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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장애인 직장 동료, 비로소 내 일상으로 들어온 장애인 삶”
옥천 창작 영화 ‘소희로부터’ 네 번째 장애인인권영화제서 첫 공개
편집자주_우리고장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어느덧 네 돌을 맞았다. 4년 전, 인권 영화제의 첫 주제는 ‘나를 보라’였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외치는 장애인 당사자를 직시하라는 의미였다. 4년이 흐른 지금,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맞울림’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외치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리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함께’ 외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던진다. ‘함께’, ‘같이’라는 의미인 ‘맞울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장애인의 목소리에 비장애인이 응답해 하나의 울림을 내어달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공감과 울림, 맞울림’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청소년수련관 별관에서 개최됐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임경미)가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옥천군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지원했다. 영화 제작과 영화제 행사에는 군 예산 2천만원이 지원됐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희로부터’ 제작진들. (왼쪽부터) 임경미 센터장, 소희역할 이예진 배우, 지윤 역할 김에스더 배우, 송승연 작가, 정창영 감독
올해로 네 번째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에는 처음으로 공모전을 통해 시나리오를 받아 창작된 영화 <소희로부터>가 관객을 맞았다. ‘비장애인’ 소희가 ‘휠체어장애인’ 직장 동료 지윤을 만나며 비로소 장애인의 삶을 일상으로 맞으며 ‘맞울림’하게 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영화제의 주제인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공감과 울림, 맞울림’을 위해서는 결국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일상을 직시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상에서 소희가 직시한 지윤의 삶은 수많은 고상버스를 보내고 저상버스를 기다리지만 이마저도 타지 못해 장애인콜택시를 불러야 하는 현실이었다. 탕비실 높은 선반은 휠체어장애인인 지윤에겐 손에 닿지 않아 바라만 봐야 하는 곳이었고, 접근이 어려운 수많은 식당은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됐다. 도시락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인 휠체어장애인 지윤의 삶이 비장애인 소희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소희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삶과 그를 둘러싼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깨닫게 된다. 도처에 널린 차별이 비장애인 소희에게 보이게 된 ‘맞울림’의 순간이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은 “소희와 지윤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일상이다. 평범한 일상 같지만 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교육받아 취업에 성공해야 하고, 회사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어야 하고,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수 있는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장애인이 지하철 투쟁이나 선전전을 벌일 때만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소희가 지윤을 통해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된 것처럼 영화를 통해 몰랐던 걸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4회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공감과 울림, 맞울림’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청소년수련관 별관에서 개최돼 우리지역에서 만든 영화 ‘소희로부터’가 첫공개됐다.
■ ‘맞물림’의 울림을 함께하는 지역주민들 … 장애인의 일상 비장애인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길
이번 영화제에는 예년보다 많은 관람객이 자리를 지켰다. 해당 영화를 관람하며 ‘제2의 소희’가 된 관람객들은 지역 주민들도 영화를 관람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더불어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수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에 카메라 스태프로 활동한 임조은(20)씨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평소에 의식하지 못한 채 크고 작은 차별을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볍게 넘긴 행동을 많이 반성하기도 했다. 옥천엔 저상버스가 한 대고, 장애인 콜택시도 적다고 들었다. 교통수단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를 관람한 지영환(28)씨는 “소희로부터 촬영지가 옥천이었는데 익숙한 우리지역을 배경으로 한 곳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알 수 있는 만큼 다른 주민분들도 봤으면 좋겠다”라며 “소희로부터 내용은 아니지만 ‘권리를 잇는 사람들’이라는 영화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20~30만원 가량의 월급만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는데 큰 충격이었다. 그분들이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며 일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라고 새롭게 깨달은 사실을 전했다.
