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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에서
- 남고생 일기
전창수 지음
1987년 3월 31일 화요일.
어제는 일기를 못 썼다. 왜냐하면
일기장을 잊어버리고 못 쌌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는 무척 여러 가지
유령의 선생님이 계시다는 걸 알았다 (다른 학교도 그럴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유형의 선생님을 종합해서
따라가야겠다.
내가 만약 교사가 된다면 - (내가 교사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과목은 이렇게 가르치겠다.
또, 학교는 이렇게 운영하겠다, 등을, -
내가 이것을 책으로 내야겠다.
한 가지, 수학을 예로 든다면,
단원의 핵심만을 정리 해 준다.
그리고, 문제 풀이를 해 주겠다 (간단하게 줄였다)
국어를 가르친다면, 단원이 끝나면 그 단원에 관한
작문을 지어오라고 해서 점수에 넣겠다. 시면 시, 논설문이면 논설문
또, 그 주일에 한 단원씩 꼭 나가겠다, (제일 큰 단원 X)
* 어떤 것은 빨리 나갈 수도 있다.
시 같은 것은 1번부터 65 끝번까지 전부 낭독하라고 하겠다.
단원이 끝나면 시험을 보고, 공부할 문제를
풀이해 오라고 하겠다.
한문의 경우는,
맨 처음 시간에는 수업을 안 하고 한문
공부의 진로를 결정하겠다.
먼저, 한자를 익혀오라고 하겠다. (음과 뜻만 알아오기)
그 다음에 수업에서는 학습 목표대로 공부를 하겠다.
그리고, 부수를 공부하겠다.
복습으로 한자를 쓸 줄 알게 하고, 한자의 부수를
익혀 오라고 하겠다.
영어는 생략. 과학도 생략. 국사도 생략.
도덕의 경우, 먼저 두 번째 큰 단원을 전부 다
읽어 본다 이것을 두 번 읽는다. 시간이 남을 경우
다른 이야기를 해 준다.
다음 시간에는 설명을 30분 동안 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필기를 한다. 이러면 단원이 1~2주일에 다 끝난다.
도덕 역시 커다란 한 단원이 끝나면 시험을 본다. <이하 모두 생략>
1987년 4월 1일 수요일
종례를 마치고 나서, ○○이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우리집에서 공부하자고 했다. 나는 토요일은 우리집에서, 일요일은 ○○이 집에서 공부하고 싶다.
기왕 9시에 교회에 나가는 김에,
교회 다닌지도 얼마 안 됐는데, 친구랑 같이
다니는 게 낫겠다고 생각된다.
수학 시험을 100점 맞았다.
수학 시험 공부는 끝난 거나 다름 없다.
영어 시험 공부를 해야겠다. 내일과 모레 사이에
영어공부를 하고 과학 공부를 조금 해야겠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 북부 교회로 꼭 나가야겠다.
나는 ‘내가 교사라면’이라는 책을 꼭 출판하겠다.
이것은 아마 선생님들 사이에 유행될 것이다.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야겠다. 오늘 아침처럼, 제발!
1987년 4월 2일 목요일
별로 특별한 일이 없다.
비디오를 샀다고는 하지마는,
그것은 나의 수학, 과학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서이고, 오늘부터 틈만 나면 내가 ‘교사라면’을
하루 한 과목씩 자세하게 기록하겠다.
오늘은 도덕이다.
내가 도덕을 가르친다면,
먼저 집에서 공부를 할 필요성이 없게 할 것이다.
첫째 시간에는 커다란 Ⅰ의 Ⅱ단원을
읽는다. 두 번째 시간에는 공책 필기만을 해 주고
시간이 남으면 노트를 읽힌다.
2주 첫째 시간에는 설명만을 할 것이다.
2주에 한 번씩은 시험 20문제를 볼 것이다. 이것은 평소 점수이다.
그러면, 도덕은 2주에 한 번씩만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방법 중에 최고의 수업 방법이다.
