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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이유
프라기야 아가왈pragya Agarwal
「 다양성과 포괄성에 관한 인지과정을 주로 연구하는 행동과학자. 영국 노팅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2년이 넘는 동안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수석학자로 활동했다. 무의식적 편견, 인종차별과 성차별, 사회통합을 주제로 세계를 돌며 교육단체와 비영리 단체 등에서 강연한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 인물 중 영향력 있는 100인, 영국 인도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50인에 선정되었다.」
[들어가는 글]
이 책은 편향이 잘못된 방향을 취하는 사례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지역사회에 대한 부정적 연상을 통해 편견과 차별행동을 만드는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편향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기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예쁘게 보는 부모의 편향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유발하기 위해 고안된 진화적 반응이다. 이 편향은 친구나 친족에게로까지 확대된다. 이 경우 대개는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긍정적 편향이라 해도 특정인에게 부정적 차별을 야기하거나 부당한 비교우위를 준다면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무의식적 긍정 편향도 때로 문제가 된다.
내가 무의식적 편향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나 자신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의 쟁점들을 주로 과학으로 풀겠지만, 추가적으로 내 개인의 일화도 담았다. 무의식적 편향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도의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태어났다. 거기는 성역할 분리가 몹시 엄격한 곳이다. 세 자매중 하나로 자라면서 나는 인도 여자는 온순하고 조용하다는 고정관념에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 사회가 여자들에게 기대하는 전통적인 아내와 며느리와 어머니의 역할을 거부할 기회와 자유를 모색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내 인종과 피부색에 사람들의 주의가 쏠리는 것을 최대한 피했다. ~~~나는 내 인종정체성에 물 타기 하는 동시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 것으로 맞섰다. 이중구속 편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무의식적 편향에 흥미가 동한 건 그 지점이었다. 특히 그런 편향이 내면화되는 이유와 과정이 궁금했다. 나는 행동과학자로서 무엇이 우리의 반응과 행동을 유발하는지에 늘 관심이 있었다. 또한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와 지식 표현(사실과 관계성을 부호화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사람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편향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했다.
우리는 수백만 조각의 정보를 모으고 우리의 뇌는 이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친숙한 패턴으로 분류하고 포맷하면서 특정 방식으로 처리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뇌가 1초에 약 1,100만 비트의 정보를 처리한다지만 그중 의식적 마음의 처리 능력은 초당 40~50비트에 그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정보처리는 대부분 우리의 잠재의식에서 일어난다. 암묵적 인지 영역에는 암묵적 자존감, 암묵적 기억, 암묵적 태도처럼 의식 밖에서 기능하는 다양한 구상과 과정이 있다. 직접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통제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명시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해도 행동에는 과거 경험의 흔적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암묵적 기억이 우리에게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암묵적 편향은 상황이나 맥락에 상관없이 개인의 마음에 잠재한 생각, 즉 구상construct의 개념으로 쓰였다. 어려서부터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 차후의 경험들에 휘둘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의식적 신념은 최근 경험과 사건에 따라 수정될 수 있지만, 과거 경험의 흔적은 계속 남아서 암묵적 신념과 편향을 형성한다는 것이 사회심리학의 오랜 추정이었다. 하지만 암묵적 편향은 생각만큼 잠재적이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신경과학의 발달로 다양한 편향이 사회와 부모의 조건화, 즉 조건반응을 만드는 훈련을 통해 평생에 걸쳐 형성되며 잠재의식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1부 우리가 타고난 것들]
1장 직감 본능
우리는 종종 직감에 따르라는 말을 듣는다. “명치의 울림을 믿어.” 우리는 첫인상에 집착하고 의존한다. 우리는 직감을 영원한 내면의 소리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직감은 내면에서 오기보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주변의 가시적 자극에 의해 촉발한다. 너무 순식간이라 인지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시각적 짝 맞추기visual matching game라고 부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간에 쫓기거나 피곤하면 이 매칭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그것을 마음의 저장소에 있는 무수한 과거 경험과 대보고 거기서 찾은 매치에 근거해 눈앞의 정보에 의미를 부여한다. 매칭이 일어나면 뇌는 신경세포가 수없이 집결한 복부로 신호를 보낸다.
속이 울렁대거나 간이 철렁하는 느낌, 우리가 직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뇌의 인지처리의 결과다. 직감은 익숙한 일상에서 순간적 결정을 내릴 때는 유용하지만 신중하고 공평무사한 판단이 요구되는 의료 환경, 채용 과정, 사법 절차에서는 중대한 과오를 부를 수 있다.
직감을 사용한다는 것은 정확성보다 속도에 가치를 두고 뇌의 신속한 판단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직감을 ‘이중처리이론’애서는 시스템 1이라고 부른다.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스냅 결정에 감정이 동원된다는 것 외에는 직관이 정확히 어떠한 규칙을 따르는지 알 수 없다. 시스템 1은 무의식적 추론이다. 대개 비자발적으로, 그리고 작동기억(각종 인지처리 과정을 수행하는 단기 기억)과는 무관하게 일어난다. 즉 인식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행사할 겨를 없이 일어난다. 시스템 1의 판단은 신속하지만 주관적이며, 가치와 맥락과 영역에 따라 달라진다. 시스템 2는 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시스템이다.
시스템 1의 처리가 후딱 일어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부정확한 건 아니다. 일단 과거 경험에서 많은 정보가 쌓이면 직감이 꽤 유용하다. 문제는 과거 기억이 항상 정확하지 않고, 종종 현재의 감정 상태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이성이나 논리가 아니라 희망적 사고에 가까운 결정이다.
인간은 당연히 이성적이지 않다. 정보 과부하는 곧 나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잡음을 걸러낸다. 우리는 세상의 일부만 본다. 반복적인 것에 주목하고, 패턴을 찾는다. 패턴에서 튀는 것은 버린다. 거기다 우리는 일반화와 유형화를 통해 기억을 유지한다. 기억에 항목을 달고, 얼기설기한 데이터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인지 지름길을 이용해 무의식적으로 믿고 싶은 버전의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렇게 정보의 유입을 왕창 줄여놓은 뒤 남은 점들을 연결하고,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공백을 채워서 세상에 대한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한다.
우리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를 취사선택한다. 이성이 시간에 쫓겨 제약을 받을 때 사람들은 ‘새티스피스, 즉 최소한의 필요만 충족하는 해법을 찾는다.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이 의사결정 모델을 한정적 합리성으로 불렀다. 새티스피스 의사결정을 인지 지름길 또는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게슈탈트-심리학자(형태심리학,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의 것이라는 철학적 개념) 쿠르트 레빈은 인간 행동의 법칙으로 다음의 공식을 제안했다.
B=∮(P. E) . 여기서 B는 행동, P는 개인 E는 환경이고 ∮는 행동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환경간의 함수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직관이 사실은 의도치 않은 착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두 학자는 이를 인간의 주의력을 관찰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실험 참가자들은 두 팀이 농구하는 짧은 동영상을 보며 그중 한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상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여자가 코트에 들어왔다가 가슴을 두드리며 나가는데, 참가자들은 패스 횟수를 세는 과제에 집중한 나머지 고릴라가 지나간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고릴라는 비교적 천천히 움직였고 화면에 9초나 머물렀지만 참가자의 절반가량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인지 오류는 부주의 맹시 현상 때문에 생긴다.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는 주위의 세부사항 모두에 집중하기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에만 주의를 둔다. 주위 사물을 어떻게 계층화 할지는 개인의 기존 인지모형과 편향에 달려 있다.
