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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Silver Screen & Roll의 C.A.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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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라는 난장판 속에서도, 코비 브라이언트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실 "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그의 나이대가 그 어떠한 선수가 보냈던 것보다도 뛰어난 시즌이다. 그의 커리어 17년째에 접어들면서 코비는 TS%와 eFG%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가 올해 기록하고 있는 평균 30.1점보다 더 높은 평균득점을 기록했던 적은 레이커스 암흑기 시절, 말 그대로 레이커스 오펜스 = 코비였던 시절 뿐이다. 34살이라는, 보통 선수들은 그때까지 리그에서 살아남기도 힘들고, 운좋게 살아남더라도 급격하게 노쇠화하는 시점에, 코비는 그의 가장 효율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코비의 나이와 커리어 시점에서, 코비만큼의 활약을 보이는 것은 리그 역사상 전례가 없다. 현시점의 코비랑 조던을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 조던은 17시즌을 NBA에서 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야구, 조기은퇴 등 때문에 조던은 12시즌을 뛰는데 그쳤을 뿐이다. 코비와 같은 나이인 34살 때 조던은 시카고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긴 했다. 평균 28.7점, 5.8리바, 3.5 어시를 기록하며 불스의 6번째 우승이자 두번째 쓰리핏으로 이끌었다. 그래도, 순수히 스탯 분석적인 측면에서 보면 조던이 시카고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조차 코비의 올시즌에 비하면 초라하다. 조던은 그 해 47.3% eFG와 53.3%TS를 기록했는데, 이 두가지 모두 올시즌 코비보다 5% 정도 낮은 수치이다. 조던의 어시와 리바를 합하면 9.3개이지만, 코비는 9.9개이다. PER은 25.2 대 24.9로 조던이 살짝 높긴 하지만, 나머지 수치들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수치상으로 34살 커리어 17년째의 코비는 34살 커리어 12년째의 조던보다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레전드 가드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스탁턴, 레이 알렌, 스티브 내쉬 등과 비교해보아도 코비 비슷한 활약을 보인 선수는 없다. 포워드와 센터들로 비교범위를 넓혀도, 34살에 코비보다 비교우위에 있는건 칼말론의 97-98 MVP시즌이 유일하다. (참고로, 올해 36살의 던컨이 그에 필적하는 활약중이긴 하다.) 나이 대신에 커리어 년수를 기준으로 하면, 17번째 시즌에 PER 24이상을 기록한것은 NBA 역사를 통틀어 코비가 유일하다. 어떻게 보더라도, 그의 나이에 그의 포지션에서 그의 오랜 경력을 가지고 코비가 현재 보이고 있는 활약은 유례가 없다.
근데 이게 다 쓸모없다. 코비가 최고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즌을 보내는 와중에 레이커스가 끝없은 추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코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코비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레이커스가 실패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내 생각에는 1)다른 선수들의 수비실수를 메꿔주지 못하고 있는 하워드 2) 점점 쌓여가는 부상들 3) 가솔의 퇴화의 순서대로 팀의 실패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코비가 개인적으로 올해 보내고 있는 역사적인 시즌을 의미 없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코비 본인뿐이다. 그리고, 공격면에서의 역사적인 코비의 시즌을 그의 수비는 완전히 의미 없게 만들고 있다. 코비의 올시즌 수비를 보고 '나쁘다'라고 표현하는 건 태평양 보고 넓다고 하거나, 태양보고 뜨겁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코비의 올시즌 수비는 그냥 나쁜 정도가 아니고, 그냥 약점인 정도도 아니다. 수비시 코비의 존재는 팀에 완벽히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게다가 최악인건, 코비가 수비를 못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코비는 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더이상 수비를 안하겠다고.
지난 샌안토니오와의 경기는 아마 올시즌 중에서도 최악의 수비를 보여준 경기일 것이다. 좀 자세히 보도록 하자.
전형적인 샌안토니오 셋 오펜스에서 시작한다. 파커가 공을 가지고, 던컨이 스크린을 설 준비하고 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3점라인 밖에 있다. 코비의 마크맨은 마누 지노빌리라는 이름의 웬 아르헨티나산 허접이다.
던컨이 스크린을 서고, 헬프 수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별할 건 없다.
헬드 디펜더가 아직 헬프하는 도중에, 원래 수비수는 던컨과 바스켓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코너쪽 수비수들은 페인트존으로 빨려들어왔다. 전부 다 평범하다. 근데 슬슬 구린 일들이 일어나려고 한다. 위에 3개의 사진들을 다시 보라. 눈에 띄는게 있는가? 코비 브라이언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긴 했구나. 공이 지나가는 것을 고개가 돌려 쳐다봤으니까.