작년 영화제에 이어 이번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에게 무료로 팝콘을 제공하며 장애계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 제일교회 김진수 목사는 “우리가 작은 군이라 해도 5천여명의 장애인이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장애인인권영화제이지만 비장애인이 더 많이 왔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편히 쓸 수 있는 저상버스가 꼭 도입되면 좋겠다. 장애계에서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만약 저상버스 도입이 되면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인권 활동가분들께 빚진 셈이다. 모두가 함께 편해지는 일인데 그들의 투쟁으로 완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희로부터>는 옥천 주민인 송승연 작가가 시나리오를, 정창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창영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지역 주민들이 출연을 많이 해주셨다. 목소리 출연도 있고 지역 청년이 카메라를 들기도 했다”라며 “‘너희들이 몰랐던 장애의 문제가 이런 게 있어’, ‘그걸 너희가 몰라서 잘못이야. 이제부터 이걸 깨달아야 돼’ 이런 방식으로 알리기보다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남과 기회를 갖고 장애 문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송승연 작가는 “우리가 평소 도덕적 윤리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하다는 걸 알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비장애인의 일상에 장애인이 들어왔을 때 개인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사회적 구조가 바뀌는 게 중요한 만큼 개인의 인식이 달라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변화도 결국은 모두 개인의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도 소희로부터라고 지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림의 맞울림의 주체로 박덕흠 의원, 황규철 군수, 도 강찬식 노인장애인과장, 박한범 의장을 비롯한 옥천군의회, 박용규· 유재목 도의원, 우을순 자원봉사센터장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황규철 군수는 “오늘 영화제를 계기로 옥천군에는 차별이 없어지고, 장애인들이 행복함은 물론이고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옥천군의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영화제에 처음 방문한 박덕흠 국회의원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옥천의 자랑이고 옥천의 자산이다. 옥천군은 앞서나가는 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제 역할이 있으면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한범 군의장은 “오늘 행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이 없는 아름다운 옥천에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영화 속 일하는 휠체어 장애인 지윤… 현실에서도 장애인 일자리 확대돼야
이번 영화제에서는 창작영화 <소희로부터>뿐만 아니라 △권리를 잇는 노동자들(권리중심공공일자리) △거짓말(활동지원시간 확보) △오멜라스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동권 지하철 투쟁) △성현이와 정현의 슬기로운 자립생활(탈시설 및 자립) 등도 함께 선보였다.
상영회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는 소희 역할의 이예진 배우, 지윤 역할의 김에스더 배우, 정창영 감독, 송승연 작가, 임경미 소장, 전국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협회 조은소리 활동가가 함께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촬영을 통해 ‘맞울림’에 동참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엔 미처 담기지 못한 현실이 이들을 통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됐다.
소희 역할의 이예진 배우는 “에스더님과 함께한 촬영 이후에 일상에서 공연장이나 지하철을 보면서 에스더 배우님을 떠올리게 됐다. 수많은 계단과 가파른 경사로를 보면서 그전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에스더님이 다니기 불편하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영화 속 ‘음식 메뉴 고르는 건 우리한텐 사치예요’라는 지윤의 대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 알아가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지윤 역할의 김에스더 배우는 “영화에서 지윤이 차별적인 언어를 듣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많이 듣는다.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지만, 사고로 처음 장애를 얻게 된 20대 때는 ‘걸리적거리게 왜 나왔어’ 이런 말을 들은 날엔 이불 속에서 홀로 많이 울었다”라며 “그동안 인권 영화제에 참여해 본 적이 없는데 옥천에서 처음 참여하게 됐다. 아까 사진전에서 사진과 글을 보게 됐는데 생생한 현장에서 이렇게 투쟁하는 분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은소리 활동가는 “에스더 배우님이 겪었던 차별적인 언행을 당연하게 듣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소희로부터가 내용도 좋지만 옥천군의 이동권 현실이나 노동권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장애인이 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배우분들도 관객분들도 여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극중에서는 지윤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설정인데, 중증장애인의 현실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옥천에서의 노동권은 어떤지 궁금하다”라고 임경미 소장에게 물었다.