1987년 4월 3일 금요일
사춘기
누구누구에게도
사춘기는 찾아 왔는데 - .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라
망설이다가 -
어쩌다 이렇게,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또 모르겠네.
그렇다면, 소식통이 나 – 가서,
별쇠에게 물어보고, 석두에 물어보고,
소-식을 알-아 봐-야지-.
1987년 4월 6일 월요일
Monday. rain. April.
내가 만약 국어를 가르친다면 -
을 하겠다.
먼저 1주일에 중단원을
나가겠다.
한 시간은 읽기를 시켜 점수에 넣겠다.
골고루 하도록 한 사람은 또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무리 못 읽어도
기본 점수는 줘야 할 테니까.
두 번째 시간은 필기만 하는 시간으로 하겠다.
나머지 시간은 내용 공부를 하겠다.
학년 초 제일 첫 시간은 국어 공부하는
방향을 지도하겠다.
먼저, 예습으로 교과서를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가장,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참고서를 뱃겨서 교과서에 옮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소재 주제 같은
곳도 일일이 조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복습단계로는 노트 강의나, 내용 공부 한
거슬 다시 한 번 보고, 참고서에
있는 문제를 배운 것만 풀어보라고 하겠다.
그리고, 문제집도 하나 마련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그 주에 배운 것만을
문제 풀이 하면 국어는 아무리 어렵고
공부를 못 하는 사람이라도 60점은 나을 것이다..
즉, 낙제 점수는 안 받을 것이다,
1학년은 2시간 동안 내용 공부를 하고, 공부할 문제 풀이 품사 등등
을 다 해야 되기 때문에 1학년에서는 필기 시간을
조금 줄여야 하겠다.
2학년부터는 1시간은 공부할 문제, 문법, 작문 또는 다음
시간에 배울 읽기를 더 시키던지 한다.
어쩌면, 복습과 재복습만 하면 될지도 모른다.
1987년 4월 9일 목요일
삶. 첫 번째 시
이 세상 세상 삶이,
무덤에 묻어두고,
이세상 인생 삶이,
가슴에 묻어두고,
이 세상 의미 없이,
한세상 지내겄구먼.
이 세상 세상 삶이,
의미 없이 묻어 두고,
이 세상 인생 삶이,
하늘에 맡겨 두고
이상(희망) 두 번째 시
이상을 가로막는 함정이었던가,
저것은!
나의 이상은 바람에 날려가고,
그 바람은 태양에 흡수되고,
그 태양은 녹아 흘러 내리니,
이상은 사라졌도다!
태양이 번쩍거리며,
바람은 태양에서 빠져 나와,
나의 곁으로 와, 이상을 되돌려주고
갈 날, 그 날은 언제였던가!
아~아~ 앞을 가로막는 것은 황혼의 들판이 아닌가요?
아니면 악마의 늪이었던가요? <끝>
1987년 4월 10일 금요일
겸허한 자기 생활의 반성 -
이것도 나에게는 무의미하다.
밤하늘의 별을 세면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세상을 무의미하게 생각한다.
겸허한 자기 생활의 반성이란
문장은 언제 어디서 왔으며,
언제 어디로 떠날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만은 무의미하다.
단 1초의 시간도 버리고 싶지 않다.
○○○이 1등을 했던 것처럼,
나도 도전해 보고 싶은데, 시간이란 자기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가?
단 1분, 1초의 시간이라도 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 많은 나는, 시간을 아껴서 항사 전력 질주하며
달리는 것만이 나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이다.
나는 남자의 사명을 다하고 싶다.
1987년 4월 24일 금요일
내가 적금을 걷었다.
돈과
종이에 적은 액수의 합계가 안 맞아
점심시간에 겨우겨우 해 냈다 (쉬운 법으로)
이것이 바로 삶의 보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봉사 하는 데에는 육체적인
피로가 따른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나를 제일 믿기 때문에
저축 부장을 시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보람 있으면서도, 피곤한 날이었다.
