들머리 지나고 몰운리 몰운대에서 건천
리로 들어간다. 이 지역은 해발고도가 높아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며 가뭄과 동절기에는
식수마저 끊어져 건천(乾川)이라 하였다. 또한 식수에는 철분함량이 많아 건강에 효험이 있다
고 하며 장수하는 이가 많아 장수촌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소일마을은 큰벌에서 오른쪽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대체 이런 산골짝에도 사람이 사는가 싶
게 들어간다. 산비탈 고랭지의 여러 농로가 갈라지는 마을 입구에서 멈춘다. 차문 열고 나서
자 해는 반공에 솟았는데 공기는 차디차다. 얇은 장갑이라 손이 시리다. 어느 쪽 산릉으로 오
를까? 왼쪽 969.6m봉보다 오른쪽 1,124m봉이 등고선 더 느긋하여 펑퍼짐하다.
1,124m봉을 향한다. 산비탈은 광활한 더덕밭이다. 여느 밭더덕과는 다르게 자연산 산더덕 못
지않은 진한 향이 난다. 더덕밭 위는 잡목 숲이 울창하여 하늘 가린다. 앞뒤 안전거리 유지하
며 잡목 성긴 곳 뚫는다. 낙엽 비집은 처녀치마 들추다보니 지능선이다. 가시덤불 깔린 낙엽
송숲 지대에 들고 발목 휘감는 가시덩굴이 아주 질기다. 어설프게 발걸음 하다가는 가시덩굴
에 걸려 엎어진다.
찬바람이 세차게 분다. 더구나 군데군데 잔설까지 모여 있어 계절의 진행방향을 헷갈린다. 생
강나무꽃이 열심히 봄의 도래를 알리지만 박새만 슬며시 머리 내밀어 볼뿐 초목 대부분은 시
큰둥한 기색이다. 둥그스름한 1,124m봉이 더욱 황량하다. 총총한 발걸음 뒤따라 낙엽이 분분
히 흩날린다.
약간 내렸다가 바짝 올라 시계(삼척시와 정선군)인 주능선이다. ‘삿갓봉 1,117m’라는 표지판
을 새마포산악회에서 걸어놓았다. 방금 넘어온 1,124m봉(국토지리정보원의 표고다) 보다 훨
씬 높은데 오히려 낮은 1,117m라니 이해 못할 일. 내쳐 가 바윗길 손맛 볼 듯하며 1,208m봉
을 기어오른다.
1,208m봉 정상은 두어 평 공터로 사방 조망이 좋다. 삼각점은 임계 461, 2005 재설. 새마포산
악회에서 ‘풍악산’이라는 표지판 걸었고, SEOUL MOUNTAIN에서는 ‘역둔산’이라는 표지판
을 걸어 놓았다. 역둔산은 하장면 역둔리(易屯里)에서 따 왔을 것.
1,208m봉에서 두 패로 나누어 정승골로 내린다. 대간거사 님을 비롯한 8명은 왼쪽 능선, 메
아리 님과 나를 비롯한 6명은 오른쪽 능선이다. 양쪽 다 우선 급경사로 떨어진다. 이내 차분
해지고 가로 쓰러진 커다란 고사목을 넘는다. 인적 없어 호젓하다. 1,074m봉에서 왼쪽으로
방향 튼다. 거친 바윗길 긴 슬랩이 나온다.
무덤 지나 소나무 숲길로 산허리 돌아내리고 산비탈 더덕밭 지나 정승골 초입이다. 바람 비켜
가는 정승교 앞에서 모두 모인다. 점심시간. 보온밥통에 담아온 밥이지만 버너 불 피워 끓인
따끈한 국물이 마침 적당하다. 신마담이 타 주는 커피로 입가심하고 일어난다.
2. 등로, 낙엽송 숲
3. 멀리는 백운산
4. 넘어야 할 산
5. 정승골, 가운데 봉우리가 △1,208m봉(역둔산, 풍악산)
6. 지나온 능선, 멀리 가운데는 △1,208m봉(역둔산, 풍악산)
▶ 노목산(櫓木山, △1,148.3m)
오르기 힘들다는 점에서 산봉우리 오르기 전에 밥을 먹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오른 후에 밥을
먹는 것이 좋은가? 후자의 경우 배가 부르면 가쁜 숨 쉬기가 거북하고 옆구리가 결려 오르기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도리어 배부른 편을 좋아한다. 밥심 뱃심으로 오르는 것이다. 물론 하
도 배가 불러 옆구리가 아프기도 하는데 그건 잠깐이다.