임경미 소장은 “옥천에는 아직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없다. 중증장애인, 특히 최중증장애인은 장애인 일자리에 지원해도 떨어지고 생산적인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뽑히고 있다. 그래서 옥천에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앉히려고 노력 중이지만 아직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 중증장애인들이 집에만 있는 게, 시설에만 있는 게 아니라 거리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인식개선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영화에서는 저상버스가 안 와서 지윤이 바로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서 출근 시간을 지켰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정말 감사하게 장애인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출근할 차량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런 걸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인권영화제에서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투쟁의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 모두 잘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편집자주_우리고장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어느덧 네 돌을 맞았다. 4년 전, 인권 영화제의 첫 주제는 ‘나를 보라’였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외치는 장애인 당사자를 직시하라는 의미였다. 4년이 흐른 지금,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맞울림’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외치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리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함께’ 외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던진다. ‘함께’, ‘같이’라는 의미인 ‘맞울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장애인의 목소리에 비장애인이 응답해 하나의 울림을 내어달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공감과 울림, 맞울림’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청소년수련관 별관에서 개최됐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임경미)가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옥천군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지원했다. 영화 제작과 영화제 행사에는 군 예산 2천만원이 지원됐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희로부터’ 제작진들. (왼쪽부터) 임경미 센터장, 소희역할 이예진 배우, 지윤 역할 김에스더 배우, 송승연 작가, 정창영 감독
올해로 네 번째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에는 처음으로 공모전을 통해 시나리오를 받아 창작된 영화 <소희로부터>가 관객을 맞았다. ‘비장애인’ 소희가 ‘휠체어장애인’ 직장 동료 지윤을 만나며 비로소 장애인의 삶을 일상으로 맞으며 ‘맞울림’하게 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영화제의 주제인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공감과 울림, 맞울림’을 위해서는 결국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일상을 직시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상에서 소희가 직시한 지윤의 삶은 수많은 고상버스를 보내고 저상버스를 기다리지만 이마저도 타지 못해 장애인콜택시를 불러야 하는 현실이었다. 탕비실 높은 선반은 휠체어장애인인 지윤에겐 손에 닿지 않아 바라만 봐야 하는 곳이었고, 접근이 어려운 수많은 식당은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됐다. 도시락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인 휠체어장애인 지윤의 삶이 비장애인 소희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소희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삶과 그를 둘러싼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깨닫게 된다. 도처에 널린 차별이 비장애인 소희에게 보이게 된 ‘맞울림’의 순간이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은 “소희와 지윤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일상이다. 평범한 일상 같지만 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교육받아 취업에 성공해야 하고, 회사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어야 하고,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수 있는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장애인이 지하철 투쟁이나 선전전을 벌일 때만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소희가 지윤을 통해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된 것처럼 영화를 통해 몰랐던 걸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4회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공감과 울림, 맞울림’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청소년수련관 별관에서 개최돼 우리지역에서 만든 영화 ‘소희로부터’가 첫공개됐다.
■ ‘맞물림’의 울림을 함께하는 지역주민들 … 장애인의 일상 비장애인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길
이번 영화제에는 예년보다 많은 관람객이 자리를 지켰다. 해당 영화를 관람하며 ‘제2의 소희’가 된 관람객들은 지역 주민들도 영화를 관람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더불어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수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에 카메라 스태프로 활동한 임조은(20)씨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평소에 의식하지 못한 채 크고 작은 차별을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볍게 넘긴 행동을 많이 반성하기도 했다. 옥천엔 저상버스가 한 대고, 장애인 콜택시도 적다고 들었다. 교통수단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를 관람한 지영환(28)씨는 “소희로부터 촬영지가 옥천이었는데 익숙한 우리지역을 배경으로 한 곳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알 수 있는 만큼 다른 주민분들도 봤으면 좋겠다”라며 “소희로부터 내용은 아니지만 ‘권리를 잇는 사람들’이라는 영화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20~30만원 가량의 월급만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는데 큰 충격이었다. 그분들이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며 일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라고 새롭게 깨달은 사실을 전했다.
