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냉담자”라고 말하는 우리의 마음이 오히려 냉담하지는 않나요? ⠀ 2023/5/3/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 요한 복음 14장 6-14절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 길이 불을 끄고 잠들지 않는 것은 가끔, 지금은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쉬는 교우’ 혹은 ‘냉담자’라고 부르지요. 일상의 짐이 너무 무거워서, 사람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아서 아니면 그냥 조금 귀찮아져서. 다양한 이유로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 신자분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박남준 시인의 「길」을 읊조립니다. “길이 빛난다./ 밤마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불을 끄고 잠들지 않는 것은/ 길을 따라 떠나간 것들이 그 길을 따라/ 꼭 한번은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성당에 나오지 않겠다 결심한 분들이 걸으셨을 그 길을 생각해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서는 신앙을 떠나가는 그들의 길도 살피시며 함께하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방황하던 작은 아들을 자비로운 아버지가 인내로 기다리셨듯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냉담해진 마음에 사랑으로 함께하시며 하느님께 돌아오는 길로 사람들을 안내하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는 그 길에 불을 밝혀주어야겠습니다. 신앙의 길을 따라 돌아올 그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기도로 환히 길을 밝히는 것이 아버지의 집에 남아 있는 우리의 책임이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 노동준 안토니오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5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