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메의 한 무녀(巫女)가 독(鳥籠) 안에 매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 때 아이들이 <무녀야, 당신은 무엇이 소원이오?> 라고 묻자, 그녀는 대답했지요. <난 죽고 싶다.> 라고…
"I saw with my own eyes the Sibyl at Cumae hanging in a cage, and when the boys said to her 'Sibyl, what do you want?' that one replied 'I want to die'. --Steve
보다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 1922, T.S 엘리어트 [Eliot's poem is prefaced by a quote from the 1st century A. D. Satyricon(사티리콘=모험담소설) of Petronius] in Greek and Latin.
| ▲ T.S. Eliot, one Sunday afternoon in 1923 photographedby Lady Ottoline Morrell | | |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from 'The Waste Land' by T.S. Eliot
I. 죽은 자의 매장 (The Burial of the Dead)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忘却)눈으로 대지(大地)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가냘픈 생명(生命)을 키웠다. 여름은 갑자기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베르가제 湖上 (Starnbergersee)을 건너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주랑(柱廊)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Hofgarten)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가량 지껄였다. 내가 러시아 사람이라고요. 천만에 난 리투아니아(Lithuania)에서 난 순수한 독일人인데요. 어렸을 때, 사촌 太公집(arch-duke's)에 머물렀었는데 사촌은 나를 썰매에 태워 데리고 나간 일이 있었죠. 난 무서웠어요, 마리 마리(Marie), 꼭 붙들어 하고 그는 말했어요.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山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지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南쪽으로 갑니다.
이 엉켜붙는 뿌리들은 무엇인가?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란단 말인가? 人子여(Son of man),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의 무더기뿐. 그 곳엔 해가 내리치고, 죽은 나무 밑엔 쉴 그늘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틈엔 물소리 하나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내 너에게 보여주마. 아침에 네 뒤를 성큼성큼 따르던 너의 그림자도 아니고, 저녁때에 네 앞에 솟아서 너를 맞이하는 네 그림자와도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 줌의 흙먼지 속에서 공포(恐怖)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우리님아 그대 어디서 날 기다려 머뭇거리뇨?>
'일년 전 그날 밤 당신은 나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이 꽃을 한아름 안고 이슬방울 머리에 맺힌채 밤늦게 히아신스 정원에서 나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이 안나왔고 눈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산 것도 아니었고, 죽은 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몰랐었다. 다만 빛의 한복판, 그 정적을 들여다 보았을 뿐이었다.
<바다는 황량하고 임은 없어 쓸쓸하네.>
소소스트리스 부인(Sosostris)은 아주 유명한 千里眼 (clairvoyance), 독감에 걸려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영특한 트럼프 카드 한벌을 가지고 占을 친다는 女人.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자, 이것이 당신 卦요. 익사한 페니키아 水夫(drowned Phoenician Sailor)군요. (보세요! 前날의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도나(Belladonna), 岩山의 婦人, 수상한 여인이에요. 이건 세갈레 지팡이를 짚은 사나이, 이건 차바퀴 이건 애꾸눈 상인 그리고 아무것도 안 그린 이 공백의 패는 이 상인이 짊어지고 있는 그 무엇인데, 내겐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교살당한 사내(Hanged Man)의 패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아아, 떼를 지어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씨 부인(Mrs. Equitone)을 만나시거든 천궁도(horoscope)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 하니까요.
空虛의 도시(Unreal City),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속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런던교(London Bridge) 위로 흘러갔다. 저렇게 많이, 나는 죽음이 그처럼 많은 사람을 멸망시켰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자기 발치만 내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 윌리엄 가(King William Street)를 내려가 聖메어리 울노스(Saint Mary Woolnoth) 성당이 아홉時 最後의 一擊의 꺼져가는 鐘소리로서 예배시간를 알리는 그곳으로 群衆은 흘러갔다. 거기에서 나는 낯익은 한사람을 보았다. '스테슨!(Stetson!) 하고 소리질러 그를 세웠다. 자네 밀라에(Mylae) 해전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묘상(苗床)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hypocrite lecteur)! 나의 同胞여! 나의 형제여!'
