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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약초 장수법
첫째가름 간.신장.방광의 병을 고치는 약초
간염.위염 잡는 용담
옛날 어느 깊은 산속에 한 나무꾼이 살았다. 못시 추운 어느 날 나무꾼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눈 덮인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한참 눈을 헤치며 산을 올라가고 있는데 산토끼
한 마리가 눈 속에서 풀뿌리를캐는 시늉을 하는 것이 보였다. 나무꾼은 토끼를 잡으려고 쫓
아갔다. 그런데 토끼는 몇 걸음 앞서 도망가면서도 계속 눈 속을 앞발로 헤짚는 시늉을 하
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무꾼이 토끼가 발로 헤집던 곳을 살펴 보니 가냘픈 줄기에
보랏빛 꽃이 달린 처음 보는 풀이 있었다. 나무꾼은 신령님이 산토끼를 대신하여 신령한 약
초를 내려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풀의 뿌리를 캐어다가 위장병으로 앓아 누워 계신 어
머님께 달여드렸다. 신기하게도 어머니는 며칠 뒤에 깨끗하게 나아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나무꾼은 이 약초가산신령이 내려 준 것이라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 풀의 맛
이 마치 용의 쓸개처럼 쓰다고 하여 ‘용담’이라고 이름 지었다.
용담은 용담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초룡담, 과남풀, 관음풀, 백근초, 담초, 고담 등의
여러 이름이있으며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 흔히 자란다. 키는 30~50cm쯤 되며 잎은 마주
나고 좁은 달걀 꼴이다. 가을에 종 모양을 한 진한 파란색 꽃이 핀다. 파란 하늘빛을 닮은
꽃이 청초하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용담과 닮은 것으로 산용담, 수염용
담, 축자용담, 칼잎용담, 비로용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같이 약으로 쓴다. 용담은 맛이
몹시 쓰고 성질이 매우 차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상당히 세다. 특히 간에 열
이 성할 때 열을 내리는 작용이 탁월하다. 급성전염성 간염으로 눈동자까지 노랗게 되고 열
이 심하게 나고 간이 부어올라 갈비뼈 밑이 아플 때에 용담, 황금, 목통, 생지황, 시호, 질경
이, 당귀, 감초를섞어서 달여 복용하면 열이 내려가고 간의 상태가 개선된다. 이 처방이 한
방의 용담사간탕이다. 용담 뿌리는맛이 몹시 쓴데 이 쓴맛 물질은 겐티오피크린이라는 물질
로 입 안의 미각 신경을 자극하여 위액의 분비를 늘리는 작용을 한다. 특히 위와 장의 운동
기능을 높이며 갖가지 소화액이 잘 나오도록 한다. 만성적인 위산과다증이나 저위산증일 때
하루 3~6그램을 달여서 먹거나 가루 내어 먹는다.
용담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비롯하여 갖가지 염증, 암, 류머티스 관절염, 팔다리 마비
등에도 쓴다. 용담뿌리에 들어 있는 겐타오닌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은 염증을 없애는 동시
에 진통작용을 한다. 용담 뿌리를 달인 물은 상당한 항암 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비인암,
담낭암, 췌장암, 위암 등 갖가지 암에 용담만을 달여 먹거나 꿀풀, 삼백초, 어성초, 느릎나무
뿌리껍질 등과 함께 달여서 먹는다.
용담 뿌리를 말려 가루 내어 먹거나 알약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위암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의 발표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는 52%, 체외실험에서는
70~90%의 암세포 억제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불량, 위액이 너무 적게 나올 때, 밥
맛이 없을 때, 고혈압,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는 용담 뿌리를 하루 2~6그램을 달여 여러번 나
누어 먹거나 뿌리를 말려서 가루 내어 먹는다.
