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땅값 비싸… 기업유치 대책 필요
鄭총리 "자족기능 용지 20%까지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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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자족(自足) 기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기업 유치에 필요한 산업 용지는 전체 면적(7290만㎡·2200만평) 중 80만㎡(24만평)로 전체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용지를 포함한 전체 자족 용지 비중도 7.2%로 정부가 대형 신도시를 지을 때 적용하는 기준(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족 용지는 도시의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용지로 대학, 연구소, 컨벤션센터, 병원, 공장 등 산업시설과 판매·업무·유통시설 등이 들어서는 땅이다.
그나마 토지 공급 가격도 웬만한 수도권 산업단지를 능가하는 3.3㎡당 227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가 입주한 파주 LCD산업단지(82만원)나 삼성전자 LCD공장이 들어선 충남 아산 탕정단지(17만8000원)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땅값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최우선 요소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 유치를 통해 세종시를 '명품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족한 자족 용지의 확대와 비싼 땅값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세종시의 토지이용계획상 자족 용지라고 부를 수 있는 토지의 비중은 전체의 7.2%, 약 466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가와 사무실 등을 지을 수 있는 상업·업무용지가 148만㎡, 2%이다. 교육시설 용지 중 자족 용지로 분류되는 대학교(3곳 예정) 부지는 2%가 들어 있다.
기업 유치에 가장 핵심적인 산업용지는 80만㎡로 1.1%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 곳에 첨단산업·영상·의료·출판 등 산업을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990만㎡ 이상 신도시에 대해 전체의 15% 이상을 의무적으로 자족 용지로 배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5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자족기능 용지 비율을 20%까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도권보다 비싼 땅값
자족 용지 부족도 문제지만, 땅값이 너무 비싼 것도 세종시의 기업 유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세종시의 토지 조성원가는 3.3㎡당 227만원. 산업용지는 토지조성원가로 기업에 공급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 가격이 토지 분양가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땅값은 주변 다른 산업단지는 물론이고 웬만한 수도권의 주요 공단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경기 파주 LCD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은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05년 공급받은 땅값은 평균 3.3㎡당 82만원이다.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 탕정에 개발한 LCD산업단지는 분양가격이 3.3㎡당 평균 18만원으로 세종시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된다. 세종시에서 멀지 않은 충남 당진 석문국가공단도 지난달부터 3.3㎡당 76만4000원에 공장 용지를 분양하고 있다. 비싼 땅값은 기업의 투자 결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반도체라인을 증설하면서 3.3㎡당 222만원에 공급받은 토지도 “너무 비싸다”며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이나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선 세금으로 땅값을 낮추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공원·녹지 비중 전체의 절반 넘어
세종시의 자족 용지가 부족하고, 땅값이 오르게 된 이유는 공원·녹지 비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종시 계획 당시 친환경 도시를 목표로 녹지 비율을 전체의 53%로 대폭 높였다. 세종시의 중심행정타운에는 330만㎡(100만평)에 달하는 초대형 녹지광장도 계획돼 있다. 국내외를 통틀어 세종시만큼 높은 녹지율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판교신도시도 녹지율은 30% 선이다. 친환경 도시인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37.6%)나 일본의 다마뉴타운(32%) 등 외국보다도 높다.
녹지가 많아지면 토지 조성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성원가를 따질 때 공동주택지나 산업용지처럼 돈을 받고 파는 유상 공급면적이 작을수록 원가가 비싸지는 구조 탓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돈 받고 팔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계획 수립 당시 공장 등 산업시설 유치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족한 자족 용지를 늘리기 위해 전체의 21%인 주거용지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세종시는 인구 50만명에 주택 20만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2.5명당 1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는 것으로 주택 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주택 수를 줄이고, 지금보다 개발 밀도를 조금 더 높이면 부족한 자족 용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