The Waste Land Thomas Stearns Eliot (1888-1965), (1922). I. THE BURIAL OF THE DEAD
(주) ☞ 로마신화에서 Cumaean sibyl(巫女·무당)은 앞날을 점치는 힘을 지닌 여자다. 특히 로마의 식민 도시였던 이탈리아의 쿠마의 무녀는 유명했다. 그녀는 아폴로 신에게서 손안에 든 먼지 만큼 (황무지 30행 참조) 많은 햇수의 장수를 허용받았으나 그만큼 젊음도 달라는 청을 잊고 안했기 때문에 늙어 메말라들어 조롱(鳥籠) 속에 들어가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죽음보다도 못한 죽은 상태의 황무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보다 나은 예술가 (il maglor fabbro)"는 단테가 신곡 <연옥편> 26장에서 12세기 이탈리아 시인 Arnaut Daniel을 찬양한 문구이다. 엘리어트 자신의 말을 빌리면 혼란한 상태에 있던 <황무지>의 초고를 에즈라 파운드가 절반의 길이로 고쳐주었다고 한다.
(참고) ☞ 마지막 부분은 보드레르의 <惡의 꽃> 서시 "독자에게"의 마지막 행을 엘리어트가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보들레르처럼 엘리어트도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어 적극적으로 시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는 시행이다.
※ ‘엘리엇’ 미국 태생 영국의 시인 · 극작가 · 문학비평가.
'황무지'는 정신적 메마름, 인간의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不在), 생산이 없는 성(性), 그리고 재생(再生)이 거부된 죽음에 대해 쓴 시이다. 엘리엇은 이 시에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전후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황무지'로 형상화해 표현하고 있다.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표현되고 있다. 진정한 재생을 가져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4월은 재생 (reborn)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재생을 요구함으로써 또한 잔인하다.
첫 행의 암시적 시구에 제시되듯이, 삶이 곧 죽음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작가는 구원의 미래를 예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의 시체에서 어떤 문명의 싹이 트고 꽃을 피울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의 전통을 지켜 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전통적 정신의 유산을 발견해 내려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의 내용을 통해 보면 작가는 고대의 성배 전설(聖杯傳說)과 웨스턴 여사, 프레이저가 연구한 생명의 원리와 그 부활에 관한 원형 신화(原型神話)를 참조하였다. 결국 이 시는 '성배 전설'이라는 원형 상징을 이용해 20세기 인류 문명의 황폐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접목으로 구원의 미래를 예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황무지(荒蕪地)의 의미는 제 1차 세계대전(1914-1918) 직후의 세계와 작자 자신의 황폐한 사생활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황무지란 전쟁의 황폐와 유혈의 황무지라기보다는 서구인의 정신적 불모 상태, 즉 어떤 소생의 믿음도 인간의 일상생활에 중요함과 가치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성(性)이 2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한갓 쾌락을 위한 것이 되었고,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도 없는 비극적 상태를 나타낸다.
성배(聖杯) 전설 - 늙고 병든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 재앙이 일어난다. 왕은 재앙을 물리칠 지혜롭고 힘센 젊은이를 찾고 있다. 성배 전설은 성배(聖杯)를 얻은 자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이다. 마침내 성배를 가지고 한 젊은이가 나타나 재앙 (전염병 혹은 외부의 침입)을 물리치고는, 공주와 결혼하여 새나라를 만든다. 엘리엇은 현대 사회의 재앙을 '황무지'에 비유한 다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듯 새로운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T. S. 엘리어트는 ‘문학의 독재자’란 칭호를 얻을 만큼 20세기 전 반의 영미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이나 평론엔 시대정신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하버드와 소르본,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엘리어트가 런던에 정착한 뒤 최초로 발표한 시는 〈프루프록의 연가〉다. 그의 초기 시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상실한 현대인의 의식과 너저분한 도시 풍경이 의식에 미치는 우울함을 반어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황무지〉는 이런 현대생활의 고독과 황폐함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황무지〉가 현대생활의 묘사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서구문명에 대한 진단서이기도 하다. 스펜더의 지적대로 〈황무지〉는 현대 도시의 병적 징후를 통해 프로스트의 〈소돔과 고모라〉와 헤르만 브록흐의 〈몽유병자〉, 슈펭글러의 〈서구문명의 몰락〉처럼 문명의 종말과 악의 창궐을 냉철히 조명하고 있다. 〈황무지〉는 현대성에 대치되는 비판적 관점을 제공할 의도로 인유법을 쓰고 있다. 434행으로 이뤄진 〈황무지〉시엔 35명의 작가에게서 차용 내지 개작한 내용이 담겼다.