용담 뿌리 가루 75그램, 창출 가루 100그램, 백복령 가루 135그램, 산사 가루 150그램으로
알약을 만들어 소화불량이나 저산성 위염, 입맛이 없을 때 등에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용담 뿌리는 얼굴에 나는 여러 가지 부스럼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가을철에 용담 뿌
리를 캐어 잘 씻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그것을 달여서 먹거나 날것으로 생즙을 내어 마신
다. 맛이 몹시 쓰므로 아이들은 잘 먹지 않으려 한다, 말린 것은 하루 10그램 미만을 쓰고
날것은 30그램 미만을 쓴다. 급성중이염으로 귓속이 퉁퉁 붓고 냄새가 나며 고름이 나오면
서 몹시 아플 때에는 용담과 속썩은풀을 반씩 섞어 달여서 복용하면 효과를 본다. 녹내장으
로 안압이 높을 때에도 용담 15~20그램을 달여서 마시면 좋다.
눈 밝게 하고 원기 돋우는 산딸기
옛날 중국에 한 부부가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늘그막에 아들을 하나 얻었
는데 너무 병약하였다. 좋다는 약은 죄다 구하여 먹여 보았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지나가던 어떤사람이 산딸기를 많이 먹이라고 권하여 날마다 산딸기를 부지런히 먹였
더니 정말 놀랍게도 아들은 매우 튼튼해졌다.
그 아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힘이 좋은지 소변을 보면 소변 줄기가 요강을 뒤엎어 버릴 만큼
세었다. 그래서하도 신기한 나머지 이 약재의 이름을 복분자, 즉 요강을 뒤엎는 씨앗이라고
지었다 한다.
산딸기의 종류는 꽤 많다. 멍석딸기, 줄딸기, 섬딸기, 겨울딸기, 곰딸기, 맥도딸기, 장딸기,
수리딸기... 그렇다면 이중에서 요강을 둬엎어 버릴 만큼 힘이 세어지는 딸기는 어떤 종류일
까. 복분자는 대개 우리나라 산야에 흔히 자라는 나무딸기를 가리킨다. 5월에 희 꽃이 피어
7~8월에 검붉은 빛깔로 익는데 익은 것은 새콤달콤하여 맛이 좋다. 그러나 약으로 쓸 때는
덜 익은 것을 따서 말려서 쓴다.
산딸기는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기운을 돋우고 몸을 가볍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머리털을 회어지지 않게 한다. 신장과 간장에 들어가는데 남자의 신장을 튼
튼하게 하여 음위를 치료하고 여자가 먹으면 아들을 낳게 한다. 산딸기는 신장의 기능을 강
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자다가 오줌을 싸는 어린이,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
에 자주 가야 한는 어른한테도 효과가 좋다. 어린이의 야뇨증, 곧 밤에 오줌을 싸는 데에는
산딸기 600그램을 햇볕에 말려 가루로 만든 다음 흑설탕 한 근을 더하여 약한 불로 볶아서
고약처럼 돈 것을 한 숟갈씩 하루 3번 밥먹고 나서 먹는다. 또 지나치게 정력을 소비하여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으며 성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도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신장의 기능을 세게 하여 정력을 강하게 하는 데에는 산딸기가 덜 익은 것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 다음 시루에 넣고 쪄서 말려 가루를 내어 한번에 한 숟가락씩 하루에 3번 먹거나 찹쌀
풀로 알약을 만들어 먹는다. 또는 소주 세 되에 산딸기 한 되의 비율로 술을 담가서 3개월
쯤 숙성시킨 뒤에 산딸기를 내고 하루에 세 번 밥먹을때 한잔씩 마신다.
산딸기는 잎, 열매, 줄기에 들라보노이드, 뿌리에 트리테르펜사포닌, 열매에 사고산, 레몬
산, 포도주산, 살리찔산, 포도당, 서당, 과당, 펙틴, 점액질, 색소, 정유, 안토찌안, 비타민C 등
이 들어 있다. 산딸기는 초여름 덜 익었을 때에 따서 햇볕에 말려서 쓴다. 옛날 책에는 동
쪽으로 흐르는 물에 씻어서 술을 뿜어 쪄서 말려야 약효가 제대로 난다고 적혀 있다. 산딸
기는 눈을 밝게 하는 데 효력이 있다. 눈이 어두운 증세와 결막염, 유행성 눈병 등에는 산딸
기를 볕에 말려서 미세하게 가루내어 토종꿀과 섞어 눈에 떨어뜨린다. 3~4일이면 웬만한 눈
병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조태위의 어머니가 눈병으
로 앞을 잘 보지 못한 지 20년이 되었다. 한 노인이 산에 가서 산딸기 잎을 갖고 와서 씹어
서 그 즙을 대나무통으로 한두 방울씩 눈에 넣었더니 눈이 밝아져 다시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산딸기 잎은 눈을 밝게 하고 눈병을 치료하는 데 좋으므로 한번 활용해 봄직하다.
