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중미 7개국 35일 여행기 : 26편
- 트리니다드 토바고, 토바고섬
※ 2019년 12월 18일 출발한 '중미7개국' 여행기입니다. ※
아쉽기 그지 없는 토바고 섬을 떠납니다.
꼭, 꼭, 다시 놀러오리라 다짐하며 떠납니다.
숙소는 큰 빌라를 통째로 빌렸습니다.
어마무지하게 넓은 대지에
건물이 두 개 있는 집이라 넉넉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트리니다드도 흐리면 덜 예쁠텐데.
하늘이 야속합니다.
25분 간의 비행 끝에 공항에 도착,
미리 예약해둔 차를 타고
포장이라 해야할지 비포장이라 해야할지 헷갈리는 길을 달려
야생동물 보는 공원으로 갔습니다.
입장료가 20달러라 해서 좀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온 길이 아까워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벌새가 있습니다.
점심 먹고 워킹투어에 가려는데 비가 내립니다.
비를 맞고 가고 싶지는 않은데 입장료는 환불이 안된다고 합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숲 속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독특한 꽃이 피어 있습니다.
가이드가 이름을 얘기해 줬지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중미에서 흔하게 봐 왔던 숲길입니다.
포장되지 않은, 사람보다는 동식물을 위한 길입니다.
새소리를 들으며 걷어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몇 종류의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가이드가 우리를 조용히 시키더니
저기 위에 앉아 있는 새를 찾아 보여줍니다.
역시 이름은 기억하지 옷하지만
아까부터 들리던 톡특한 소리의 주인공입니다.
오른쪽 위의 가지에 앉아 있습니다.
이 새도 자주 보였습니다.
무슨 마네킨 이라는 새였습니다.
자연과 접하는 우리의 자세를 적어 두었습니다.
요대로만 하면 자연을 만날 자격이 있습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기분으로 산을 내려가는 길,
스틸드럼 연습팀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한 달 뒤로 다가온 카니발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습니다.
노예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악기가 없어
드럼통을 엎어놓고 치던 것이 유래가 된
이 나라의 전통 악기입니다.
이 나라에 살게 된다면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습니다.
비록 학생들이 연주하는 거였지만,
맑고 청아한 음악소리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스틸드럼 연주 연습 영상
시간이 애매해 포기하고 내일 다시 가볼까 생각했던
<카로니강 투어>에 지금 가기로 합니다.
맑아진 날씨가 아까웠습니다.
맹그로브 숲 속으로 난 물길을 따라
보트를 타고 달립니다.
바람이 불어 선선하고,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풍경에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새롭게 보입니다.
보아뱀이 나뭇가지에 또아리를 틀고 자고 있습니다.
이 맹그로브 숲 속에는 보아뱀 외에도
카이만이라는 비교적 작은 종류의 악어,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작은 짐승들,
맹그로브 나무 뿌리에 붙어사는 작은 굴,
그 굴을 파먹고 사는 게 등,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진으론 잘 안보이지만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에 작은 굴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시원하게 물길을 달려 탁 트인 곳으로 나갑니다.
이제 스칼렛 아이비스를 만날 시간입니다.
스칼렛 아이비스는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국조로,
한국어로는 붉은 따오기 입니다.
알은 짙은 얼룩이 있고, 26일이 지나 부화한 새끼는
처음에 갈색이다가 몇 주 후에는 회색이다가
성체가 되면서 드디어 선홍색 깃털로 뒤덮입니다.
그들은 해 뜰 무렵 떠났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이 작은 섬으로 다시 몰려듭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붉은 새들이 하늘을 뒤덮고 끝도 없이 날아와.
이 작은 섬의 맹그로브 나무에 앉으면
초록의 섬은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붉게 물듭니다.
핸드폰으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음이 한스럽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들 날아오는 것인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저 섬에만 모여드는 것인지.
끝도 없이 날아드는 붉은 따오기에 매료되어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여행에서
하이라이트라 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 섬으로 몰려드는 스칼렛 아이비스
어머나 저걸 어째,
사진으로 못남기니 어쩜 좋아,
아쉬운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대포 같은 카메라 들고 꼭 다시 오리라 결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스칼렛 아이비스
새들은 이곳에서 먹고 자기 위해 모여듭니다.
밤을 보낸 새들은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돌봅니다.
해가 넘어가고,
조금 늦은 새들이 아직도 몰려들고 있지만,
우리는 배를 출발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감동스런 시간이었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
전망 좋은 언덕에 차를 세웁니다.
엄청나게 화려하진 않지만, 예쁜 야경이고
아경사진 찍기도 참 좋은 때입니다.
이렇게, 아깝고 아쉬운 하루가 또 흘렀습니다.
어머나 이걸 어째,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광속으로 흐르는 듯한 시간이 야속합니다.
예쁘고 소중한 시간,
일 분 일 초를 야금야금 소중하게 꺼내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