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팅케이블로 일본·러시아 시장 개척
(유영석 라온시스템 대표이사)
경기도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라온시스템의 유영석 대표(49)는 지난 1월 초 무역협회 자문위원과 2박 3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이 회사가 개발한 농업용 전열온상 시스템을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서다. 오는 4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건축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지난 몇 년 간 다소 정체상태였던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라온시스템은 산업용 히팅케이블과 냉동창고의 도어 개스킷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1998년 관련 시장에 진출해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영석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산업용 히팅케이블 제조회사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IMF 때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도 시흥에서 66㎡(20평)짜리 허름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아파트 등에 시공 품질 위주 승부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한가지 아이템을 제조하는 것과 달리 저희 회사는 창업 때부터 열선케이블과 도어 개스킷이라는 다른 아이템 두 가지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히팅케이블의 매출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요.”
라온시스템이 생산하는 히팅케이블의 종류는 바닥 난방, 동파 방지, 융설시스템 등 다양하다. 사무실 바닥 난방을 위해서는 열선을 깔고 모르타르로 시공한 다음 온도조절기만 달면 된다. 온풍기는 특정부분만 데우기 때문에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지만 히팅케이블은 모르타르를 온돌 삼아서 공기를 데우기 때문에 훨씬 쾌적하고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동파방지 제품의 경우에는 실리콘 재질에다 유리섬유(Glass fiber)로 감싸져 설치가 편하고 화재 위험이 적다고 유 대표는 강조했다. 폴리에틸렌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로 승부하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
라온시스템은 2007년 현재의 공장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 이름을 모든전자에서 라온시스템으로 바꿨고 무역협회에도 가입했다. 영국에 라온UK라는 해외 지사를 설립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 등을 돌아다니면서 바이어와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북경은 물론 상하이 전시회에 참여하고 투자설명회도 들으면서 꾸준히 중국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상하이의 중견업체와 총판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인연을 맺은 업체와 지금까지 손잡고 중국 아파트 등에 지속적으로 물량을 내보내고 있다. 중국 아파트는 중앙난방이 많아서 초겨울이나 초봄에 개별난방 수요가 높다. 우리나라와 달리 누진세가 상대적으로 적어 아파트에도 열선케이블 시공이 많은 편이다. 중국제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로 승부하면서 물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내수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유 대표는 다시 한 번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몇 년 간 정체상태였던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부터 신발끈을 졸라맸다. 그동안 지켜만 봐왔던 일본시장을 염두에 두고 일본 바이어 3명을 회사로 초청했다. 일본어 통역은 무역협회를 통해 동시통역이 가능한 자문위원을 소개받아 쉽게 해결했다.
“동시통역이 바로 바로 되니까 대화가 막힘없이 편하게 진행됐습니다. 저희 제품의 특성 상 외국에서 시공이나 기술적인 문제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통역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잘 전달이 안 되는데 이번에는 아주 매끄럽게 됐어요.”
10월 동경농기자재 박람회 참가
지난해 하반기에 바이어들을 초청한 결과는 올해 1월 초 일본 출장으로 이어졌다. 당시 회사에 찾아왔던 바이어 가운데 한 사람이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보인 것.
“도쿄의 관련 업체는 물론 가와구치현의 농가 등 현장을 방문하면서 바쁘게 다녔습니다. 이미 샘플을 보냈으니 조만간 좋을 결과가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 대표는 일본 시설원예 분야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자문위원을 통해 자료를 수집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 자문위원과 미팅하면서 일본 진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국제농기자재전시회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제품을 알릴 계획이다.
러시아의 경우 4월 모스크바 건축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 박람회 참가를 위해 배관 동파방지 제품을 중심으로 한글, 러시아, 영문 카탈로그를 만들어놓았다. 유 대표는 “중기청 지원사업 가운데 수출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책자형 카탈로그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라온시스템의 매출은 몇 년 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수 쪽은 경기테크노파크 지원으로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수출에서도 일본과 러시아 시장에 이어 몽골 쪽에서도 청신호가 보이고 있다. 바이어를 통해 조금씩 물량을 내보내오다 최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최고급 아파트에 바닥난방용 히팅매트를 대량 수출했다. 유 대표는 “올해부터는 내수보다 수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일본시장은 물론 러시아에서도 하반기부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