산딸기 뿌리는 몸 안에 있는 딱딱한 덩어리를 없애는 데 특효가 있다. 글쓴이가 아는 한
노인은 어렸을 때에 한번 크게 체하여 몇 달을 고생하던 중에 산딸기 뿌리를 캐서 달려 먹
고 그 즉시 나았다고 한다. 고기나 생선을 먹고 체했거나 뱃속에 덩어리가 있을 때에는 산
딸기 뿌리를 3~4시간 푹 달여서 그 물을 마신다. 민간에서는 산딸기 뿌리를 오래된 기관지
천식, 습진 등 알레르기성 질병에 쓴다. 꽃은 자궁염증, 신경쇠약 등에 달여서 먹는다. 꽃에
는 꿀이 많아서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산딸기는 성질이 온화한 까닭에 단시일에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적어도 1년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닥나무 열매, 새삼씨, 구기자 등 다른 약재와 함께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좋
다. 10~20그램씩 하루 3~4번 먹는다. 익은 산딸기는 술을 담그거나 잼을 만들어 먹으면 좋고
약으로는 쓰지 않는다.
황달.당뇨병에 효가 큰 왕과
왕과는 외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잎 모양이 참외 잎을 닮았다. 우리나라 중.남부
의 들이나 숲 가장자리에 자생한다. 쥐참외, 주먹참외, 토과, 태적포, 기포등으로 불리우며
열매 모양이 참외와 닮았으나 익으면 주홍빛이 나고 크기는 작은 달걀만하다. 꽃은 6~9월에
피고 9~10월에 열매가 익으며 열매 속에 까만 씨앗이 들어 있다. 뿌리, 열매, 씨앗을 약으로
쓴다.
왕과 뿌리는 감자나 하눌타리 뿌리를 닮았는데 맛은 마와 비슷하고 색깔이 몹시 희다. 왕
과 뿌리는 황달과 간경화, 변비,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 당뇨병 등에 효과가 크다. 간염이
오래되어 간경화가 된 데에는 왕과 뿌리를 즙을 내어 아침마다 한잔씩 마신다. 오후에 소변
이 노랗게 나오면 낫는다. 왕과 뿌리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다.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열
을 내리고 진액을 늘려 주며 어혈을 없앤다.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인의 젖을 잘 나오
게 하며 뼛속에 물이 고인 것을 밖으로 내보낸다. 말린 것을 하루 6~15그램, 생것은 60~150
그램을 달여 먹거나 즙을 내어 먹는다. 왕과 열매는 가을에 열매를 따서 쪼개어 말려서 쓴
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 심경, 신경에 들어간다.
당뇨병, 황달 만성인후염등에 하루 3~15그램을 가루 내어 먹거나 알약으로 만들어 먹는다.
동상이나 화상 또는 신체의 한 부분이 마비되었을 때 왕과를 날것으로 쪼개어 마찰하면 신
기하리 만큼 효과가 있다. 또 왕과 줄기를 뿌리 위에서 자르면 물이 많이 나오는데 이 물을
받아 미용수로 쓰면 살결이 옥 같이 고와지고 하얗게 된다. 왕과 씨앗은 맛이 시고 쓰며 성
질은 평하다. 폐경, 대장경에 작용하므로 기침을 멎게 하고 폐를 튼튼하게 하며 황달을 다스
린다. 씨앗을 볶아서 쓰면 토혈, 구토, 장풍, 여성의 적.백대하 등에 효과가 있다.
