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신부에게 주는 축하 글 / 정선례
하늘 높고 볕이 좋은 날, 오곡백과 무르익느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선선하구나. 11월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야.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 순백의 신부 민, 멋진 신랑 인아, 결혼 축하해. 혼인의 시작점인 예식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다. 결혼식을 왜 '인륜지대사'라고 했는지 알겠지? 가족이 많아져서 마음 써야 할 대상도 늘었겠구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단다. 그렇지만 양가에 기념할 만한 날은 소소하게나마 되도록이면 챙기렴.
너희가 고요하고 평온한 가운데 예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효도란다. 세 살 무렵이었어. 네 엄마가 바쁜 일이 있어 며칠 동안 우리 집에 와 있었단다. 처음에는 네 엄마 곁에 딱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어. 엄마가 안 보이자, 그제야 내게 안기더라. 품에 꼬옥 안고 등을 토닥였더니 스르륵 잠든 너는 아기 천사였어. 그때가 엊그제같이 생생한데 어느덧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새 가정의 주인공이 되었구나. 지금처럼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 그 제도 안으로 누구나 쉽게 들어가지. 모두가 다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저절로,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없단다. 조금 더 일찍 결혼한 선배로서 내 느낀점을 조언할게.
먼저, 건강을 맨 앞에 둬야 한단다. 자신의 몸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혹여 고장난 데가 있다면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 검진은 꼭 받았으면 좋겠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기를.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란다. 세상에 나를 믿고 언제나 응원해 주는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건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일이지. 또 식구가 하나둘 늘면서 단출하게 둘만 살던 때에 비해 여러 어려움이 생길 거야. 그때마다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꼭 함께 의논을 거치면 좋겠다. 설사 안 좋은 결론으로 이어지더라도 공동의 책임이니 서로를 원망하는 일은 적을 거야.
또한 여러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손실은 미리 예방하는 게 최우선이란다. 친구나 지인의 말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 한 번으로 집이나 자동차가 사라지고 심지어 회사 사원증까지 반납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될거야. ‘앉아 주고 서서 받는다.’는 속담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 정말 중요한 요소란다.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창문으로 나간다'는 서양 속담을 깊이 새겨들으렴.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은 진리 중에서도 으뜸이더라. 집안이 화목해야 밖에 나가서도 당당하고,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어.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술술 풀리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다 보면 사소한 의견 차이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다툼이 많을 거야. 당장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엔 현명한 사람의 생각을 따르게 되지. 상대방 감정이 올라가 있으면 맞서 대거리하지 말고 꾹꾹 눌러두었다가 상대방이 잠잠해지면 조곤조곤 설득력 있게 말해야 분란이 생기지 않는다.
사귈 때는 노력 없이도 호감에서 오는 사랑의 감정만으로도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었을 거야. 그러나 결혼은 현실이야. 책임과 의무,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고도 힘들어. 결혼 생활이기도 해. 그러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첫 마음을 기억하여 긴 여정의 마라톤 같은 삶을 완주하렴. 언제나 내 자신을 1순위에 두고 소중하게 돌봐야 한다. 너희들 지혜로워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단란하고 평온한 가정 아름답게 가꾸렴. 너희의 결혼을 축복한다. 늘 맑고 깊은 날 되기를 이모가 항상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