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물이 구절판이 될지 모르겠다는 하늘샘 염려와 달리 살리밭에는 우리가 식용할 수 있는 들나물이 생각보다 많았다.
10시 하늘샘의 풀 투어는 곧장 시작되었는데 쇠무릎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쇠무릎의 툭 불거진 마디는 늘 볼 때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하늘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누구나 들에서 쇠무릎을 한 번 만난다면 그만의 잊지 못할 특징에 오래 머물게 되는 아이일 테다. 유독 쇠무릎의 마디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소의 무릎과 닮은 듯하다. 왜 쇠무릎의 마디가 불룩한 걸까? 이유는 풀 마디에 벌레가 알을 낳아서 물관 체관을 막아버린다고 했다. 쇠무릎은 벌레에게 집을 내어 주고 밖으로 물관 체관을 만들기 때문이란다. 왠지 벌레가 쇠무릎 마디에 집을 짓는 게 야속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냉큼 집을 내어 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 전략을 터득한 쇠무릎이 어떤 면에서 기특하다고도 생각되었다.
다른 풀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밭에 심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난다는 뚱딴지 돼지감자, 우리 콩의 원조인 돌콩, 밭에 흔하게 있고 나물로 먹는다는 별꽃아재비, 신맛 단맛 맵고 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을 가진 비름, 가을밭에 갔다 오면 온 옷에 씨앗을 부쳐 오게 되는 도깨비바늘이 있었다. 그 이외에도 우리가 구절판에 사용할 나물을 준비했는데 나물에는 질경이, 돌나물, 괭이밥, 소리쟁이, 메꽃잎, 뽕잎, 환삼덩쿨, 뱀딸기, 달개비, 깻잎 등도 있었다.
살리로 돌아와 우리는 오늘의 주요리 들나물 구절판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가 가져온 모든 나물을 손질하고 씻고 데치기를 하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날 어찌나 손발이 잘 맞던지 우리 스스로 기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선생님께서 우리를 잘 지도해 주신 덕분이다. 구절판 밥상을 차린 후 우리는 하늘샘께 이야기했다. “샘 우리 오늘 구절판 해 보니깐 잘 할 수 있겠어요. 산야초로 약선요리 밥집 하나 해요!” 다들 하하 호호하며 웃었다. 그 순간 행복했다. 들나물 중 좀 질기고 억센 것은 삶고 간장으로 간해 솥 밭이랑 전병에 싸 먹을 구절판상에 올리고 나머지는 생으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건 환삼덩쿨 전병인데, 환삼덩쿨을 씻어 물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갈은 후 그 물에 우리 밀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한다. 전병 반죽은 기름기 없는 열 오른 후라이팬에 수저로 두어 술 떠 떨어뜨린 후 반죽 안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얇게 펴주면 된다. 전병 만들기를 잘못하면 구멍이 나고 찢어지며, 천천히 인내하며 집중하면 얇고 훌륭한 부침개?를 얻을 수 있다. 은근히 전병 만드는 법에 취하게 된다.
들나물로 모든 걸 차린... 물론 하늘샘께서 따로 준비해 오신 두부,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가 있었지만 자연에서 스스로 자란 들나물과 적절히 섞인 채소가 어우러져 울긋불긋 눈으로 봐도 맛있고, 진짜 먹어도 맛있는 구절판, 최고의 약선요리가 되었다.
첫댓글 쇠비름이 다섯가지색을 가졌다고 오행초란건 알지만 비름에 다섯가지 맛이 나는건 몰랐네요. 오~~~놀라워라.
정감넘치고 그려지는 후기글 잘읽었습니다 ♡
ㅎㅎㅎ 비름말인데요 선생님
하늘샘 다섯가지 빛깔이 난다고 하신 걸
제가 다른 나물 본다고 놓쳐
얼핏 5가지만 제게 들렸어요
다섯가지 맛으로 기억한 후 몰라서 찾아본 후 썼어요^^
이걸 우리가 했다고?ㅎ 다시봐도 멋진 수업입니다 잘 담아주신 풀꽃샘 감사해요~
글이 참 좋습니다. 많은 배움과 관계가 느껴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