왕과는 어혈을 없애는 효과가 탁월하므로 종양 치료에도 쓸 수 있다. 왕과에 들어 있는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성분은 암세포의 호흡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
인암, 위암, 장암 등에 씨앗이나 뿌리를 쓰는데 특히 왕과 뿌리는 말기 암 환자의 통증을 없
애거나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크다. 왕과 뿌리 말린 것을 0.5~2그램씩 썹어서 복용하였더니
5~30분 뒤부터 30분에서 72시간 동안 진통 효과가 계속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왕과의 어린
싹은 나물로도 먹는다. 데쳐서 무쳐 먹거나 기름에 튀겨 먹는다.
뿌리로 반찬을 만들어 먹거나 전분을 추출하여 먹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왕과 뿌리로 만
든 음식이 꽤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 강서지방 사람들은 왕과를 재배하여 식용으로 쓴다.
왕과는 어혈을 다스리고, 옹종을 없애며, 진액을 늘려 주고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등 약
리 효과가 다양한 식물이다. 우리나라 중.남부지방 곳곳에 자라고 있으나 약이나 식용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왕과 뿌리는 특히 술로 인하여 간이 나빠지고 황달이 와서 열이 심
하게 나는 증세에 효과가 있다. 왕과는 대개의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여러 난치병에 좋은
효과가 있는 토종 약재다.
신선이 도게 한다는 측백나무
측백나무는 예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알려져 귀하게 대접받던 나무다. 사당이나 묘지,
절간, 정원 등에 즐겨 심었는데 특히 중국 사람한테 사랑 받았다. 측백나무 잎이나 열매를
먹고 신선이 되었다거나 몇 백 년을 살았다는 얘기가 많이 전해진다. 옛날 진나라 궁녀가
산으로 도망쳐서 선인이 가르쳐 주는 대로 소나무와 측백나무 잎만 먹고 살았더니 추위와
더위를 모르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온몸에 털이 난 채로 2백년 이상을 살았다고 한다.
또 적송자라는 사람이 측백나무 씨를 먹었는데 빠졌던 이가 다시 나왔다고 했으며, 백엽
선인은 측백나무 잎과 열매를 8년 동안 먹었더니 몸이 불덩이처럼 되고 종기가 온몸에 돋았
다가 깨끗이 나았는데 그 뒤로 몸이 가벼워지고 얼굴에서 빛이 나며 결국 신선이 되어 우화
등선했다고 했다. 측백나무에는 무덤 속의 시신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힘이 있다. 좋은 자
리에 묻힌 시신에는 벌레가 생기지 않지만 나쁜 자리에 묻힌 시신에는 진딧물을 닮은 자잘
한 벌레가 생겨 시신을 갉아 먹는데, 이 벌레를 염라충이라고 부른다. 측백나무를 묘지 옆에
심으면 시신에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측백나무 엎을 쪄서 말리기를 아홉 번 거듭하여 가르를 만들어 오래 먹으면 온갖 병을 예
방, 치료할 수 있다. 몸에서 나쁜 냄새가 없어지고 향내가 나며 머리칼이 희어지지 않고 이
빨과 뼈가 튼튼해져서 오래 산다.
부인들이 하혈이나 피오줌, 대장이나 직장의 출혈에도 구증구포한 측백 잎이 효과가 크다.
간암이나 간경과 등으로 복수가 찰 때에는 아홉 번 쪄서 말린 측백 잎을 달여서 오소리 쓸
개와 함께 복용하면 복수가 빠지고 소변이 잘 나오게 된다. 구증구포한 측백 잎을 늘 복용
하면 고혈압과 중풍을 예방할 수 있고, 몸이 튼튼해지며 불면증, 신경쇠약 등이 없어진다.
