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깨나 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다. 예부터 김치맛은 장맛과 더불어 한 집안의 요리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돼왔다. 기본 중의 기본인 김치가 맛있다면 다른 찬거리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것은 똑같은데 왜 김치 맛은 제각각일까. 김장철을 맞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김치명인이자 김치 만드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세사람으로부터 맛있는 김장 담그는 비법을 들어봤다.
# 유정임 명인(풍미식품 대표) “김칫소, 재료 넣는 순서 지켜야”
김칫소 재료 함께 버무리지 말고
무채·찹쌀풀·젓갈 먼저 넣어야
쪽파·갓 등 채소는 맨 나중에
김칫소는 절임배추와 함께 김치맛을 좌우하는 양대 산맥이다. 어떤 이는 무채·마늘·젓갈 등 갖은 재료를 한데 넣고 한꺼번에 버무리는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우선 고춧가루에 버무린 무채에다 갈아놓은 물고추를 더한다. 여기에 찹쌀풀과 젓갈을 차례로 넣어 잘 버무린다. 이후 다진 마늘, 생강, 양파 순으로 섞어주면 된다.
쪽파·대파·갓 등의 채소는 맨 나중이다. 이렇게 해야 각 재료의 달고 짜고 매운맛이 잘 어우러진다.
오래 먹을 김치에는 줄거리 부위에 소금 한자밤씩 뿌려주는 것이 좋다. 줄거리는 이파리보다 덜 절여져 있는 데다 수분이 많으므로 장기간 보관 때 물이 새어나와 맛이 변하기 쉽다.
단, 바로 먹을 김치라면 굳이 줄거리 부위에 소금을 뿌릴 필요가 없다.
# 이하연 명인(봉우리영농조합법인 대표) “양념 너무 적거나 많으면 안돼”
숙성되면 더 맛있는 김치
염도조절이 가장 중요
설탕 등 인공첨가물 자제를
음식은 모름지기 간이 맞아야 맛있다. 김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염도가 알맞아야 하는 만큼 짠맛을 내는 재료를 얼마나 넣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김칫소 10㎏을 만들 경우 멸치액젓은 400g, 새우젓은 80g 정도가 적당하다. 대신 쪽파 등 짠맛과 관계없는 부재료는 비교적 자유롭게 써도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념은 절임배추 10㎏당 4㎏가량만 쓰도록 한다.
단맛을 내려고 설탕 등 인공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시간이 흘러야 그 맛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무·배추 등이 가진 천연 단맛이 배어나오는데, 여기에 인공첨가물이 내는 단맛까지 더해지면 먹기 거북할 수 있다.
# 김순자 명인(한성식품 대표) “지그재그로 쌓고 잘 밀봉해야”
김치 절단면 위로 보이게 해
포기 엇갈리게 놔야 양념 배어
숙성 땐 밀봉에 신경써야
맛있는 김치를 만들려면 담그는 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다 만든 김치는 절단면이 위로 보이게 해 포기가 서로 엇갈리게끔 용기에 넣는다. 그래야 양념이 더욱 골고루 밴다. 또 숙성할 때는 용기를 밀봉해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한다. ‘김장을 많이 하면 맛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 공기가 통하지 않는 깊은 땅 속에 묻어야 했기에 나온 얘기다.
용기 안에 비닐을 깔아뒀다가 김치를 다 넣고 나서 비닐과 용기를 밀봉하면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이중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때 비닐은 꽉 채우지 말고 20~30%의 여유공간을 둔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가스가 차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