※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이 구절은 초서의 '켄터버리의 이야기 (The Canterbury Tale)'의 '희망적인 4월'의 부정이다. 이 부정의 의미는 시인의 의식이 다름아닌 코메의 무녀나, 살아 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 있는 어부왕의 심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생명의 부활(reborn)을 약속받은 이 찬란한 봄의 계절에, 죽은 목숨만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은 잔인한 운명일 수밖에 없다. 가사(假死) 상태를 원하는 현대의 주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일깨우는 사월이 가장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역설적인 표현은 '저주받은 축복'이기도 하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 하므로 '축복'의 계절이지만, 작고 연약한 씨앗이 겨울의 단단한 땅을 밟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저주'이기도 하다.
※ 봄비로 - 뒤흔든다 : 4월이 되어 봄비에 잠든 생명의 뿌리가 뒤흔들리는 것을 본 시인에게는 좀더 행복했던, 열정적으로 삶을 살았던 과거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 슈타른베르가제(Starnbergersee) : 뮌헨 근처에 있는 호수 이름.
※ 이 엉켜 붙은 - 자란단 말인가 : 여기에서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듯이 시인의 의식은 일변하여 현대의 황무지로 초점이 바뀐다.
※ 인간의 아들이여, / 너희들은 말할 수 없고, 추측할 수도 없어, : 구약 성서의 "에스겔" 2장 1절을 인용하고 있다.
※ 깨진 영상의 무더기만을 아느니라. : "에스겔" 6장 6절, '너의 영상(우상)들이 깨어져 없어지며'를 인용하고 있다.
※ 거기에 태양이 - 물소리 하나 없다 : 어느 황야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의 사상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일 뿐, 어느 특정한 지역이 아니다.
※ 이 붉은 바위 밑에만 그늘이 있을 뿐, : 구약의 "이사야" 32장 2절, '(외로운 왕은) 광풍이 피하는 곳 폭우를 가리우는 곳 같은 것이며 마른 땅에 냇물 같은 것이며, 곤비한 땅에 큰 바위 그늘 같으리니'를 인용한 표현으로 바위 그늘은 예수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그 곳이 인간의 유일한 피난처라고 묘사하고 있다.
※ 한 줌 - 보여 주마 : 여기에 이르러 시인의 명상은 사랑의 장면으로 옮겨진다. 시인은 예언자의 입장에서, 공포의 대상인 죽음이 영원한 생명으로 돌아가는 죽음이기 때문에 이 지상의 생명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지상의 생명은 결국 실체없는 허망한 것이어서, 아침 저녁 우리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 바람은 어디서 머뭇거리느뇨 : 이 4 행의 인용은 바그너의 가곡 '트리스탄과 이졸트' 중 아일랜드의 처녀 이졸트를 콘월에게 데리고 오는 선상에서 젊은 수부가 행복에 겨워 부르는 노래의 일부분이다. 트리스탄의 이야기는 아더왕의 전설 중의 한 이야기다.
※ 바다는 황량한 - 님은 없네. : 이 구절 역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트" 3막 24절을 인용한 것으로 제 3막에서 트리스탄이 이졸트를 기다리며 임종하는 마당에 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양치기의 말이다. 이제 시인은 황홀한 사랑의 이상에 찬물을 끼얹듯이, 앞서의 인용에서 꿈 같은 사랑의 장면을 연상했던 독자들에게 이 절망적인 노래 소리를 대조시켜, 황무지의 현실로 되돌아 오게 한다. 기지에 넘치는 갑작스런 병치의 효과(竝置, parallelism)라고 할 수 있다.