측백나무 씨앗은 백자인이라 하여 자양강장제로 이름 높다. 가을에 익은 열매를 따서 햇볕
에 말렸다가 단단한 겉껍질을 없앤 뒤에 쓴다.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신
장과 방광의 기능을 좋게 하며 대변을 잘 보게 하는 작용이 있다. 몸이 허약하여 식은땀을
자주 흘리거나 변비, 뼈마디가 아픈 질병 등에 효과가 있다. 씨앗을 가루 내어 한 숟갈씩 따
뜻한 물에 타서 복용한다. 오래 복용하면 강철처럼 몸이 튼튼해진다. 측백나무 씨앗으로 만
든 술인 백자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과실주의 하나로 고려 명종 때에 만들어 마셨
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측백나무는 흔치 않다. 대구의 팔공산, 가야산, 비슬산에 자생하는
것이 있고 절간에 수백 년 묵은 고목이 있으며, 대구시 도동, 충북 단양군 매포면 영천리,
경북 영양군 영양면 감천동에 측백나무 자생지가 있어 보호를 받고 있다. 서울 성북구 방학
동에도 삼백 살이 넘은 측백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잎을 삶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
설이 있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측백 잎을 구증구포하여 차 대신 달여서 오래 마시면 나름
대로 맛과 향도 괜찮거니와 무병장수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측백나무 줄기를 뭉근한 불
로 오래 달여서 약으로 쓰기도 한다. 측백 잎은 가을철 처서 무렵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
다고 한다.
결석 녹이고 황달 잡는 비쑥
쑥은 우리나라에 40여 종이 자라고 있는데 거의 모든 종류가 식용.약용으로 중요하게 쓰
인다. 비쑥은 흔히 인진쑥으로 부르는 사철쑥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았으나 약성은 좀
다르다. 비쑥은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바닷가 모래밭이나 돌틈에 많이 자
란다. 사철쑥과 닮았으나 낸새가 다르다. 사철쑥은 줄기가 나무처럼 되어 있어 겨울철에도
죽지 않는 것에 견주어 비쑥은 겨울철에 줄기가 완전히 말라 죽는 것이 특징이다.
비쑥은 황화호, 초호, 오리호, 개똥쑥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60~90cm쯤 자라고 뿌리는
굵으며 뿌리 윗부분은 자줏빛이다. 잎은 바늘 모양으로 길이는 3~5cm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지며 꽃은 8~9월에 황갈색으로 피어 10월에 익는다. 비쑥은 8~9월에 잎과 꽃줄기가 붙
은 웃가지를 베어 그늘에 말려 약으로 쓴다. 단오 무렵에 베어서 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황
달 치료에 쓸 때에는 단오 때 벤 것이 쓴맛이 적어서 더 좋다고 한다. 비쑥은 갖가지 염증
과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요도염.신경쇠약.두통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특히 신장과 방광
의 결석을 용해하는 데 매우 효력이 크다. 결석을 용해하는 작용을 하는 것은 비쑥의 전초
에 0.08~1.1%쯤 들어 있는 피넨, 마르젠, 캄펜, 보르네올, 류욘 등의 정유 성분이다. 이들 정
유 성분들은 결석을 용해하거나 조각 내어 소변으로 빠져나오게 한다. 신장이나 방광의 결
석에는 비쑥 말린 것 10~20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마신다. 쓴맛이 강하
지만 독성은 전혀 없으며, 소변을 잘 보게 할 뿐만 아니라 변비를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비쑥 달인 물은 특히 싱아산염이나 인산염으로 인한 결석에 효과가 크다. 대개 20~40일
복용하면 웬만한 신장이나 방광의 결석은 대개 녹아서 없어진다. 단오 무렵에 채취한 어린
줄기와 잎은 생당쑥이나 사철쑥과 마찬가지로 황달 치료에 쓴다. 통증을 멎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간에 쌓인 독을 풀고, 염증을 제거하며, 쓸개즙이 잘 분비되도록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단오 무렵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서 하루 15~20그램을 달여서 마시거나 가루
내어 알약을 만들어 복용한다. 오래 고아서 조청을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이른 봄철에
갓 돋아난 새싹은 여느 쑥처럼 국을 끊여 먹거나 떡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여성들의 질병에 좋다고 하여 민간에서는 신후하혈, 자궁출혈 등에도 흔히 쓴다. 안
태작용이 있어 임신한 여성의 보약으로도 좋다고 하며, 갖가지 기생충증, 기침, 가래 두통,
열나는데, 척수신경근염, 간질, 신경쇠약, 곽란, 설사 등을 치료하는 데도 쓴다. 비쑥은 한방
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아는 사람도 극히 드문 희귀한 풀이다. 앞으로 이 식물에 대한 체계
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비쑥과 닮은 것으로 사철쑥, 개
사철쑥, 더위지기, 큰비쑥, 제비쑥 같은 것들이 있다.