시험이여, 빨리 가라. 그러면, 재미 있는 일이 많을 텐데……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1987년 4월 27일 월요일
내일 시합을 가질 것 같아서
타순도 정하고, 포지션도 정했다.
작전도 대강 나 나름대로 짜 봤다.
나는 발야구 팀 주장이다.
하지만, 내일 시합을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나님께 기도 드려 볼까-.
그러면, 시험이 끝나고 시간이
남으니까, 다시 검토를 해볼 텐데.
그럼, 아마도 결승전까지는 문안리
올라 갈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내일 시합을 하면, 어떻게 하지?
그것이 하나의 걱정 거리지만,
넓게 넓게 자신감을 가지고
시합에 임해야 겠다.
5월 5일 화요일
나는 지금부터 스테레스를 해소할 작정이다.
○ ○○, 그녀만 없으면 살 것 같다.
나는 영어 때문에 고민 되는데,
아주 나쁜 년이다.
한때, 그년을 좋아 했었던 적도
있지만, 아~ 이제는 제일 싫다.
그래도, 과학 선생님이 제일 좋다.
어느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 ○○, 아~그 년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해고를 해 버렸음 좋겠다.
영어를 진짜 인자 하신 선생님이
가르쳐야 되는데 - 그 년 년 년 때문에
아~ 아 지장이 있다
지장이 있어 그 년…… 없어져 버렸음 좋겠다
1987년 5월 6일 수요일
이 세상은 누그를 낳았던가?
과연 나 같이 재수 없는
사람이 또 있을까?
모처럼만에 살아가려 했더니
되는 일도 없는게, 이 세상은
누구를 낳았던가?
그리고 고향 동쪽 하늘 햇빛이 비치는
그 모양으로 돌아가자.
고향, 나의 진짜 고향으로 돌아 가자.
하난의 학교가, 하나의 가련한 인생을
망쳐 놓았다.
참을 수 없다.
우리 학교는 완전 엉터리, 마굿간, 쓰레기통,
유치장, 교도소에 범죄자들만
막 차 있는 곳이다
아~그래도 모잘란다. 아직 멀었는데……
1987년 6월 18일 목요일.
통지표를 받았는데, 다른 과목은 미술을
빼 놓고는 전부 예상 미달이고,
수학만 100!
나는 ○ ○○ (teacher)를 좋아한다.
수학도 좋아한다.
오늘 낮은 밝은 세상.
밤은 깊어지는데, 달은 점점 밝아지는데,
왜 고요한 바람과 띠띠빵빵
소리밖에 안 들릴까?
하나의 나뭇잎처럼, 나는 떨어지네
○ ○○ like
나는 떨어지네. 낙원으로 아무도 모르는 곳.
예수 있는 그 나라로.
천국으로. 한문 시간에는 음을 아는
사람이 유일무이하여 나 혼자였다.
나는 떨어지다. 진짜, 정말, 지상 낙원이 아닌 천국으로
1987년 7월 1일 수요일
오늘부터 우리만의 현실에 대하여 일기를
쓰려고 한다.
이것은 후손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일기이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반을 토대로 소설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시험 때문에 다소 늦겠지만.
6월 29일 월요일 학급회의 시간에
조금하고 큰 사람으로, 나뉘어져서
큰 사람인 ○○이가 ‘야다 돌기 전에
조용히 해‘라고 우욱 해서
선생님께서 불러내셨는데,
따귀를 맞으니까, 한참 있다가
칠판을 쳤따.
선생님은 겁이 나셔서,
아무런 말도 못하셨다.
날짜 없음 (1987년 7월 1일과 7월 18일 사이)
어제는 잠시 평화스럽던가
했더니, 오늘 점심시간에는
이유는 모르지만, 조금한
애 몇 명을 그것도 점심시간에
팼다. 그렇지만, 불러 낸 소리의
보아 예상보단 적은 것이
다행이다.