![fleche-up.gif](https://t1.daumcdn.net/cfile/cafe/277AF0375375140533) II. 체스 놀이 (A Game of Chess)
그네가 앉아 있는 의자는 눈부신 옥좌처럼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이 열매 연 포도 넝쿨 아로새긴 받침대 사이에 걸려 있다 넝쿨 뒤에서 금빛 큐피드가 몰래 내다 보았다 (큐피드 또 하나는 날개로 눈을 가리고) 거울은 가지 일곱 촛대에서 타는 불길을 두 배로 해서 테이블 위로 쏟았고, 비단갑들로부터 잔뜩 쏟아 놓은 그네의 보석들이 그 빛을 받았다 마개 뽑힌 상아병 색 유리병에는 이상한 합성 향료들이 연고 분 혹은 액체로 숨어서 감각을 괴롭히고 익사시켰다 향내는 창에서 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자극받아 위로 올라가 길게 늘어진 촛불들을 살찌게 하고 연기를 우물반자 속으로 불어 넣어 격자무늬를 설레이게 했다. 동박 뿌린 커다란 바다나무는 색 대리석에 둘러싸여 초록빛 주황색으로 타고 그 슬픈 불빛 속에서 조각된 돌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 고풍의 벽난로 위에는 마치 숲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처럼 저 무지한 왕에게 그처럼 무참히 능욕당한 필로멜라의 변신 그림이 걸려 있다 나이팅케일은 맑은 목청으로 온 황야를 채우지만,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그 짓을 계속한다. 그 울음은 더러운 귀에<적 적> 소리로 들린뿐, 그 밖에도 시간의 시든 꽁초들이 벽에 그려져 있고, 노려보는 초상들은 몸을 기울여 자기들이 에워싼 방을 숙연케 했다. 층계에 신발 끄는 소리, 난로 빛을 받아, 빗질한 그네의 머리는 불의 점들처럼 흩어져 달아올라 말이 되려다간 무서울 만치 조용해지곤 했다.
'오늘밤 제 신경이 이상해요, 정말 그래요, 가지 말아요. 얘기를 들려주세요, 왜 안 하죠? 하세요. 뭘 생각하세요? 무슨 생각? 무슨?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 통 알 수 없어요, 생각해 봐요.'
나는 죽은 자들이 자기 뼈를 잃은 쥐들의 골목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해.
'저게 무슨 소리죠?' 문 밑을 지나는 바람 소리. '지금 저건 무슨 소리죠? 바람이 무얼하고 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죠? 아무것도 보지 못하죠. 아무것도 기억 못 하죠?'
나는 기억하지 그의 눈이 진주로 변한 것을 '당신 살았어요, 죽었어요? 머리 속에 아무것도 없나요?' 그러나 오오오오 셰익스피어식 래그 재즈 그것 참 우아하고 그것 참 지적이야 '저는 지금 무얼 해야 할까요? 무얼 해야 할까요?' '지금 그대로 거리로 뛰어나가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거리를 헤매겠어요. 내일은 무얼 해야 할까요? 도대체 무얼 해야 할까요?' 열시에 온수 만일 비가 오면, 네시에 세단차. 그리곤 체스나 한판 두지, 경계하는 눈을 하고 문에 노크나 기다리며.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노골적으로 말했단 말이야.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 몸치장 좀 해. 이 해 박으라고 준 돈 어떻게 했느냐고 물을거야. 돈 줄 때 내가 있었는걸. 죄 뽑고 참한 걸로 해 넣으라고, 릴, 하고 앨버트가 분명히 말했는걸, 차마 볼 수 없다고. 나도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했지, 가엾은 앨버트를 생각해 봐. 4년 동안 군대에 있었으니 재미보고 싶을 거야. 네가 재미를 주지 않으면 다른 여자들이 주겠지. 오오 그런 여자들이 있을까, 릴이 말했어. 그럴걸, 하고 대답해 줬지. 그렇다면 고맙다고 노려볼 여자를 알게 되겠군, 하고 말하겠지.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그게 싫다면 좋을 대로 해봐, 하고 말했지. 네가 못하면 다른 년들이 할 거야. 혹시 앨버트가 널 버리더라도 내가 귀띔 안 한 탓은 아냐. 그처럼 늙다리로 보이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하고 말했지. (걔는 아직 서른 한 살인걸.) 할 수 없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릴이 말했어. 얘를 떼기 위해 먹은 환약 때문인걸. (걔는 벌써 얘가 다섯, 마지막 조지를 낳을 땐 죽다 살았지.) 약제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그 뒤론 전과 같지 않아. 넌 정말 바보야, 하고 쏘아줬지. 그래 앨버트가 널 가만두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얘를 원치 않는다면 결혼은 왜 했어?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그런데 앨버트가 돌아온 일요일 따뜻한 햄 요리를 하곤 나를 불러 맛보게 했지.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빌 안녕. 루 또 보자. 메이 안녕. 안녕. 탁탁. 안녕. 안녕. 안녕, 부인님들, 안녕, 아름다운 부인님들, 안녕 안녕.