신장고 방광의 결석 녹이는 꼭두서니
꼭두서니는 예부터 뿌리에서 붉은색 염료를 얻는 식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꼭두서니 뿌
리는 잇꽃과 함께 가장 중요한 빨간색 물감의 원료로 쓰였으나 광물성 합성 염료가 개발되
고 나서부터는 전혀 쓰지 않는다. 꼭두서니는 꼭두서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꼭두
서나, 천초, 홍천, 천염, 가삼사리, 지혈, 과산룡, 혈견수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우리나라 각
지의 산과 들, 마을 부근, 울타리 같은 곳에서 흔히 자라는데 길이가 2미터쯤 되고 줄기는
네모 지며 앞은 심장 꼴로 돌아가며 난다. 줄기 속은 비어 있으나 뿌리는 통통하며 붉은빛
이 난다. 7~8월에 연한 노란색 꽃이 피어 9월에 까맣고 둥근 열매가 맺힌다. 꼭두서니는 뿌
리는 신장과 방광의 결석을 녹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꼭두서니 뿌리를 달인 물은 신
장과 방광 결석을 천천히 부풀게 한 다음 녹여서 없앤다. 꼭두서니 뿌리에 있는 루베이트린
산이라는 성분이 소변을 산성화하여 인산칼슘으로 된 결석을 녹이고 또 붉은색 색소 성분도
결석을 용해하는 작용을 한다.
꼭두서니 뿌리는 특히 인산칼슘, 인산마그네슘으로 된 결석을 용해하는 데 특효가 있다.
결석 수술 후 재발을 박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 꼭두서니 뿌리를 봄이나 가을에 캐어 말린
것을 5~10그램씩 달여서 하루 2~3번 나누어 마신다. 약을 먹고 3~4시간이 지나면 소변이 붉
게 나오는데 장밋빛이 되도록 양을 많이 먹어야 효과가 좋다. 꼭두서니 뿌리를 달인 물은
결석에 구멍을 숭숭 뚫은 다음 분홍빛으로 물들이면서 천천히 녹여 없앤다. 꼭두서니는 신
장결석을 용해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약리 효과가 있다. 꼭두서니는 양혈, 행혈, 통경의 묘
약으로 부인들의 생리불순.자궁출혈.적.백대하.자궁내막염 등에 좋은 치료약이고, 염증은 없
애는 효력이 있어서 황달.부종.타박상.만성기관지염 등에도 쓰인다. 또한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고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에도 쓰이며 기침을 멎게 하는 데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다.
여성 생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까맣게 익은 열매를 따서 말려 20~30개를 달여서 하
루 2~3번에 나누어 복용한다. 아니면 뿌리 말린 것 10~15그램을 물 5백 밀리미터와 술 1백
밀리미터에 넣고 절반이 될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 복용한다. 입 안의 염증.잇몸출혈.편
도선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 암 치료에도 상당한 효험이 있는데 식도암.자궁암.백혈병.임파선
암.위암 등에 쓴다. 꼭두서니 뿌리를 달인 물은 암세포를 90퍼센트 넘게 억제하는 것으로 밝
혀져 있다. 꼭두서니는 죽은 피를 없애고 단단한 것을 무르게 하는 작용이 강하다. 그러므로
설사하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꼭두서니 뿌리는 침투
력이 강하여 이를 복용하면 소변과 부인의 젖이 빨갛게 변하며 나중에는 온몸의 뼈까지도
빨갛게 된다. 이런 까닭에 뼈질환에 기이한 효과가 있다. 어린이의 구루병에 꼭두서니 뿌리
를 4년 간 복용하여 완치했다는 얘기가 있다. 복용을 중단하면 바로 소변이나 뼈의 빛깔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꼭두서니 뿌리에는 출혈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코피를 흘리거나
자궁출혈, 잇몸출혈 등에도 쓴다.
