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陽黃菊(중양황국) 중양절에 피는 황국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조선 후기의 문신·실학자·서화가. 자: 원춘(元春). 호: 추사(秋史)·완당(阮堂)·예당(禮堂)·시암(詩庵)·노과(老果)·농장인(農丈人)·천축고선생(天竺古先生). 1819년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대사성·이조참판 등을 역임. 학문에서는 실사구시를 주장하였고, 서예에서는 독특한 추사체를 대성시켰으며, 특히, 예서·행서에 새 경지를 이룩하였다. 저서에 《완당집》·《금석과안록》 등이 있다.
黃菊蓓蕾初地禪 (황국배뢰초지선)
風雨籬邊託靜緣 (풍우리변탁정연)
供養詩人須末後 (공양시인수말후)
襍花百億任渠先 (잡화백억임거선)
노란 국화 꽃봉오리가 초지선(初地禪)의 경지에 들었네.
비바람 부는 울타리 가에 고요한 인연을 의탁했구나.
시인을 위해 공양하는 것은 모름지기 맨 나중이어야 하니,
백억의 온갖 꽃 속에 널 먼저 꼽는구나.
蓓蕾(배뢰): 꽃봉오리. 꽃이 피기 전의 몽우리 상태.
初地禪(초지선): 불교 용어로, 깨달음에 이르는 첫 단계의 경지. 가장 청정하고 고귀한 경지를 비유.
籬邊(이변): 울타리 가, 울타리 옆.
靜緣(정연): 고요하고 청정한 인연 또는 운명.
供養(공양): 바치다, 드려 섬기다.
末後(말후): 맨 나중, 마지막.
襍花(잡화): 온갖 잡다한 꽃, 襍(잡): 섞일 잡. 섞이다, 雜의 本字
重陽(중양): 음력 9월 9일,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양(陽)의 숫자인 9가 두 번 겹친다는 의미에서 길일로 여겨, 이날을 명절처럼 지내며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거나 국화전을 먹는 등의 풍속이 있다. 중양절(重陽節)이라고 했다.
황국의 봉긋한 봉오리는 온갖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홀로 고요히 피어나 가장 맑고 고귀한 경지에 오른 듯한청정한 인연(靜緣)을 지키고 있다고 노래한다.
공양(供養)은 시인이 국화를 즐기는 것이다, 국화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은 다른 꽃들보다 고고함과 절개를 지녔으니 이 꽃이 꽃 중에 으뜸이라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국화의 계절이다. 필자도 국화를 좋아해서 봄부터 가꾸어왔는데 지금 한창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고 있어서 고요히 바라보며 마시는 한 찬의 차가 더욱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