이 실험에서 사람들은 실제 농구 게임 중에 고릴라가 등장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고, 그래서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여기서 고릴라의 등장은 생태학적 타당성이 낮다. 우리는 그때그때의 맥락과 목표에 따라 현실을 불완전하게 인지한 후 과거에 습득한 정보를 더해 거기 뚫려 있는 구멍들을 메운다. 이렇게 세상에 대한 인식과 추정이 만나 기억 오류와 인지 착각을 일으키고, 이 착각이 무의식적 추론으로 이어진다.
동조conformity도 무엇을 기억할지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세계관과 편향을 빚는다. 우리의 직감에 작용하는 편향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남들의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자들은 동조 수준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준수compliance가 그 첫 번째 단계다. 이 수준의 동조는 그저 대외적 행동일 뿐 기저의 태도와 신념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를 정보동조 편향이라고 한다. 특정 상황에서 남들이 나보다 지식이 많다고 무의식적으로 믿을 때 일어난다. 동조의 두 번째 단계는 동일시identification다. 특정 집단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단기적 변화를 말한다. 이를 규범동조 편향이라고 한다. 남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들에게 호감과 인정을 얻을 거리고 무의식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 때로는 사회적, 문화적 규범의 내면화가 일어나 내적 태도와 신념까지 변한다. 이것이 동조의 세 번째 단계이자 가장 심오한 형태인 내면화 동조다.
편견은 특정 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한 부정적 태도이며, 자극적 반감으로 발현한다. 외국인 혐오와 동성애 혐오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특정 아이스크림에 맛들인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살 때마다 다른 맛들을 제쳐두고 그것만 고른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 이를테면 새로 출시된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이 편향은 극복할 수 있다. 반면 편견은 특정 맛에 대한 적극적 반감이라서 다른 맛들이 더 끝내준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어도 이미 편견이 생긴 맛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
우리가 직감 또는 직관으로 부르는 것은 마법이나 신비의 힘이 아니다. 생래적이고 보편적인 동물 행동이다. 직감은 우리가 세상이란 바다를 항해할 때 나침반 역할을 한다.
예술가에게 직감은 자산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마다 직감에 의존할 수는 없다. 다윈은 직감을 경험과 무관한 것으로 정의했지만,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직감도 끝없이 연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감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다. 우리 뇌에 새로운 기억이 형성될 때 대뇌피질에서 수많은 뉴런이 융합한다. 하지만 이 융합은 영구적이지 않으며 이후의 사용과 보강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우리의 직감은 선천적 행동 패턴에 의한다기보다 과거 경험, 상호작용, 상황과 맥락에 의존한다. 직감도 결국 지식 축적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더구나 직감은 즉각적 결정이 필요할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직감은 편향과 편견의 결과이므로 증거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에 비할 수는 없다.
2장 아주 오래된 습성
인류사의 여명기부터 우리의 생존은 위험을 피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이에 우리 뇌는 위험 신호를 놓쳐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원천봉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게 사물이든 발상이든 사람이든, 위협적이거나 부정적인 모든 것에 대한 자동적 혐오감은 인간의 안전 욕구와 생존 욕구에 기반 한다.
인간은 정교하게 설계된 지배 서열에 따라 움직이는 종족 동물이다. 제한된 자원과 짝짓기 상대를 두고 경쟁해왔고, 번식의 성공과 자손의 존속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우리 뇌는 합리적 또는 사실적으로 추론하기보다 순응적으로 추론하도록 진화했다.
행동주의 철학은 개인의 행동과 반응을 결정하는데 과거 이력과 현재의 동기와 더불어 환경이 주요 역할을 한다고 보며, 따라서 내적 인지과정과 생리작용의 중요성은 무시한다. 반면 인지주의 접근법은 의식적 사고에 중요성을 부여해서 그 부분을 우리가 환경에서 들어온 정보를 소화하는 과정의 결정적 단계로 본다.
▪ 암묵적 편향을 형성하는 세 가지 이론
인간의 판단은 수학적 확률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모든 정보를 수집해 찬찬히 따질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이나 쉽게 얻어지는 몇 가지 정보만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류가 따른다. 도박사 오류gambler's fallscy 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지금껏 일어나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일어날 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뜻한다. 돈을 계속 잃기만 했으니 이번에는 딸 거라는 생각에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대로 행운이 계속될 거라고 믿는 뜨거운 손 오류hot hand fallacy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즉각적 인식이 가능한 옵션을 택하는 재인 휴리스틱이다. 이는 과거 경험을 현재 경험 속에 다시 떠올려 기준으로 삼는 휴리스틱을 말한다.
인지 지름길이 임의적으로 생긴 건 아니다. 문제해결에 연산능력을 아껴 쓰는 전략은 진화시간이라는 무구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생존력 향상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 이기적 몰입
사회인지는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다루는 심리학의 한 분야다.
자신과 관련 있는 것에 끌리는 무의식적 편향, 즉 암묵적 자기중심성의 또 다른 표출이 이름결정론이다. 이름결정론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에 어울리는 일에 끌리고 또 잘 수행한다는 가설이다. 이를 앱트러님aptronym효과 또는 ‘이름이 팔자‘편향name is fitting이라고도 한다.
3장 기울어진 뇌
윌리엄스 증후군은 7번 염색체의 장완근위부에서 26여 개 유전자가 결실되어 발생하는 희귀 신경발달장애다. 이 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은 여러 사회적 상황에 따르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해 유달리 친화적인 성격을 보인다. 윌리엄스 증후군 아동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보스턴대학교의 헬렌 태커 플러스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들은 4~5세가 되면 ... 누구를 만나든 5분 안에 그 사람을 자신의 새로운 절친 으로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낮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지나칠 정도의 친밀감을 표한다. 발달심리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6~7세에 벌써 인종과 젠더에 따라 타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기 시작하고, 생후 9개월의 영아도 생후 1년 동안 가장 많이 접한 인종이나 피부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윌리엄스 증후군 아동에게는 인종 편향을 만드는 신경경로가 없었다. ~~~~윌리엄스 증후군의 특징은 사회적 두려움의 부재이므로, 거기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어떤 식으로든 인종 편향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 영역은 젠더 편향의 발달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 된다.
실증 증거에 의하면, 고정관념에 반응하는 뇌 영역은 편도체, 전전두피질, 후측 대상피질, 전측 두피질 등이다. 고정관념이 발동하면 뇌에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불이 주르르 들어온다.
▪ 뇌 구조
인간 뇌에는 원시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가 있고, 여기에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있다. 편도체는 뇌의 정서학습장으로, 생경한 상황이나 장소처럼 위험을 내포한 환경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드러내고, 위험에 관련된 단서들을 획득, 저장, 표현하는 데 관여하며, 행복, 공포, 불안, 슬픔 같은 감정에 개입한다. 편도체는 위협 대응의 중심이다. 감각기관에서 바로 정보를 받아들여 상대에게 접근하는 것이 안전한지 아닌지의 판단을 돕는다. 뇌는 편도체를 통해 하루에 수십억 개의 자극을 처리하고, 무엇에 집중할지 순식간에 결정한다. 편도체는 세 가지 주요 핵군 기저외측핵, 피질내측핵, 중심핵으로 이루어져 있고, 셋은 각기 다른 구심원심 연결과 기능 프로파일을 가진다.
전반적으로 편도체는 낮은 수준의 감정처리, 특히 부정적 자극처리에 관여한다. 편도체가 손상된 환자들은 위험 평가 없이 낮선 사람을 쉽게 믿고 접근하는 경향이 높다. 양쪽 편도체에 병변을 가진 실험군과 편도체 손상이 없는 대조군에게 얼굴이 온전한 사진과 얼굴이 흐릿한 사진을 보여주고 접근 여부 판단을 내리게 하는 실험도 있었다. 대조군에 비해 편도체 병변 환자들이 멀쩡한 얼굴보다 흐릿한 얼굴을 더 호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결과는 편도체가 상대의 호감도와 위험도를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증거다.
