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감을 일깨우는 예술 수제맥주 입력 : 2017.12.01 08:00 | 문서원문 [맛난 집 맛난 얘기] 아트몬스터5년 전, 주한 영국 특파원이 한국 맥주에 혹평을 가한 기사가 논란이 됐었다. 당사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하지만 우리 맥주 발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2014년부터는 주세법이 개정돼 소규모 양조장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다. 이를 계기로 수제맥주 집들이 눈에 띠게 늘었다. 외국산 맥주도 넘쳐난다. 이젠 집 앞 편의점에만 가도 외국에서 들여온 맥주가 수북하다. 가히 수제맥주의 백화제방 시대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서울 익선동에 최근 수제맥주 전문점 <아트몬스터>가 문을 열었다.
맛 가격 분위기가 ‘예술’인 맥주 서울 익선동에 서면 자꾸만 걷고 싶어진다. 한옥 기와집들 사이로 손금 같은 골목길이 나있다. 사뿐히 내려온 기와지붕 처마들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계속 이어진다. 골목은 적당히 좁고 호젓하다. 골목을 따라 눈길 끄는 가게들이 올망졸망 모였다. <아트몬스터>는 그 골목 안쪽에 자리 잡았다. 익선동 기와집 점포들 특징은 모던함과 고전적 분위기가 절묘하게 결합된 공간이라는 점. 이 집도 예외가 아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 세기 전 ㅁ자형 서울 중산층 살림집의 형태가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행랑 안마당 부엌 안방 대청 건넌방들이 한 눈에 어림된다. 이런 공간에 NASA에서 사용했던 공기정화기를 설치하고 공기정화 식물을 심었다. 대들보엔 최신형 에어컨이, 중방엔 모니터가, 대들보엔 가스등이 달렸다. 여기에 주인장이 3개월간 선곡 작업을 한 힙합과 R&B 곡들이 흘러나온다. <아트몬스터>엔 여러 이질적 요소들이 모였다. 하지만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크하면서 ‘간지’가 난다. 이 집에서는 자체 생산한 수제맥주를 한 잔(레귤러)에 5000~6000원대에 마실 수 있다. 수제맥주의 핵심인 신선도도 높다. 다른 맥주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집이 보유한 생산 능력과 유통 시스템이다. 경기 군포에 1983㎡(600평) 규모의 맥주 생산 설비를 갖췄다. 양조장에서 익은 맥주는 저온 상태를 유지한 채 고객의 맥주잔까지 이어진다. 주인장은 비어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의 아들은 미국 ‘Siebel Institute Technology’와 독일 ‘Doemens Akademie’에서 브루마스터(Brewmaster) 자격증을 취득했고 10년 이상의 양조경력을 지녔다. 주인장 부자는 지난 5년간 500회 이상 양조시험을 실시했으며 미국 각종 브루어리 대회에 참가해 70여 개의 상을 받았다. 이들에겐 아직도 국내 수제맥주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 벨기에 농부들의 애주인 ‘세종대왕’은 특정 효모로 양조했다. 다크초콜릿과 커피, 견과류의 고소한 맛을 내는 ‘디먼워터’는 알콜농도 10%의 독한 맥주다. ‘수다스폰서’는 깔끔함과 밸런스를 중시한다. 짙은 호프 향을 더 음미할 수 있으며 톡 쏘는 듯한 탄산수 같은 느낌이 난다. 이들 맥주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샘플러(1만5000원)가 있다. A형과 B형 두 가지인데 각각 5종으로 구성됐다. A형은 세종대왕 첫사랑 향기 이태원 프리덤 몽크푸드 청담동 며느리 등 다섯 가지다. B형은 리얼 히어로 수다스폰서 갓종로 디먼 워터에 탄산수가 들어간다. 맥주와 이름이 과연 명실상부한지, 그 여부를 음미해보며 마시는 것도 재밌다. 화덕에 구운 ‘나폴리식 피자’와 담백한 ‘가마솥 치친’ <아트몬스터>에는 4종의 치킨과 5종의 피자가 있다. 맥주와 마찬가지로 자체 설비와 기술로 조리한다. 피자는 특제 이탈리아산 밀가루로 반죽해 72시간 저온 숙성시켜 성형한 도우를 쓴다. 485℃ 화덕에서 반사열로 구워낸 이 집 피자는 토핑이 화려한 미국식보다 도우가 맛있는 나폴리식 피자에 가깝다. 도우가 쫀득하면서 구수한 풍미를 낸다. 신선한 루꼴라가 푸짐하게 올라간 피자 아몽(1만1000원)은 치즈 풍미가 넘친다. 100% 천연모짜렐라 치즈, 수제 리코타 치즈, 생 파마산 치즈 맛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산 토마토 소스와 와인 소스로 맛을 냈다. 치킨 역시 피자처럼 자체 설비와 기술로 튀겼다. 무엇보다 무쇠 가마솥에서 튀긴 가마솥 치킨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 업체의 도계 후 이틀 된 생닭만 사용해 신선하다. 튀김용 기름은 매일 산가를 확인해 깨끗하다.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튀기기 시작해 산패도 없다.
가장 많은 인기를 차지하는 프라이드 치킨(1만2000원)은 달고 짠맛이 강한 기존 치킨과 확실히 다르다. 바삭하고 담백한데 은은한 후추 향이 고소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사카린을 넣지 않은 치킨 무를 곁들여 먹는다. 치킨 하나에 피자 하나면 네댓 명이 식사 겸 안주로 충분하다. 이 집은 셀프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한다.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면 호출한다. 그때 나온 음식과 맥주를 가지고 자리로 가서 먹는다. 전체 92석으로 좌석이 넉넉하고 개별 공간도 있다. 20~30대 치열한 도시여성들의 푸근한 쉼터이자 1차 모임 장소로 최적이다.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30 02-745-0721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변귀섭(월간외식경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