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60년 인연들이 모여...
2023년 3월 26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초닷샛날
세월이 참으로 빠르구나 싶다.
촌놈, 촌년들이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시골 학교에 입학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그 아그들의 모습이 많이 변해버렸다.
세월이 흘러 70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희끗희끗해지는 머리, 자글자글해지는 주름살은
지나간 60년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연륜이 쌓이고 관록도 쌓였다는 것이리라!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고 우리들도 나이를 먹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생각만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우정을 나누며 함께 지내온 기나긴 60년 세월은
강산도 변했고, 시절도 변했으며, 모습도 변했다.
하지만 우리들 마음은 60년 전의 그 마음 그대로
순수함을 가슴에 지니고 오늘 이렇게 만나고 있다.
변함없는 우정어린 우리들 마음은 정말 곱디곱다.
"참말로 오랜만이네. 잘 있었나? 잘 지냈제?"
"하모! 그랬다쿤께! 이 문디야! 우찌 지냈노?"
"인자 우리들도 마니 늙었삤네, 그쟈?"
"가는 세월 우쪘끼고? 그런갑다, 해야제!"
"그래도 니는 덜 늙었네! 비결이 뭣꼬야?"
"문디 자슥아, 문디 가시나야! 별 거 없는기라!"
"밥 잘 묵고 똥오줌 잘 싸는 기 비결이라 카더라!"
"야야! 막설하고 술이나 한잔 부어 봐라!"
"아따, 마이 무라! 술 못 마신 귀신이 붙었더나?"
"건배나 한번 해봐라 그마!"
"한번 해보까? 청바지로 해야겠다!"
"거기 뭔 소리고?"
"그것도 모리는 가베? 청춘은 바로 지금이야!"
"그거 재밌네! 하모 아직 우리는 청춘이제 그쟈?"
이렇게 우리는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신나고
즐겁게 우정의 만남을 축하하며 멋진 모임을 갖고
있다. 충청북도 제천 청풍호 주변 리조트에서...
어제 고향 남해, 진주, 창원, 부산, 울산, 고성에서
먼길 온 친구들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온
몇몇 친구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 장소 물색,
행사장 섭외를 한 제천의 길룡이, 먼길 가지않고
친구들을 만나는 호사를 누리는 평창에서 달려간
촌부를 포함 모두 45명이 밤을 지새며 함께하고
있다. 70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동심에 젖어보는
즐거운 시간이다.
우리 학교는 경남 남해군 서면에 위치한 학교이다.
이젠 초등학교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다닐때 그대로
중현국민학교 제 31회 졸업생의 동기회 모임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촌부는 이 모임의 정회원이 아닌
옵서버 회원이다. 좋게 말한다면 특별회원이겠지?
졸업을 못하고 5학년 2학기에 서울로 유학을 떠나
그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1학년부터 반장, 부반장을
했고 그동안 고향 친구들과 교류와 소통을 이어왔던
관계로 친구들의 용인하에 모임에 합류했다.
우리 학교는 섬마을 학교이다. 여수와 광양 건너편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너무
아쉽지만 8개 부락의 아이들이 모여 배움을 시작한
학교이다. 그 부락의 이름을 들먹여보면 참 재밌다.
먼거리부터 열거를 해보면,
웃기제(현촌), 기제(도산), 웃골(우물), 중개(중현),
정포, 도롱굴(회룡), 갈금(노구), 노깨(유포)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하긴 12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났으니 이 정도 아는 것은
물론이고 기억을 하는 것으로도 남다른 향수심을
가지고 있는 촌부가 아닐까?
기억하건데 31회 우리 친구들은 123명이 입학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세월이 흘러 모두 각자의
맡은바 분야에서 지금껏 열심히 멋지게 살아오고
있다. 지금부터 놈, 년이라고 표현해도 친구이니까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그 중에 가장 출세한 놈은
지금 현재 서울 모지역구에서 재선 국회의원으로
있는 놈이다. 섬놈이 그 정도면 엄청 출세를 했지
싶다. 야~ 이놈아! 출세했으면 동창회에 기여를 좀
해봐라! 두고 볼끼데이~ 그리고 고향 남해군에서
면장을 지낸 놈도 둘 씩이나 있으며, 농학박사로
우리나라의 농업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놈도 있고,
마을 이장으로 봉사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놈도 둘,
사업수완이 좋아 70이 다 된 지금껏 사장님으로
불리는 놈도 여럿 있다. 너그들 돈 많이 벌었으모
동창회에 기금 좀 보태거라! 장사를 하고, 농사도
짓고 있는 놈들도 많다. 한약사 마나님 잘 둔 덕에
유유자적 봉사활동이나 하면서 지내는 놈도 있고
이놈 촌부처럼 백수로 산골살이를 하며 글쓰기를
좋아하여 뒤늦게 수필가로 등단을 한 글쟁이 놈도
있다. 머시마들은 대충 이렇고 가시나들도 뛰어난
년들이 많다. 30년 가까이이 보건소에 근무하다가
얼마전 정년퇴직한 년, 자식 농사를 남달리 잘 지어
딸내미는 아나운서, 아들은 트롯가수로 자식농사를
잘 지은 국수집 사장인 년, 고향에서 다육이 농사를
크게 짓는 년, 고향 인근 고장에서 머위농사를 많이
짓는 년, 도시에 살다가 고향 마을로 귀향을 하여
여러가지 농사를 지으며 부녀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년, 서울에서 식당을 열어 번창하여
성공한 년도 두어 년, 그 외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년들이 있지만 잘 모르겠다. 아마도 솥뚜껑 운전을
하는 년들이 대부분 아닐까 싶은데...
그런데 오늘처럼 친구들과 신나게 즐겁게 지내면
뭐가 그리 급한지 먼저 저 먼 세상으로 가버린 많은
친구들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마주하며 웃고 떠들고 즐기는 좋은 시간인데
하늘나라에서 저그들끼리 모임을 갖는지 모르겠다.
유일무이한 동창부부 추심이와 대성이, 이 동창회
결성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늘 웃음을 선사해주던
홍수와 태봉이, 그 외 생각나는 이름들... 문옥, 득곤,
용권, 원석, 나머지는 생각이 안나네. 비록 우리들
곁을 떠나 먼 하늘나라로 갔지만 오늘 우리 만남을
지켜보리라 생각된다. 모두들 좋은 곳, 고통이 없는
그런 곳에서 영면하기를 바라는 마음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하여 3년만에 가지는 오늘 모임에서
모두들 즐겁게 신나게 우정의 시간을 즐기고 힐링을
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은 여정 동안
글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세나. 고맙네. 친구들아!
첫댓글 멋진 모임이시군요.
예전의 추억을 갖고 모임을 하다보면
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지요.
행복한 추억을 바탕으로 오늘도 멋진 날 되시길 바랍니다.
촌부님
열심히 사시는 모습
참 멋지세요~
오늘도 즐겁고 행복만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언제 긴사래밭을 업어야하나처럼. 단숨에. 두어본 보고 헉헉 숨쉬는중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남해군 서면이 명당인가 봐요.
모두 잘 되서 잘 살고
계시니요.
각지에서 모여 회포
도 풀고 즐겁게 보내셨네요.
초등학교 동창모임 많이 부럽습니다
나의 모교는 1개 학년 학급수 24학급으로 학생수가 무려 1500여명이 되다 보니
초등 동창 중 기억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