편도체는 우리가 상황의 위험도를 추정하게 한다. 위험을 감지하면 일단 우리는 감정의 홍수를 느끼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손바닥에 땀이 난다. 이 반응은 의식적 추리나 노력 없이 일어난다. 그런 다음에야 전전두피질이 개입해 이것은 문제적 상황이 아니니 걱정할게 없다는 메시지, 즉 저 낮선 사람은 위험인물이 아니라 이웃이고 방금 들린 소리는 부엉이 소리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편도체에 전달한다.
편도체는 우리 뇌에서 초고속으로 반응하는 성급하고 감정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어서 뇌의 다른 영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우선 내측 전전두피질은 감정 억제 작용으로 뇌에서 분별을 맡는다. 전두엽의 앞부분을 덮고 있는 전전두피질은 전체 뇌 용량의 약 10%를 차지하면서 뇌의 다른 부위들과 밀도 높게 연결돼 있다. 스냅 판단을 통제하고 장기 계획에 주력하는 등의 고차원 집행기능을 맡는다. 한편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특정인에 대한 특정 감정, 욕망, 동기와 RFU부되어 있는 반면, 배내측 전전두피질은 신념과 지식을 배정한다. 일부 학자들은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행동에, 배내측 전전두피질은 덜 인간적으로 만드는 행동에 관여한다고 말한다. 이는 하위인간화 이론과 관계 있다.
▪ 내 집단과 외집단
편도체는 뇌에서 감정 기억이 저장되고 여러 감정이 빚어지는 장소로, 흑백 인종 태도 연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두뇌 영역이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맥락의 고려 없이 인지한 것을 과도하게 일반화 한다. 해당 정보가 처리되는 곳은 편도체이지만 뇌의 다른 부위들도 암묵적 인종 편향에 연루돼 있다. 해당 정보는 해마도 거친다. 해마는 기억 간에 연결 고리를 형성해서 수신 데이터의 의미를 빠르게 해독하는 뇌 부위다. 신입 정보를 주관적 기억들에 매치하는 해마 때문에 우리는 정보가 기억이나 경험과 연관이 있으면 자신이 해당 정보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믿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언어적 상호작용만 하지 않는다. 몇 초 만에 상대에게서 인식한 정보를 부호화해서, 즉 신경 신호로 바꾸어 상대에 대한 인상을 결정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의 전전두피질은 오감 채널로 들어온 신경정보를 추적하고 평가해서 사회규범이나 개인적 우선순위를 고수하게 한다. 즉 우리는 사람들을 감정하면서 동시에 분류한다. 하지만 전전두피질이 이 일을 우리의 의식 밖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 이런 잠재의식 수준의 의사결정이 먼저 이루어진 후에 우리는 보다 의식적이고, 느리고, 통제 가능한 프로세싱에 들어간다.
내집단 구성원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볼 때 우리 뇌는 외집단 구성원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볼 때와는 다르게 반응한다. 이런 공감 반응의 차이는 내집단 편애로 드러나고 결국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내 집단 구성원을 도울 가능성이 더 높다. 이것을 자기집단 중심 이타주의라고 한다. 심지어 외집단 구성원의 고통에서 기쁨을 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맥락에 달려 있다. 우리가 외집단 사람들에게 무조건 냉담하거나 잔인하게 대하도록 타고난 건 아니다. 외집단 구성원을 향한 우리의 공감 수준은 그들을 평가하는 문화적 요인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자기집단 중심 이타성이 인간의 절대적 속성은 아니다. 심지어 발현하지 않을 때도 많다. 외집단 구성원이라도 호감을 느끼면 당연히 돕고자 하는 마음도 강해진다.
우리는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을 평가할 때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을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배내측 전전두피질을 이용한다.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설명이 담기 두 사람의 사진을 제시했다. 둘 다 백인의 사진이었으므로 이 연구에서 인종은 변수가 아니었다. 피험자들은 사진과 설명을 보고 둘 중 누가 본인과 비슷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판단했다. 연구진은 피험자의 뇌를 fMRI로 스캔하면서 선호도에 대한 66개의 질문을 던졌다. 피험자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해 답할 때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됐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답할 때는 배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 마지막으로 피험자 본인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 이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내 집단구성원)을 판단할 때 이용하는 프로세스가 외집단 구성원을 판단할 때와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 인종
인종 편향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이제 사회적 금기와 불법이 됐고, 누구나 자신을 평등주의자로 내세우기를 좋아한다.
뇌파검사에 따르면 우리는 170밀리초 만에 얼굴을 다른 자극들에서 구별하고, 250밀리초 만에 내집단의 얼굴인지 외집단의 얼굴인지 구별한다. 인종 판별과 안면인식은 빠르면 30~50밀리초 만에 번개처럼 일어난다.
인종 편향은 인간의 성장발달 과정에서 생기며 우리 환경의 암묵적, 명시적 단서가 편향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4~16세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종 반응에 대한 편도체의 신경 발달을 조사했다. 32명의 피험자가 흑인과 백인의 얼굴을 보는 동안 뇌기능검사를 시행했더니 흑인 얼굴에 대한 편도체 반응이 또래집단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외집단 구성원과 접촉이 잦아지면 사람들을 구분하고 식별하는 방식에서 인종의 영향력이 감소될 수 있음을 다시 시사하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집단 사람들과의 긍정적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생경한 얼굴에 대한 위험 개념이 형성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고정관념 메시지들을 무방비로 흡수할 위험도 줄어든다.
▪ 말씨
말씨에 대한 반응도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편도체 반응으로 설명 가능하다. 자기 말씨의 반복은 신경반응의 증가를 유도하는 반면 다른 집단의 말씨가 반복되면 신경반응이 감소한다.
억양은 지문 같은 개인 식별 표지다. 또한 누구와 말하느냐에 따라 어조와 어투가 바뀐다. 우리는 목소리와 억양을 조절해서 자신을 표현한다. 로열홀로웨이대학교의 캐럴린 맥게티건carolyn McGettigan이 목소리 흉내와 말씨 흉내에 관여하는 두뇌 영역을 밝혀냈다. 맥게티건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유명한 동요의 첫 대목을 원래 목소리로, 남을 흉내 낸 목소리로, 사투리나 외국인 억양으로 반복해서 암송할 것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말씨를 바꿀 때 뇌의 왼편 전측 섬엽과 하전두이랑이 활성화됐다. 전측 섬엽은 타인의 고통과 감정 표출에 반응하는 등 감정이입과 공감에 관여한다. 이 실험은 목소리와 말씨 변조가 강한 정서 반응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지기 정당의 긍정적 메시지보다 상대 정당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에 더 주목하고 더 기억한다.
사람들은 동류집단에 호의적일 뿐 아니라, 내집단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대적 편견을 보인다. 이것도 뇌신경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뇌신경 영상 연구들은 우리 뇌가 두 가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첫 번째는 의식적 통제 아래 정해진 단계를 밟아가는 숙고 시스템이다. 이 정신 작용은 시간이 걸리고 동기부여와 노력을 요한다. 두 번째는 반사 시스템으로, 자동적이고 직관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같은 자극에 대해 반사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이 다른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공평무사와 만민평등의 의도와 동기가 있어도, 자기선양과 자기보호를 위한 암묵적이고 즉흥적인 반응이 먼저 나갈 수 있다.
fMRI를 이용한 연구는 우리가 신경 수준에서 편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집단 간 편견이 위험과 공포에 연계된 두뇌 영역을 어떻게 활성화하는지에 통찰을 제공했다. 아울러 우리가 내집단 편애와 연상을 형성하는 방식과 외집단을 향한 부정적 편향이 내집단을 향한 공감보다 심하고 현저한 이유에 대한 통찰도 준다. 우리는 긍정적 자극보다 부정적 뉴스와 정보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뇌신경 연구는 상당 부분 안면인식 연구에 기반 한다. 얼굴이 신뢰와 편견을 만드는 가장 대표적이고 일차적인 자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은 절대적이지 않다. 누군가를 다른 사람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복잡한 문제이고, 이 행동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신경인지 메커니즘은 대단히 자동적이고 암묵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암묵적, 명시적 인지과정 모두 일관성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2부 내가 나를 속이다
4장 우물에 갇힌 마음
고정관념에 따른 판단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수월한 판단이다. 인지 부하가 높을 때 특히 이런 판단에 의지한다.
