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누명을 쓰고 43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 미주리주 여성 샌드라 헴(64)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정신적으로 미약한 이의 거짓 자백을 이끌어내 억울한 옥살이를 강요했고, 재심 과정에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 풀려난 점은 1999년 전주 삼례슈퍼 할머니 살해사건과 무척 닮아 보인다.
1980년 11월 미주리주 세인트 조지프에서 도서관 사서 패트리샤 제슈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해 왔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혹독한 여건에서 자백을 했고, 자백 외에는 별다른 범죄 증거가 없었지만 재판부는 그녀가 유죄라고 판결했다.
헴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그녀는 미국 역사에 잘못된 판결로 옥에 갇혀 가장 오랜 시간 복역한 인물로 남게 됐다고 영국 BBC는 20일 전했다.
일간 캔자스 시티 스타는 그녀가 자매와 함께 살 것이라고 전했다. 근처 공원에서 자매, 딸, 손녀와 얼싸안았다. 그녀 부친은 병원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는 이번 주 고통 완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법무팀은 가능한 이른 시일에 부친을 찾아뵐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숀 오브라이언은 일생 대부분을 감옥에서 지냈고 사회보장카드도 말소돼 그녀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신문에 밝혔다.
시민단체 '이노센스 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그녀의 법무 팀은 헤미가 자유의 몸이 돼 가족과 재결합한 것은 기쁘다면서 그녀의 이름에 묻은 때를 벗겨내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을 다짐했다. 더 이상 감금되는 일은 없겠지만, 그녀의 사건 재판은 여전히 재심 중이다. 라이언 호스먼 순회법원 판사는 지난 달 14일 118쪽의 판결문을 통해 헤미에게 내려진 무기징역 선고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한달을 훌쩍 넘겨 이날에야 석방이 이뤄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 CBS는 미주리주 검찰이 헴을 감옥에 가두려고 시도해 교도소장과 교도관들에게 헴을 석방하면 안된다고 경고하는 등 방해하고 재심을 계속 진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호스먼 판사는 헴의 석방에 계속 반대할 경우 앤드루 베일리 주 법무장관이 23일까지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며 법정 모독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에야 석방 조치가 이뤄졌다.
호스먼 판사의 판결문은 헴의 변호사들이 그녀가 무고하다는 점을 명백히 입증해줄 만한 증거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심 과정에 현지 경찰이 동료 경찰관인 마이클 홀먼이 범인임을 지목하는 증거를 묵살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홀먼은 나중에 다른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간 뒤 2015년 세상을 떠났다. 홀먼의 트럭은 백주 대낮 살인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 눈에 띄었다. 그의 알리바이(시간 부재 증명)도 신통찮았고, 도랑에서 주웠다고 주장하는 제슈케의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특이한 금 목걸이 한 쌍이 홀먼의 집에서 발견됐는데 제슈케의 부친이 딸의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런 사실들은 헴의 변호인단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심 과정에 드러났다. 헴은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심리 치료 약물과 강력한 진정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여러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녀는 열두 살 이후 간간이 심리 치료를 받아왔다.
그녀의 반응은 “단음절” 다시 말해 '응' '아니' 하는 수준이었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온전히 인지하지 못한” 것이었다. 때로는 고개를 스스로 쳐들고 있지도 못했다. 또 약물 부작용으로 심한 근육통을 앓았다.
호스먼 판사의 재심은 헴과 살인을 연결할 어떤 포렌식 증거도 없다고 명기했다. 그녀는 동기도 없었고, 그녀를 범행과 연결지을 수 있는 증인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