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 : 2004년 4월 4일 일요일
2> 어디로 : 밀양 금오산
3> 누구와 : 산노을, 산그림자, 산타, 향기, 알프스, 늑대산행
4> 교통편 : 회원승용차(산타)
5> 회비 : 일만원(10,000원)
6> 산행시간 : 09시 40분 ~ 18시 30분(8시간 50분)
길 어디쯤 무거운 신 벗어놓고,
걷다보면 마음 내려놓고 싶은.....
어느 길로 먼저 갈까 망설일 필요는 없다.
가다 쉬다 틀림없이 비경을 살짝 내비치는
다른 길의 유혹에도 빠질 테니 말이다.
그런 유혹에 기꺼이 혹해 잠시 발이 묶이는 것이 더 행복한 곳,
거기가 바로 내 고향........
<경향신문 MAGAZINE X "길" 중에서>
영남 알프스 지도를 펼쳐놓고 이 능선 저 능선 눈으로 훑다가
단장면 태동마을에서 가래봉을 올라 금오산으로 향하는 능선 길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동한다.
50,000:1 지도를 펼치고 인도어 클라이밍(탁상 등반)으로 이미 몸은 능선을 걷고 있었다.
계곡 깊숙이 자리한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산세가 원점 회귀하기엔 딱 맞을 것 같아
자연스레 답사산행지로 결정을 하고 산행 공지를 올린다.
태동마을에서 시작하는 이번 산행은 가래봉을 올라 크고 작은 봉우리 10여 개를 넘나드는
답사 산행으로 완주하기엔 거리가 먼 약 18km의 기나긴 능선 길이다.
하지만 시간과 날씨의 상황을 봐서, 마을이 빤히 내려다보며 길을 가다 여차하면
중간 중간 탈출로가 열려있는 곳이기에 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그런 곳이다.
인도어클라이밍으론 금오산 정상에서 가지치기를 하며 천태산과 매봉산으로 갈라지는데,
남서쪽으로는 천태산이 북동쪽으로 매봉산이 자리하고 있다.
매봉산 쪽으로 약 2km 정도 가다가 또 다시 능선이 갈라지는데,
한 능선은 매봉산을 넘어 배내천으로 떨어졌다가 향로봉으로 치고 오르게 되고,
다른 하나는 북쪽 능선으로 이어지며 장재골을 휘감고 태동마을로 떨어지게 된다.
단장교를 지나 3km 정도 표충사로 향한다.
태룡초등학교가 있는 곳에서 우측 도로로 꺾어들면 태룡교를 지나 태동마을로 접어들게 된다.
마을 입구는 도로 확장공사로 어수선하고 주민들은 모두 들로 나갔는지 적막하기까지 하다.
태룡교를 지나 길이 좌우로 나뉘는데 좌측은 계곡 깊숙이 음지와 양지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이고
우측으로 산부리를 개간하여 대추나무를 심어 놓은 농장(農場)과 시골의 작은 태동마을이 있다.
산행 초입을 쉽게 찾기 위하여 우리는 산부리의 마을회관에 주차를 하고 산행채비를 차린다.
“겨울 빛 짙어가는 순하고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발목까지 잠기는 푹신한 낙엽 길과
길게 이어진 솔숲 사이를 하이킹하듯 종일 걸어볼 수 있는 산행로를 찾아 나섰다.
밀양시 단장면 가래봉에서 시작해 삼랑진 금오산까지 이어지는 이번 산길은
높은 곳과 낮은 지대의 표고차가 심하지 않고 산길도 초입 부 말고는 꽤 또렷하다.
초겨울의 차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키며 큰 체력부담 없이 산속을 마음껏 걷기에는
어느 근교산에도 빠지지 않을 코스다.
다만 산행길이 열리는 가래봉이 그간 산악동호인들에게 속살을 내보인 적이 거의 없어
초입 길 찾기가 꽤나 어렵다는 것이 흠이라며 흠.
