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몬 드 보부아르
소피 카르캥 지음 | 권지현 옮김 | 올리비에 그로주노프스키 그림
거북이북스
2018년 07월 25일 출간
20세기의 시몬 드 보부아르, 21세기 한국 여성에게 말을 걸다!
-너는 남자처럼 똑똑하구나!
-서재를 갖고 싶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너는 여자잖니!
-넌 참 희한한 여자야. 정말 여자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시몬,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행복해져!
-네가 남자가 아닌 게 아쉽구나. 그랬다면 공과대학에 갔을 텐데.
-네 관심은 세상을 흔드는 것뿐이야. 네 영혼은 방황하고 있어!
-교만하군!
-추락한 부모의 딸에,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너 같은 것이 바로 여자들이 수치야!
20세기 초에 태어나 20세기 중반에 《제2의 성》을 발표하며 세상을 뒤흔들고, 20세기 후반에 눈을 감은 시몬 드 보부아르. 그녀가 들었던 말들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지금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21세기 초, 지금 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드는 것은 단연 페미니즘이다.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며 진보한 인류의 역사에서 유독 자유와 평등의 세례를 받지 못했던 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한 소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목소리도 작지만 또렷하게 울렸다.
여자아이니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어째서 그래야 하지?’, ‘왜? 여자들한테만 그러는 거지?’를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모가, 사회가, 시대가 가르친 여성상이 아니라 자기 뜻대로 신념을 세우고 펼치며 살고자 했던 소녀는 결국 세상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리도록 앞장섰다.
우리는 모두 한 사회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살지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세세히 관찰하고, 날카롭게 분석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고집 세고, 잘난 척하는 ‘불평쟁이’, ‘투덜이’, ‘삐딱이’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들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소리 죽였던 목소리에 힘을 보태 준다.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실험하고 찾게 만들어 준다.
그런 목소리들이 목숨까지 위협했던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벗어나게 했으며, 여성이 운전을 하고, 투표를 하고, 재산을 상속받고, 사회를 이끄는 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래픽노블 《시몬 드 보부아르-세상에 맞선 소녀》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소녀 시절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삶을 기록했다. 힘 있는 연필그림에 담긴 그녀의 고집과 사색과 고뇌, 투쟁과 성취가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느껴진다. 그녀가 자신의 뜻을 세우고, 펼치는 과정이 쉬운 적은 없었다. 열광적인 지지만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적이 태반이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마다 그 길을 꺾으려 드는 사람들을 맞닥뜨려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고 싶은 길, 가야 할 길을 찾는 걸 멈추지 않았다. 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성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좌절에 꺾이지 않고, 고정관념에 지지 않았다.
그렇게 20세기의 여성 시몬 드 보부아르는 21세기 여성의 삶에 지지와 응원과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내민 손을 잡고, 우리는 더 큰 자유와 평등의 길로 전 인류와 함께 가는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래픽노블 《시몬 드 보부아르-세상에 맞선 소녀》를, 손에 손을 맞잡을 수많은 소녀들과 여성들, 그리고 ‘우애’로서 자유와 평등의 길을 함께 걸을 모든 이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