고정관념은 상대가 하나 이상의 고정관념 속성과 맞아 떨어질 때 더 빨리 활성화 된다. 즉 상대가 고정관념 속성 중 일부와 부합하면 곧 모든 속성에 부합한다고 추정한다. 일단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우리는 상대의 사실보다 자신의 추정 렌즈를 통해 상대를 본다. 이 과정에서 고정관념은 말이 씨가 되는 현상, 즉 자기충족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이 된다.
고정관념의 형성은 (2장에서 논한)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휴리스틱 추론과 인지 지름길과도 연관된다.
일단 고정관념 지식이 생기면 우리는 고정관념의 승인, 활성화, 범주화, 적용과정을 거친다. 고정관념 활성화가 사회집단에 대한 지식을 다지는 것이라면 고정관념 적용은 이 지식을 타인을 인식하고 판단하는데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내집단 구성원과 접촉할 일이 더 많다고 믿고, 외집단 구성원에 대한 정보는 내집단 구성원 정보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신중하게 수집하지 않는다. 외집단 구성원에 대해서는 기꺼이 성급한 판단에 의지하고 추상적 정보와 고정관념에 기댄다.
계층화도 고정관념 활성과 적용에 가세한다. 사회계층에서 상위 계층 사람들이 하위 계층 사람들보다 타인에 대해 부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고정관념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서열에서 아래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포함)은 자연히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사회적 판단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정형화된 정보 적용에 보다 신중하다. 간단히 말해 더 눈치를 본다. 반면,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인지자원을 아껴서 다른 데 쓰는 선택, 즉 고정관념과 부합하는 정보 위주로 판단을 내리는 지름길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권층에서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은 흔치 않다.
미국 흑인 기자 브렌트 스테이플스의 경우가 좋ㄹ은 예다. 그는 밤에 산책을 즐기는데 백인 행인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지갑을 움켜쥔 채 그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했고,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흑인 남자를 피하려고 다니던 길을 바꿨다. 그래서 그는 휘파람으로 비발디의 음악을 불기 시작했다. 자신은 교양 있고 비폭력적인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은 더는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더는 스테이플스를 그냥 흑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차별이 두려워 본인의 성정체성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정관념은 대개 공포와 위협, 다름에 대한 두려움, 생소하고 불편한 것에 대한 거부감에 기반 한다.
고정관념은 미디어에 의해 증폭되고 강화되면서 개인들을 빠르게 비인간화하고, 특정집단 전체를 동질화하고, 우리에게 편견을 행사할 명분을 주고, 꼬리표를 규범으로 만든다.
우리는 사람들을 묘사할 때 자신이 무슨 말을 쓰는지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고정관념을 표출할 때가 많다.
고정관념에 묶인 사람들이 아시아 여성과 흑인 여성만은 아니다. 2019년 챔피언리그 토트넘과 리버풀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뛰고, 최초로 득점한 선수가 됐다. 그는 토트넘 훗스퍼 PC와 계약한 선수 가운데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 중 한 명이다. 본머스대학교 사회학과 주임강사 임현주 박사에 따르면 , 유럽은 아시아계 선수들을 최고의 일꾼으로 본다. 손흥민에 대한 언론보도는 그의 근면성, 기강, 효심에 심하게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임 박사는 그가 슈퍼스타의 위상을 누린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슈퍼스타는 근면 성실보다는 주로 비범함과 경이로움과 천부적 재능으로 정의된다. 축구 저널리스트 로리 스미스에 따르면, 이러한 고정관념이 아시아계 선수를 영입하는 데 장애가 된다. 다른 선수들과 스카우터와 감독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은 슈퍼스타보다는 순종적 시민에 가깝다. p133
고정관념은 타인에 대한 행동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들이 고정관념이라는 편향된 렌즈를 통해 나를 판단하고 내 성과를 평가하는 두려움은 중요한 과제 수행 시 성과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두려움을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이라 한다. 고정관념 위협은 사회적, 교육적 불평등을 야기한다. 고정관념이 활성화되면 관련 행동들도 활성화 된다.
고정관념 위협은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수행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증가, 부정적 생각, 감정 억제가 한데 맞물려 육체적 불편함까지 유발한다. 인지와 정서 모두에 장애를 일으키고, 고정관념 극복에 신경을 쓰다가 정말로 집중해야 할 것을 놓치는 일이 일어난다. 과제에 연계된 부정적 고정관념을 알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될 차별이 두려운 사람은 더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끼고, 성과에 대한 남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누르려 애쓴다. 이 상태는 자아개념이나 자기정체성이 매우 중요할 때, 그리고 시험처럼 자기선양에 중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 특히 발생하기 쉽다. 그러면 작업 기억이 타격을 받고, 위협 인지반응으로 심장박동수와 혈압과 코르티솔 농도가 올라가고, 이 때문에 당면과제에 쏟을 인지 자원이 감소해 결국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생리적 반응은 대개 잠재의식 차원에서 일어난다.
고정관념 위협을 겪는 사람들은 남들의 시선을 과잉 의식한다. 좋지 않은 성과를 내서 스스로 고정관념을 입증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은 안타깝게도 해당 고정관념을 자기도 모르게 체현하는 자기충족예언 효과를 낸다. 고정관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해당 편향을 내재화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고정관념 위협은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소속감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인간은 자신이 특정 맥락이나 집단에서 부자격자라는 신호에 민감하다. 일원으로 존중받지 못하면 생리반응이 스트레스 형태로 고조되고, 이것이 인적자원과 작업 기억에 과부하를 가져와 탈동일시를 야기한다. 소속감 결여는 고정관념 위협의 파괴력을 넘어선다. 고정관념 위협이 주로 개인의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면 소속감 결여는 개인의 사회적 연결성과 가치를 침해한다.
사람은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두려움이 클수록 그 고정관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 들고, 배제나 실책을 암시하는 단서에 민감해진다. 개인이 고정관념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서둘러 개인정체성을 챙기고 고정관념 대상 집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직장에서 엄마정체성을 논하기를 꺼리는 이유다. 엄마들은 끝없이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고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면(여성) 일을 그만둘 계획이었던 경우는 직장 여성 중 2%에 불과하지만 43%가 출산 후 복직할 즈음에 전업주부의 길을 택하거나 커리어 경로에서 이탈한다. 미국 여론조사 퓨리서치센터의 선임연구원 그레첸 리빙스턴에 의하면, 자녀를 둔 여성의 29%와 석사학위 보유 여성의 10%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이를 두고 흔히 여자들은 일보다 가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에덴 킹이 미국심리학회에 보고한 연구는 여성이 임신을 알리는 순간부터 차별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을 그만두게 하는 쪽으로 압력을 행사한다.