언젠간, 큰 애가 작은 애로 작은 애가
큰 애로 바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에, 용서하는 자가 승리
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뜻은 우리만의 단결력이
이 정도로 약하되고 우리반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
날짜 없음 (1987년 7월 1일과 7월 18일 사이)
국어 시간에는 ○ ○○이
억울하게 맞았다고 역력히
반항하였다. 그러나, 무사하였다.
애들은 ○○○이 나쁘다고
할지 모르지만, 안 겪어 봐서
그렇지, 사춘기의 소년이라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는 좀 나쁜
애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발, 우리의 후손은
누구든지 단결을 했으면
좋겠다.
1987년 7월 18일 토요일 (방학식)
학교를 끝나고 ○○네 집에 갔다.
○○○네 집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새각
했기 때문이다.
역시, 내 생각은 옳았따.
○○네 집에서 한 동안 이다가
가까운 ○○○네 집으로 갔다.
○○이는 청색 반바지 체육복과 흰 줄무늬가
있는 런닝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가구 냄새같은 것에 도취되고,
그의 안경쓴 모습은 나를 점점 더
○○이, 그에게 빠지게 했다.
통통한 몸에 귀여운 얼굴. 그리고,
몸은 아주 하얗다.
○○이는 TV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한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따.
다가서고 싶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몸이 굳어 버렸다.
그의 엄마가 오셔서 상을 차려서 나는
가려고 했다. 그러나, 밥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그러나, 괜찮다고 하면서
가려다가 ○○이와 좀더 오래 있고 싶었다.
그래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을
때도, 말은 하지 않았다.
○○이는 아까 전에 체육복 상의를 입었다.
나는 거기서 맡았던 그 냄새를
영원히 맡고 싶었다.
비록, 침묵 했으나, 나는 ○○이에게
빠져 버렸다. 이것은 친구 문제다.
그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었으나, 그 집은 나와야만 했따.
○○가 나를 싫어하지 않기를 바란다.
1987년 7월 19일 일요일.
○○이한테 편지를 했다.
나는 잠시도 그를 잊을 수 없다.
○○이는 나의 모든 것.
○○!○○!○○!
1987년 7월 20일 월요일
○○이네 집에 갔다.
배드민턴을 치고 그저 그렇게 놀았따.
거기서 노는 동안에도 나는
○○이를 잊을 수는 없었다.
그가 안경 쓰면 더욱 돋보인다.
하루 빨리 답장이 왔으면 좋겠다.
아침에는 ○○이네 집에 전화를
해었다. 그러나, 뭐하냐 그러니까 공부한다고
하고 그후로는 아예 말을 하지 않다가
끊었다.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나는 좋다.
○○
이럴 수도 있겠지.
TEl. 5-4887
○○
아마 그렇겠지.
1987년 7월 21일 화요일
답장은 오지 않는다. 무척 기다리는데……
아마 내일 오겠지. 아~제발
답장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것 뿐이다.
1987년 7월 22일 수요일
답장은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 봐도, 집에 가 봐도
아무도 받질 않고, 아무도 없었다.
아~지겨운 나 말이다. 빨리 자야겠다. 8시다.
지금 자야지. 시간아 빨리 가자-
1987년 7월 23일 목요일
○○이네 집에 갔다.
저녁에 ○○이네 집에 전화를 걸어서,
내일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어디 가야 되니까 안 된다고
했다. 맨날 어디를 가지 ……
이에 작전을 개시했다.
먼저, ○○이네 집에 전화를 걸어
내일 11시쯤에 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오후쯤에 오리라 마음 먹었다.
오전에는 공부를 많이 해놔야겠다.
오후에 영철이네 집에서 ○○이네 집으로
전화를 걸리라!
오후 2시나 3시쯤이면 족하겠지?
또 편지도 쓸 작정이다. 감정에 섞인
엊로 내 문장력을 모조리 발휘항셔 …….
반드시, 설득시키리라!
1987년 7월 24일 금요일
작전은 멋지게 실패했다.
○○이가 ○○이네 집에 가는 것은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성공했다.
