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화된 장애인 운전교육 전달체계, '장애인 자가운전' 그림의 떡
장애인 운전면허 소지자 0.49%‥정부 지원예산 부재 등 문제 산적
‘지역사회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모델’ 발표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전달체게 활성화 토론회’가 개최됐다. ©에이블뉴스
우리나라에는 지역사회 장애인의 운전재활·교육을 위한 기관이 다양하지만, 서로 연계가 되지 않아 등록 장애인 중 운전면허 소지자는 0.49%에 불과할 정도로 장애인에게 자가운전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주관해 열린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전달체계 활성화 토론회’에서는 지역사회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모델이 발표되고, 장애인 당사자와 전문가, 장애인인권활동가, 실무진 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어졌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전달체계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정민예 교수. ©에이블뉴스
운전재활·교육 서비스 기관 간 연계 체계 부재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정민예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장애인 운전재활 서비스 실행 방안’ 1차 년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이동수단으로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있으나 이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에게 운전면허 취득과 자가운전은 독립적인 지역사회 이동의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립에도 중요한 요소지만, 2023년 기준 국민 전체의 운전면허 소지자가 66%인데 반해 등록 장애인 중 운전면허 소지자는 0.49%, 16만 9,983명에 불과하다.
국내 지역사회에는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단체가 있다. 국립재활원원 장애예방운전지원과는 운전상담과 운전교육, 국립재활원 재활병원부 운전재활실은 운전능력평가 및 시뮬레이터 훈련, 도로교통공단 장애인운전지원센터는 장애인의 신체적 운동능력 평가와 측정 및 운전교육과 면허관련 정보 제공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송파구장애인운전교육원은 운전상담과 운전교육을, 국립교통재활병원·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서울재활병원 등 병원은 운전재활치료와 운전평가, 운전훈련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는 장애인 차량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모델. ©에이블뉴스
‘지역사회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모델’ 도출
정민예 교수는 “이러한 기관들은 장애인 운전재활과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운전교육 기관 간의 연계 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지원예산 부재, 장애인 운전교육 기관 부족, 차량개조 지흡 미원, 운전면허시험장 환경 미흡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민예 교수 운전재활 연구팀에서는 국내 지역사회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서비스에 적합한 공급 및 전달체계 모델을 도출했다.
운전면허 소지자의 경우, 병원과 장애인 복지관에서 장애인 당사자에게 국립재활의 교육을 소개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운전면허 소지자 장애인은 보통 중도장애인, 산재장애인, 교통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병원에서 재활과 퇴원의 과정에서 재운전을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병원은 이러한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국립재활원 운전교육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전면허 미소지자의 경우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전교육과 재교육을 실시했음에도 운전면허 취들을 실패하거나 운전보조기기가 미흡한 경우 도로교통공단이 국립재활원으로 의뢰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국립재활원에서 더욱 심층적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도로교통공단, 병원, 지역사회 연계, 차량개조, 민간 운전학원 등 각 측면에서 다른 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 시나리오 구성안들이 제시됐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전달체계 활성화 토론회’에서 토론위원으로 나선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김종배 교수. ©에이블뉴스
장애인 운전평가는 의사 아닌 전문가인 ‘운전재활 전문가’에게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김종배 교수는 한국에서는 운전평가에서부터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을 정도로 장애가 심한 최중증장애인이지만, 현재 자가운전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평가와 훈련, 차량개조 등 서비스를 지원받은 덕이다.
김종배 교수는 “처방과 평가, 훈련의 주체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의사는 차량 종류와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기에 다양한 보조기기의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처방을 통해 운전재활 전문가에게 장애인 당사자의 운전훈련 가능여부의 평가를 의뢰하고 평가는 운전재활 전문가가 담당한다는 것.
이어 “우리나라가 보조기기 상한을 경증장애인 1,500만원, 중증장애인 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과감하게 상한을 없애고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나의 경우 자가운전을 하는 데까지 약 8,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그 범위는 평가 및 훈련, 보조기기뿐 아니라 평가와 훈련을 위한 일체의 경비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위해 서비스 비용 지불 주체별 대상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인 중도장애인은 산재·보훈·자동차보험·운전자 보험 등 사회보험체계에서, 노인장애인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무직자이나 차량 구매와 유지관리를 위한 경제력이 있는 성인장애인으로 운전을 원하는 경우 의료보험에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것.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전달체계 활성화 토론회’에서 토론위원으로 나선 도로교통공단 면허관리처 이종서 과장. ©에이블뉴스
도로교통공단, “국내 운전재활·교육 서비스 활성화 위해 노력하겠다”
도로교통공단 면허관리처 이종서 과장은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열심히 하겠다”며 말을 시작했다. 도로교통공단은 2013년 장애인운전지원센터를 개설했고 현재 전국 27개 운전면허시험장 중 12대 시험장에서 등록 장애인에게 운전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종서 과장은 “연구의 제안을 토대로 관계기관별 역할을 재정립하고 강화해 한국형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서비스 제공과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서는 특별교통수단, 저상버스 도입 확대와 같이 국가법정계획인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내 장애인의 자가운전을 지원할 수 있는 추진과제나 제도가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운전재활·교육 서비스에 있어 국립재활원은 선도적이고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도로교통공단도 이에 맞춰 국내 운전재활·교육 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