편견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모두 고정관념을 인지하고 있다. 한 집단은 고정관념을 행사하지 않고 다른 집단은 행사하는 편을 택했을 뿐이다. 또한 기존 범주화 개념에 대한 집착이 남보다 강한 사람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고양이 그림에서 점점 개 그림으로 이행하는 카드들 - 첫 번째 카드에 그려진 동물은 명백한 고양이이고 마지막 카드의 동물은 명백히 개이고, 중간 그림들은 점점 고양이에서 개로 변해간다 - 을 보여 주었다. 각 단계에서 아이들에게 카드의 동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앞서 자기민족중심주의 편향을 보였던 아이들은 원래의 범주에 대한 생각을 포기하기를 유난히 꺼리는 성향을 보였다. 그들은 범주 경계에 더 엄격했고, 모호한 과도기 범주들에는 서툴렀다.
모두가 자신은 평등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의 자동연상이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 나아가 사회정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감시해야 한다. ~~~고정관념은 암묵적 편향을 강화하고 유포한다. 고정관념은 사회정책을 방해하고 소외집단의 융화를 가로막는 북소리를 끝없이 울린다.
5장 유유상종의 메커니즘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한다.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슷하거나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유대하고 교감한다. ~~~이런 유유상종의 성향을 동종선호homophliy라고 한다. 이 용어는 ‘함께’라는 뜻의 그리스어 ‘호모우 homou' 와 우정’을 뜻하는 필이어philia를 합친 것인데, 밥시 쌍둥이처럼 생김새도 생각도 비슷한 사람들을 뜻한다. 진화론적으로 우리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족과 붙어 있고 외양이 다른 사람들은 멀리했다. 밖의 사람들은 병균 보균자나 공격자로 판명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기존 믿음을 재확인해주는 사람과 정보를 우선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가진 신념과 정보에 의지하는 게 쉽지, 새로운 증거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것은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특히 정보가 불분명하거나 시간에 쫓길 때는 더 그렇다. 우리의 세계관을 끝없이 평가하자면 시간도 너무 잡아먹고 삶이 너무 고달프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것을 강화하는 쪽을 택한다.p146
▪ 에코 체임버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킹 웹사이트들이 동종 친화성 환경을 조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거기서 사람들은 서로 이데올로기가 맞는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교류한다.
당파적 차별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만큼 드러나지 않고 첫인상으로 즉각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급속도로 사회정체성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당 가입은 이제 삶의 선택이자 이념이 됐고, 지지하는 정당을 두고 가족이 분열한다.
▪ 보는 것이 믿는 것
사람들은 자기 믿음을 확인해줄 정보를 우선적으로 찾고 보고 듣는 모든 것에 이 기준을 정한다. 객관적 사실을 찾는 대신 정보를 기존 신념에 맞게 해석하고 그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기억하는 탓에 정작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신경 심리학자 대니얼 시겔은 일단 신념 패턴이 수립되면 우리 뇌의 뉴런들은 그 패턴을 따라 발화하려 들기 때문에 신념 체계를 바꾸기란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사람들은 정보망에서 자기 세계관에 부합하는 것만 건져낸다. ~~~내가 믿는 것과 일치하면 그게 진실이다.
6장 뒷북의 과학
테드 오도노휴ted o' donoghue와 매슈 라빈matthew rabin은 <계간 경제학>에서 차일피일하는 것이 ‘현재 중시 편향’이라는 인지 휴리스틱의 결과라고 말한다. 질질 끄는 버릇이 현재 편애 때문이라니 흥미롭다. 현재 중시 편향, 다른 말로 미래 가치 폄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두 시점을 비교하여 보다 가까운 미래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는 보상을 미루는 것이 나중에 훨씬 큰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좀처럼 보상을 미루지 않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관리를 위해서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하는 데도 매번 유혹에 넘어가 초콜릿 비스킷을 먹을 때 작동하는 편향이다. 우리 의지는 이 내재적 편향을 누루지 못해 당장의 쾌락에 탐닉하고, 다음번에 비스킷을 보면 그때는 참을 수 잇을 거라 생각한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 금융 소비자들은 먼 미래보다 당장의 순간에 집중해 은퇴 후를 대비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UCLA의 마케팅 교수 할 허시필드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학생들은 70세 때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컴퓨터 가상현실 아바타를 1분 정도 본 후, 예기치 않게 1000달러가 생기면 어디에 쓰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본 학생들은 평균 172달러를 노후자금 계좌에 넣겠다고 했다. 대조군이 예금하겠다고 말한 평균 80달러보다 두 배나 많은 액수였다. ~~~우리는 내일의 큰 이익보다 오늘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도록 설계돼 있다.
▪ 남의 떡이 항상 더 큰 건 아니다
우리에겐 현상유지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이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했다. 이 편향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돈을 벌기보다 돈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현상유지 편향은 여러 복잡다단하고 상호작용적인 요인들- 이를테면 변화에 따르는 경제적. 인지적 비용들, 위험 감수 기피와 현재 가진 것에 대한 손실 위험, 아울러 변화를 후회할 가능성-로 형성된다. 현상유지 편향은 강력한 무의식적 편향이다. 의심이 들 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하는 내면의 외침이다.
연구에 따르면 손실의 심리적 해로움은 이득의 은혜로움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다시 말해 100달러를 얻을 때의 기쁨보다 100달러를 잃는 심리적 고통이 두 배나 크다. 이 편향 때문에 사람은 어쩌면 미래에 더 이득일 수 있는 것을 위해 현재 소유한 것을 포기하기를 꺼린다.
우리는 대안이 훨씬 좋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 현재의 경로에 머물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최종결정을 고려하기보다 손실과 이득의 가치를 따지는 인지 휴리스틱에 기초한 결정을 내리며, 이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 가진자가 더 갖게 되리니
▪ 내 그럴 줄 알았어
3부 편견이 차별이 될 때
7장 마음이 예뻐야 여자
젠더 고정관념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형성되어 남녀간 불평등을 야기한다. 메릴랜드대학교 심리학과 찰스 스탠거교수팀의<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젠더 범주화는 지각과정인 동시에 인지과정이다. 지각 편향은 우리를 개인 간 차이에 집중하게 하고, 내집단과 외집단의 차이를 실제보다 더 과장한다. 젠더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스펙트럼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분법적 구분으로 집요하게 이어진다. 암묵적, 명시적 젠더 편향의 대부분은 생물학적으로 미리 결정되고 정의된 두 개의 균질적 집단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 여자의 9할은 혀
남녀는 말하고 쓰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는 통념이 있다. ~~~남자는 사실관계와 요약을 많이 써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간결하게 전달하는 반면 여자는 텍스트에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과 공감을 주로 표현하며, 대명사의 사용에도 남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유명 언어학자 로빈 라코프도 여자는 남자보다 문장 끝에 질문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자는 남자보다 말을 공손하게 하고, 부가의문문의 사용이 잦고, 약한 명령어를 쓰고, 욕설을 삼가고, 의미 없는 형용사를 자주 붙인다.
