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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신문 2025년 을사년(乙巳年) 역동적인 제2회 신춘문예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밀랍으로 기록한 연대기 / 장 진(본명: 장진길)
서울 한복판 교회 종탑 아래 자리를 잡았어요
산과 들에 살던 동료들 공중에서 살포하는 제초제에 몸살 당해
벌벌 떨며 가을물처럼 야위어갈 때
한 번도 자신의 무덤을 가져보지 못한 비눗방울 같은 희망 하나 발견했어요
살충제가 묻지 않은 산과 밭 경계 가장 밀도 높은 그늘 한 뙈기 일궈
바람그늘에 집을 지은 이웃
농부의 분꽃씨 같은 까만 맹독성 약에 몰살당했어요
나이테를 저승으로 옮기던 나무가 손가락질을 했어요
저기, 저 교회 가장 높은 첨탑 밑
마지막 유언의 손가락 끝을 따라 골목으로 갔어요
십자가 첨탑 밑에 밀랍으로 집을 짓고 밤이면 붉은 십자가 불을 보며
화장품·초·전기절연물·광택제(光澤劑)를 위해 사람 손에 끌려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붉은눈물 흘리며 기도했어요
저 붉은 십자가는 얼마나 많은 지옥을 천당으로 안내했는지
하늘에 닿은 기도는 얼마나 많은 어둠을 밝음으로 환승했는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정쩡한 세월
조금만 쓰면 뱉어버리고
실바람만 불어도 부러지고 말 것 같은 낡아빠진 혁명
한때 인간들의 목숨줄이었던 꿀처럼 단맛들은
절신한 암담함 날갯짓하며 날아다니고
노란줄무늬 휘감은 불안은
물 마른 논바닥 올챙이처럼 극한을 오글거렸어요
벌의 목숨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소문이 따금거리며
혁명가 같은 불안함을 쏘아댔지요
십자가에 기도를 걸어놓으면
바람이 기도를 하느님에게 날라줄까요?
아련한 미궁에 또 다른 살충제가 고여 있다는 말보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희망 한 줄기 절실해
앵앵앵앵 불도 나지 않은 집에 구급차를 불러봅니다
2025년도 을사년(乙巳年) 영주신문 제2회 전국 신춘문예 심사평을 듣다
2025년도 영주신문 제2회 신춘문예 응모한 작품은 각 지방별로 보면 작년 제1회 때보다 많은 문인들이 응모했다. 지역별 응모 편 수를 보면 서울 270편, 경기도 337편, 전남 301편, 전북 198편, 충남 144편, 충북 117편, 경남 138편, 경북 161편, 부산 67편, 제주도 61편, 강원도 78편, 대구 151편 등 응모해 왔다. 총 편수는 2023편이었다.
심사위원들 4명이 작품 전편을 엄정하고 꼼꼼하게 심사했다. 작품을 나누어서 1차 심사한 후 좋은 작품을 선정하여 다시 윤독하면서 가장 훌륭한 작품을 찾아내려고 더욱 고심하였다.
따라서 네 사람의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좋다고 하는 작품은 장 진(본명, 장진길)의 작품 「밀랍으로 기록한 연대기」 외 4편이었다.
당선작품 첫머리에 ‘서울 한복판 교회 종탑 아래 잡았어요’ 이렇게 시작한 작품은 벌들이 생존을 위해 산과 들에 살포되는 제초제와 살충제를 피해 몰살당하지 않기 위해서 서울 한복판에 있는 교회의 가장 높은 첨탑 밑에 마지막 유언의 손가락 끝을 따라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태생의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예언에 의하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이 벌들이 십자가 첨탑 밑에 밀랍으로 집을 짓고 밤이면 붉은 십자가 밑에서 사람들 손에 끌려가지 않도록 붉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다고 했다. 이 시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에 도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저 붉은 십자가는 지옥으로 갈 많은 사람들을 천국으로 안내하고 또 하늘에 닿을 기도를 통해 많은 어둠을 밝음으로 인도하고 있는지를 상상하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이라고 하였다. 상상력은 인간사人間事 발전에 기초다. 시인에게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는 것이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십자가에 기도를 걸어놓으면/ 바람이 기도를 하느님에게 날라줄까요?’ 기도의 힘으로 하느님께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피력하고 있다.
작품 「선인장」은 춘하추동 주인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선인장의 삶, 선인장의 울음마저 말라버린 마음 아프게 기다리는 삶을 그려놓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움이고 그리움에는 마음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르는 것이다.
