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경, 제가 인제 근방 부교 중대에 복무하던 어느 날, 중대장이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는데, 혼자 대표로 축하를 하려 가게 되었습니다.
식이 끝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에 계시던 누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 부대로 귀환한다고,.. “
그런데 누님 말씀이 오늘 아침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휴가증은 당일 분이라 다시 부대로 귀환해서 경조 휴가를 내어 고향까지 가야 했습니다. 부랴부랴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부대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고 여단본부에 연락하니 부고가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 짚 차로 비상도로를 달려 현리에 있는 여단본부에 도착하니 당직사령이 집에서 온
부고 전보와 휴가증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밤은 깊어 서울 행 버스는 없었습니다.
강원도의 초 겨울, 싸늘한 기운은 이미 어두움과 함께 소리 없이 주위에 내려 앉았고 중대로
귀환하는 짚 차를 뒤로 하고 본부 앞 비 포장도로에 내려 섰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서울 방면으로 가는
화물차가 나타났습니다. 헤드라이트 불빛을 바라보면서 한 손을 아주 무겁게 천천히 위로 올렸는데 다행히 태워
주어 운전 기사와 둘이서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녘에 서울 마장동에 도착, 마산 행 첫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장례미사에 참석 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버스보다 화물차 타기가 더 편했습니다. 우선 군복이 신원을 확실히 보장해 주고 또, 버스는 한 시간 이상
간격으로 뜸했지만 트럭은 수시로 다녔습니다 – 특히 “천일
화물”이 자주 다녔고 잘 태워 주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기사 이야기를 들어 보면, 태워주었더니
갑자기 강도로 돌변해서 몽땅 다 빼앗고 나무에 묶어 놓고 도망가 버려 밤새 죽을뻔 했던 이야기 등 등,,, 그래서
민간인은 태워 주려면 위험부담이 많지만 군인은 신분이 확실해 안심이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려 2012년 여름, 본당 신자들은 몇 팀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제주도로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특기
사항은 미사 때 사용하던 명찰을 패용하고 갔다는 점이었는데, 울산 시내에서 성당 명찰을 달고 다니면
이상하게 보겠지만 관광지인 제주도에서는 자연스러웠습니다.
여행을 주관한 관광회사 안드레아 사장님이 직접 버스를 타고 설명해주던 -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라파엘”
호를 타고 태풍으로 제주도로 도착하게 된 그 조화와 정 마리아님이 제주도 토속신앙에까지 끼친 영향 등을 음미하면서 성지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지에서도 명찰을 달고 다녔습니다. 신자라는 신분이 노출된 까닭에 옷차림도 신경이 더 쓰였고
행동거지도 말투도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에코 랜드 호수 위를 걸어 가면서 (다행히 다리가 있었습니다) 경기외고 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누었고 모노레일을
탈 때는 청주에서 온 가족과도 터놓고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XX 성당 아무개”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비 신자들에게는 옷차림, 말 한마디, 행동거지들이
천주교에 대한 인상으로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거주 40대 독신녀가
혼자 올레 길에서 실종되었고 타살 된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이렇듯 다소 위험한
곳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고, 고향에
가면 가까운 성당 문을 한번 두드려 보겠다고 하던 청주에서 온 “무 성형 자연미인“ 자매 분에게 신자 명찰로 군복
입은 것과 같이 먼저 신분을 노출시켰기에 믿을 만 하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 했습니다.
이제 수원교구로 온지 얼마 되지 않지만 한국천주교의 발상지답게 도처에 성지가
있고 수시로 모여 기도 드리고 또 선조들 중에 밀고로 잡혀가 치명하신 분들이 워낙 많아 그런지 대부분 신분 드려 내기를 좀 꺼리는 듯한 느낌도
많았습니다.
~ 복지관에서는 자주 봤는데 어느 날 성당에서 뵙고 교우인 줄 안 경우도 있습니다.
~ 방수현 선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 성호를 그었는데 그때 중계방송을
보시던 바보 추기경님이 1억불짜리 선교 활동이라 하셨지요. ~천주교 신자 신분을 밝힌 것이 보증수표인 셈이어서 그런지 방 선수, 메달을 딴 즉시 바로 신랑이 나타나 채어?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밖에서도 신자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있다면 우리의 옷차림, 생각과 말과 행동이 더 가다듬어 질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SNS에서는 갈수록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대부분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당당히 신분 ~이름, 직업, 주소를 밝히면 도저히 쓰지 못할 글들이 넘쳐납니다.
~ 그리고 실험을 해 봤더니 즉, 남자
친구를 만나려 갈 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가면 부담 없이 시장바닥에서 떡볶이를 사 주지만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나타나면 태도가 바뀌어 최소한 양식당 정도는 모셔 가더라는 사례도 있습니다.
~ 즉, 옷차림에 따라 대하는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사제 복을 입으면 성직자로 신뢰를 하고 경찰 복장을 보면 안심을 하듯이, 주님 앞에는 어떤 모습으로 오는 것이 바람직 할지,
~명찰을 달거나 군복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옷 매무시로 마음을 가다듬어 미사 참례에 나서면
그 분이 예쁘게 보시어 귀하고 좋은 양식을 하나 더 주시지는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