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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모여 참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자리에 김지도님이 오셨습니다
진지하게 질문에 대답도 해 주시고
교육에 대해 이리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반드시
참교육의 시대는 올 것이라 희망의 메세지를 남겨주셨습니다
당시 열일곱이었던 저는 처음 연대라는 말을 그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학생운동 하는 걸 운동권 대학생도 대학 와서 해도 된다 말했었고
전교조 선생님들도 아직은 공부를 우선시해야 하니 노동집회만은 가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열일곱 열여덟 학생들이 정치에 대해, 사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았겠습니까?
91년 백골단 해체하라고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선생님들을 학교에서 지키고자
교실 문을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이 어른들 눈엔 얼마나 철없어 보였겠습니까?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시며 연대사를 하시는데
열일곱 저는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고, 같은 사람으로 존중하는 어른을 난생 처음 봤습니다
연대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지도위원님의 말씀에 따라 박창수 열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그 시절부터 저는
이리 저리 여러 노동집회에 쫒아다녔고 대학생들의 시위 현장에 고등학생 깃발을 들고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운동과 학원자주화 투쟁을 하며 대학 시절도 보냈습니다
그리고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습니다
젊었을 때 운동권 한 번 아니었으면 집안의 망신이고 나이 들어서도 운동권이면
집안이 패가망신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했습니다 돈도 벌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뭘 할까 고민했습니다
부산역 집회에서 지도위원이 발언을 하시는데 나도 울고 옆사람도 울고 육교를 지나던 시민들도
가던 걸음을 멈춰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고 나도 커서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겠다
나도 말을 저렇게 잘 해서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해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장래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원강사가 되었습니다
비록 초대형 자본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사교육산업에서 종사했지만
하루하루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즐거웠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돈맛이 좋았습니다
어떻게든 더 많이 벌어 보려고 주식 펀드에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집 살 생각도 해 보고 멋진 차도 갖고 싶어 하면서 남을 밟아야 내가 사는 경쟁 조직에서
월급날만 기다리며 죽어라 일 하고 일했습니다
그렇게 박창수 열사도 잊고, 김진숙 지도위원도 잊고,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도 다 잊었습니다
활동하는 선배/동기/후배들 밥사주고 활동하는 데 보태 쓰라고 봉투 쥐어 주고
여기 저기 후원하면서 이 정도면 꽤나 괜찮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요일이면 차 끌고 산으로 들고 놀러다니고 그랬습니다 살만 했습니다
비정규직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정리해고 될 때도 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유근로소득자라는 괴상한 신분으로 일 하기 싫으면 내 맘대로 때려치우고
나가라면 더러워서 내 발로 나간다고 뒤도 돌아 보지 않는 그런 학원강사 일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85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지도위원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발가벗겨서 거리에 내몰린 것 같았습니다 나만 행복하려고 맘먹고 살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노동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할 때 잡았던 마이크를
기껏 노래방에서 사랑 유행가나 부르기 위해 잡으려고 맘먹고 살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살다 보니 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든 말든,
가족들이랑 삼시 세끼 밥 먹고 아이들 공부시키기 위해 배알이 뒤틀려도
꿋꿋이 참고 소처럼 일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정리해고 통지를 받는 노동자가 있든 말든
자본을 섬기며 그렇게 살아온 삶이 너무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한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는 무력감에
밤새 술이나 진탕 마시고 꼬구라져 잠들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고 느꼈습니다
더는 나만 행복하려고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재눙교육 해고자가 1인 시위하다 린치당하고 있었습니다
재능교육 직원이 해고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피켓 들고 있는데 귀에 입김 불어 넣고 비웃고 있었습니다
유성에서 죽이기 위해 차를 몰고 사람을 향해 돌진하는 용역깡패가 있었습니다
새파랗게 어린 용역이 출근하려는 노동자에게 욕지거리를 퍼붓고 꺼지라고 했습니다
파업 가담 정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근무하고 하고 반성문 쓰게 하고
나는 개라고 말하게 한 뒤 업무에 복귀시키고 있었습니다
쌍용에서 노동자와 가족들 16명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데, 필리핀으로 수주 빼돌리고 긴급한 경영난이라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노동자 연봉의 이 되는 돈을 배당금으로 받아가는 재벌의 작태를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쉰이 넘은 해고 노동자가 죽을 각오로 고공 크레인에 160일이 넘게
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올라가 있고 또 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여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자본을 쥔 힘있는 자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무릎을 꿇을테니 사람을 죽이지는 말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겐 십시일반해서 돈을 모아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컨테이너로 장벽을 쌓아 살고자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줄 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이 있습니다
사람을 모으고 마음을 뭉쳐 봅시다
그래야 자본의 유혹도 이길 수 있고 그래야 용역깡패의 폭력도 이길 수 있고
그래야 살려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폭도가 되어버린 5학년 어린이가 독수리 타법으로 희망버스 후기를 쓰게 하는 나라,
죽음을 각오하고 살려달라 아우성 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곧 진압하겠다고,
법을 집행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경찰청장이 선언하는 나라,
오 필승 코리아를 틀어 놓고 죽음의 궁지에 몰린 노동자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때려도 된다고,
죽여도 된다고 교육하는 나라, 죽여도 되는 사람이 있다고 지시하는 기업이 있는 나라,
이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한진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날은 대한민국을 파멸로 몰아 넣는 날입니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지켜야 합니다
노동자 한 사람의 해고가 아닙니다
노동자 가족의 절망이고 죽음입니다. 해고는 살인입니다
맞을 만큼 맞았습니다 죽을 만큼 죽었습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맙시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이 살인을 방조하는 순간 이 잔혹한 살인에 우리도 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7월 9일 2차 희망버스가 어쩌면 늦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주말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2차 희망버스가 떠나기 전에 희망도보, 희망자전거, 희망승용차, 희망열차를 타고 지금 당장 한진으로 달려갑시다
노동자들의 싸움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애타고 피끓고 있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당신 잘못이 아닌 것을 안다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하겠다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꿋꿋하게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처참한 사회적 살인은 쌍용 하나로 충분합니다
살인에 동참하지 맙시다 더러운 자본 앞에 침묵하지 맙시다
한진이 살아야 나중에 나도 산다
한진해고자 희망버스로 구출하자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버스 1차 후기이자 또다시 희망버스에 오르는 절박한 이유입니다
첫댓글 힘찬 지지 보냅니다. 누구를 죽여야 가능한 발전이라면, 발전도 아니고 가서도 안되는 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