작품 「명문대」는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작품이다. 바다에 살고 있는 어족들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시 제목을 ‘명문대’라고 하고 그 동문회에서 명태의 인사말, 문어교수의 축사, 대하 고문의 격려사를 통해 오늘의 삶을 명문대 학생들의 유언으로 표출하고 있다.
작품 「동굴 속 독화살」은 무서운 상상력의 시이다.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을 들으며 이 작품이 얼마나 무섭고 아름다운 시인가를 느끼게 한다. 사람의 말은 동굴 속의 독화살도 되고 또 남에게 듣기 좋은 말로도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입속을 하나의 동굴이라고 하면 입속의 말은 그 말을 뱉어내기 전에는 독이 들었는지 꿀이 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인은 마지막 한 행에 ‘말은 최초에 뱉은 시간만 기억하다 사라진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작품 「주목」도 좀 기발한 작품인 동시에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작품의 첫 연에서부터 셋째 연까지의 주목은 ‘주목하세요’의 주목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생쥐가 주목을 타고 오르는 것으로 이미지(image)를 달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제를 통해 배우고, 오늘을 통해 살아가고, 내일을 통해 희망을 품습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의문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우리 모두 기억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 이서빈 시인 · 이 옥 시인 · 정구민 시인 · 박영교 시인 · 글빛나 시인(평)
<영주신문 신춘문예 당선소감 / 장진(본명-장진길)>
활기차게 꿈틀거리는 푸른 뱀의 해 2025년 새벽을 영주신문 신춘문예 지면에 장식하게 되어 가슴이 벅찹니다.
'풀잎 한 줄기 지배하지 않고 풀의 자매가 되겠다'라는 미국 시인 메리 윌리버의 시가 심장에 꽂혀 나도 자연 생태계를 사랑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를 쓰는 것이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들수록 더욱 시에 매진하여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수많은 시간을 두드렸습니다.
늘 독서를 하고 시를 쓰면서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품으며 하늘의 뜻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린 보람을 저버리지 않고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차표를 끊어 주신 영주신문사와 심사위원 박영교 선생님 이서빈 선생님 이옥 선생님 정구민 선생님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사회에 밝은 희망이 되는 시를 쓸 것을 약속드립니다.
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청춘 학교 이은정 원장님 오용탁 대표님과 동료선생님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옳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묵묵히 곁에서 지켜봐 준 모든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만 보이는 시간입니다.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란 생각으로 매 순간 시에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일장 부문 : 최우수>
거짓말 / 구나은(안양예술고등학교)
거짓말은 곱씹을수록 목이 메여오는 것
결국,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처음 나의 목이 메였을 때
너의 호의를 마시고 모른 척했다
참새는 욕심이 없어서 금방 획 날아가는 거래
바닥에 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는
이미 참새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고
한 걸음 옮기기에도 버거운 하루
내 발아래로 뻗은 묵직한 그림자
문득 그날의 기억 속에서 깬
잠결의 이불 온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그간 허공을 둥실 떠돌다 가라앉은
쌓인 욕심들을 주워 담는다
욕심은 무게가 많이 나간댔고
만진 손에는 검은 그을음이 묻어났다
발밑에는 거짓말들이 수북하고
수북한 욕심들은 밤새
상하고 짓무르다가 끊임없이 번식한다
그것들을 뜯어먹으러 틈새에서 기어 나오는 벌레들
통통하게 몸집을 키워온 벌레들이 내 방 가득 숨어있다
주을 수 없는 것들이 방 한가득 채울 때면
조금씩 떼어 삼켜버리면 사라지지 않을까.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 있었다
거짓말을 입 안에 물고
삼킬까 뱉을까 고민한 적 있지
버스 유리창 앞에 서면
입 안에 미처 삼키지 않은
거짓말들이 숨으로 뱉어질까.
목도리를 끌어올려 파묻곤 했다
<수상 소감> 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구나은
구나은(안양예술고)
안녕하세요.
먼저, 이렇게 최우수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많은 분들께 공감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고, 벅찬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상은 제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그동안 저를 아껴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의 응원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과정이 제게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지,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우쳐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통해 제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을 계속해서 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백일장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도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게 이 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처럼, 앞으로도 제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백일장 부문 : 우수>
검정을 조심하세요 / 김다연
어제는 굵은 비가 내리며 천둥이 쳤어
큰 소리를 무서워하던 내가 문득 떠올랐어
있지, 네 기분은 지금 어때?