“양은 꼬리를 흔들고 여자는 혀를 흔든다.” 일본에는 “여자와 거위가 있는 곳은 시끄럽다.”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남자는 하루에 7,000단어를 말하는데, 여자는 하루 평균 2만 단어를 말한다는 등의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여자아이들은 사회적, 정서적 유대와 관련 있는 친화적 어법을 자주 쓰는데 비해, 남자아이들은 자기주장을 드러내는 어법을 쓰는 경향이 보였다.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의 조사에서 여자는 수적으로 열세일 때 남자보다 4분의 1까지 적게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들은 신중하다. 100% 자신 있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 타고난 지도자
2017년 퓨리서치센터가 4573명의 미국인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졌다. ‘사회가 남자와 여자에게 가치를 두는 특성은 무엇인가? 사회가 남자와 여자에게 불허하는 특성은 무엇인가? 응답자들은 사회가 각 젠더에게 가치를 두거나 두지 않는 특성은 1,500개가 넘는 단어로 답했다. 강력함은 여자에게 썼을 때는 부정적 표현이었지만(92%) 남자에게는 긍정적으로 쓰였다(67%). ’정직‘은 여자의 장점을 말할 때(100번) 보다 남자의 장점을 말할 때(200번) 더 많이 쓰였다. ’아름다움‘은 여자에게만 사용됐고, ’부양자‘는 남자에게만 사용됐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특성이 한 젠더에게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젠더에게는 덜 긍정적이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경우였다. 예를 들어 ’힘‘은 남자에게는 끝내주게 긍정적인 가치이지만 여자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또한 응답자들은 ’리더십‘과 ’야심‘은 사회가 여자보다 남자에게 바라는 가치로 보았고, 반대로 ’연민‘과 ’배려‘는 여자에게 있으면 좋지만 남자에게 많으면 오히려 흠으로 보았다. 사회에 만연한 ’유해한 남성성‘ 문화, 이른바 ’나쁜 남자 신드름‘을 보여주는 결과다.
남성성 고정관념은 남자에게 허락되는 감정을 제한하고(남자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남자의 공격적 행동을 정당화하는(사내가 다 그렇지) 세태를 고착화한다.
미국에서는 52%가 남녀 모두 국가 지도자와 정부수반이 될 역량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대통령이 배출된 적조차 없다.
▪ 페티코트 정치인
▪ 유전자의 힘
남녀 양극성 주장에 남녀 뇌의 차이에 천착하는 신경과학 연구들이 날개를 달았다. ~~남녀의 뇌에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차이가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 여성의 열세와 부적응은 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관행을 ‘신경학적 성차별주의’라고 한다. ~~~19세기부터 뇌들보-대뇌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활 모양의 신경다발-가 지성의 중추이며 남자의 뇌들보 표면적이 훨씬 넓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오히려 여자의 뇌들보가 더 넓으며 그래서 감정을 다루는 우반구와 분석적인 좌반구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이론이 대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이론도 신빙성을 잃었다.
지난 수십 년간 뇌신경과학자들이 그 차이를 찾아왔지만 별 게 없었다. 뉴런이나 뉴런가시의 수는 성별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차이였다. 남자의 뇌, 여자의 뇌라는 개념 자체가 오류였다. 대뇌피질은 대개 여성이 더 두껍고, 백질의 용량은 대개 남성이 더 크다고 알려졌지만, 남녀 간의 중첩이 상당해 기껏해야 하나의 경향이지 남녀의 절대적 표지는 아니었다.
두뇌 젠더화 논쟁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된 것이 뇌신경가소성이다. 뇌가소성이란 이런저런 장단기 경험에 의해 뇌 구조와 뇌 기능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사회의 태도와 기대도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 기능 행동 특성과 인지기능의 차이도 진학, 재정적 독립, 다이어트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 시간, 장소, 문화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한다. 고정관념도 뇌가 다양한 단서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남자는 여자보다 공간지각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다는 통념이 있다. 여자는 과학과 수학에서 남자보다 뒤떨어진다는 통념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통념이다.
▪ 차별받는 고통
▪ 빙산의 일각
8장 흑백논리
▪ 민감한 피부, 둔감한 피부
의사이자 작가인 제롬 그루프먼은 대개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보는 순간 이미 진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의사들 대부분 환자를 보자마자 이미 두세 가지의 진단을 염두에 두는데, 이런 예감은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한다. 의사들은 진단을 내릴 때 인지 지름길과 경험법칙, 즉 휴리스틱에 의지한다. 의사들이 자주 빠지는 의사결정 오류는 대표성 편향이다. 이는 특정 대상에게 그 사람이 속한 범주의 대표적 특징을 적용하는 편향이다. 이 편향에 빠지면 자신이 선택한 진단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가능성들을 놓치게 된다.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외상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215명을 조사한 결과, 의사의 인종, 나이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대부분이 어느 정도의 인종 편향과 사회 상위층에 대한 강한 선호도를 보였다. 다만 대체적으로 여자 의사들이 남자 의사들에 비해 인종 편향과 계층 편향의 정도가 낮았다. ~~~흑인 환자는 백인 환자보다 통증 완화 치료를 덜 받는다. 다른 연구에서는 히스패닉 환자가 비슷한 부상을 입은 비 히스패닉 환자보다 응급실에서 오피오이드(진통제)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일곱 매 낮았고, 백인 환자에 비해 흑인 환자의 경우도 양상이 이와 비슷했다.
▪ 이분법 너머의 사람들
▪ 피부가 신분
▪ 차별이 몸을 해치다
▪ 피 한방울
▪ 색을 아는 나이
1997년 필리스 카츠와 제니퍼 코프킨이 생후 6개월 영아가 사람들을 인종과 젠더로 구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쯤 된 아이는 자기 인종의 사람보다 다른 인종의 낯선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본다.
9장 외모지상주의
▪ 첫눈에 반하다
▪ 사랑은 프리 사이즈
▪ 길고 짧은 것
하이티즘heightism은 1971년 사회학자 펠드먼이 만들어낸 용어로, 키 큰 사람이 누리는 사회적 특혜를 뜻한다. ~~~키는 우월성, 리더십, 의사소통 능력과 암묵적으로 연결돼 있다.
▪ 오래된 나이 문제
에이지즘ageism도 우리 사회의 숨은 편향 중 하나다. 나이는 금이라는 속담은 우리 시대의 노년층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우리는 노인들을 비인간화하는 데 익숙하다. 우리는 노년을 인간이 경제적, 사회적 자산과 개체로서의 쓸모를 잃고 또다시 남에게 생존을 의탁하는 제2의 유년기로 본다.
10장 귀로하는 차별
▪ 이름이 뭐예요?
4부 끝나지 않은 난제
11장 얼굴이 있었으면 빨개졌을 거예요
마이크로소프트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 페기 존슨이 2010년 <뉴욕 타임스>가 주최한 뉴룰스서밋 컨퍼런스에서 엑스박스 게임용 장치 키넥트를 처음 소개했다. 키넥트는 사용자가 컨트롤러 없이 동작과 음성 명령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해준다. 당시 혁명적인 제품이었고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출시 직전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여성 직원이 이 게임기를 집에 가져가 가족과 놀던 중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동작 감지 장치가 남편에게는 잘 작동하는데 그녀의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18~35세의 남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된 시스템이라 여자와 아이들의 동작은 잘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결함은 AI 학습용 데이터에 내재한 편향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인구학적 다양성이 결여된 설계팀의 암묵적 편향에 기인했거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키넥트가 마침내 출시돼 스페인어 음성인식 기술을 달고 수출되었는데, 이번에는 카스타야 방언을 인식하지 못했다. 다양성과 포괄성을 내세우는 회사의 제품이라기는 믿기 어려웠다. 인간의 인지능력이 본질적으로 편향돼 있다면, 때에 따라서는 기계에 판단을 맡기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편향을 날리고 객관성을 가져오지 않을까? AI 기술이 사회의 병폐를 일거에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으로 홍보되고, 우리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구동되는 자동화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한다. 하지만 정말로 AI가 편견 없는 세상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까?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기술로 구현된다. 머신러닝은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예측, 자체 업데이트를 수행할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기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 AI를 훈련하는 방법이다. 이들 알고리즘은 이전 행동들의 통계를 이용해 거대 데이터세트에서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이용해 예측과 추천을 수행한다. 가령 넷플릭스가 가입자의 이전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아마존이 고객의 이전 쇼핑 행동을 분석하여 구매할 법한 아이템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 기술은 온라인 시스템,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암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등의 진단도구에도 내장된다.