답사산행에 나선 국제신문 근교산 팀은 초입 길을 찾는 데만 거의 1시간을 허비해야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단 초입을 올라서면 길게 이어지는 솔숲과 갈비(말라서 땅에 떨어진 솔잎) 덮인 길,
걷기 부드러운 낙엽지대가 번갈아 나서며 매혹적인 워킹 산행로를 열어준다.
산행코스는 밀양시 단장면 단장마을 뒤편으로 열려
가래봉(502.2m)-깨밭고개-629.2m봉-헬기장-제2바위전망대-당고개(금오산) 로 이어지며
이번 산행은 금오산 정상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삼랑진 안골마을로 빠지는 길을 잡는다.”
09시 40분 마을 회관 앞
‘순하고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발목까지 잠기는 푹신한 낙엽 길!’
‘길게 이어진 솔숲 사이를 하이킹하듯 종일 걸어볼 수 있는 산행로!’
‘큰 체력부담 없이 산속을 마음껏 걷기에는 어느 근교산에도 빠지지 않을 코스!’
처음 참석하신 알프스님이 국제신문 다시 찾는 근교산에서 프린트 해 온 내용을 보고
속으로 ‘탁월한 선택, 오~예!’ 라고 외쳤다.
결과론 적으로 ‘오~예!’가 아니라 ‘오~마이 갓!’이 될 줄이야.....
동네 아주머니에게 초입을 찾고자 자문을 구해보지만 역시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하고
대추 밭을 가로질러 무작정 산부리에서 치고 올라가는데 얼키설키 우거진 찔레꽃 가시며
키 낮은 잡목들이 발목을 붙잡고 지난 산행에 바지가 찢어져 바닷가 갈매기 날개 짓하는
멋진 풍경으로 짜깁기 해 온 산타님은 또 바지 찢어질까 전전긍긍하고
거기에 장단 맞춰 새 옷 입고 오지 않고 헌 옷 입고 오길 잘 하였다는 향기님.
모두들 은근히 길 아닌 길로 감을 탓하는 듯 하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앞서 가던 대원들은 잘도 지나치던데 하필이면 내 눈에 뱀이 보일 줄이야.
6~70cm 되어 보이는 녹색빛깔에 머리부분 붉은 꽃무늬가 박혀있는 놈이 길을 막고 누워있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고 긴 작대기로 휘휘 저으니 그때야 꿈틀거리며 바위 틈새로 들어간다.
산적이 있었더라면 놈의 생명은 오늘로서 끝나고 술병에 담기는 비운을 맞았으리라.
산행 중 뱀만 보면 길을 잃고 헤매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가진 나.
오늘의 산행을 예시(豫示)하기 위해서인가? 조짐이 별로 안 좋네.
11시 05분 가래봉 정상
한 시간여를 길을 헤쳐 올라 무덤을 한 곳 지나니 희미하나마 길을 찾을 수 있다.
솔가리가 덮여있고 썩은 나무 가지가 길 흔적마저 가려버리는 솔숲 지대의 능선을 타게 된다.
본격적인 능선에 올라서서 융단 같은 낙엽 길을 소풍가듯 올라 가래봉 정상에 닿는다.
북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용암산과 꾀꼬리봉이 승학산과 정각산으로 능선이 이어지며
구천산(영산)을 넘어 천황산으로 아스라이 이어지며 눈에 잡힐듯하다.
가래봉에서 금오산 방향으로 가려면 좌측 능선을 따라야 한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열리는 길로 방향을 잡으면 뚝 떨어지는 내리막이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평지에 닿고 다시 10여분 직진해 올라서면 우측이 금오산 방향이다.
능선 우측으로 칠탄산(480M)이 홀로 우뚝 솟았다가 바닥을 치고 만어산과 구천산으로 이어진다.
바꿔 탄 능선에서 몇 번의 오름내림이 계속되는데 깨밭고개를 지나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야 주능선으로 향하게 되는데,
좌측으로 접어들면서 조금 전 뱀이 보인 불길한 조짐의 예시가 현실로 나타난다.