날짜 지워짐
오전에 ○○이네 집에 갔다가,
○○이를 불러서 만났는데, ○○네
집에 갔다.
○○국민학교에서 만나서, 재미없게
놀다가 ○○이네 집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집을 가자고 한다.
나는 싫다고 했다.
○○이네 집에 나혼자 갔는데,
○○가 없어서, ○○네 집을 갔는데,
○○와 같이 ○○이네 집으로 갔다.
거기서 놀다가 집에 오는데,
나는 ○○와 같이 성당에 들렀다.
그래더니, 때 아니게 야영을 가지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접수를 하고,
나만 홀로 7조에 배치됐다.
○○이는 9조이다.
여기서, 옛날 (6학년) ○○이를 만나서
친하게 되었고, ○○도 기억하게 되었으며,
○ ○○이란 새로운 ○○이도 모르는
친구를 ○○와 ○○와 같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 성당에
다니기로 했다. 큰 행운이다. 저녁 9시 편지 배달
1987년 7월 25일 토요일.
별 일 없었음. 4시에 성당에 가서
노래 연습만 하고 왔다.
1987년 7월 26일 일요일.
성당에 갔다.
처음으로 가는 성당이라 기분이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나를
위해서 좋으리라!
한때, 불타오르던 ○○이의 열기도
천천히 식어간다. 하지만 웬지,
그와 비슷한 아이를 보면,
가슴이 떨려온다.
다시 그를 보고 싶다.
방학한 날 후 목소리는 들었지만,
그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
편지는 오지 않는다.
성당을 갔다가 선필이네 집에서
그저 그렇게 놀다가 왔다.
나는 앞으로 다른 날 열심히 공부하고,
일요일에는 과제 빼고는
아예 공부를 안할 것이다.
그것이 교회와 성당과
성모 마리아와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이 아니겠느냐!
7월 27일 월요일.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내일로 다가왔던 야영 계획은
다음주로 미루어졌다.
나는 앞으로 토요일 다섯시부터
성경 공부하는 데에도 나갈 것이고,
토요일 미사와 일요일 미사에도
나갈 것이다.
그리고, 가톨릭 성가든 성서든
있는대로 모조리 살 것이다.
○○이에 대한 열기는 거의
식었다.
하지만 나는, 내게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이다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언제나
즐겁기만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7월 28일 화요일
영어 숙제를 끝내고, 시도 한 편
멋지게 (잘 지은 것 아니지만) 지어서
끝냈다.
방학 숙제는 이번 주 일요일 안에
끝낼 예정이다. 단, 생물 및 곤충채집과
음악, 미술, 국사, 사회는 도저히 불가능이다.
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하는 것디 좋을
것 같다.
소설은 수정된 것이 벌써
세 편이다. 이제 네 편이
수정될 것이다.
전부 미완성 작품이다.
방학이 끝나면, 평소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11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날 것이고, 일요일에는
책을 읽고, 소설을 쓰거나,
장기를 두며, 친구네 집에
놀러가거나 할 것이다.
그것보다 9시에는 성당을 먼저
나가야 할 것이다.
방학이 끝나도, 토요일에는
5시부터 성경 공부를 하고, 8시에는
미사를 볼 것이다.
내일은 수학을 끝내야겠다.
오늘은 11시에 갈 것이다.
내일은 6시에 일어나도록
주여 도와 주소서.
성모께 감사드리며, 잠자리에
들겠나이다, 아멘.
7월 29일 수요일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그럭 저럭 별 일 없었다
낮에 낮잠을 잤다.
나는 어제 저녁 12시 조금 못
되기까지 라디오를 들고 자다가,
밀려서 쓰는 것이다.
어제는 아예 공상도 안했다.
7월 30일 목요일
○○네 집에 갔다.
그럭저럭 놀다가 7시에
성당에 갔다가 왔다.
그것보다도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났다. 그래서 죄는 것 5번씩
2번씩이나 하였다. 참 상쾌한 아침에다,
맑은 공기를 마셨다.