데이터 학자 캐시 오닐cathy O'Neil은<대량살상 수학무기weapons of Math Destruction>에서 불가사의하고 파괴적인 알고리즘이 부지불식간에 우리 사회 면면과 우리 삶의 전반을 잠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이 기술이 폭풍 성장하다가 가설적 미래 시점에 통제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인간문명에 상상 불가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시점을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 이라 부른다. 지금도 점점 더 많은 알고리즘이 점점 더 깊숙이 생활에 적용돼 우리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고, 우리를 분류하고 조종하면서 현실에 실제로 변화를 가한다. 기술에 내재한 편향이 현실 세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시급하다.
예일대학교 니쉬트 비슈노이 교수가 말했다. 기술 편향의 개념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알고리즘은 이동성의 함정에 잘 빠진다. 공정성 개념은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영역이 달라지면 함께 변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무엇이 공정하고 무엇이 편파적인가는 자동차 산업에서 다르고 사법 시스템에서 다르다. 인도에서 공정한 것이 영국에서도 똑같이 공정하란 보장이 없다. 컴퓨터 시스템은 결정론적 현실에 기초하고, 공명정대에 대한 인간의 개념은 수학적으로 모형화하기 어렵다. 공정성 개념은 현ㅅ리 세계에서는 유연하고 변화무쌍하지만 그것을 수학 언어로 모형화해야 하는 기술 세계에서는 공정성이 보다 흑백논리에 가깝다. 수학모형의 예측 정확성과 공정성 사이에는 불가피하게 동시 실현이 어려운 상충관계가 존재하고, 형사사법이나 보건의료처럼 판단이나 결정이 생사의 문제인 맥락에서는 예측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먼 에러 최소화를 위해 현실 세계의 결정이 점점 더 인간의 소관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인간의 손을 떠난 결정은 이제 AI 머신러닝을 통해 이루어진다. 머신러닝 방법은 크게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으로 나뉜다. 지도학습은 AI 에게 입력 값(문제)에 대한 결과 값(답)이 있는 데이터를 주고 입력에 맞는 결과를 찾게 하는 방법이다. 주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으로 잇을 일을 예측하는 데 쓴다. 다시 말해 편향이 눈에 띄지 않고 숨어들기 딱 좋은 상황이다. 비지도 학습은 결과 값 없이 입력 값만 있는 데이터를 학습시켜 입력 값의 규칙성을 탐색하게 하는 방법이다. 고객 분류나 사이버보안 등에 많이 쓴다. 강화학습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 게임이나 네비게이션에 이용된다. 이런 AI 훈련과정에서 편향은 단계 마다 심지어 데이터가 수집되기 전부터 스며들 수 있다.
진실과 가짜의 차이를 알기도 어렵고, 신뢰성 판단을 위한 우리의 인지처리를 믿기도 어렵다. 그럴수록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보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단박에 공유. 전파를 삼가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짜 뉴스는 입수가 쉽고, 기억에 생생히 남고, 그렇게 친숙해져서 본능적으로 믿게 된다. 가짜 동영상이나 헤드라인이 자신의 세계관에 맞고 자신의 신념을 확증하는 것일 때 사람들이 그것을 가짜로 인식할 동기가 훅 떨어진다. 사람들은 오보 때문에 분노와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낄수록 자신의 편향에 의지하고 심증을 입증하는 정보를 쉽게 믿게 된다. 이때 허위 정보의 생성과 유포를 돕는 기술이 정치적 양극화 심화의 불쏘시게 역할을 한다.
12장 편견 마주하기
드디어 마지막 장까지 왔다. 지금쯤 여러분도 우리 사회에 무의식적 편향이 생각보다 훨씬 만연해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나는 이번 장에서 최근 암묵적 편향을 둘러싼 비판들을 다루고, 우리의 의식적 통제 너머에 있는 우리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논하고 끝으로 암묵적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암묵적 편향의 영향을 부인하는 주장 중 하나는 암묵적 편향이 딱히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키와 외모도 불공평한데 그 차이를 부당하게 보지 않듯 모든 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다양성은 단순 포함이나 균등과 같지 않고, 단지 동등한 비중이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무의식적 믿음과 편향에 따른 행위에 대해서도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자동으로 부정적 연상을 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일까? 남들에 대해 부정적 편향이 있다고 해서 편파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퍼듀대학교 철학과 나탈리아 워싱턴과 대니얼 켈리교수에 따르면, 행위주체가 자신이 무엇을 행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고, 다른 행동을 선택할 능력과 주체성이 있다면 그에게 해당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 명시적 신념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암묵적 편향의 경우는 자성이 여의치 않고, 의식적 통제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행위의 과실을 묻기 어렵다.
사람들 사이에 자성적 담론이 일어나면 지싯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사람들의 암묵적 신념과 거기서 비롯되는 편파적이고 차별적인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묻게 된다. 그래야 편향을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서도 책임을 따질 수 있고, 또 그래야 개인에게 무의식적 편향에 대해 죄책감을 안기거나 법적 책임을 묻기보다 편향된 행위의 폐해에 집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우리의 편향과 고정관념에 눈떴으면서도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순간, 거기서 비롯된 모든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온전히 우리에게 떨어지게 된다.
최근 우리 가족이 외출했을 때 어느 노부부가 우리 아이들에게 시끄럽다고 악을 쓰며 우리에게 애들을 단속하라고 성을 냈다. 세 살배기 쌍둥이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잃었다. 노부인은 나를 경멸의 눈으로 노려봤고,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물까지 솟았다. 내 인종이 문제였는지,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백인)여자가 다르게 행동했을지는 사실 알 길이 없다. 자신에게 나와 내 양육 방식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나에 대한 우월의식이 있었나? (나와 아이들의 국적은 영국이지만)피부색 기준으로 나는 그녀에게 이방인이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게 더 그녀를 짜증나게 했을까? 내가 이 경험을 트위터에 올리자 응원의 말들이 쏟아졌다.
이 책은 진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편향을 심었으며, 현대 기술이 그 편향을 어떻게 영속화하는지를 중심으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고찰한다. 우리가 기술과 데이터 기반 사회로 진입하고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이 대세가 되면서, 우리를 가두는 에코체임버와 집단사고와 필터버블에 대한 자성이 지극히 중요해졌다. 우리의 암묵적 편향이 어느 정보가 어떻게 선택되고 공유될지 결정하고, 그렇게 콘텐츠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방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구조적 편향을 다시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은 데이터의 수집과 설계, 그리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 추출 방식이 우리 사회의 암묵적 편향을 인지하고 기술이 차별을 양산하는 방식을 경계하는 것만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을 뛰어넘는 기술과 편향 없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실현하는 길이다. 이제는 기술 기업과 소셜미디어 채널도 개인만큼 사회적 불평등을 책임져야 한다. 특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딥페이크 기술이 대체현실을 만들어내고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났다고 믿는 일 사이의 경계가 어느 때보다 심하고 빠르게 뭉개지는 세상에서는 기술 산업의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무의식적 편향을 이해한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부조리가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의식적 편향의 존재와 그 유발 요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무의식적 편향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위험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Review]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방망이로 맞은 시어미 홍두께로 친다”는 속담도 있다. 속담은 누군가의 경험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동질화 과정을 통해 문화 속에 깊게 뿌리박힌 암묵적 편향이다. 속담은 먼 옛날의 일이 아닌 오늘의 문제다. 암묵적 편향의 특징은 강하고, 직감적이며, 휴리스틱(어림짐작) 반응으로 개인에 따라 특정적이기도 하다.