TS엘리어트 육성낭송- A Game of Chess
II. A Game of Chess
The Chair she sat in, like a burnished throne, Glowed on the marble, where the glass Held up by standards wrought with fruited vines From which a golden Cupidon peeped out (Another hid his eyes behind his wing) Doubled the flames of seven branched candelabra Reflecting light upon the table as The glitter of her jewels rose to meet it, From satin cases poured in rich profusion. In vials of ivory and coloured glass Unstoppered, lurked her strange synthetic perfumes, Unguent, powdered, or liquid-troubled, confused And drowned the sense in odours; stirred by the air That freshened from the window, these ascended In fattening the prolonged candle-flames, Flung their smoke into the laquearia, Stirring the pattern on the coffered ceiling. Huge sea-wood fed with copper Burned green and orange, framed by the coloured stone, In which sad light a carv? dolphin swam. Above the antique mantel was displayed As though a window gave upon the sylvan scene The change of Philomel, by the barbarous king So rudely forced; yet there the nightingale Filled all the desert with inviolable voice And still she cried, and still the world pursues, 'Jug Jug' to dirty ears. And other withered stumps of time Were told upon the walls; staring forms Leaned out, leaning, hushing the room enclosed. Footsteps shuffled on the stair. Under the firelight, under the brush, her hair Spread out in fiery points Glowed into words, then would be savagely still.
'My nerves are bad to-night. Yes, bad. Stay with me. 'Speak to me. Why do you never speak. Speak. 'What are you thinking of? What thinking? What? 'I never know what you are thinking. Think.'
I think we are in rats' alley Where the dead men lost their bones.
'What it that noise?' The wind under the door. 'What is that noise now? What is the wind doing?' Nothing again nothing.
'Do 'You know nothing? Do you see nothing? Do you remember 'Nothing?' I remember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Are you alive, or not? Is there nothing in your head?'
But
O O O O that Shakespeherian Rag- It's so elegant So intelligent 'What shall I do now? What shall I do?' 'I shall rush out as I am, and walk the street 'With my hair down, so. What shall we do tomorrow? 'What shall we ever do?' The hot water at ten. And if it rains, a closed car at four. And we shall play a game of chess, Pressing lidless eyes and waiting for a knock upon the door.
When Lil's husband got demobbed, I said- I didn't mince my words, I said to her myself, HURRY UP PLEASE ITS TIME Now Albert's coming back, make yourself a bit smart. He'll want to know what you done with that money he gave you To get herself some teeth. He did, I was there. You have them all out, Lil, and get a nice set, He said, I swear, I can't bear to look at you. And no more can't I, I said, and think of poor Albert, He's been in the army for four years, he wants a good time, And if you don't give it him, there's others will, I said. Oh is there, she said. Something o' that, I said. Then I'll know who to thank, she said, and give me a straight look. HURRY UP PLEASE ITS TIME If you don't like it you can get on with it, I said. Others can pick and choose if you can't. But if Albert makes off, it won't be for a lack of telling. You ought to be ashamed, I said, to look so antique. (And her only thirty-one.) I can't help it, she said, pulling a long face, It's them pills I took, to bring it off, she said. (She's five already, and nearly died of young George.) The chemist said it would be all right, but I've never been the same. You are a proper fool, I said. Well, if Albert won't leave you alone, there it is, I said, What you get married for if you don't want children? Hurry up please its time Well, that Sunday Albert was home, they had a hot gammon, And they asked me in to dinner, to get the beauty of it hot- HURRY UP PLEASE ITS TIME HURRY UP PLEASE ITS TIME Goodnight Bill. Goodnight Lou. Goodnight May. Goodnight. Ta ta. Goodnight. Goodnight. Good night, ladies, good night, sweet ladies, good night, good
![fleche-up.gif](https://t1.daumcdn.net/cfile/cafe/277AF0375375140533) III. 불의 설교 (The Fire Sermon)
강의 천막은 찢어졌다, 마지막 잎새의 손가락들이 젖은 둑을 움켜쥐며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없이 갈색 땅을 가로지른다. 님프들이 떠나갔다.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노래 끝낼 때까지. 강물 위엔 빈 명도, 샌드위치 쌌던 종이도 명주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 꽁초도 그 밖의 다른 여름밤의 증거품도 아무것도 없다. 님프들은 떠나갔다. 그리고 그네들의 친구들, 빈둥거리는 중역 자제들도 떠나갔다. 주소를 남기지 않고. 레먼 호수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노래 끝낼 때까지.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크게도 길게도 말하지 않으리니. 허나 등위의 일진 냉풍 속에서 나는 듣는다. 뼈들이 덜컹대는 소리와 입이 찢어지도록 낄낄거리는 소리를.