7월 31일 금요일
어제 저녁(밤 night)에는
‘금뺏찌의 비밀’이란 소설을 조금 쓰고,
웬만큼 구상해뒀다.
이것은 8월 3일까지 완성
할 예정이다.
야영은 8월 4일이다.
나는 방학동안에
적어도 두, 세편의 소설을 써 놓을
예정이다.
그래서, 책으로 출판할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생각인가!
또, 가요도 많이 알고 싶다.
그래서, 라디오를 많이 듣는 것이
아니겠는가?
8월 1일 토요일
시인 소설가는 확실하다.
꿈~꿈의 나래를 펴고
나아가는 것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간다, 간다.
꿈의 세계로.
꿈의 나래를 편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참 아름다워라.
8월 2일 일요일.
오후 예비자 교리에 나갔다.
다음주부터는 저녁 미사까지
볼 예정이다.
2시간 동안 기나긴 설명을
들어야 한다니 -
그렇지만, 재미 있으니까
괜찮을 걸!
내일 오전 10시 30분까지
모여야 한다.
그것은 그래도 괜찮다.
어서 교리문답책과 이상한 – 조그만 -
책을 사고 싶다.
다음주부터는 미사를 두 번
봐야겠지~ 야영이 모레다.
나는 5조이다. ○○이와 같이~
1987년 8월 3일 월요일.
내일 야영을 떠난다.
11시부터 우리 조는 모임을
가졌는데 3시가 돼서야 끝났다.
아~정말 자주했다.
나는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1987년 8월 7일 금요일
지금 나는 무척 피로하다.
하지만, 지난 야영 EO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
위해 볼펜을 들어야겠다.
4일.
비 때문에 야영을
하는 것은 내일로
연기되었다.
조끼리 모임을 가진 것 외에는
전부 심심한 것뿐이었다.
왜 이렇게 女가 그립던지……
5일.
9시에 버스를 타고 야영장소로
떠났다. 원주 칠봉.
일정은 텐트를 치다가 – 몇 번씩
다시 거뒀지만 – 밥을 먹고
마저 쳤따.
아 치고 나니 참
텐트 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 그 다음이 생각했다.
아~그 다음이 뭐였더라.
그 다음 것은 별거 아니다.
저녁 밥을 먹고 미사를
보았다 – 9시에 -
끝난 다음 전체 오락을
가졌다. 이것도 그렇게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그리고, 11시가 약간 넘어서
취침하는데 진짜 잔 것은
12시였다.
6일
이 날은 야영장에서 그래도 재미
있었다. 3박 4일의 예정이
2박 3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재미 있었다.
수영도 제대로 못하고,
캠프 파이어. 서론도 재미
없었따.
그리고, 디스코를 추었다.
처음에는 재미없더니,
점점 치다 보니까, 재미있게
되었따. 완전히 빠졌다. 도취됐다.
그래서, 1시에 끝났지만,
서러운 감이 남았다.
그날 밤 3시 정도까지
2학년은 놀았따. ‘누구 좋아’
그런데, 나는 한번밖에 안 걸렸다는
게 서럽다.
나는 왠지 아쉬웠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밖에
안 잤다.
7일.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왠지 떠날 때는 아쉬웠다.
차 안에 있는 것만 해도,
마지막으로 실컷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때 결심했다.
내년에도 다시 오리라! 하고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리라!
오다가 몇 번 놀고, 몇 번
졸았다. 어느 새 잠이 들기도
했덨나 보다.
아쉬ㅇ
8월 8일
잤음 11시까지. 오후에는
평가회를 가졌다. 떡과 음료수를
주었따. 맛이 있었다. 끝난게
조금 아쉽다.
8월 9일
별로 한 일이 없다.
그럭 저럭 세월이 가면……
8월 10일
아~일주일 동안 성당에도 안
나가고 할 일이 없구나.
이번 주 토요일 학생회를
꼭 나가야겠다.
