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 곧 혼인장애는 가톨릭 혼인의 특징(단일성과 불가해소성)에 위배되는 요인, 또 교회에서 정한 유효한 혼인(성사혼 또는 관면혼)의 요건을 채우지 못할 때에 발생합니다. 혼인장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한국 천주교회 교회법인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에서는 혼인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평생 부부 공동체를 이루어 가정을 형성하는 사회 제도이고, 영세자들 사이의 혼인은 성사의 품위로 올리셨으므로, 혼인 당사자들 중 한 편만이 신자라도 유효한 혼인을 맺기 위하여서는 교회법과 교회법에서 준하는 국법도 지켜야 한다"(제102조).
여기서 핵심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신자들 사이의 혼인은 말할 것도 없고 혼인 당사자들 중 한 편이 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회법을 지켜야 하고, 교회법에서 준용하는 국법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혼인 당사자들이 교회법과 교회법이 준용하는 국법을 지키지 않고 혼인을 한다면 유효하지 않은 혼인 곧 혼인장애에 해당합니다.
교회법상 유효한 혼인이 되려면 혼인 당사자들이 성직자의 주례 하에 2명의 증인 앞에서 자유의사로 혼인합의를 표명해서 맺은 혼인입니다. 이때 주례는 혼인 당사자들의 본당 신부가 할 수도 있고, 본당 신부의 위임을 받은 다른 신부(또는 부제)가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혼인은 성사의 품위로 들어 높여집니다.
그런데 혼인 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신자가 아닐 경우에 교회법상 그 두 사람의 혼인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이들의 혼인이 무효가 되지 않으려면 관할 사제에게서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관면을 받고 맺는 혼인은 비록 교회에서 정한 예식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성사혼이 아닙니다(사목지침서 제110조). 반면에 관면을 받지 않고 혼인할 경우에는 혼인장애 곧 조당에 해당하지요.
교회법은 또 교회법에서 준용하는 국법도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보편교회법인 「교회법전」에서는 혼인 적령기와 관련해서 남자는 만 16살, 여자는 만 14살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1083조), 한국교회는 결혼 나이와 관련해서는 민법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개정된 민법에서는 남자와 여자 똑같이 18살이 되면 결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따라서 결혼 당사자들이 모두 신자라 할지라도 18살 아래이면 유효한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유효한 혼인이 되려면 역시 사제의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혼인장애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장애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봅니다.
◇미신자장애
앞에서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가톨릭신자와 미신자 사이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관면을 받지 않고 혼인을 하면 미신자장애에 해당합니다. 신자와 미신자의 혼인을 장애로 설정한 이유는 미신자로 인해 신자가 혼인 후에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거나 또는 자녀를 가톨릭 신앙으로 양육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 신자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미신자장애에 해당할 때 관면을 받기 위해서는 신자는 혼인 후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자녀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양육할 것을 서약해야 합니다. 또 미신자 배우자는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가톨릭신자와 타교파(개신교, 성공회 등) 신자의 혼인은 어떨까요? 교회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사목지침서」 111조, 「교회법전」 1124조). 그러나 혼인을 해야 할 정당하고 합리적 사유가 있으면 역시 사제에게 관면을 받아야 합니다. 관면을 받기 위한 조건 역시 미신자장애의 경우와 같습니다.
우리 신자들 가운데는 이런 혼인법 규정을 잘 몰라서 조당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신자장애는 그 혼인이 가톨릭 혼인의 특징(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충족하고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해소할 수 있습니다. 사제에게 가서 신자 배우자의 신앙생활을 존중하고 자녀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키우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면 됩니다.
□생각해 봅시다
혼인장애 곧 조당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조당 중인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신자들도 조당에 걸리면 성사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성당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못입니다. 조당 중일 경우 고해성사를 보지 못하며 미사에 참여해도 영성체를 할 수 없는 등 신앙생활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교회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교회 공동체와 신자 개개인들은 조당 중인 신자를 더욱 따뜻하게 형제적 사랑으로 대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신앙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격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