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정에 웃고 정에 울며 살아 온~ 살아 온~
내 가슴에 오늘도~.......'
(노래 그만 불러 어~~)
히이~
정이란 무엇인지~
나는 인간과 인간 간의 정에 알싸함마저 느낀다.
민박집도 팔아버린 마당에 때 아닌 인간극장 재방송.
그 재방을 보셨는지 부산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알아요?"
지글지글 끓는 잡음 많은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던 어느분의 목소리.
본방이 방영되고 겨울이 다 돼 갈 즈음 다녀가신 어느 아주머님.
한눈에도 인정 많고 수더분해 보이시던 분.
마당의 탁자에서 피어나던 이야기 꽃.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
이야기 속에 소롯이 들어버린 정.
집으로 돌아가신 뒤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보내주신 분.
연로하신 시어머님께서 손수 잡으셨다는 귀한 바다 고기들.
손질까지 깨끗이 하여 알뜰살뜰 종류별로 포장하여 보내주시던 분.
그 선물 박스를 받아들고 얼마나 가슴 뭉클 했던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이란 것이 주는 배부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은 그런~
그 뒤로 간간이 통화 나누다가 손주 키우느라 소식이 바쁘다는 전화 후로
소식이 뜸하시던.
그 손주는 벌써 3살이 됐고, 또 다른 손주가 추가돼 더 바삐 사신다는 아주머님.
우리들의 소식을 간간이 듣고 계시는지 이젠 민박을 접었느냐고 물으신다.
본채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언제 한번 시간 내서 다시 오시겠노라고.
'정(情)'
정이란 무엇인지 ~
해거름이 밀려오는 시각.
"어이~ 오시기로 했네 이~"
라는 산적의 말에 땀 냄새 물씬 풍기는 몸뚱이 부랴부랴 씻고 들어간 하우스형 취사 부엌.
마땅한 안주거리가 없어 마을 아주머니가 가져다 주신 옥수수도 삶아 내고,
있는 것이 계란 뿐인 계란찜도 해내어 차려진 저녁 만찬.
볼우물이 푹 패인,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나신 스님과 지인 몇분이 모여 함께한 저녁 만찬.
식탁 주위로 훈훈한 정이 피어 오른다.
이런저런 그간의 이야기꽃에 묻어나는 정.
반주로 곁들여진 한잔의 동동주.
동동주에 곁들여져 나직히 울려퍼지던 선율.
계시던 토굴에서 더 깊은 토굴로 들어가 단식을 하셨다던 스님.
단식하시며 무념에도 들어보고 뜬구름 위에도 좌선해 보셨을 터.
수척해진 모습에 비해 눈빛 만큼은 구슬처럼 맑기만 하다.
20세에 출가하여 수행 세월을 보내다가 파계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할 때,
법정스님 덕에 계속 법계에 머무르셨다던 스님.
3주 장기간의 단식에 깨끗해지고 더 커진 스님의 법기.
기타 소리에 맞춰 자장가 같은 나직한 소리로 들려주시던 스님의 노래는
이미 지상을 떠난 천상의 소리다.
세속의 잡다한 번민들이 스르르 사라져버리며 다시금 엄마의 자궁 속에
포옥 안기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스님의 목소리.
맑다 못해 슬프디 슬픈 외로움마저 느끼게 해주던 스님의 음성에
필터링되어 정화된 법어 같은 노래말.
문득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한순간 일었다가 사라지는 구름같은 인간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정에 웃고 정에 울며 정에 사는.
정~
이 밤 열심히 자는데 그 정이란 녀석이 문득 나를 단잠에서 깨운다...
2009.09.17.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첫댓글 자~알 읽었습니다.그리운 情들이여,
예...情...!... 즐겁게 읽었습니다.
아이구.. 아궁이 앞에서 마시는 막걸리 생각이 또 샘솟듯 솟아나네..ㅠㅠ
눈 오기전에 또 한번 마시지요.
약산님.아궁이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가 적격아닌가요.ㅎ
고운정 미운정 연정 ....정때문에삽니다^^