어천을 정승교로 건너고 불문곡직 직등한다. 초지 조성한 밭을 지나 산개하여 가시덤불 속으
로 들어간다. 몸부림하여 능선에 올라서자 길이 방화선으로 뚫려있어 일부 일행은 서운해 한
다. 송전탑 세우려고 낸 임도다. 926m봉 정상에 대형 송전탑(765,000볼트)이 있다. 쉬어 감직
도 하지만 특고압 송전탑 아래라서 머리 더 이상해질라 피한다.
회양목숲 헤치며 내리면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인샬라 님과 나는 정면의 슬랩성 절개지를 손
맛 다시며 돌파하고 다수는 임도 따라 오른쪽으로 돈다. 정답은 슬랩성 절개지 돌파였다. 한
참 기다려 만난 그들은 임도를 돌아 결국 길고 가파르게 일군 사면을 올려치느라 개고생하였
니 가외로 흐뭇(?)하였다. 대소(大笑)로 파적한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매우 심하다. 왼쪽 서원기(書院基) 위 사면은 벌목하고 잣나무를 심
었다. 첨봉을 잡목 피해 그리로 우회하려다 가시덤불에 갇혀 더 애 먹는다. 1,037m봉 정상은
너른 헬기장이다. 바람은 여전히 차고 세다. 노목산 전위봉을 오르기가 퍽 되다. 땅거죽만 녹
은 북사면이 미끄럽다.
7. 정선 동면 각희산 쪽
8. 정선 남면 쪽
9. 오른쪽은 삼척 하장면
10. 삼척 하장면 주변
11. 산괭이눈
12. 백운산 스키장
노목산 전위봉은 서너 평 되는 공터다. 건너편 노목산 정상에 이미 오른 일행들의 바람결 말
소리가 늘어진 녹음테이프로 들린다. 이윽고 노목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303 재설, 77.6 건설
부. 비닐에 싸인 종이 표지판이 걸려있다. 5년 전 초겨울 여기 올랐다. 그때는 참 무식하게 다
녔다. 사북에서 노목산을 올랐다가 민둥산으로 지억산으로 광대곡으로 내달았으니.
노목산 이름은 근처 노나무마을 노나무재 등에서 보듯 노나무에서 따온 것 같다. 노나무는 능
소화과 낙엽활엽교목으로 개오동나무라고도 한다. 한자인 櫓木은 괜히 멋 부리느라고 썼을
것. 향찰 표기식이다. 5년 전 추억을 되살려 너른 사면을 횡으로 쓸어내린다. 오르내리는 봉
봉이 표고 1,000m가 넘는 고봉들이다.
1,104m봉을 오르자 함백산에서 태백산 백운산 화절령 두위봉에 이르는 그야말로 웅장한 능
선이 바로 눈앞이다. 백운산 스키장(하이원 리조트)에는 곤돌라가 오르내린다. 1,135m봉 오
른쪽 너른 사면은 발 내디딜 틈 없는 산괭이눈 군락지다. 1,100m봉 내린 △1,062.4m봉은 (이
동네사람들이) 물레봉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산 모양이 솜을 자아서 실을 만드는 물레처럼
생겼다고 한다. 삼각점은 태백 407, 2004 재설.
이제 등로는 여러 산행표지기 앞세워 훤하다. 직전리 펜션 달빛마을로 내린다. 발아래로 사북
읍을 내려다보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저기가 로또 대박을 꿈꾸는 딴 세계다. 우리는
펜션 달빛마을에 내리자마자 도망치듯 사북을 빠져 나간다.
13. 백운산
14. 두위봉 산릉
15. 사북
16. 라일락
17. 복사꽃
18. 복사꽃
첫댓글 차가운 듯 시원한 날씨속에 너른 노목산의 품을....아주 좋은 산행이었습니다...복사은 언제 찍었데유
아..정말 아쉽고 안타깝네요...제가 더덕밭에 들어갔어야 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