어느 겨울 저녁 가스 공장 뒤를 돌아 음산한 운하에서 낚시질을 하며 형왕의 난파와 그에 앞서 죽은 부왕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쥐 한 마리가 흙투성이 배를 끌면서 강둑 풀밭을 슬며시 기어갔다. 흰 시체들이 발가벗고 낮고 습기찬 땅속에 뼈들은 조그맣고 낮고 메마른 다락에 버려져서 해마다 쥐의 발에만 채어 덜그덕거렸다. 허나 등위에서 나는 때로 듣는다. 클랙슨 소리와 엔진 소리를, 그 소리는 스의니를 샘물 속에 있는 포터 부인에게 데려가리라. 오 달빛이 포터 부인과 그네의 딸 위로 쏟아진다. 그들은 소다수에 발을 씻는다.
<그리고 오 둥근 천장 속에서 합창하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여!>
투윗 투윗 투윗 적 적 적 적 적 적
참 난폭하게 욕보았네 테류
현실감이 없는 도시 려울 낮의 갈색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 상인 유게니데스 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포켓엔 보험료 운임 포함 가격의 건포도 일람 증서를 가득 넣고 속된 불어로 나에게 캐논 스트리트 호텔에서 점심을 하고 주말을 메트로폴 호텔에서 보내자고 청했다.
보라빛 시간, 눈과 등이 책상에서 일어나고 인간의 내연 기관이 택시처럼 털털대며 기다릴 때, 비록 눈이 멀고 남녀 양성 사이에서 털털대는 시든 여자 젖을 지닌 늙은 남자인 나 티레지어스는 볼 수 있노라.
보랏빛 시간, 귀로를 재촉하고 뱃사람을 바다로부터 집에 데려오는 시간 차 시간에 돌아온 타이피스트가 조반 설거지를 하고 스토브를 켜고 깡통 음식을 늘어놓는 것을, 창 밖으로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마르고 있는 그네의 컴비네이션 속옷이 위태롭게 널려 있다. (밤엔 그네의 침대가 되는) 긴 의자 위엔 양말짝들, 슬리퍼, 하의, 코르셋이 쌓여 있다. 시든 젖이 달린 늙은 남자 나 티레지어스는 이 장면을 보고 나머지는 예언했다- 나 또한 놀러 올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 여드름투성이의 청년이 도착한다. 국소 가옥 중개소 사원, 당돌한 눈초리, 하류 출신이지만 브랫포드 백만 장자의 머리에 놓인 실크 모자처럼 뻔뻔스러움을 지닌 젊은이. 식사가 끝나고 여자는 지루하고 노곤해 하니 호기라고 짐작하고 그는 그네를 애무하려 든다. 원치 않지만 내 버려둔다. 얼굴 붉히며 결심한 그는 단숨에 달려든다. 더듬는 두 손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다. 잘난 체하는 그는 반응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네의 무관심을 환영으로 여긴다. (나 티레지어스는 바로 이 긴의자 혹은 침대 위에서 행해진 모든 것을 이미 겪었노라. 나는 테베 시의 성벽 밑에 앉기도 했고 가장 비천한 죽은 자들 사이를 걷기도 했느니라.) 그는 생색내는 마지막 키스를 해주고 더듬으며 층계를 내려간다. 불 꺼진 층계를......