간질환에 신통한 약효 염주
염주는 벼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율무와 닮았으나 율무보다 씨앗이 조금 더 굵다. 이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에 염주라고 부른다. 한방에서는 염주 열매를 천각.천곡 또는 회
회미라고 부른다. 염주는 간염.간경화.지방간 등 갖가지 간질환의 명약이다. 염주 줄기, 뿌리,
씨앗껍질 등 모든 부분을 약으로 쓴다. 간질환에는 염주 줄기를 그늘에서 말려 잘게 쓴 것
을 푹 달여서 우리나온 물을 마신다. 독이 없으므로 많이 먹어도 일체 부작용이 없다. 웬만
한 간장질환은 염주 줄기만 3~4개월 열심히 달여 먹으면 회복이 된다. 줄기 말고 뿌리, 열
매, 열매껍질 등도 간질환 치료에 똑같은 효력이 있다. 하루 35~50그램을 진하게 달여 그 물
을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황달.지방간.간경화증에 꾸준히 복용하면 반드시 효력을 보며 간
암 환자가 염주 줄기를 열심히 달여 먹고 완치된 사례가 있다. 염주 씨앗은 오래전부터 율
무와 마찬가지로 민간이나 한방에서 보약으로 써 왔다. 갖가지 염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뛰
어나고, 고름을 잘 빠지게 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아픔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위
염.위궤양.욕창 등 갖가지 염증이나 수종이나 부종.신경통.관절염 등에 치료 효과가 있다.
신경통이나 관절염으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염주 뿌리를 달여 마시면 통증이 완화된다.
염주 뿌리에 들어 있는 ‘코익솔’이라는 성분이 진통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위암.항문암.식
도암 등 갖가지 암에는 염주 씨앗과 등나무 줄기에 생기 혹.마름열매.애기똥풀을 같은 양으
로 하여 달여서 복용한다. 암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식욕을 늘려 주며, 체력을 돋워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수술 후의 암 환자들이 복용하면 재발을 막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염주
뿌리는 가을에 캐서 물에 씻어 그늘에서 말린다. 거의 모든 약재는 햇볕에서 말리면 약효가
줄어들므로 그늘에서 말린는 것이 좋다.
염주 뿌리는 가을에 씨가 여물면 줄기를 베어서 말린 다음 두들겨 씨를 털어 씨껍질을 벗
겨 내서 쓴다. 맛은 달고 성질은 약간 차다. 비경.폐경에 작용한다. 비위를 보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하며 열을 내리고 고름을 잘 빠지게 한다. 갖가지 간질환.위염.위궤양.위암.각기.부종.설
사.폐렴.장염 등에 두루 치료약으로 쓴다. 하루 35~50그램을 가루 내어 먹거나 달여서 복용
한다. 염주 열매는 율무보다 알이 더 굵고 둥글며 단단하고 광택이 있다. 염주는 열대 아시
아가 원산지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리나라에서 더러 재배하고 간호 자생하는 것도 있다.
염주는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잘 자라고 수확이 많이 난다. 서늘한 지방에서도 재배가 가
능하지만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북부지방이나 고랭지 같은 곳에
서는 재배가 어렵다. 염주 대신 율무를 쓸 수도 있다. 율무는 염주보다 약효가 좀 떨어진다.
염주와 율무를 같이 재배하면 교잡종이 생기는데 이 교잡종 염주도 약효가 매우 높다.
염주 씨는 생명력이 목시 질기다. 염주 씨를 실로 꿰어 염주를 만들어 수십 년 동안 목에
걸고 다니다가도 땅에 심으면 싹이 튼다. ‘염주는 스님 죽은 자리에서 난다’는 옛말이 있
다. 어떤 스님이 염주를 목에 걸고 다니다가 산속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
져 죽었는데 몇 년 뒤에 시체를 발견했을 때 해골 옆에 염주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하
여 생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