제법 가파르게 능선을 쏟아져 내리니 정면으로 계곡 깊숙이 국전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로 금오산인 듯한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능선을 잘못 든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산을 내려가 저수지 뒤로 해서 금오산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나마도 절벽 같은 험로가 길을 가로막고, 뒤돌아 가자니 왠지 내키지 않는다.
오른 쪽 능선이 빤히 보이는데 뒤돌아 설 것인가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 설 것인가로 설왕설래.
앞장서 산허리를 돌아 오른 쪽 능선으로 향하니 모두들 울며 겨자 먹기로 뒤따르는데
내가 할 말이라곤 ‘고 놈의 뱀 때문에! 고 놈의 비~암 때문에!’
오늘의 산행은 약초꾼 산행이라며 없는 길, 낙엽 수북이 쌓인 산속을 헤매며 가는데
4지5엽초인지 산삼이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면 좋으련만 그 흔한 야생화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잘못 든 능선에서 산허리를 돌아 옆의 능선에 오르니 이곳도 주능선에서 벗어난 지능선이다.
주능선은 오른쪽에 길게 드러누워 수고 많다며 약 올리는 듯하다.
계곡을 치고 내려가려하니 계곡이 너무 험하고 능선을 치고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아 보여
할 수 없이 지능선을 따라 주능선으로 접어들기로 하고 지능선 길을 오른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답사는 확실히 하는 것이니 적당한 곳에서 허기를 채우기로 한다.
길 한번 잘못 들어 이 두 능선에서 헤맨 시간이 점시시간 포함하여 3시간여
시계는 어느덧 오후 2시를 넘어서지만 아직 정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주능선으로 접어들어 30분쯤 신나게 걷다보면 바위전망대에 도착한다.
빽빽이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조망권이 전혀 없는 능선에서 오랜만에 조망을 즐긴다.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감물저수지의 반짝이는 물빛과 칠탄산 만어산 구천산 능선 또한 시원하다.
고도가 그리 크지 않은 봉우리를 두개 넘어서 당고개에 도착, 정상을 향하여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16시 15분 금오산(634M) 정상.
남서쪽으로 안태호가 보이고, 남동 능선을 따라 천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다음을 기약하는 길.
정상엔 누군가가 세워 놓은 커다란 돌비석이 정상임을 알린다.
금오산 정상을 내려서 계속되는 능선 길은 천태산과 매봉산으로 갈라지는데
지도를 참조하면 삼거리에서 우측길이 천태산 길이요 좌측이 매봉산 길이다.
금오산을 내려와 첫 갈림길에서 무심코 좌측으로 들어섰는데 쏟아져 내려서게 되니
그 길이 하산 길이 될 줄이야.
능선 전 구간이 조망을 살피기가 어려워 크고 작은 지능선을 전혀 알아보기가 힘드니
“고 놈의 뱀 때문에! 고 놈의 뱀 때문에!” 오늘의 답사산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헤맴의 연속.
길을 잃고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최초의 계획대로 완주하기란 어차피 힘든 일이었지만
“고 놈의 뱀 때문에!” 나머지 구간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가파르게 쏟아져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곧게 뻗은 잣나무는 파릇파릇 연초록의 새 순이 피어나니 이제 곧 온 산이 초록의 물을 들이겠지.
과수원을 돌보는 젊은 부부는 우리를 보고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 묻는데
어디에서 어디로 왔는지 모르겠고 산 속에서 헤매다 내려왔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마을로 드니 우측으로 미완의 종주길인 능선이 다음에 다시 오라하며 잘 가라 손짓한다.
첫댓글 그 봐라 나가 그카더나...같이 가자고...
사진들을 보면서 그날의 산행 즐거웠고, 별로 기록도 많이 않은듯 하더니만 늑대님의 메모리 용량과 재미난 글 다시한번 감탄합니다. 이번달 산행은 근무땜에... 다음달에나 뵙겠슴니다.
비암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