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정등도(岸樹井藤圖)
안수정등도,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에 나오는 인생에 대한 비유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나그네 한 사람이 큰 벌판을 걷다가 미쳐서 날뛰는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다. 그는 크게 놀라 달아나다가 다행히 우물을 발견하였다. 마침 우물 안으로 뻗어내려간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곳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사방에서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고, 또 밑바닥에는 무서운 독룡이 노려보고 있었다. 위에는 미친 코끼리, 발 밑에는 독룡과 뱀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는 등나무 넝쿨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흰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서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바로 그 때였다. 어디에선지 꿀물이 나그네의 입술에 떨어졌다. 그러자 그 달콤한 꿀맛에 나그네는 그에게 닥친 두려움과 괴로움을 잊고 꿀물이 떨어지는 쪽으로 눈을 돌리니 머리 위의 큰 나뭇가지에는 몇 마리의 꿀벌들이 집을 짓느라 앉았다 날았다 하였는데 그 때마다 꿀이 떨어져서 입에 들어갔다. 나그네가 꿀의 단맛에 취해 있는 동안 들불이 일어나 사방을 휩쓸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나그네는 인생 그 자체를 말하며 벌판은 무명장야(無明長夜)를, 코끼리는 무상(無常)을 이르며, 우물은 나고 죽는 일〔生死事〕이 험난한 이 세상을, 한 줄기의 넝쿨은 우리의 생명을 각각 뜻한다.
그리고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네 마리 독사는 우리의 육신을 이루고 있는 사대(四大:地水火風)를 가리키며 꿀물은 오욕(五欲), 벌은 삿된 생각을, 들불은 늙고 병듦을, 독룡은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안수정등도’ 벽화는 위의 내용을 대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꿀물의 달콤함에 취하여 정신을 잃은 나그네를 통하여 그릇된 관념에서 벗어나서 삶의 참모습을 깨닫고 정행을 하도록 이끌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