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어머니가 긴 세월 같이한 버선탕개
들국화/ 한혜자
네귀퉁이 곱게 수로 놓은 목단꽃
손으로 맺은 꽃 단추를 열면
온 가족의 발 치수
유지로 본을 그린 발 모양이
어른들 차례대로 열여섯 개가
곱게 접어 안고 있었네
층층시하 나의엄마
설날이 돌아오면 낮에는 베를짜고
밤엔 닭이 울더락 가끔씩 머리에
땀젖은 바늘을 씻어가며
위의 차례로 버선을 지어 놓으셨다
야속하게도 내 차례는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어 버렸다
작고 예쁜 울안에서 온 가 가족이
함께하던 대 가족의 발 모양
생전에 변치말자 유지로 본을 따서
고이 싸서 간직 했건만 유수의 세월따라
멀리 가버리고 그리움만 밀려오네
( 2 )나의 우체부
그리움 사무쳐 뒤안길 서성이면
돌감나무 사이로 덩실 웃으며
반겨주는 저 달은
반가운 소식이나 전해줄 듯
마음 포근한 고마운 달님
내 마음 아는 듯
나의 등 뒤에서 감싸 주었네
달아 그리운 부모 형제 잘 있는지
그곳 이곳 소식 전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 뒷머리에
손깍지 끼시고 툇마루에서
저 달보고 날 그리고 계시갰지
엄마는 나 빈자리 뒤척이겠지
달아달아
백지위에 한자한자 꾹꾹 눌러쓴
부모형제 그리운 마음
해찰 말고 전해주렴
달아달아
돌감나무 기대어 우는
이 밤의 소식은 전하지 말아다오
카페 게시글
신아문예동인지
신아 문예 15호 제출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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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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