그네는 돌아서서 잠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애인이 떠난 것조차 거의 의식지 않는다. 머리 속에는 어렴풋한 생각이 지나간다. <흥 이제 일을 다 치뤘으니 좋아.> 사랑스런 여자가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 혼자서 방을 거닐 때는 무심한 손으로 머리칼을 쓰다듬고 축음기에 판을 하나 건다. <이 음악이 물결을 타고 내 곁으로 기어와> 스트랜드 가를 따라 퀸 빅토리아 가로 따라왔다. 오 <도시> 도시여, 나는 때로 듣는다. 로우어 템스 가의 술집 옆에서 달콤한 만돌린의 흐느끼는 소리와 생선 다루는 노동자들이 쉬며 안에서 떠들어대며 지껄이는 소리를, 그곳에는 마그누스 마아터 성당의 벽이 이오니아풍의 흰빛 금빛 형언할 수 없는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강은 땀 흘린다 기름과 타르로 거룻배들은 썰물을 타고 흘러간다. 붉은 돛들이 활짝 육중한 돛대 위에서 바람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거룻배들은 떠 있는 통나무들을 헤치고 개 섬을 지나 그리니지 하구로 내려간다. 웨이얼랄라 레이어 월랄라 레이얼랄라 엘리자베스 여왕과 레스터 백작 역풍에 젓는 노 고물은 붉은 빛 금빛 물들인 조개 껍질 힘차게 치는 물결은 양편 기슭을 잔 무늬로 꾸미고 남서풍은 하류로 가지고 갔다. 진주 같은 종소리를, 하얀 탑들을, 웨이얼랄라 레이어 월랄라 레이얼랄라 [전차와 먼지 뒤집어쓴 나무들 하이베리가 저를 낳고 리치몬드와 큐가 저를 망쳤어요, 리치몬드에서 저는 좁은 카누 바닥에 누워 두 무릎을 치켜 올렸어요.] [저의 발은 무어게이트에, 마음은 발 밑에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그는 울었습니다. 그는 <새출발>을 약속했으나 저는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무엇을 원망해야 할까요?]
[마아게이트 모래밭. 저는 하찮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 다녔어요, 더러운 두 손의 찢겨진 손톱. 제 집안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 아무 기대도 없는] 랄라 카르타고로 그때 나는 왔다. 불이 탄다 탄다 탄다 탄다. 오 주여 당신이 저를 건지시나이다. 오 주여 당신이 건지시나이다. 탄다.
![fleche-up.gif](https://t1.daumcdn.net/cfile/cafe/277AF0375375140533) IV. 水死 (Death By Water)
페니카아 사람 플레버스는 죽은 지 2주일 갈매기 울음 소리도 깊은 바다 물결도 이익도 손실도 잊었다. 바다 밑의 조류가 소근대며 그의 뼈를 추렸다. 솟구쳤다 가라앉을 때 그는 노년과 청년의 고비들을 다시 겪었다. 소용돌이로 들어가면서.
이교도이건 유태인이건 오 그대 키를 잡고 바람 부는 쪽을 내다보는 자여 플레버스를 생각하라, 한때 그대만큼 미남이었고 키가 컸던 그를.