8월 11일
별 일 없었음
8월 12일
앞으로 4일이다. 광복절과
학생회 첫 번쨰와 미사를 보는
날이……
8월 13일
앞으로 나흘이다. 예비자 교리
세 번쨰 참석하는 날이
8월 14일
아~드디어 가까워 왔도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빨리 빨리 몇 시간만~
지나라. 방학 동안 제대로
한 것이라고 성당 다니는
일밖에 없구나!
그렇지만, 성당 다니는 것은 참 좋다.
8월 15일
학생회란 참 재미있는 것이다.
미사는 지겹지만 ……
건필이와 같이 내일은 독서실
가기로 했다.
앞으로 학생회는 빠지지 않겠다.
체육대회 연습 때문에
내일 아침 6시 30분까지 가야 한다.
걱정이 되면서도, 비야 오지 말아라!
하고 빈다. 성당에 있으면 정말 행복하다
어제 소집일이어서 학교에 갔는데,
몇몇 아이들을 뺴놓고는 나를
외면하였다. 학교란 이상한 건물이다.
8월 16일
비가 와서 아침 8시까지 나갔다.
아무도 없었다.
미사를 보고 집에 오기 전에
○○이네 집에서 독서실 언제 갈 거냐고
물어봤다.
11시에 만두를 먹고, 선필이네 집에서
놀다가 12시에 건필이와 같이
독서실에 갔다.
독서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후에 예비자 교리에 나갔는데
교리 선생님이 어디를 갔다. 6시 34분에
돌아오셔서 교리는 몇 분
안 하고 거의 다 잡담을
하고 끝냈다.
8월 17일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6시 20분쯤에 운동장에
가서 런닝을 하고, 발야구는 7시쯤에
시작하였다.
내가 오늘은 활약을 못하였다.
몸이 안 풀린 상태이고, 마땅한
포지션도 없고, 공격법에 대해서
연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번트라는 비장의
무기를 써야겠다. 7:2로 졌다. 이는 내 책임이 크다 (1번이었거든)
8월 18일
오늘도 나갔다.
역시 1번 타자로 나가서 이번에는
번트 작전이 성공했다.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는데, 모두 번트로 낸 것이다.
하지만, 졌다.
독서실은 무척 따분한 곳이다.
8월 19일
4타수 2안타 기록. 어제보다는 기록이
저조했다. 역시 1번 타자였다.
번트 하나가 실패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4대 3으로
역전승 당했다.
독서실은 역시 따분했다.
내일부터는 다른 데로 해야지.
8월 20일
집은 싫다. 아빠도 싫다.
하느님이시여, 살펴 주소서!
아빠의 말은 모든 게 거짓이고,
자유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화랑에서 (남고생 일기를 마치며)
청소년 시절은 방황의 연속이다. 한번의 방황이 끝나면 또다른 방황이 시작된다. 사소한 한마디의 말에 상처받으며, 아주 작은 실수에도 큰 상처를 받는다. 더더군다나,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부모가 가하는 폭력과 억압은 엄청나게 큰 상처가 된다. 그래서, 청소년 시절의 아이들은 그냥 병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대할 수 있다고 한다. 병을 항상 가지고 있으면 예민해지기 마련이고, 항상 신경질적이 되고 만다. 이 예민한 시기에 쓴 나의 일기들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방황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했을 경우, 방황은 길어진다. 나의 글이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고통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청소년 시절에 겪었던 방황을 지금의 청소년은 겪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의 마지막은 아비지가 싫다로 끝났고, 이 후의 페이지는 찢어져 있다 어떻게 찢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추측하건대, 이후이 일기는 아버지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나의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때 간직한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내게 아버지란 존재는 컸고, 아버지란 존재는 힘든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더욱 더 무겁게 한다. 그러므로 나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 또 원장님들께도 청소년을 억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청소년을 억압했을 때, 청소년은 또다른 일탈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이 청소년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내가 잊고 지냈던 청소년 시절의 방황, 그 시절의 격동기는 이리 격렬했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금 떠올리며...
글쟁이 전창수
8월 1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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