작년 영화제에 이어 이번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에게 무료로 팝콘을 제공하며 장애계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 제일교회 김진수 목사는 “우리가 작은 군이라 해도 5천여명의 장애인이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장애인인권영화제이지만 비장애인이 더 많이 왔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편히 쓸 수 있는 저상버스가 꼭 도입되면 좋겠다. 장애계에서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만약 저상버스 도입이 되면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인권 활동가분들께 빚진 셈이다. 모두가 함께 편해지는 일인데 그들의 투쟁으로 완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희로부터>는 옥천 주민인 송승연 작가가 시나리오를, 정창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창영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지역 주민들이 출연을 많이 해주셨다. 목소리 출연도 있고 지역 청년이 카메라를 들기도 했다”라며 “‘너희들이 몰랐던 장애의 문제가 이런 게 있어’, ‘그걸 너희가 몰라서 잘못이야. 이제부터 이걸 깨달아야 돼’ 이런 방식으로 알리기보다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남과 기회를 갖고 장애 문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송승연 작가는 “우리가 평소 도덕적 윤리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하다는 걸 알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비장애인의 일상에 장애인이 들어왔을 때 개인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사회적 구조가 바뀌는 게 중요한 만큼 개인의 인식이 달라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변화도 결국은 모두 개인의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도 소희로부터라고 지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림의 맞울림의 주체로 박덕흠 의원, 황규철 군수, 도 강찬식 노인장애인과장, 박한범 의장을 비롯한 옥천군의회, 박용규· 유재목 도의원, 우을순 자원봉사센터장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황규철 군수는 “오늘 영화제를 계기로 옥천군에는 차별이 없어지고, 장애인들이 행복함은 물론이고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옥천군의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영화제에 처음 방문한 박덕흠 국회의원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옥천의 자랑이고 옥천의 자산이다. 옥천군은 앞서나가는 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제 역할이 있으면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한범 군의장은 “오늘 행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이 없는 아름다운 옥천에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영화 속 일하는 휠체어 장애인 지윤… 현실에서도 장애인 일자리 확대돼야
이번 영화제에서는 창작영화 <소희로부터>뿐만 아니라 △권리를 잇는 노동자들(권리중심공공일자리) △거짓말(활동지원시간 확보) △오멜라스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동권 지하철 투쟁) △성현이와 정현의 슬기로운 자립생활(탈시설 및 자립) 등도 함께 선보였다.
상영회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는 소희 역할의 이예진 배우, 지윤 역할의 김에스더 배우, 정창영 감독, 송승연 작가, 임경미 소장, 전국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협회 조은소리 활동가가 함께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촬영을 통해 ‘맞울림’에 동참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엔 미처 담기지 못한 현실이 이들을 통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됐다.
소희 역할의 이예진 배우는 “에스더님과 함께한 촬영 이후에 일상에서 공연장이나 지하철을 보면서 에스더 배우님을 떠올리게 됐다. 수많은 계단과 가파른 경사로를 보면서 그전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에스더님이 다니기 불편하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영화 속 ‘음식 메뉴 고르는 건 우리한텐 사치예요’라는 지윤의 대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 알아가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지윤 역할의 김에스더 배우는 “영화에서 지윤이 차별적인 언어를 듣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많이 듣는다.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지만, 사고로 처음 장애를 얻게 된 20대 때는 ‘걸리적거리게 왜 나왔어’ 이런 말을 들은 날엔 이불 속에서 홀로 많이 울었다”라며 “그동안 인권 영화제에 참여해 본 적이 없는데 옥천에서 처음 참여하게 됐다. 아까 사진전에서 사진과 글을 보게 됐는데 생생한 현장에서 이렇게 투쟁하는 분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은소리 활동가는 “에스더 배우님이 겪었던 차별적인 언행을 당연하게 듣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소희로부터가 내용도 좋지만 옥천군의 이동권 현실이나 노동권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장애인이 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배우분들도 관객분들도 여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극중에서는 지윤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설정인데, 중증장애인의 현실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옥천에서의 노동권은 어떤지 궁금하다”라고 임경미 소장에게 물었다.
임경미 소장은 “옥천에는 아직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없다. 중증장애인, 특히 최중증장애인은 장애인 일자리에 지원해도 떨어지고 생산적인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뽑히고 있다. 그래서 옥천에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앉히려고 노력 중이지만 아직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 중증장애인들이 집에만 있는 게, 시설에만 있는 게 아니라 거리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인식개선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영화에서는 저상버스가 안 와서 지윤이 바로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서 출근 시간을 지켰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정말 감사하게 장애인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출근할 차량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런 걸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인권영화제에서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투쟁의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 모두 잘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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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안 기자
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