![fleche-up.gif](https://t1.daumcdn.net/cfile/cafe/277AF0375375140533) V. 천둥이 한 말 (What the Thunder Said)
땀 젖은 얼굴들을 붉게 비춘 횃불이 있은 이래 동산에 서리처럼 하얀 침묵이 있은 이래 돌 많은 곳의 고뇌가 있은 이래 아우성 소리와 울음 소리 옥과 궁궐 먼산을 넘어오는 봄 천둥의 울림 살아 있던 그는 지금 죽었고 살아 있던 우리는 지금 죽어 간다. 약간씩 견디어 내면서
여기는 물이 없고 다만 바위뿐 바위 있고 물은 없고 모랫길뿐 길은 구불구불 산들 사이로 오르고 산들은 물이 없는 바위산 물이 있다면 발을 멈추고 목을 축일 것을 바위 큼에서는 멈출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땀은 마르고 발은 모래 속에 파묻힌다 바위 틈에 물만 있다면 침도 못 뱉는 썩은 이빨의 죽은 산 아가리 여기서는 설 수도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다 산 속엔 정적마저 없다 비를 품지 않은 메마른 불모의 천둥이 있을 뿐 산 속엔 고독마저 없다 금간 흙벽집들 문에서 시뻘겋게 성난 얼굴들이 비웃으며 우르렁댈 뿐 만일 물이 있고 바위가 없다면 만일 바위가 있고 물도 있다면 물 샘물 바위 사이에 물웅덩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소리도 아니고 마른 풀잎 소리도 아닌 바위 위로 흐르는 물소리가 있다면 티티새가 소나무 숲에서 노래하는 곳 뚝뚝 똑똑 뚝뚝 또로록 또로록 허지만 물이 없다
항상 당신 옆에서 걷고 있는 제삼자는 누구요? 세어 보면 당신과 나 둘뿐인데 내가 이 하얀 길을 내다보면 당신 옆엔 언제나 또 한 사람이 갈색 망토를 휘감고 소리 없이 걷고 있어, 두건을 쓰고 있어 남자인지 여잔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요? 공중 높이 들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비탄 같은 흐느낌 소리 평평한 지평선에 마냥 둘러싸인 갈라진 땅 위를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위로 떼지어 오는 저 두건 쓴 무리는 누구인가 저 산 너머 보랏빛 하늘 속에 깨어지고 다시 세워졌다가 또 터지는 저 도시는 무엇인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현실감이 없는 한 여인이 자기의 길고 검은 머리칼을 팽팽히 당겨 그 현 위에 가냘픈 곡조를 타고, 어린애 얼굴들은 한 박쥐들이 보랏빛 황혼 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개치며 머리를 거꾸로 하고 시커먼 벽을 기어 내려갔다 공중엔 탑들이 거꾸로 서 있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종을 울린다, 시간을 알렸던 종소리 그리고 빈 물통과 마른 우물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들.
산속의 이 황폐한 골짜기 희미한 달빛 속에서 풀들이 노래하고 있다 무너진 무덤들 너머 성당 주위에서, 단지 빈 성당이 있을 뿐, 단지 바람의 집이 있을 뿐. 성당엔 창이 없고 문은 삐걱거린다 마른 뼈들이 사람을 해칠 수는 없지. 단지 지붕마루에 수탉 한 마리가 올라 꼬꾜 꼬꾜 꼬꾜 번쩍하는 번개 속에서. 그러자 비를 몰아오는 일진의 습풍
갠지스 강은 바닥이 나고 맥없는 잎들은 비를 기다렸다. 먹구름은 멀리 히말라야 산봉 너머 모였다. 밀림은 말없이 쭈그려 앉았다. 그러자 천둥이 말했다 다 <다타(주라)> 우리는 무엇을 주었던가? 친구여, 내 가슴을 흔드는 피 한 시대의 사려분별로도 취소할 수 없는 한 순간에의 굴복, 그 엄청난 대담, 이것으로 이것만으로 우리는 존재해 왔다. 그것은 죽은 자의 약전에서도 자비스런 거미가 덮은 죽은 자의 추억에서도 혹은 텅 빈 방에서 바싹 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 속에도 찾을 수 없다. 다 <다야드밤(공감하라)> 나는 언젠가 문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단 한 번 돌아가는 소리 각자 자기 감방에서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열쇠를 생각하며 각자 감옥을 확인한다. 다만 해질녘에는 영묘한 속삭임이 들려와 잠시 몰락한 코리올레이누스를 생각나게 한다. 다<담야타(자제하라)> 보트는 경쾌히 응했다. 옻과 노에 익숙한 사람의 손에. 바다는 평온했다. 그대의 마음도 경쾌히 응했으리라 부름을 받았을 때, 통제하는 손에 순종하여 침로를 바꾸며.
나는 기슭에 앉아 낚시질했다. 등위엔 메마른 들판. 적어도 내 땅만이라도 바로잡아 볼까? 런던 교가 무너진다 무너진다. <그리고 그는 정화하는 불길 속에 몸을 감추었다> <언제 나는 제비처럼 될 것인가>-오 제비여 제비여 <황폐한 탑 속에 든 아퀴텐 왕자>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지탱해 왔다. 분부대로 합죠 히에로니모는 다시 미쳤다. 다다. 다야드밤.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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