너는 아침을 좋아했었고
로맨스 영화를 보며 울기도 했었어
장마철에는 대뜸 우리 집에 찾아온 적도 있었지
문을 닫지 마, 사람이 있어야 안심이 돼
사람의 팔이 두 개인 이유는
서로를 안아주기 위해서인 거라고 말하는
네 목소리를 라디오 소리처럼 들으면서
텔레비전을 봤었다
네가 잠든 후의 텔레비전은 금세 질려버리고 말았지만
두 팔이 허전한 건 안을 사람이 없어서였구나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건
낯간지러운 일인 줄 알았어
그래서 너를 안아본 적 없었는데
어정쩡하게 안는 자세를 취하는 동안
너는 나를 미련 없이 떠나버렸고
밤, 모든 세상이
흑백사진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간
발이 만드는 그림자가 점점 진해지고 있어
아침이 화사하다는 걸 쉽게 잊을 수밖에
어쩌다 보니 쓰고 있는 너의 이름
엽서의 뒷면에는 이국의 풍경들이 가득해
퐁네프 다리에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나는 빗방울을 섬세하게 표현하느라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사람
내려다본 발밑에서
어둠이 무섭게 깊어지고 있어
김다연(안양예고)
<백일장 부문 : 장려1>
덫의 회고록 / 이혜령
웅크리지 않고 태어난
덫
덫은 수 많은 다리를 물었다
개의 다리 고양이의 다리
아주 가끔 사람의 다리
내가 누구를 물었는 지 잊은적 없어
연착되지 않는 기억
비루한 죄책감
덫은 항명할 수 없었다
소심하게 늘어진
차마 모른체 하지 못한 기도가 들리면
네가 또 다른 덫을 팔아도 기꺼이 사겠지
까무룩 죽은 새들이 일렬로 누워있다
길고 흰 부직포를 덮은 줄만 알았지
땀에 젖은 가방과 등 사이를 맞대면서도
겨울이 온 줄로만 알았지
내가 잡아먹은 찌꺼기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백꽃을 뿌려놓았다
그래 피
비릿하고 물컹한
덫은 그제서야 슬퍼할 수 있었다
해체된 채 유괴된 낮
덫이 입을 다물었다
이혜령(동산여중2)
<백일장 부문 : 장려2>
바다 / 강서율
그대는 나의 바다입니다
푸른 하늘 아래 일렁거리는 바다
파도는 저기 멀리 수평선 너머 헤엄치고 있을 때,
유난히 푸른빛 바다의 파동을 느끼며 가만히 앉아있는 건
그대의 과거에 멈춰버린 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기다리는 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차가운 물이 신발을 적십니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잠잠했던 바다가 흔들리네요
가막살 나무 아래서 그대와 손잡고 거닐던 순간이 떠올라요
왜 그날에 그대의 고운 손을 더 바라보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다시 또 한 걸음을 내디딥니다
어느새 무릎 위까지 물이 적셔버렸습니다
바다에 실려 헤엄치는 고기가 내 다리를 간지럽혀요
하지만 난 앞만 바라보고 있어요
지평선 아래로 서서히 져가는 금빛 노을이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붉은 노을에 손을 뻗으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저 높은 하늘도 언젠가 닿을 수 있겠죠
붉은 노을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디딥니다
나의 몸의 일부는 이제 물 속에 있습니다
노을은 거의 다 져버리고 어둠이 찾아옵니다
바다 특유의 짠 냄새가 코를 찌르네요
바닷바람이 불어오지만, 잘 느껴지지 않아요
숨을 쉬기가 조금 힘들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요
저 멀리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오지만, 상관하지 않을거예요
내 몸이 일렁이는 바다를 따라 함께 흔들리네요
나는 그저 그대와 함께 있는 기분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완전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저 멀리서 헤엄치던 파도가 나에게 다가오네요
파도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파도가 나를 덮칩니다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습니다
차가운 바다가 그대의 품속인 듯 아늑하네요
푸른 바다에 몸을 맡겨요
그대의 따스한 품속에 얼굴을 파묻은 듯 아늑해요
이젠 바다의 짠 냄새도 나지 않아요
숨을 쉬기가 힘들지도 않고요
어떤 소리도 들리지도 않아요
그날에 눈을 감은 채 나를 떠난 그대를
이제 눈을 뜨면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그대를 뒤로하고 고독을 고요로 흘려보내던 날들은 잊을거예요
이제는 나의 시간만 흐르는 날들이 아니에요
멈춘 시간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거에요
몸이 가벼워지며 눈이 뜨였어요
한없이 자상하고 너무나도 익숙한 미소,
너무나도 그리웠던 미소가 보여요
그대가 나에게 진노란 프리지아 한 송이를 건네주네요
그대는 나의 바다입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의 결말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강서율(광주 효동초6)
권대현 (youngju@new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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