공격권 내내 완전히 코비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던 마누 지노빌리는 적당한 때를 골라, 아무런 의심도 않는 코비 등뒤로 달려 나간다. 빅맨은 파커를 따라다니고 나머지 선수들은 전부 6'7" 이하이기에, 마누는 완전히 와이드오픈 덩크를 내리 꽂는다.
압권인 것은, 자신의 마크맨이 이지샷을 집어넣는 동안, 코비는 그냥 경치를 구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다보면 백도어 플레잉 당할 수도 있는거다. 팀수비에 신경쓰다 보면, 원래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근데 요근래 코비에게는 그게 너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첫번째 사진의 코비를 봐라. 그리고 바로 위의 사진을 봐라. 다시 한번 첫번째 사진을 봐라. 하나의 포제션이 완전히 끝날동안, 코비는 한.발.자.국. 움직였다. 코비가 백도어 당한 건 헬프수비에 신경써서 그런 게 아니다. 코비가 백도어 당한 건 언제 수비로테이션할지 신경써서도 아니다. 코비가 백도어 당한건, 이 포제션에서 그는 구경꾼이 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직 너무 실망하지는 마. 더 심해지니까....
Play 2 - 이게 뭔짓이지 (혹은 "나혼자 존 디펜스" )
자신의 마크맨이 움직이지 않길래 무시해서 코비가 수비를 망가뜨린 경우를 위에서 봤으니까, 이제는 마크맨이 움직이기로 결정했을 때 코비는 같이 따라 뛰어야 되는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보자. 위 사진에서, 코비는 스크린을 당하려고 하고 있다.
코비가 용케 애써서, 스크린 건너편으로 움직였다. (아주 잘했어 코비!!). 근데 대니 그린이 방향을 바꿔 레인 중앙으로 달려 들어가는 바람에, 코비는 스크린의 잘못된 쪽에 위치해버렸다. 여기까진 별거 아니다.
음... 어디 보자. 코비의 마크맨은 바스켓 아래에 있다. 스크린을 섰던 선수도 코비에게 신경을 끈지 오래다. 코비는 페인트 끄트머리에 있다. 내가 뭐 CSI도 아니고 잘은 모르겠지만, 코비의 마크맨이 사진에서 막 흐릿흐릿한걸 보면 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코비는...음... 여유롭게 걷고 있는 것 같은데.
플레이가 계속 전개되면서, 파커와 티아고 스플리터는 또다시 픽앤롤을 펼친다. 앤트완 재미슨과 스티브 내쉬는 최선을 다해 이걸 막고 있다. 코비의 마크맨은 베이스라인을 따라 삼점라인 쪽으로 달리고 있다. 코비는... 아직도 안 움직이네. 코비는 지금 공기를 상대로 맹수비를 펼치던가, 바닥에 스퍼스 로고를 상대로 수비를 하고 있던가 둘중에 하나인것 같다.
우왕. 참 신기하게도, 원래는 코비의 마크맨이었던 그 잊혀졌던 사나이의 손에 공이 기적적으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 코비는 1) 다른 수비수가 붙어 있는 공격수를 같이 수비하고 있고, 2) 코트 반대편에 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코비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스트롱 사이드 존 수비 형태에서는 괜찮을 수도 있다. 레이커스는 과거에 그런 수비를 펼친 적도 있다. 근데 너무나 명백하게도 여기서 레이커스는 그 수비를 하고 있지 않다. 코비가 토니 파커의 픽앤롤에 신경쓰고 있었다는 변명도 말도 안된다. 코비는 결국 아무런 로페이션을 할 생각도 없이 위크 사이드에 위치했고, 코비의 팀 동료들도 지금 도데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서 우리가 다시한번 볼 수 있는건, 포제션 한중간에 또다시 수비를 안하기로 갑자기 결정한 코비의 굳은 결심이다. 마크맨이 움직이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정신 놓다가 백도어에 당하는 것과는 또 차원이 다르다. 포제션의 딱 한중간에서 자신의 마크맨이 막 뛰어다니고 있는 와중에, 코비는 수비를 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걸 정당화하는 그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이건 뻔뻔하고도 적극적으로 팀 수비에 마이너스가 되는 행동이다.