오늘날 뇌 과학자들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떤 감정이 감지되고 처리되는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인간의 원초적 활동(감정, 욕구, 호르몬 분비, 단기기억 등)을 관장하는 일명 ‘원시 뇌’가 후천적으로 발달한 대뇌, 소뇌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에 대한 것뿐 아니라, 장, 단기기억에 대한 것들의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이 어떤 부위에 어떤 형태로 저장되고 생각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잘 알지 못한다. 최근에는 기억이 사과처럼 매끈한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엉성한 그물망처럼 여러 모양의 틀(패턴)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그물망에 적합한 정보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면 곧 활성화되어 특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백만 조각의 정보를 모으고 우리의 뇌는 이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친숙한 패턴으로 분류하고 포맷하면서 특정 방식으로 처리한다. ~~~우리는 그때그때의 맥락과 목표에 따라 현실을 불완전하게 인지한 후 과거에 습득한 정보를 더해 거기 뚫려 있는 구멍들을 메운다. 이렇게 세상에 대한 인식과 추정이 만나 기억 오류와 인지 착각을 일으키고, 이 착각이 무의식적 추론으로 이어진다.”(본문)
이 책은 우리의 삶 가운데서 편향의 부정적 측면인 편견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다룬 책이다. 인종차별이나 정치, 경제, 사회, AI 과학 등 모든 분야에 편견으로 만들어지는 오류가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한 뇌 과학적, 사회 연구사례를 통해 얻은 비교적 최근의 결과를 총망라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흥미롭다.
대권 행보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때마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지역감정, 당파 간 대립, 빈부, 학력, 젠더, 세대 간 차이, 개인의 약점에 대한 신상 털기뿐 아니라 외국에서나 보게 되는 인종 대립도 머지않아 우리가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유력 대권 후보 중 한분은 “상식과 정의,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 세우고, 또 다른 분은 “누구도 서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 고 말한다. 공통적인 키워드는 차별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래사회에는 이런 차별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의식의 인지과정을 주로 연구하는 행동과학자로 태생은 ‘인도’지만 영국 국적으로 영국 노팅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2년이 넘는 동안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수석 학자로 활동했다. 무의식적 편견, 인종차별과 성차별, 사회통합을 주제로 세계를 돌며 교육단체와 비영리 단체 등에서 강연한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 인물 중 영향력 있는 100인, 영국 인도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50인에 선정되었다. 자신이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으로 백인 사회에서 겪은 차별적 대우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한동안 암묵적 편향은 상황이나 맥락에 상관없이 개인의 마음에 잠재한 생각, 즉 구상construct의 개념으로 쓰였다. 어려서부터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 차후의 경험들에 휘둘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의식적 신념은 최근 경험과 사건에 따라 수정될 수 있지만, 과거 경험의 흔적은 계속 남아서 암묵적 신념과 편향을 형성한다는 것이 사회심리학의 오랜 추정이었다. 하지만 암묵적 편향은 생각만큼 잠재적이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신경과학의 발달로 다양한 편향이 사회와 부모의 조건화, 즉 조건반응을 만드는 훈련을 통해 평생에 걸쳐 형성되며 잠재의식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것이 밝혀졌다.”(본문)
과학 문명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진다. 사회학자들은 각 나라는 각기 다른 배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하나의 배로 연상해서 각 나라는 각기 다른 선실에 타고 있다고 비유한다. 한배를 타고 있는 승객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편견부터 지워버려야 한다. 암묵적 편향은 고질적이며 바뀌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에 대해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이런 책들을 통한 새로운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갈 때 변화에 대한 희망이 있으며 그 이유가 이 책을 쓰게 된 진정한 동기라고 말하고 있다. 비교적 최신의 수많은 자료가 들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깨닫고 생각하게 하는 책임은 틀림없다.
<본문>
“편견은 특정 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한 부정적 태도이며, 자극적 반감으로 발현한다. 외국인 혐오와 동성애 혐오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특정 아이스크림에 맛들인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살 때마다 다른 맛들을 제쳐두고 그것만 고른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 이를테면 새로 출시된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이 편향은 극복할 수 있다. 반면 편견은 특정 맛에 대한 적극적 반감이라서 다른 맛들이 더 끝내준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어도 이미 편견이 생긴 맛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
“우리가 직감 또는 직관으로 부르는 것은 마법이나 신비의 힘이 아니다. 생래적이고 보편적인 동물 행동이다. 직감은 우리가 세상이란 바다를 항해할 때 나침반 역할을 한다.”
“직감을 사용한다는 것은 정확성보다 속도에 가치를 두고 뇌의 신속한 판단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직감을 ‘이중처리이론’애서는 시스템 1이라고 부른다.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스냅 결정에 감정이 동원된다는 것 외에는 직관이 정확히 어떠한 규칙을 따르는지 알 수 없다. 시스템 1은 무의식적 추론이다. 대개 비자발적으로, 그리고 작동기억(각종 인지처리 과정을 수행하는 단기 기억)과는 무관하게 일어난다. 즉 인식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행사할 겨를 없이 일어난다. 시스템 1의 판단은 신속하지만 주관적이며, 가치와 맥락과 영역에 따라 달라진다. 시스템 2는 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시스템이다.”
“시스템 1의 처리가 후딱 일어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부정확한 건 아니다. 일단 과거 경험에서 많은 정보가 쌓이면 직감이 꽤 유용하다. 문제는 과거 기억이 항상 정확하지 않고, 종종 현재의 감정 상태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이성이나 논리가 아니라 희망적 사고에 가까운 결정이다.”
“인간은 당연히 이성적이지 않다. 정보 과부하는 곧 나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잡음을 걸러낸다. 우리는 세상의 일부만 본다. 반복적인 것에 주목하고, 패턴을 찾는다. 패턴에서 튀는 것은 버린다. 거기다 우리는 일반화와 유형화를 통해 기억을 유지한다. 기억에 항목을 달고, 얼기설기한 데이터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인지 지름길을 이용해 무의식적으로 믿고 싶은 버전의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렇게 정보의 유입을 왕창 줄여놓은 뒤 남은 점들을 연결하고,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공백을 채워서 세상에 대한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한다.”
“의사들 대부분 환자를 보자마자 이미 두세 가지의 진단을 염두에 두는데, 이런 예감은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한다. 의사들은 진단을 내릴 때 인지 지름길과 경험법칙, 즉 휴리스틱에 의지한다. 의사들이 자주 빠지는 의사결정 오류는 대표성 편향이다. 이는 특정 대상에게 그 사람이 속한 범주의 대표적 특징을 적용하는 편향이다. 이 편향에 빠지면 자신이 선택한 진단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가능성들을 놓치게 된다.”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외상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215명을 조사한 결과, 의사의 인종, 나이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대부분이 어느 정도의 인종 편향과 사회 상위층에 대한 강한 선호도를 보였다.”
“상호의존적인 세계는 모든 위험이 복잡한 상호작용 망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오한 시스템적 연결성의 세계다. 그러한 조건에서는 경제적 위험이 경제적 영역에 국한된다거나 환경적 위험이 경제나 지정학 같은 다른 성격의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더 이상 옹호할 수 없다.”
“우리는 수백만 조각의 정보를 모으고 우리의 뇌는 이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친숙한 패턴으로 분류하고 포맷하면서 특정 방식으로 처리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뇌가 1초에 약 1,100만 비트의 정보를 처리한다지만 그중 의식적 마음의 처리 능력은 초당 40~50비트에 그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정보처리는 대부분 우리의 잠재의식에서 일어난다. 암묵적 인지 영역에는 암묵적 자존감, 암묵적 기억, 암묵적 태도처럼 의식 밖에서 기능하는 다양한 구상과 과정이 있다. 직접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통제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명시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해도 행동에는 과거 경험의 흔적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암묵적 기억이 우리에게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 편향을 이해한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부조리가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의식적 편향의 존재와 그 유발 요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무의식적 편향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위험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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