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모두 삶에 필요한 영양소 대부분을 입으로 섭취하는 음식에서 얻는다. 그리고 깨어 활동하는 동안에 먹을 것을 확보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연히 인간도 예외일 수 없기에 ‘살기 힘들다’가 아닌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인체는 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 염류,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음식섭취만으로 필요량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고 햇빛(자외선)을 쐬어야만 피부에서 생성되는 영양소가 있으니 비타민D가 대표적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만성피로, 골다공증, 심근경색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93%가 비타민D 결핍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비타민D 결핍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30여분씩 일주일에 3일 이상 햇빛을 쐬는 것이니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먹는다고 할 수 있다.
온몸으로 먹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써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과 잠이 오게 하는 물질인 멜라토닌이 그것이다.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면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조절하므로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으나 부족하면 우울증, 불면증, 성격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음식에서 직접 얻을 수 없고 뇌에서 생성되는데 원인물질은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이자 음식물로만 섭취할 수 있는 트립토판이다. 중요한 것은 트립토판이 혈액을 타고 뇌에 도달하려면 운동이 필요하고 뇌에서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려면 햇빛을 충분히 쐬어야 한다는 점이다. 낮이 길고 신체노출이 많은 여름에 보다 많이 생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로토닌은 또다시 수면 유도 물질인 멜라토닌으로 변하는데 그 외부조건이 어둠인지라 밤이 긴 겨울에 보다 많이 생성된다. 따라서 뇌에서는 트립토판이 세로토닌, 멜라토닌으로 연이어 전환되는 화학반응이 끊임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실천해야 할 일은 불 보듯 뻔하다. 즉 인체에 비타민D와 세로토닌, 멜라토닌 등이 생성되려면 운동, 햇빛, 어둠이 필수적이니 온몸으로 얻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비타민D와 세로토닌이 부족하기 쉬운 겨울에는 낮에 햇빛을 보다 더 많이 쐬도록 노력하고, 멜라토닌이 부족하기 쉬운 여름에는 밤에 어둠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으랴. 물론 비타민D만큼은 오늘날에 보충제가 나와 있으니 입으로만 복용해도 필요량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도 세로토닌은 단지 원인물질인 트립토판 보충제만 있을 뿐이어서 오직 충분히 몸을 움직이고 햇빛을 쐬어야만 얻을 수 있다.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을 느끼기 쉬운 까닭도 햇빛을 충분히 쐬지 않아 세로토닌 생성이 미약해서다. 또한 침실이 창밖의 불빛 때문에 어둡지 않다면 멜라토닌 생성 부족으로 숙면을 취할 수 없을 것이니 검정 커튼 등으로 가려서 온몸이 어둠을 겪도록 해야 하리라. 결국 인간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입으로 영양소만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햇빛과 어둠도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즉 낮에는 밖에서 활동하며 햇빛을 쐬어 비타민D와 세로토닌을 충분히 생성시키고, 밤에는 어둠을 겪으며 멜라토닌을 충분히 생성시켜 깊은 잠을 자야 한다는 뜻이다.
여태껏 영양보충제를 구입해 먹어 본적이 거의 없다. 입으로 먹어야 할 영양소만큼은 하루 세끼의 식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한지가 10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에는 매일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보금자리를 출발하여 2,850미터 남짓의 공원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왔으나 퇴직을 하고부터는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두 번에 걸쳐 같은 코스를 걸으니 하루에 걷는 거리는 총 11.4킬로미터에 이른다.
흔히 새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침을 먹고 나서 출발하는 까닭은 햇빛을 쐬며 걷기 위함이다. 그래서 4월부터 9월까지는 언제나 반바지와 반소매 차림으로 걸었다. 그러나 10월부터 3월까지는 겨우 얼굴만이 햇빛에 노출될 뿐이어서 아침에 양지바른 곳을 걸을 때는 가끔씩 옷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리거나 때로는 바짓가랑이까지 무릎위로 걷어 올려 햇빛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처음에는 팔뚝과 장딴지가 오스스 떨리다가도 마음속으로 ‘비타민D, 세로토닌’을 되뇌면 그때서야 엄살을 거두고 햇빛을 반긴다. 한편 밤에는 가급적 어둠 속을 걷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디에나 가로등이 줄느런하여 그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날마다 걸으니 숙면, 입맛, 일반적인 컨디션, 혈당, 쾌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좋아졌다.
오늘날 문명의 이기들은 인간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 폐단도 만만찮다. 자동차는 매연으로 대기 오염을 부추기고 인간을 운동부족으로 이끌어 온몸으로 섭취해야 하는 비타민D와 세로토닌을 결핍시킨다. 더불어 전등불은 밤을 밝히지만 어둠에서 생성되는 멜라토닌을 결핍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그러니 밤이 대낮처럼 밝은 대도시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둠을 겪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뿐이랴. 컴퓨터, TV, 휴대폰 등의 전자파에 의한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모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니 대책은 오직, 인간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그 문명의 이기들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물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니 그에 따른 불편함 정도는 결코 감수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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