위의 포제션에서, 코비가 '아놔 나 그냥 수비 안할래'라고 말하고 상대방 바스켓 아래에 있었으면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것이다. 만약에 그랬다면, 공격이 실패했을 시 코비의 속공을 샌안토니오 선수들은 걱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 걱정이, 아무리 미미한 효과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페인트존 한 중간에서 갑자기 산책하기로 결심한 코비보다는 레이커스에 훨씬 이로웠을 것이다. 보통 무슨 선수가 "팀 수비에 마이너스다"라고 말할 때는, 그 선수의 수비가 너무 나빠 그 선수 대신 보다 나은 선수가 들어가면 팀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근데 여기서 코비는 그것과 다르게, 말 그대로 '마이너스'이다. 즉, 차라리 4명의 선수로 수비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라는 거다. 그러면 적어도 그 상황을 예측하고 최선을 다해 대비할 수 있을테니까.
제일 짜증나는건, 코비가 수비를 '안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너무나 명백하다는 것이다. 능력의 부재가 아니다. 바로 저번 경기만 하더라도, 리그에서 가장 막기 어려운 크리스 폴을 코비는 4쿼터에 전담마크해 클리퍼스의 오펜스를 막아냈고, 레이커스는 승리했다. 온볼 수비수로서, 코비는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아주 아주 좋은 수비수다. 하지만 오프볼 상황에서 코비는 위와 같은 짓거리를 한지 벌써 몇년이나 지났다. 근데 올시즌 들어 그게 황당할 정도로 심해져셔,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코비가 나이들어 공수 모두 신경쓸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오히려 코비보고 공격에만 신경쓰게 하는게 레이커스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도 있다. 코비가 그냥 외곽 슈터에 클로즈아웃을 제대로 안하거나, 스크린을 뚫지 않고 아래로 피하거나, 도박성 스틸을 노리는 등 경범죄 수준이었으면 전부 다 용서할 수 있다. 100%의 노력은 아니더라도, 똑똑한 선수가 80%의 노력만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근데 코비는 80%도 안하고 있다. 잘줘봤자 50%정도의 노력을 하면서, 포제션을 아예 통채로 버리고 있다.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코비의 이런 모습을 지적해야 한다. 드와이트 하워드든, 내쉬든, 댄토니든, 코비가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누군가 말해야 한다. 그래도 코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걸 공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더이상 5대4로 수비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기자들 상대로 슬쩍 코비를 까는 멘트라도 던져야 된다. 코비가 위에처럼 나혼자 존디펜스 따위 짓을 또 하면, 당장 벤치에 앉혀야 한다. 코비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 팀의 확고한 리더인 코비가, 수비에서 노력을 너무 안해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레이커스에 문제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팀의 리더가 수비에 전혀 신경 안쓴다고 너무나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데, 레이커스의 수비가 좋을 수 있을까. 매번 수비할 때마다 리더가 팀을 배신하는데, 레이커스의 케미스트리가 좋을 수 있을까. 리더가 코트에 서있는 시간의 절반을 그냥 노닥거리는데, 레이커스가 경기 내내 열심히 뛸 수 있을까. 리더가 자기가 하기 싫은 건 그냥 안해버리고 마는데, 레이커스가 경기의 궂은 일에 신경 쓸 수 있을까.
코비에 대한 가장 흔한 칭찬 중 하나는,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비의 수비를 보면, 코비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아무런 이유도 없이 포기한다. 올시즌 레이커스의 화려한 실패 속에, 그 실패의 이유로 코비는 거의 지적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레이커스가 그토록 화려하게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코비의 공격 면에서 역사적인 시즌 역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훗날 이번시즌을 되돌아 볼때, 사람들은 코비의 훌륭한 시즌이 결국 낭비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걸 낭비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닌 코비 본인이라는 것을 역사가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음,, 최근에 LA경기를 자주 보는 저도 많이 공감이 가는 글이군요,, 코비가 나이에 비해 엄청난 공격력을 보여주는거는 사실이지만 오프더볼 디펜스를 정말 문제가 있어보이더라구요,, 체력문제인지 심리적인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코비나이 30대중반이고. 동료중에 해결해줄 선수들 많은데. 코비가 너무 많은 포제션과 수비에서의 문제점이 아쉽네요. 이팀은 네임벨류는 말그대로 판타스틱4인데. 그 시너지가 전혀 안나요.
본문 내용에는 뭐 내공이 부족해 할말이 별로 없는데,
글 번역을 굉장히 맛깔나게 하신것 같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